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역에서 이어진 가뭄으로 올가을 단풍이 예년만큼 화려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수분 부족으로 나무가 제 색을 내기 전에 잎이 말라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붉은빛 대신 갈변 현상 확산 맥매스터대학 생물학 전문가 수전 더들리 교수는 “올해는 단풍이 예쁘게 물들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나무가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잎이 붉게 변하기도 전에 죽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온타리오 남부 지역에서는 이미 갈색으로 말라버린 잎들이 발견되고 있다.
색 변화 원리와 가뭄 영향 가을이 되면 잎의 엽록소가 분해되며 노란색·주황색 색소가 드러난다. 단풍나무·참나무·개암나무 등은 이 시기에 붉은빛과 자주빛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를 합성한다. 그러나 가뭄에 시달리는 나무는 에너지가 부족해 이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잎을 일찍 떨어뜨린다.
더들리는 “이 색소는 일종의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하며 광합성이 무너지는 시기에도 영양분 흡수를 돕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나무는 보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70% 건조 피해 캐나다 가뭄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70% 이상이 비정상적인 건조 또는 가뭄 상태를 겪었다. 아카디아대학 조에 팬첸 교수는 “노바스코샤에서도 잎이 말라 떨어지고 있으며, 이는 단풍의 조기 붕괴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흡수량 감소와 산불 확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날씨가 변수 다만 전문가들은 올가을 기후 조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낮에는 화창하고 밤에는 일정하게 서늘한 기온이 이어지면 나무 잎에 당분이 갇히고, 이 당분이 안토시아닌 생성을 촉진해 붉은 단풍을 형성한다. 팬첸 교수는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며 “가을 날씨가 안정된다면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