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필요하다 / UCLA-베조스 펠로십 기획 (끝) 생활 밀착형 녹지공간 절실 치안·노숙자 문제 해결돼야 휴식 넘어 소통·공동체 공간
한인 시니어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저녁 시간대 대신 오전에 나와 서울국제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LA 한인타운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고밀도 주거지지만, 주민들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녹지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대형 공원이나 숲이 아니다. 직장과 집, 카페와 식당을 오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공원’이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황인규(30)씨는 “한국에는 저녁 식사 후 산책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며 “한강 같은 대형 공원은 물론 동네 작은 공원까지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한인타운에는 저녁에 마음 편히 이용할 만한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결혼한 황씨는 아내와 집 앞을 걷고 싶지만, 결국 차를 몰고 라치몬트까지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최근 이주한 또 다른 한인도 “요즘 한국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저녁 러닝 모임이 활발하다”며 “공원에서 운동하고, 운동 후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한인타운에서는 교통, 안전, 노숙자 문제 때문에 저녁 시간에 공원을 찾는 건 엄두조차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인타운 앤디 김(34)씨는 “새로운 공원이 조성돼도 치안이 확보되지 않으면 금세 노숙자들의 야영지로 변할 수 있다”며 “가로등 확충과 보안 카메라 등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조경보다 ‘안전’이 전제돼야 공원이 실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원은 단순히 산책 공간을 넘어 관계를 이어가는 장소로서도 의미가 크다.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한 김채린(25)씨는 “뉴욕에서는 친구들과 약속 장소를 공원으로 정하곤 했다”며 “공원에서 시작하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대화도 더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인타운은 밥 먹고 차 마시는 만남에 치우쳐 있다”며 “공원이 생긴다면 관계 맺는 방식이 달라지고,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한인타운 주민들의 바람은 분명하다. 안전과 여유를 담아낼 수 있는 생활 밀착형 녹지 공간이 절실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