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인 2045년 시카고 다운타운의 모습은 어떨까? 시카고는 종합 개발 계획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00년도 더 된 지난 1909년 유명 건축가이자 도시 설계자인 다니엘 번햄이 시카고 플랜을 내놓았고 현재의 시카고 골격이 이 계획에 맞춰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름다운 시카고 다운타운의 레익 프론트와 바둑판 모양의 거리 배치, 관공서와 문화센터 건축, 기차역과 항구 개선 사업 등이 바로 이 계획안에 담겼었다.
시카고 강과 미시간 호수가 만나는 지역의 볼품 없고 쓸모 없는 곳으로 여겨졌던 늪지였던 시카고의 다운타운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거듭 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시카고 플랜과 같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번햄과 같은 인물이 있었다.
번햄은 1893 시카고 만국 박람회의 종합 기획자였고 후에는 도시 설계자로 워싱턴 D,C., 클리블랜드, 샌프란시스코, 필리핀 마닐라와 같은 주요 도시의 개발 계획을 수립한 인물이다. 그의 유산은 아직도 시카고 다운타운 곳곳에 남아 있고 시카고 주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 다운타운의 네이비피어 항구와 시민 공원으로 이어진 레익 프론트, 개발이 제한된 그린 공원 등은 번햄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찬란한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카고 시청은 최근 시카고 다운타운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년 후인 2045년까지 다운타운의 개발 청사진을 제시했다. 가장 큰 골격은 다운타운 고층 사무실을 주거용 공간으로 전환하고 대중교통 수단을 정비하며 리버워크를 확장하는 것이다. 시카고 다운타운 개발 계획은 지난 2003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 된 후 22년만에 새롭게 수정됐다.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시카고 주민 1만명의 의견을 수렴했다.
우선 다운타운 지역은 총 7.4 평방마일로 디비전, 오그덴, 애쉴랜드, 할스테드, 서막, 26가, 미시간 호수로 둘러싸인 곳으로 규정했다. 지난 계획의 다운타운 크기에 비해 6평방마일이 늘어났다. 현재 다운타운에는 총 18만4000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시카고 세금의 45%가 이 곳에서 거둬들여지고 있다. 또 시카고 전체 직원의 52%가 다운타운에서 일하고 있을 만큼 비중이 큰 곳이다.
20년 시카고 다운타운 개발 계획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점은 새로운 시청 부서를 만들어 다운타운에서 저녁에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계획하게 하자는 것이다. 또 매디슨길에 핑크 라인 전철역을 신설하고 기존 주차장을 공공 플라자로 전환하며 기존에 마련된 강변 산책길을 시카고 강 북부 지류까지 확장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거주민의 숫자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미 라셀길 사무실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사업이 시작된 것처럼 향후 20년간 최대 12만명 이상의 주민들을 다운타운으로 유입시키자는 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 6만채의 신규 주거용 세대가 필요하다. 새로운 주거용 건물은 기존 공터를 활용하고 주차장과 낮은 건물을 재건축해서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주거용 세대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데이케어 시설과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교육기관 확충도 필수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다운타운의 사무실 공간은 공실률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다운타운의 전체 활력도 많이 떨어졌다. 결국은 사무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안으로 떠오른 셈인데 다운타운은 취학 연령 자녀를 둔 가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엠티 네스트나 은퇴한 주민들에게는 매력적인 거주지다. 무엇보다 다양한 문화시설이 다 갖춰져 있고 자가용이 없더라도 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최근 다운타운 치안도 개선돼 주거 여건은 여전히 뛰어난 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리버워크의 확장이다. 현재 리버워크는 네이비피어에서 시작돼 시카고 강의 북부/남부 지류가 만나는 울프 포인트에서 남쪽으로만 이어져 있다. 최근 시카고 강 남부 지류를 따라 차이나 타운 인근 지역까지 길어졌는데 앞으로는 북쪽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이 리버워크를 북부 지류와 연결되는 와일드 마일까지 연결하자는 안이다.
리버워크는 아름다운 미시간 호수와 시카고 강을 연결시켜 시카고 다운타운의 아름다움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주요 자산이다. 여름철이면 리버워크를 산책하거나 강변에 따라 들어선 다양한 상점에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이면 머천다이즈 마트 건물에 비추는 비주얼 아트를 감상할 수도 있는 주요 포인트가 됐다. 이 리버워크를 더욱 확장해 현재 밸리스 카지노가 들어서는 지역과 구즈 아일랜드까지 연결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산책로가 될 것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은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기억나는 점으로 리버워크를 꼽고 있는 것을 여러 차례 개인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시카고의 장점은 호변에 들어선 가지런한 다운타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유산이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번햄의 시카고 플랜이 있었고 공유지에 대한 사적 개발을 금지하면서까지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고 믿었던 몽고메리 워드의 노력도 한 몫을 했다고 봐야 한다. 향후 20년을 위한 다운타운 개발 계획이 나온 이때, 무엇이 시카고 다운타운을 아름답게 만들고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할 때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