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접촉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언어 사이의 접촉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언어 접촉의 시작은 개인과 개인의 접촉이었을 것이고, 점점 확대되어 사회와 사회의 접촉, 지역과 지역의 접촉, 국가와 국가의 접촉, 문화권과 문화권의 접촉, 세계와 세계의 접촉으로 나아가게 되었을 겁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접촉하는 존재입니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소통하면서 발전해 온 사람들입니다. 인류의 발전은 언어의 접촉이 이루어낸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종종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대화의 힘을 느낍니다. 좀 넓게 말하자면, 강의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원래 강의하려고 했던 내용보다 훨씬 많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가 있습니다. 대화가 인류의 발전에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혼자서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접촉하고, 대화하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었을 겁니다. 서로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서로 다른 언어이거나 같은 언어라도 이해가 전제되지 않았을 때 일어납니다. 접촉이 오해를 부르면, 그 오해는 다시 폭력으로 이어지게 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소한 오해에서 전쟁이 시작됩니다.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오해를 없애기 위한 것입니다. 서로 싸울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저는 언어를 배우는 것은 지식의 측면도 있겠지만, 가치의 측면이 강하고, 궁극적으로 평화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한국어 교육에서 언어 접촉이 중요한 이유는 ‘궁금함’과 ‘답답함’ 때문일 겁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의 경우 한국인과 만나서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물론 이때 언어는 한국어입니다. 배운 표현과 문법, 어휘를 사용해보고 싶은 겁니다. 이때 감정이 궁금함입니다. 스스로의 실력도 궁금하지만 한국과 한국어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많기 때문에 궁금증도 생깁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있겠죠. 두려운 마음으로 접촉을 했는데, 의사소통이 어렵다면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어 학습자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제일 흔한 경우는 관광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입니다. 간단한 인사말과 가격을 묻는 말 정도가 필요할 겁니다. 언어 접촉에서 설렘이 주 감정일 겁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게 되면, 영어나 본인의 모국어를 사용하고 그것도 어렵다면 통역을 사용합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통번역기계를 사용합니다. 실시간 통역을 해주는 서비스도 점점 정교함을 더해갑니다.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 본인의 목소리로 목표어를 통역해주는 서비스도 개발되었습니다. 거의 실시간에 통역을 합니다. 더 놀라운 일이 생길 겁니다. 그래도 기쁨이나 즐거움의 측면에서 보자면,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비할 수 없겠죠.
여행이 목적이라면 언어가 덜 필요할 것이고, 비즈니스가 목적이라면 좀 더 필요할 겁니다. 이제는 비즈니스 현장에도 AI의 도움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화상회의라면 통역조차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편지를 쓰는 일은 AI에게 부탁하거나 많은 부분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직접 살기 위해 가는 경우라면 언어의 중요성은 달라집니다. 아니 여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학이나 직업 때문에 이민자가 되는 경우에 언어 접촉은 매순간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연히 상대의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이주의 목적이 결혼이라면 접촉의 강도와 깊이는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언어가 다른 가족, 친척, 동네 사람과 살아야 하고, 아이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서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언어 접촉을 고민하는 사람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연구자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언어 접촉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맞는 교육 내용과 방법, 교재 등을 마련해야 합니다. 언어 접촉의 여러 문제는 다양한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첫 접촉이 첫 고민의 시작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