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균 거래가 5만80불 2023년 봄 이후 최대 상승 EV·고급차 판매 호조 영향 관세로 새 기준될 가능성↑
신차 평균 거래가격이 5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터스틴 오토몰의 한 딜러에서 신차 쇼핑에 나선 소비자들. 박낙희 기자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5만 달러를 돌파했다.
자동차 정보업체 켈리블루북(KBB)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신차 평균 거래 가격은 5만 달러를 넘어선 5만80달러였다. 이는 전월 대비 2.1%,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한 수치로, 지난 2023년 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이번 고점 돌파는 업계 전반적으로 비싸지는 차량 가격과 고급차 및 전기차(EV)의 판매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에덴자동차의 제이 장 부사장은 “최근 추세를 볼 때 도요타 등 최근 다수의 제조사가 개스차보다 비싼 하이브리드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또 다양한 주행보조·편의 기능이 신차에 추가되면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게 평균 거래 가격 경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월부터 2026년형 신차가 본격적으로 딜러 매장에 입고되면서, 제조사 권장소비자가격(MSRP) 또한 평균 5만2183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4.2% 상승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신차 거래의 11.6%가 전기차로 역대 최고 비중으로 나타났다.
3분기 전체로 보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43만7487대로, 시장 점유율 10.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증가한 수치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지난 9월 말 종료되기 전에 구매를 서두른 소비자들이 몰린 것이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급차의 인기가 증가한 것도 평균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달 7만5000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 고가 차량 모델은 총 60종을 넘었다. 이들 차량의 판매량은 9만4000대에 달해 전체 신차 판매의 7.4%를 차지했다. 지난해 6%에서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의 에린 키팅 수석 애널리스트는 “신차 시장은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제 2만 달러대 차량은 거의 사라졌고, 많은 소비자가 감당 가능한 가격대의 중고차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판매 플랫폼 오토트레이더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그리고 정부 규제에 따른 안전장비 의무화 등이 신차 평균가 상승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전기차 보급 확대와 고가 트림 중심의 라인업이 이어질 경우 5만 달러 시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고율 관세 또한 자동차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과 이후 몇 달 동안 가격 인상을 미루며,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판매량을 유지해왔다. 무역 협상을 통해 관세가 완화될 가능성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장기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서 관세가 사실상 고정되자,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는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