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자가 경찰의 적인가
지난 11일 밤, 시위대가 LA 한인타운으로 진입하던 현장에서 본사 김상진 기자가 경찰의 고무탄에 등을 맞고 쓰러졌다. 기자가 LAPD의 적인가. 진압 대상인가. 언론인은 민주주의의 필수 구성원이며,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 대상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비살상 무기로 공격했다는 건 언론 자유와 인권, 공권력의 정당성 모두를 훼손한 폭거다.LAPD는 지난 2020년 조지 플로이드 피살 직후의 시위 때도 기자들에게 물리력을 사용한 바 있다. 이후 대응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했으나, 공염불로 드러났다. 2021년 제정된 캘리포니아 상원법 98호(SB 98)는 경찰에 대해 “시위를 취재 중인 언론인을 의도적으로 공격, 방해, 저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배하고 언론을 적대시하는 공권력은 자유사회에 발붙일 자격이 없다.
또 개탄스러운 것은, 그 기자가 한국 국민임에도 LA 총영사관이 지금껏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같은 날 호주 기자가 고무탄에 맞았을 때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국 정부에 항의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외교관의 침묵과 무책임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필요할 때만 “재외동포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치켜세우고, 위급 상황에선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이중성은 충격적이다. LA시와 LAPD에 정식으로 항의하고, 재외국민 보호 의무를 다하라.
한편 현장 목격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시위대가 웨스트LA로 향하는 걸 막기 위해 LAPD가 한인타운 쪽으로 동선을 유도한 정황이 있다. 한인 타운을 완충지대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웨스트레이크 같은 인접 지역 대신 굳이 수 마일 떨어진 한인타운을 저지선으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1992년 4.29 폭동 당시, 공권력 부재 속에서 총을 들고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한인들이 많다. LAPD의 대응 양식은 지금 다시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LA시장실측은 “한인사회의 고통에 공감한다”며 공허한 수사를 늘어놓지 말고, 해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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