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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달리는 F1, 연구실이 함께 달린다

Los Angeles

2025.11.23 19:15 2025.11.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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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언론 최초 F1 거라지 취재]
사진·영상 촬영 금지 극비 구역
“2시간 레이스 후 리뷰만 6시간”
첫 연습 후 섀시 뜯어 정밀 분석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 엔지니어들이 주행 리뷰를 위해 섀시가 분해된 차량 뒤에서 회의하고 있다. 이 날 유일하게 촬영 허가된 사진이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 엔지니어들이 주행 리뷰를 위해 섀시가 분해된 차량 뒤에서 회의하고 있다. 이 날 유일하게 촬영 허가된 사진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차고를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포뮬러 원(F1)팀의 ‘거라지(garage)’는 움직이는 연구실이다.  
 
‘2025 F1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가 열린 지난 20일, VIP들과 F1팀 관계자들이 모이는 패독(Paddock) 클럽 1층. 피트 레인과 맞닿은 이 공간은 경기 중 3~4초 이내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피트 스톱 현장이자, 팀의 모든 기술과 전략이 집약된 곳이다.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사진·영상 촬영도 금지되는 구역이다.  
 
본지는 한인 언론 단독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의 거라지를 취재했다.  
 
차고 중앙,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 우승자인 조지 러셀과 올해 19세 나이로 F1에 데뷔한 신예 키미 안토넬리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두 차량은 모두 엔진과 차체를 제외한 섀시 대부분이 분해된 상태였다. 첫 연습 직후 정밀한 주행 리뷰를 위해 F1의 엔지니어들은 섀시를 분해한다.  
 
팀 가이드는 “주행 리뷰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엔지니어 4명이 차체의 모든 면을 면밀히 점검하는 사이, 다른 3명은 안토넬리의 주행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되감아가며 분석하고 있었다. 화면을 느리게 돌리기도 하고, 차체 데이터를 대조하며 디테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프로들의 치밀함이 엿보인다.  
 
가이드는 “2시간 레이스 후 리뷰에만 6시간을 쓴다”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해 다음 전략을 세운다”고 말했다.
 
거라지는 여러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출입이 허용된 창고로 향했다. 내부에는 숫자와 코드가 적힌 은색 철제 상자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각종 예비 부품과 온갖 공구들도 눈에 띈다. 경기 중 차량 손상이 발생하면 즉시 교체할 수 있도록 프런트 윙 4개도 준비돼 있었다.    
 
창고 한켠에는 검은색 대형 가방이 수십 개 놓여 있다. 손을 대자 따뜻함이 느껴진다. 이는 타이어를 예열하는 ‘타이어 워머 백’이다. F1 타이어는 화씨 212도에서 최대 접지력을 낸다. 국제자동차연맹(FIA) 규정상 주행 2시간 전부터 워머 백에서 최대 화씨 158도까지 예열이 허용된다. 메르세데스는 매 경기 FIA 규정에 따라 타이어 160개(40세트)를 준비한다. 타이어와 워머로 이뤄진 1개 세트 비용은 약 5000달러에 달한다. 한 대회를 치르는데 타이어만 8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다.
 
F1 공식 타이어 공급사는 피렐리다. 모든 팀이 동일한 타이어를 지급받는다.  
 
가이드는 “타이어는 같아도 교체 전략은 팀마다 다르다”며 “타이어 종류마다 수명이 달라 교체 타이밍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빠른 속도를 내게 하는 소프트 타이어 평균 수명은 18바퀴”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장비는 매 시즌 전 세계 그랑프리 개최지로 선정되는 24개 도시로 이동한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는 F1 차량 3대(2대, 예비 1대)를 포함해 약 100톤 규모의 물량을 매 경기마다 운송한다. 60%는 해상, 40%는 항공으로 이동한다. DHL이 F1 공식 물류 파트너로 F1 팀들의 운송을 책임진다. 단, 유럽 내에서 열리는 그랑프리는 전부 지상 운송으로 이뤄진다. 현재 10개 팀 모두 유럽에 본부, 기술센터 등 주요 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페라리(이탈리아)를 제외한 팀들이 영국에 거점을 두고 있다.  
 
F1팀은 모든 운송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드물지만 지연이나 분실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경우 현지 부품업체와 협력 제조사를 통해 기계적으로 호환되는 대체 부품을 확보한다. 완전히 동일한 부품이 아니더라도 FIA 규정과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 임시 사용도 가능하다.
 
F1은 기술이 달리는 스포츠로 불린다. 메르세데스팀 거라지는 이러한 사실을 강렬하게 보여줬다. 단순한 정비 공간이 아니다. 승부의 시작점이자, 팀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과학과 기술이 모두 집약돼 있는 프로들의 연구소다.

글·사진 =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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