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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방만, LA시 노숙자 정책 허점 드러나

Los Angeles

2025.06.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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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애매한 브로커도 연루
프로그램 종료하자 무대책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
홈리스 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전명오(오른쪽)씨가 퇴거 통보를 위해 임대 주택을 방문한 KYCC 직원들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홈리스 임대주택에 거주 중인 전명오(오른쪽)씨가 퇴거 통보를 위해 임대 주택을 방문한 KYCC 직원들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LA시 노숙자 주거 지원 프로그램(TLS)을 통해 임대주택에 거주하던 한인 노숙자들의 퇴거 위기〈본지 6월 30일자 A-1면〉는 제도적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시정부 위탁기관과 임대인 간 책임 불명확, 감시 사각지대, 입주자 보호장치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노출된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인 비영리단체 KYCC는 지난 4월 입주자들에게 퇴거를 경고하는 통보문을 발송한 바 있다. 하지만 TLS 규정상 퇴거 권한은 KYCC가 아닌 임대인에게만 있다. 이로 인해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사전 안내도 없이 쫓겨날 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KYCC는 “퇴거가 아닌 다른 쉘터로 안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문서에는 ‘공공기록에 남을 수 있는 법적 퇴거’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강제 퇴거에 준하는 경고로 해석됐다. 권한 밖 조치가 실제 입주자들에게는 심리적 충격과 불안으로 이어진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KYCC와 임대인 간 연락·협의의 핵심 통로로 활동한 중간 인물 김모 씨의 역할이 모호한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KYCC 웹사이트에 따르면 김 씨는 KYCC의 명예 자문위원으로, 임대인에게 TLS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정부 지원금을 KYCC로부터 받아서 임대인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김 씨의 정체를 두고 양측 입장은 정반대다. KYCC는 “그를 임대인 측 대표로 인식했다”고 주장했고, 임대인 측은 “(김씨가) KYCC를 대표했으며 오히려 그에게 매달 커미션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대인 측은 방 1개당 350달러씩 총 2800달러를 매달 김 씨에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지급시 체크 수취인은 ‘Taste of Koreatown LA’로 명시했다.
 
이 같은 주장이 맞다면, 시정부의 공적 예산이 투입된 사업에 실체 불분명한 인물이 중개인 자격으로 개입한 셈이 된다. KYCC는 이에 대해 “커미션 지급은 몰랐다. 집주인과 김 씨 간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KYCC는 “우리는 사례관리와 연결 지원이 주 업무이며, 주택 자체에 대한 관리 책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주자들은 화장실 고장, 외부 침입 등 안전 문제가 지속됐음에도 관리 기관은 나몰라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 보호는커녕 정부-기관-임대인 간 책임 떠넘기기만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는 연간 4700만 달러가 투입되는 TLS 프로그램의 구조적 부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실질적 보호나 안내는커녕, 혼란스러운 통보와 명확하지 않은 책임 구조만 남았다.
 
현재 입주자들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퇴거 전까지 임대주택에 머무르고 있다. 임대인은 법적 퇴거 절차를 진행 중이며, KYCC 측과는 미지급 렌트비 처리 등을 협의하고 있다.
 
입주자 전명오 씨는 “방 하나당 LA시가 1650달러씩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정도 예산이면 최소한의 관리라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이젠 그냥 나가라는 얘기밖에 안 한다”고 말했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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