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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행복통신문] 정신 건강은 공동체의 책임

Los Angeles

2026.01.26 18:17 2026.01.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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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

새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흔히 새로운 목표와 결심을 이야기한다. 더 건강해지겠다는 다짐, 더 열심히 살겠다는 계획 등이다. 그러나 필자는 새해를 맞아 개인적인 다짐보다 책임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이웃으로서, 동반자로서, 그리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해는 정신 건강과 웰빙이 결코 특정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 한 해였다. 한 사람의 건강한 삶이 미치는 영향은 개인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 공동체 전체로 확장된다. 반대로 누군가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이 된다면, 그 여파 역시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공동체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연결의 실이 조금씩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해 한인가정상담소(KFAM) 활동에서 수치로 확인된다.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은 전년 대비 37%가 급증했고, 전문 상담과 치료 요청자 가운데 약 40%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KFAM의 43년 역사상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데 따르던 두려움과 주변의 시선에 대한 우려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으며, 자신의 마음 상태를 돌보는 것이 용기 있는 선택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다.
 
그동안 한인 사회는 ‘참는 게 미덕’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힘들어도 말하지 않고, 아파도 버티며,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본인의 이익은 뒤로 미루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침묵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상처를 깊게 만들 뿐이다. 진정한 회복은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때, 그리고 그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시작된다.
 
한인 가정들은 2026년에도 여러 겹의 압박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생활비와 불안정한 경제 환경, 청소년과 노년층에서 많이 생기는 정신 건강 문제, 의료와 사회복지 시스템의 변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이민자라는 부담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신적 웰빙을 사치로 취급하는 사회는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2026년이 정신 건강을 ‘선택 사항’이 아닌 ‘기본 권리’로 인식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마음을 돌보는 일은 약함의 표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며, 신체 건강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삶의 일부다. 우리가 아프면 병원을 찾듯, 마음이 지칠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져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KFAM은 2026년의 분명한 방향을 세웠다. 정신 건강과 가족 웰빙을 강화하고, 안전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필요로 하는 한인 및 아시아·태평양계(API) 아동들을 위한 입양과 위탁가정 지원을 확대하며 학교와 지역사회 단체들과의 협력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위기는 대응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다. 부모 교육과 청소년 프로그램, 지역사회 웰빙에 대한 투자는 가정이 무너지기 전에 공동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2026년 새해를 맞는 필자의 바람은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고, 부끄러움이나 고립 속에 혼자 남겨지는 사람이 없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을 향한 첫걸음이다. 우리가 연민과 관계의 유지, 그리고 서로에 대한 관심을 선택한다면, 한인 가정들은 버티는 삶을 넘어 진정으로 건강하고 존엄한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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