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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90고개서 뒤 돌아보니

Los Angeles

2026.01.01 16:00 2026.01.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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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양장 지내온 세월
 
잠시 허리 펴고 뒤 돌아본다
 
아무 선택권이 없었다, 나는
 
태어난 장소와 탄생시킨 부모는
 
철이 들어선 늘 만족할 수 없었다
 
낮은 편을 보면 위로가 되고
 
높은 쪽을 보면 한숨이 나왔다
 
마음대로 안되는 게 부부의 인연
 
운명은 이미 정해졌는데
 
발버둥친 젊은 날이 아쉽다
 
얼마나 어리석었나
 
자식의 미래를 홀로 짊어지려던 후회
 
그래도 빈 가슴 채워주던 한 말씀
 
세상은 날 위해 있고
 
나는 세상을 위해 일한다
 
80 넘으면 마음도 함께 늙는 줄 알았다
 
이렇게 눈만 감으면
 
초등학교 시절도 훤히 보이는데
 
미수(88세)를 지나니
 
늦가을 낙엽처럼 싱싱하던 친구들
 
소리없이 떠나고
 
고독이 어떤 건지 등골이 시리다
 
젊었을 땐 세월을 끌고 갔는데
 
이젠 세월에 끌려가는 내가 서글프다
 
한 편의 영화처럼
 
살아온 인생 뒤돌아보니
 
모두가 허무한 꿈길이지만
 
살아있는 오늘이 뜨겁게
 
감사하다 이 세상 모두에게
 
마지막 순간도 아름다운 노을로 지고 싶다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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