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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직업 목적 한국어 교육과 언어 접촉

New York

2025.12.07 16:13 2025.12.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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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접촉에서 몇 가지 중요한 계기가 있습니다. 가장 흔한 접촉은 아마도 관광, 여행일 겁니다. 새로운 곳에 가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자연스럽게 언어의 접촉을 낳습니다. 외국어 학습자 중에는 여행 외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도 많습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서 외국어로 대화하는 것은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관광보다 조금 더 접촉의 강도가 센 것은 무역 등 비즈니스의 목적일 겁니다. 무엇을 팔고 사는 과정, 교류를 나누는 과정에서 언어는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비즈니스 영어, 비즈니스 한국어의 학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누군가의 직업이 외국인을 상대해야 하거나 그 나라에 가서 일해야 하는 경우라면 훨씬 높은 수준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끊임없는 언어 접촉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수 목적 언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직업 목적입니다.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다른 나라에서 일합니다. 현재 한국에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있습니다. 한국도 예전에는 독일, 중동, 미국 등지에서 노동자로 있었습니다. 광부, 간호사 등으로 파견되기도 하고, 단순 노무자의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도 역시 해당 언어를 학습해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직업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에 온 노동자의 경우는 건설, 염색, 가구 등의 공장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농어촌의 일로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업에 따라 배워야 할 어휘와 표현이 달라집니다. 직업 목적이라고 하여도 목표점이 다른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교재가 각 개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업의 종류에 따른 세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직업 목적 한국어의 대상에 최근에는 사무직 노동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존의 외국인 노동자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거나 본국에서 한국어과를 졸업한 경우도 있지만, 한국어와는 무관한 전공을 졸업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대상자를 위한 교육도 직업 목적으로 개발되어야 합니다. 향후에는 새로운 직업 목적의 학습자가 늘어날 겁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종의 외국인 취업자가 늘어날 겁니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의 예를 통해서 볼 때, 한국에서도 향후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일본어 학교에는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2018년과 2019년에 5개월간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하였습니다. 그때도 일본어 학교에 요양보호사가 되려는 외국인 학습자의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를 위한 직업 목적 한국어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한 가사를 돕는 외국인 노동자도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류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K-뷰티 관련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서 관련 산업에 종사하기를 원하는 외국인의 숫자도 늘고 있습니다. 숫자는 많지 않지만 아이돌을 희망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도 실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활동하기를 원하는 스포츠 선수도 증가하고 있는데, 스포츠 관련 한국어 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경희대학교에서는 외국인 농구 선수를 위한 한국어 교육을 실시한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몽골 선수로 이루어진 고등학교 배구팀이 있어서 화제입니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직업 목적 한국어 교육의 내용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편지쓰기나 전화 받기가 중요한 교육 내용이었지만, 이제는 이메일이나 메신저 한국어가 중요한 내용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새로운 직업 형태, 한국어의 새로운 의사소통 도구 등에 관한 관심을 계속 가져야 직업 목적 한국어 교육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미주 지역의 한인들도 더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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