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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까지 불체자 급습…농장·호텔·식당 ‘비명’

Los Angeles

2025.06.25 19:27 2025.06.2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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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만 추방” vs “무차별 단속” 혼선
“우리 업계는 단속서 제외해달라” 호소
농업 노동자의 1/4 이상이 서류미비자
수확기에 단속하면 식료품 공급 차질
호텔·외식업계 종사자 10% 불법이민
가주 불체자 228만명, 연 230억불 납세
수확이 한창인 캘리포니아의 여름철 농작업이 시작되면서 카마릴로의 한 농장에서 근로자들이 브로콜리를 심고 있다. [알 사이브 / LA타임스 객원 사진기자]

수확이 한창인 캘리포니아의 여름철 농작업이 시작되면서 카마릴로의 한 농장에서 근로자들이 브로콜리를 심고 있다. [알 사이브 / LA타임스 객원 사진기자]

이민 노동자에 의존하는 농장, 호텔, 레스토랑 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에 이민 단속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체포 및 추방 작전을 벌이면서 일부 업종을 예외로 둘지에 대한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범죄자를 단속하겠다. 농장 노동자는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농장 노동자들과 호텔.레저산업 노동자들이 공격적인 이민 단속으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국토안보부(DHS) 관계자들은 LA타임스에 “이민 단속은 폭력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호텔, 레스토랑, 농장에 대한 현장 급습은 자제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DHS 고위 관계자들이 이 같은 방침을 뒤집는 듯한 새로운 지침을 내놓으면서 내부에서도 정책 방향에 대한 혼선이 커지고 있다.
 
트리샤 맥러플린 DHS 공보담당 차관보는 보수 성향 뉴스 채널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나라에는 외국인 범죄자들이 숨을 피난처가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교회든 법원이든 직장이든 우리가 찾아가서 체포하고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반된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농업과·서비스 업계의 반발과 백악관의 대규모 추방 공약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 애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민 단속은 6월 초 로스앤젤레스 홈디포와 ‘앰비언스 어패럴’ 등에서 연방 요원이 급습을 벌이면서 이민자 사회에 충격을 안겼고, 연일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UCLA가 이번 주 발표한 경기 전망에 따르면, 이민 단속과 관세 여파로 캘리포니아 경제는 올해 후반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캘리포니아는 세계 4위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지만, 농업·건설·서비스업 등 주요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 상공회의소는 현재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라 단속이 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직접적인 대화는 없었지만, 워싱턴에서 이민개혁을 위한 로비는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니퍼 바레라 회장은 “현재 상황은 지역사회와 기업 모두에 나쁘다”며 “수년간 범죄행위에 가담하지 않고 성실히 일해온 사람들에게 합법적으로 거주·근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에어리어 경제연구소와 UC머시드의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는 약 228만 명의 불법체류 이민자가 있으며 이는 전체 노동자의 8%에 해당한다. 전체 이민자는 약 1060만 명이다.
 
이들 불법체류 이민자는 캘리포니아 국내총생산(GDP)의 5% 가까이를 창출하며, 연방·주·지방세로 연간 230억 달러 이상을 납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음은 주요 산업별 이민 단속에 대한 반응이다.
 
캘리포니아 농업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이민 단속을 두려워하는 농장 노동자들이 출근을 꺼리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알 사이브 / LA타임스 객원 사진기자]

캘리포니아 농업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이민 단속을 두려워하는 농장 노동자들이 출근을 꺼리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알 사이브 / LA타임스 객원 사진기자]

농업
 
여름 수확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농장을 단속 예외로 둘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아 농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일부 단체는 “인력 부족으로 수확이 어려워지면 식료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농업연맹의 브라이언 리틀 정책옹호 국장은 “연방의 현재 이민 단속은 농촌 지역사회, 농장주, 노동자, 가족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한 허위 정보 등으로 인해 단속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일터에 나서는 걸 꺼리는 농장 노동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7월에서 9월 사이 여름철 수확이 집중될 시기에 단속이 이어질 경우, 식료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미농업협동조합위원회의 척 코너 회장은 “이민 단속이 농장과 농업 전반을 겨냥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과 지난주에 농업계에 했던 약속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농업 노동자의 4분의 1 이상이 불법체류자로 추산되며, 이들 없이 농업 부문의 GDP는 14% 감소할 수 있다.
 
호텔업계
 
호텔업계는 이민 단속 강화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정부에 단기 비자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미국 호텔·숙박협회 로잔나 마이에타 회장은 “심각한 인력 부족 상황을 전달하고,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 차례 행정부와 면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협회는 앞으로도 이 같은 대화를 이어가고 고용주와 노동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민정책연구센터 등 연구기관에 따르면, 전국 호텔·레저 및 외식 산업 종사자 중 약 10%는 불법체류 이민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이클 클레멘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민자 노동자는 업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이들의 노동이 다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규모 추방은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 전체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서비스업계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식업계
 
외식업계 역시 이민자 노동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외식협회의 조트 콘디 회장은 “이민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민자 커뮤니티 전체에 불안을 조성하고 있으며, 일부 경우에는 레스토랑 직원과 손님 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는 외식업계의 생명줄”이라며 “이민자들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대규모 추방 강화를 내세우면서 외식업계는 일찌감치 긴장해왔다.
 
지난 2월, 트럼프의 이민 단속 발표 이후 남가주의 인기 타코 식당 ‘테디스 레드 타코스’는 매출 하락을 겪었다. 지난달에는 ICE 요원들이 샌디에이고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두 곳을 급습했다.
 
이민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약 830만 명의 불법체류 노동자 가운데 100만 명은 외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원문은 LA타임스 6월20일자 “Farms, hotels, restaurants push back on ICE raids” 기사입니다.

글=퀴니 웡, 수하우나 후세인, 마이클 윌너, 파이퍼 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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