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재 유럽연합 대표부(Delegation of the European Union to Canada)]
캐나다 연방정부가 “가장 가까운 우방은 유럽”이라며 미국과의 외교적 거리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룩셈부르크는 오타와에 대사관을 공식 개관하며 양국 간 경제•기술 협력을 본격화했다.
지난 11일(수), 애니타 아난드 외교부 장관은 오타와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국방, 안보는 물론 생존을 위한 경제와 생활비 문제가 국가적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난드 장관의 참석은 캐나다 정부가 유럽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로 해석됐다.
애니타 아난드의 보좌관 롭 올리펀트는 “캐나다는 이제 유럽을 세계에서 가장 신뢰하는 파트너로 보고 있다”며 “유럽연합과 유럽 국가들은 캐나다의 성공과 미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룩셈부르크는 금융 허브로 잘 알려진 국가로,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 기준으로 8위에 해당한다. 이는 룩셈부르크를 경유한 간접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
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이번 대사관 개설은 미국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을 위한 것”이라며 “일방주의가 아닌 상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몬트리올에 망명했던 룩셈부르크 국왕을 언급하며, “캐나다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자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현재 캐나다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룩셈부르크에 상주 대사관을 두지 않은 상태로, 베텔 장관은 오타와 역시 독립된 외교공관을 개설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구 68만 명을 가지고 있는 룩셈부르크는 유럽에서 비록 인구는 적지만 금융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펼치고있다. 에드먼턴 출신으로 룩셈부르크대 정치학자인 로버트 하름슨 교수는 “룩셈부르크는 단순한 금융 중심지를 넘어 유럽 진출의 관문이자 물류 허브”라며 “반대로 캐나다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51년 유럽 철강공동체 창설을 주도하며 유럽연합(EU)의 초석을 놓은 룩셈부르크는 이후 금융 서비스 혁신과 세금 절감 투자 포장 방식 개발로 조세회피처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이버보안, 우주기술, 바이오의학 등 지식기반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하름슨 교수는 “2022년 캐나다 무역사절단에 동행했을 때도 프랑스어권인 퀘벡을 중심으로 항공우주•제약업체와 협력이 이루어졌다”며 “2024년에도 무역사절단이 파견되었고, 이번 대사관 개설은 향후 마크 카니 총리가 유럽과의 무역 확대를 공약한 상황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캐나다와 EU는 2017년부터 무역협정을 발효했으나, 캐나다의 유럽 수출 증가폭은 유럽의 캐나다 수출 증가에 비해 미미했다. 하름슨 교수는 “그동안 캐나다는 유럽과의 관계 강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부족했다”며 “카니 총리가 말한 경제 다각화가 진심이라면 이제는 진지하게 전략을 재정비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