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일이라서 고민하다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지난달 29일 수요일 오후 4시경 내가 그토록 아끼는 사위가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사고를 당했다.
한 정신이상자가 “Asian f-” 라고 소리지르며 사위의 오른쪽 얼굴에 강펀치를 날렸다. 순간 사위는 비틀거리며 지하철 선로로 떨어졌다. 다행히 의식을 잃지 않았고 안간힘을 다해 가까스로 플랫폼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911에 구조요청을 했고 순식간에 수십 대의 경찰차가 지하철 입구를 봉쇄한 채 조사가 시작되었다. 경찰은 앰뷸런스를 불렀으나 사위는 얼굴 외에 크게 다친 데는 없는 것 같다면서 걸을 수 있으니, 집에 가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같은 날 4건의 폭행 도주 사건을 접수하고 용의자를 찾기에 급급했던 차에 사위에게 범죄자 확인을 위해 경찰서로 동행해 주기를 부탁했다. 그는 극심한 통증에도 경찰의 사건 진술서 작성에 적극 협조하고 밤 11시 넘어서야 귀가했다.
그날 손주들을 돌보고 있었던 나는 집에 돌아온 사위의 상처를 보았다. 그의 얼굴은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눈가에 멍이 퍼져가고 있었으며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곧바로 내가 근무하고 있는 노스웰(Northwell) 병원 응급실에 체크인한 후 CT를 찍은 후에 안과, 정형외과, 치과와 상담을 받았다. 다행히 뇌출혈은 없었지만 얼굴뼈 두 부분에 큰 골절이 있어 밀려들어 갔다. 일단 부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하고 퇴원시켰다.
사위가 당한 피해 사건은 지난달 30일자 뉴욕데일리에 기사가 실렸다. TV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사위는 정중히 사양했다. 그 다음날인 목요일에도 사위는 쉴 틈 없이 전화 통화에 붙잡혀 있었고 금요일에는 검찰청에 가서 사건 진술을 다시 한번 마쳤다.
범인은 구치소로 보내졌다. 기사를 보니 범인은 33세의 흑인 남성으로 최근 몇 년 사이 80차례나 체포된 범죄 기록이 있다. 지난달 7일에도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위협하다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인종 혐오 범죄로 간주되었다. 법은 쉽고 명료하고 간결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비바람이 몰아치는 초겨울 날씨에 그 범인은 내가 낸 세금으로 따뜻한 방에서, 음식에 옷까지 받고 편안하게 보호받으며 호사를 누리고 있다.
반면 내 사위는 지금도 얼굴 전체에 통증을 느끼며 안면 마비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턱이 어긋나 음식을 잘 씹지 못한다. 한 열흘이 지나니 얼굴에 부기는 빠졌지만 골절된 부위가 함몰되어 뼈가 그 상태로 굳어버리면 신경마비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얼굴은 비대칭이 된다.
결국 수술하기로 했다. 제발 수술이 잘 끝나 뼈와 그 주위 조직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마비도 사라지고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아무 죄 없는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은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데 범인은 81번째의 범죄를 계획하며 구치소에서 사치를 누리고 있다.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범죄자가 형을 마치고 나오면 거리에서 또 미친 듯이 날뛸 것이다.
이미 80차례 범죄 기록이 있는 그가 참회하고 선량한 시민으로 살아갈 기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정말 이런 정신이상자를 사회에 복귀시켜 선량한 시민에게 해를 끼치는 뉴욕시를 상대로 고소할 수는 없는 것일까.
내 사위는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뉴욕시청에서 고위 간부로 근무하고 있다. 변호사인 딸아이는 바로 전 직장인 TAAF(The Asian American Foundation)에서 아시안 차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위는 시민을 돕는 공무원이고 딸아이는 약자들 편에 서는 국선 변호사다. 딸 내외는 쿨 한데 나는 분하다. 아 나는 트랩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