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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SRT Boys

박춘호

박춘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리노이 정부가 자택 대피령을 내린 뒤 거리를 다니는 사람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필수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인은 일자리를 잃거나 자택 근무를 해야 했다. 그 와중에 조지 플로이드가 미네아폴리스 경찰에 의해 숨지자 전국적으로 시위와 약탈이 이어졌다. 이후 각종 범죄가 폭증하는 일련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 중에서도 차량 탈취 사건이 크게 증가했다. 이전과 사뭇 다른 범죄 양상을 보이기도 했는데 기존 차량 탈취가 주로 우범 지대에서 저녁 늦은 시간에 빈발했던 것과 달리 다운타운에서도 차량을 탈취하는 일이 많았고 낮 시간 서버브 지역에서도 피해를 당하는 일이 잦았다. 당시 시카고 경찰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후디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범인들은 대부분 어린 청소년이라는 발표만 있었을 뿐이었다.
 
시카고 경찰은 최근 시카고 지역에서 차량 탈취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른 일당에 대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그룹을 SRT Boys라고 불렀다. SRT은 Sum Real Threats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었다. 원래 SRT은 Street and Racing Technology의 앞글자를 따온 말이다. 지난 2018년 시카고 오토쇼에서 처음 데뷔한 닷지 챌린저가 대표적인 차량으로 꼽힌다. 젊은층에서 선호하는 차량인 챌린저 등을 일컬을 때 쓰는 말과 같은 말로 범죄 조직의 이름을 지은 셈이다. 둘 다 모두 차량과 관계되는 의미로 머슬카를 숭배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의미였다가 차량 탈취를 일삼는 그룹이 이를 차용한 것이다.  
 
2025년 기준 가장 나이가 많은 조직원이 21세, 가장 어린 경우는 15세였다. 이 들이 처음부터 차량 탈취 범죄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12~15세인 이들은 버스나 전철 안에서 다른 탑승객의 아이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뒤 이를 되팔아 현금을 챙기는 방식의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SRT Boys는 모두 30명 이상의 소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유투브와 같은 채널에 자신들의 행위를 올리곤 했다. 이들은 폭력적인 가사의 랩을 하면서 훔친 차에 탑승하고 총기를 든 동영상을 자랑스럽게 업로드 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시카고 서부 지역이었지만 지역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다운타운을 포함해 부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북서부 서버브도 이들의 범행 대상에 빠지지 않았다. 이들로 인해 시카고의 차량 탈취 범죄는 폭증했다. 운전자들은 차량을 몰고 시카고 지역을 다닐 때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근 몇 개월간 시카고 지역의 범죄 현황을 보면 차량 탈취 사건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이제 SRT Boys와 같은 조직 범죄 단체가 다른 범죄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차량 범죄에서 현금지급기를 털고 차량을 이용해 소매 업소를 습격한 뒤 달아다는 smash and go가 이들의 새로운 범죄 모델이 됐다. 최근 경찰에 체포된 SRT Boys는 차량 트렁크에 두 대의 훔친 금전등록기를 싣고 다니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일리노이 사법 체계의 한계를 악용하기도 한다. 처음 범죄를 저지르고 체포된다 하더라도 미성년자들은 그리 오래 수감되지 않는다. 이들이 교도소를 나오는 순간 다른 범죄에 빠지곤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교도소가 단순한 회전문인 셈이다.  
 
시카고 경찰은 이 순환 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거리에서 휴대폰을 훔치다가 차량 탈취로 본격적인 조직 범죄에 빠진 뒤 차량을 이용한 대형 범죄에 가담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치안 문제가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민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다치며 목숨을 잃는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일은 이런 소년들이 시카고에서 암약하던 갱 조직과 연계된다는 것이다. 범죄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소년들은 자연스럽게 Four Corner Hustlers, New Breeds, Traveling Vice Lords와 같은 우범 지역의 갱스터들과 어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소년 범죄 그룹이 기존 갱스터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투브 등을 통해 자신들의 활동을 자랑한다는 것. 시카고 경찰이 소년 7로 명명한 한 청소년은 유투브 영상을 통해 AR-15 소총으로 라이벌 그룹을 쏘고 현금을 보여주면서 폭력을 미화하는 랩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또 감기약과 탄산 소다를 섞어 마시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을 통해 거리 범죄 조직에 발을 들여 놓은 이들은 당초 학교에 있어야 했던 아이들이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방과 후 활동에 참여하며 스포츠를 통해 성인으로 성장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결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모나 보호자들의 관심 밖에서 자랐다. 그리고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지고 말았다. SRT Boys 30명 중에서 10명 이상의 소년들이 도난 차량에 탑승해 있거나 운전하다가 체포됐다.  
 
이들 대부분은 중범죄인 차량 탈취죄에 적용되지 않는다. 차량을 훔칠 당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들이 이들을 특정하지 못하면 직접 차량을 훔쳤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범죄의 늪에 빠지고 만다. 이들을 단순히 교도소에 수감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근본적으로 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아야 하고 문제 학생의 경우 카운셀링을 통해 더 심한 범죄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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