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저는 2000년경 미국으로 이민을 와 현재까지 거주 중인 재외국민입니다. 2010년경 대한민국 여권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기소중지 사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귀국하여 조사를 받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사건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고소를 당했는지 알지 못했는데, 최근에서야 고소장을 확인하고 크게 놀랐습니다. 저는 돈을 빌린 사실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로 고소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나 억울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고 불법체류 상태이기도 하여, 한국에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이처럼 허위 내용으로 고소장이 접수되었는데도 아무런 제재나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답= 해외기소중지자 처리 절차를 규정한 현행 법령에는 여러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여권법 제12조는 범죄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단순히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헌법 제27조 제4항의 무죄추정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며,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의 소재 불명으로 수사가 어려울 때 검사가 내리는 처분입니다. 그러나 해외거주를 이유로 기소중지자로 분류되면, 실제 범행 여부와 무관하게 고소인의 주장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고 여권 발급 거부, 비자 불허 등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합니다. 특히 채무불이행임에도 사기로 고소하거나 허위 고소장을 제출하는 사례도 있어 억울한 피해자가 많습니다. 여권이 없으면 체류 자격을 상실해 불법체류자가 되고, 한국에 입국해 사건을 해결하려 해도 다시 해외로 돌아가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해지기도 합니다.
대검찰청과 외교부가 운영하는 ‘기소중지 재외국민 특별자수기간’은 미입국 상태에서도 사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지만 요건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재기 절차부터 출입국·체포·구속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다뤄야 하는 만큼 해결 난이도가 높습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피의자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기소중지를 내릴 것이 아니라, 실제 범행 후 도피한 것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피의자가 입국이 어려운 경우 비대면 조사 방식을 적극 활용한다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장기 미제 사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국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