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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추방 보류한 수천 건 다시 심리

Los Angeles

2025.08.0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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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종결된 이민 사건 법원 출석 무더기 통보
DACA 갱신자도, 영주권 취득 직전에도 ‘날벼락’
심지어 사망자 포함…사전조사 안한 졸속 행정
체포될 수 있어 이민법원 출석이 현실적 공포

원문은 LA타임스 8월6일자 “Dormant deportation cases are revived” 기사입니다.

6일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연방 이민법원에서 이민 단속 요원이 한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

6일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연방 이민법원에서 이민 단속 요원이 한 이민자를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

 
10년 전, 치노 고등학교 학생였던 헤수스 아단 리코는 이민 판사가 그의 추방 절차를 보류한다고 결정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살 때 미국으로 들어온 마리아 토레스도 최근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이후 이민 판사로부터 추방 절차가 중단됐다.
 
하지만 불과 8주 전, 리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의 추방 절차를 재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9세인 그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한 명 있다. 그는 최소 4차례에 걸쳐 DACA(불법체류청년추방유예) 자격을 갱신해왔다. 마찬가지로, 토레스는 영주권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정부가 자신의 이민 사건을 다시 심리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리코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가정을 꾸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리코와 토레스는 자신들이 구금되거나 추방될 걱정 없이 살아도 된다고 믿고 미국에서 삶을 꾸려온 수천 명의 이민자 중 일부다. 그러나 이들은 이제 국토안보부(DHS)가 행정적으로 종결된 이민 사건들을 되살리면서 다시금 추방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변호사들은 사건 재개를 위한 일정 재설정 요청을 수십 건씩 받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들이 이러한 요청을 막아내지 못할 경우, 해당 이민자들은 최근 체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법원에 다시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리코는 “10년이 지났는데 이제 와서 또다시 우리의 삶이 정지되었습니다. 나를 이 땅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비에 맡겨진 셈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국토안보부 대변인 트리샤 맥러플린은 정부의 정책 변화나 변호사들의 절차상 우려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기존 입장을 담은 성명을 되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 심지어 범죄자들까지 풀어줬고, 이들의 사건을 무기한 연기하며 미국 내 불법 체류를 허용했습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법에 따라 이들의 추방 절차를 재개하며 사건을 판사 앞에서 심리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닐라이스 이민법원 맞은편에 위치한 마리엘라 카라베타 변호사의 사무실 바닥에 캐비닛에 다 담을 수 없는 행정종결 이민 사건 서류들이 놓여 있다. [카를린 스틸 / LA타임스]

바닐라이스 이민법원 맞은편에 위치한 마리엘라 카라베타 변호사의 사무실 바닥에 캐비닛에 다 담을 수 없는 행정종결 이민 사건 서류들이 놓여 있다. [카를린 스틸 / LA타임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정부가 10년 이상 된 사건들까지 꺼내면서 법원과 변호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부 사건에서는 원고나 담당 변호사가 이미 사망했으며, 다른 경우에는 이민자가 합법적인 신분을 이미 취득한 이후에도 정부가 추방 사건을 다시 꺼집어 내려 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이민 판사들은 사건 적체를 해소하고 긴급한 사건에 집중하기 위해 추방 절차를 행정적으로 종결(administrative closure) 해왔다. 이 조치는 사건을 완전히 종료하는 것이 아니라 보류 상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민자에게는 새로운 구제 수단을 모색할 기회를 주고 정부는 필요시 다시 사건을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DHS 산하 법률 고문실은 추방 사건 재개 요청을 대량으로 발송하고 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들 문서의 내용은 대부분 동일하며 사유나 정책 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정부는 영주권이 발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이 여전히 합법적 체류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민 재판은 일반 연방법원과 달리, 변호사와 판사 모두 행정부 소속으로 각각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과 팸 본디 법무장관에게 보고한다.
 
