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권 이후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하다. 민간 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규제를 풀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에 포함된 지역 간 개발 격차를 줄이는 기회특구(Opportunity Zone) 2.0 프로그램이 그 사례 중 하나다. 2017년 도입된 1차 프로그램의 한시적 구조를 상시 운영으로 바꾸고, 농촌과 저개발 지역에 대한 혜택을 크게 늘렸다.
5년 보유 시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가(basis) 10% 인상, 농촌은 30%라는 파격 조건, 개량 요건 완화까지 덧붙여 자본 유입 장벽을 낮췄다. 새로 지정된 구역과 새 규칙을 포함한 2.0 프로그램은 오는 2027년 투자 접수를 시작할 계획이다.
여기에 저소득층 주택 세액공제(LIHTC) 확대가 합세한다. LIHTC는 민간 개발자가 저소득층 주택을 개발할 때 제공하는 감세 혜택이다. 경쟁 심사로 한정된 9% 세액공제 발급량을 매년 12%씩 무기한 늘리고, 4% 세액공제 혜택의 채권 조달 요건을 절반에서 25%로 완화했다.
가주만 해도 매년 약 2만 채의 저소득 임대주택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건설비 상승과 자금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실제 성과는 절반에 그칠 수 있다는 냉정한 전망도 있다.
연방 토지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구상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선거 때부터 추진해 온 주택난 타개책이다. 행정부는 ‘프리덤 시티’라는 이름으로 연방 소유지를 개방해 새로운 도시와 대규모 주택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환경·용도 규제를 완화하고 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민간 개발 참여를 촉진하는 방식이다. 인프라 확충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고난도의 과제지만, 시장 친화적인 트럼프식 해법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단, 개발 가능한 토지의 상당수가 서부에 몰려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모든 흐름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하나의 목표로 맞물려 있다. 공공 재정 의존도를 줄이고 민간의 힘을 빌려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은 당장의 물량 부족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속도만으로는 주거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양적으로만 치중한 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위험이 크다. 특히 주택도시개발부(HUD) 예산 약 44% 삭감과 수천 명의 인력 감축 계획, 공정 주택 프로그램 축소는 주택 공급이 확대돼도 차별 조사와 임대 보조 등 취약 계층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기회특구와 세제 혜택이 투자 매력도가 높은 지역에 집중되면, 인프라와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여전히 방치될 가능성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래 주민들이 밀려나고 지역 커뮤니티가 해체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연방 토지 개발은 환경 훼손 논란과 더불어 교통, 상·하수도, 에너지 공급 등 기반시설 확충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세제 인센티브와 규제 완화 중심의 공급 정책은 경기 변동이나 행정부 교체에 따라 방향이 급변할 수 있어 장기적인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필요한 건 균형이다. 세제 인센티브와 토지 활용이 단기 물량 확대에만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환경, 장기 주거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뒤따라야 한다. 주택의 양적 확대와 함께 접근성,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이 마련될 때, 즉 속도와 안정성이 함께할 때 트럼프 2기의 부동산 정책이 비로소 해법으로 기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