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청년층이 치솟는 생활비와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기회 속에서 미래에 대한 방향 감각을 잃고 있다. 고용 시장 진입은 점점 어려워지고, 주거와 자산 형성은 뒤로 밀리면서 “노력하면 보상받는다”는 믿음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론토 인근 오로라(Aurora)에 거주하는 21세 정치학 전공 졸업생 로런 후드(Lauren Hood)는 졸업 후 4개월 동안 50곳이 넘는 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은 단 두 차례, 정규직 제안은 없었다. 한 공공기관 채용 공고에는 450건이 넘는 이력서가 몰려 접수가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
“학위를 받으면 조금은 수월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죠.”
후드는 현재 부모와 함께 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막 졸업했는데도 이미 뒤처진 느낌이에요. 일정도, 안정도 없고 그냥 하루씩 버티는 기분이에요.”
취업 시장 진입 장벽 높아진 청년 세대 통계청(Statistics Canada)에 따르면 올해 9월 캐나다 청년 실업률은 14.7%로,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면 15년 만의 최고치다. 10~11월 들어 고용 수치는 소폭 회복됐지만, 여전히 여름철 저점 수준을 간신히 웃도는 정도다.
장기적인 흐름은 더 우려스럽다. 1989년만 해도 15~30세 근로자의 약 80%가 정규·상용직이었지만, 2019년에는 70% 수준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60%에도 못 미친다.
데자르댕(Desjardins)의 카리 노먼(Kari Norman)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청년 실업 급증은 일반적인 경기 둔화보다는 경기 침체에 가까운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관세 정책과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신규 채용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노먼은 “청년층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항상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집값·생활비 부담, 성인으로의 진입 지연 일자리 문제는 주거와 자산 형성으로 직결된다. 비영리단체 제너레이션 스퀴즈(Generation Squeeze)에 따르면, 1986년에는 25~34세 청년이 평균 5년이면 주택 구입을 위한 계약금(20%)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2021년에는 전국 평균 17년, 토론토·밴쿠버 광역권은 27년이 걸렸다.
최근 금리 하락과 주택 거래 둔화로 이 기간이 14년 수준까지 줄었지만, 단체 측은 “이전 세대와 같은 기회를 제공하려면 집값의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높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토론토에서 10년간 거주했던 오소베 와베리(Osobe Waberi)는 월세가 한 번에 500달러 오르자 결국 중동 오만(Oman)으로 이주했다.
“토론토가 너무 좋아서 떠나기 싫었지만, 더는 성장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팬데믹 이후 ‘경제적 흉터’와 세대의 적응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대면 근무와 네트워킹 기회를 잃은 것이 청년층에 ‘경제적 흉터(economic scarring)’를 남겼다고 분석한다. 첫 직장 진입이 늦어지고, 그만큼 경력 축적과 소득 증가도 뒤로 밀린다는 것이다.
또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과거 청년들의 ‘첫 관문’이던 초급 업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처음 5년의 경력을 어떻게 쌓느냐가 가장 큰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절망’보다는 ‘시간표의 변화’로 본다. 더 오래 공부하고, 더 늦게 결혼하며, 이중 소득이 가능해진 이후에야 자산 형성에 나서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좌절을 넘어, 캐나다 사회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미래를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청년들의 불안은 일시적인 경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