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의회가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연방정부 간의 대규모 보조금 계약을 따져 묻기 위해 마련한 청문회가, 당사 기업 임원이 끝내 출석하지 못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회사 측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들었으나, 현장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를 납득하지 못한 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25일 하원 운영 및 예산위원회(OGGO)는 스텔란티스 외부정책 총괄 테레사 피루차(Teresa Piruzza) 부사장을 화상으로 소환했으나, 약 두 시간 동안 접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위원장 켈리 맥컬리(Kelly McCauley)는 “
기업이 문제 해결 의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답답함을 드러냈고, 자유당의 빈스 가스패로 의원 역시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보수당, 블록케벡당 의원들도 동일하게 “말문이 막힌다”, “최첨단 EV를 만드는 회사가 인터넷 접속을 못했다니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텔란티스는 CBC에 보낸 입장문에서, 사전 접속 테스트가 성공적이었고 절차도 준수했으나 실제 접속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수백만 달러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기업이 책임 있게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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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수백만 달러 지원 협약’… 브램튼 공장 일자리 조건 논란 확대
이번 청문회의 핵심은 연방정부가 스텔란티스에 제공한 전략혁신기금(SIF)·보조금 계약의 투명성 여부다. 특히 브램턴 공장 생산라인 이전으로 발생한 고용 리스크가 계약 위반인지 여부가 집중 검증될 예정이었다.
스텔란티스는 발표 한 달 전, 브램턴 조립공장의 지프 컴패스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겠다고 밝혀 약 3,000여 명의 노동자에게 미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계약에는 고용 보장 조항이 있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그 조항이 실질적 효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위원회는 이번 사안과 관련된 연방계약 원문 제출을 요구했고, 정부는 2022년 체결된 SIF 계약 일부 문서를 제출했으나 상당 부분이 검열(비공개 처리)되어 다시 논란이 발생했다. CBC가 정보공개법을 통해 확보한 넥스트스타(NextStar Energy) 계약은 비교적 공개된 상태였던 만큼, 왜 스텔란티스 계약만 더 많은 비공개 처리가 필요한지 의원들의 의문이 커졌다.
이에 대해 산업부 차관 필립 제닝스(Philip Jennings)는 “기업의 영업기밀을 보호해야 한다”며 비공개 근거를 설명했지만 위원회는 설득되지 않았고, 결국 스텔란티스를 다음 주까지 다시 소환하되 불응 시 강제소환장을 발부하기로 만장일치 결의했다.
이 사건은 캐나다 정부의 대형 산업 지원 정책 투명성과 기업책임성, 보조금 계약 공개 범위 등 산업·정치·고용을 모두 연결하는 중요 이슈로 확대되고 있다.
브램턴·윈저 생산라인의 미래가 걸려 있는 만큼, 스텔란티스가 다음 청문회에 실제 출석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