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7일 뉴욕 맨해턴의 이민법원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심리 종료 후 법원을 나서던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로이터]
영주권 인터뷰가 사실상 체류 기록에 이상이 있거나 범죄 전력이 있는 신청자를 체포하기 위한 ‘미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민서비스국(USCIS)이 인터뷰 종료 직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신청자 정보를 통보하도록 한 내부 지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거 체류 기록에 문제가 있는 영주권 신청자들 사이에서는 “인터뷰장에 가면 연행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USCIS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인터뷰 종료 시점에 심사관이 ICE에 신청자 정보를 넘기도록 지침이 내려졌다고 2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입수한 내부 문건을 인용해 “심사관이 영주권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에 체포 가능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 인터뷰가 끝난 뒤 직원이 자리를 비우면 ICE 요원이 들어와 신청자를 연행하는 방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변호사들의 증언도 함께 전했다.
이 같은 단속 방식은 수년간 사실상 금기시돼왔다.
과거에는 법원 출석이나 USCIS 방문이 비교적 안전한 공간으로 인식됐고, 체류 기록에 문제가 있는 신청자들도 합법화를 시도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1986년 제정된 이민법에 따르면 합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비자가 만료됐더라도 시민권자와의 결혼을 통해 영주권 신청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후 ICE는 “체류 위반은 추방 사유”라는 입장을 내세우며 단속 범위를 확대해 왔다.
최근 한인사회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체포된 사례가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결혼한 황태하(38)씨는 시민권자인 아내와 함께 최근 LA다운타운 USCIS 사무실에서 결혼 기반 영주권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ICE 요원에게 체포돼 구금됐다.〈본지 12월 1일자 A-1면〉 황씨의 아내 셀레나 디아즈 씨는 “남편이 체포된 사실도 모른 채 대기실에서 기다렸지만, USCIS 직원들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