변호사들과 이민자들은 이 추방절차 재개 요청에 맞서 대응 서류를 제출하느라 분투 중이다. 몇몇은 오래전 고객을 수소문하거나 은퇴한 동료 변호사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있다.
 
미네아폴리스의 이민 변호사 데이비드 윌슨은 “이런 요청들이 넘쳐나서 법원이 마비될 지경입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말에 25건의 추방 사건 재개 요청을 한꺼번에 받은 후, 몇 주 간격으로 계속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 한 사건은 2006년 임시보호신분(TPS)을 받은 엘살바도르 출신 고객이었다.
 
갓난 아기의 아빠인 리코는 현재 냉난방 기술을 배우고 있다. 원래 그의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는 이미 사망했다. 리코는 “변호사의 딸이 전화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추방 사건이 재개된 줄도 몰랐을 것”이라며 “국토안보부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코의 새 변호사인 패트리샤 코랄레스는 리코의 DACA 자격은 2027년까지 유효하며, 이는 추방을 유예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신분이나 생존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재개하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코랄레스가 맡은 또 다른 사건에서는, 건설 노동자 헬라리오 로메로 아르시니에가는 금속 스프링클러 헤드로 심하게 구타당한 뒤 범죄 피해자용 비자를 받아 7년 전 추방 절차가 종결되었음에도, 사망 6개월 후 정부가 사건을 재개하려 했다는 것이다.
 
코랄레스는 “정부는 사전 조사조차 안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재개 요청을 너무 성의 없이 처리하고 있어요.”
 
이민 법원이 이러한 요청으로 넘쳐나면서, 일부 변호사들은 반박 서류를 제출할 시간조차 부족하다고 한다.
 
LA카운티 거주자이자 두 자녀의 엄마인 토레스는 영주권 취득까지 단 한번의 인터뷰를 앞두고 있었다. 2019년 경범죄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어 추방 절차에 들어갔지만, 2022년 남편의 시민권을 통해 비자를 신청하며 사건을 종결시켰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다시 사건을 재개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토레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눈물이 났어요”라고 말했다. 토레스의 변호사는 이에 반박하는 서류를 제출했으며 현재 판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마리엘라 카라베타 변호사는 6월 초부터 30건 이상의 고객 사건이 정부의 재개 요청 대상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정부가 당사자에게 연락하지 않고 법원 시스템을 통해 사건을 쏟아붓는 방식은 “악의적인 행정”이며,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민 당국은 이민자들이 범죄 피해자 비자(U비자)를 신청했거나 합법 체류 자격을 위해 절차를 밟고 있어도 “아직 합법적 지위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시키려 한다.
 
전직 이민 판사이자 보수 성향의 이민정책연구단체 FAIR의 간부인 맷 오브라이언은 “트럼프 행정부는 단지 이민법을 법대로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사건 재개에 반발하는 변호사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많은 이민자들에게 있어 이러한 절차는 현실적 위험을 수반한다. 사건이 다시 재판 일정에 올라가고, 이민자가 법정에 출석하지 않으면 ‘불출석 추방 판결’이 내려져 즉각 추방 대상이 되며, 이후 수년간 합법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4월 이민법원 행정국의 대행 국장 서시 오언은 이민 사건 행정 종결 조치를 “사실상의 사면 제도”로 지칭하며 비판하는 내부 메모를 배포했고, 바이든 행정부의 완화 조치를 철회했다. 그녀는 약 37만9000건의 사건이 여전히 종결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이는 이민법원 적체(총 400만 건)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LA와 샌디에이고의 이민법원에서는 이미 재개된 이민 사건들이 심리 중이며, 추방 절차 대상 이민자들은 “왜 이 시점에 다시 법정에 서야 하는지”에 대해 불안과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
 
셔먼오크스의 이민 변호사 에드가르도 킨타닐라는 최근 40건가량을 맡았으며, 대부분 2010년대에 종결된 사건이다. 그는 “요즘 연방건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공포”라며, “법정 출석 자체가 체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매우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글=멜리사 고메즈, 다코타 스미스, 레이철 우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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