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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자 가려받다니 병원 맞나

Los Angeles

2025.07.23 19:44 2025.07.2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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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은 인술(仁術)이다. 사람을 아끼는 어질고 자비로운 기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LA 한인타운 일부 병원에서는 이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본지는 일부 한인 병원들이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보험 가입자라는 이유로 환자들을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도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한 안과 환자에게 PPO를 취급하지 않는다면서 병원에 오지 말라고 하고,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 역시 같은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환자의 고통보다 병원의 수익과 편의를 우선하는 개탄스러운 처사다.
 
병원들이 PPO 환자를 기피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환자 수에 따라 매달 고정 수입이 보장되는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플랜과 달리, PPO는 진료비를 건별로 청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보험사와의 조율 과정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시니어 메디케어·메디캘 환자를 많이 확보하면 병원 운영이 안정적이니, 굳이 PPO 환자까지 받을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환자의 편의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더 비싼 보험료를 내는 PPO 가입자들은 정작 위급한 순간에 그 혜택을 박탈당하고 있다.
 
병원들이 PPO 환자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제재가 없어서다. 현행법상 민간 의료기관은 모든 보험 플랜을 수용할 의무가 없다. 단,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은 EMTALA(응급의료 및 노동법)에 따라 위법 소지가 있지만, 일반 개인 병원에서 ‘응급’의 기준은 모호하며 환자의 긴박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적 문제를 떠나 이는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행태다. ‘수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픈 사람을 가려 받는 병원을 과연 한인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병원 다운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우선 의회 차원의 입법 추진 노력이 필요하다. 메디캘·메디케어 등 공공 의료보험 수혜 환자를 받는 병원에 한해서라도, PPO 등 주요 민간 보험 가입자에 대한 정당한 사유 없는 신규 진료 거부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 남가주 한인의사협회(회장 폴 장) 등 의료 전문가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동료 직업인들의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험금 청구 절차의 간소화 또한 필요하다. 병원들이 PPO를 기피하는 이유로 ‘행정적 번거로움’을 꼽는 만큼, 보험 업계와 의료계가 협력하여 청구 및 지급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사의 시선은 환자의 보험증이 아닌, 환자의 아픈 곳을 향해야 한다. 수익 논리에 밀려 실종된 인술을 바로 세우고, 아프면 누구나 걱정 없이 병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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