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이민 온 후, 생계를 위해 정신없이 일하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흘러갔다. 이제 은퇴를 앞두었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과연 노후 자금이 충분한가 하는 문제다. 은퇴 자금을 운용하면서 국내외 정치, 금리, 경제 전망, 생활비,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주식시장 등 걱정거리는 끝없이 이어진다.
은퇴한 이들이 공통으로 하는 고민은 “평생 동안 생활비가 꾸준히 나올까?”라는 질문이다. 평균 수명은 계속 길어지고, 의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20년 동안 매일 1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 대열에 합류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죽는 날까지 생활비 걱정 없이 사는 것이다.
텍사스텍대학의 마이클 기예메트 교수가 발표한 논문 ‘Risks in Advanced Age’는 노년층의 재정 관리 위험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투자 판단력(Cognitive Ability)은 점차 흐려진다. 젊어서 익힌 재정 지식은 쉽게 잊히고,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객관적인 안목 역시 좁아져 ‘확실하다’라고 믿는 곳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칠 때 은퇴 투자자의 마음도 크게 흔들린다.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상승한다”는 이성적 판단은 뒤로 밀리고, 확정금리가 주어지는 CD, 단기 채권, 현금 보유에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 투자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실질 가치를 갉아 먹는다. 이런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노후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방법을 살펴보자.
첫째, 주식시장과 재정 관리는 공원 산책처럼 단순하지 않다.
은퇴 재정 관리에는 세금, 자산 분배, 분산 투자, 수익률, 생활비, 의료비, 투자 위험, 상속 등 복합적인 요소를 이해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자 목적(Investment Policy)과 구체적 투자 방법(Process)을 문서로 정리하자. 이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또한 여러 금융 계좌를 한곳으로 모아 관리하면 재정 관리가 크게 단순해진다.
둘째, 가정에서는 돈 이야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배우자와 재정 상태와 관리 계획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한쪽 배우자가 재정을 전담해 온 가정에서는 문제가 생기면 남은 배우자가 극심한 혼란과 불안을 겪기 쉽다. 부부가 함께 재정 구조를 이해하고 대비해야 홀로 남더라도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부부가 자녀들과 재정 상황을 적절히 공유하고 상의하는 것 역시 현명한 준비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가족이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된다.
셋째, 믿을 수 있는 재정 설계사와 협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뢰할 만한 재정 설계사(Financial Planner)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수탁자 의무(Fiduciary Duty)’를 성실히 지켜야 한다. 제대로 된 설계사라면 매년 수익률을 문서로 보고하고, 투자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경비를 종목별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자는 물론 세금·상속 등 돈과 관련된 문제 전반에 대해 객관적인 조언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의 평화다. 불안한 투자로 마음이 흔들리면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재정 관리를 통해 남은 인생이 걱정보다는 여유와 즐거움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하루하루를 건강하고 기쁘게 보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은퇴의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