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에 나선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참고하는 매체 중 하나가 바로 비영리 소비자 단체가 발행하는 컨수머리포트다. 소비자들에게 컨수머리포트의 ‘추천’ 마크는 구매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로 통하기 때문이다. 컨수머리포트는 광고를 받지 않고 제조사 협찬 차량 대신 직접 구매한 차량으로 테스트한다. 또한 수십만 명의 실제 차주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을 평가해 일종의 품질 성적표로 통한다.
컨수머리포트의 평가 결과는 판매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제동 거리가 대형 픽업트럭 수준으로 길게 측정됐다며 테슬라 모델 3를 ‘추천’에서 제외하자 일론 머스크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대응한 것은 이 매체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 년간 컨수머리포트 평가에서 나타난 변화는 한국차에 경고음이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6년 최고의 신차(Top Picks) 톱10 가운데 일본차들이 신뢰성과 소비자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한국차는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차가 마지막으로 이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지난 2023년 기아 텔루라이드와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였다. 이후 최근 3년 동안 한국차는 추천 모델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유는 단순히 성능 때문만은 아니다. 컨수머리포트는 도로 테스트뿐 아니라 예상 신뢰성, 안전성, 소유자 만족도를 종합해 평가한다. 최근 조사에서 현대와 기아 전기차 소유주의 2~10%가 충전 불능이나 주행 중 동력 상실과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일반 전기차 평균 문제 발생률이 1% 이하라는 점과 비교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품이 바로 ICCU(통합충전제어유닛)로 고장이 발생할 경우 전기 시스템이 멈추거나 차량이 주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이 부품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하는 여러 모델에 공통으로 장착된다는 점이다. 효율성과 원가 절감을 위해 플랫폼을 공유하는 전략은 생산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동시에 여러 브랜드와 차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아이오닉 5·아이오닉 6,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60 등 일부 전기차에서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면서 리콜과 레몬법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판매 성적만 보면 한국차의 전기차 전략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판매량 2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충전 속도, 가격 경쟁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기술 선점이 소비자 신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동시에 드러났다. 어떤 제품이든 “기술력은 앞서지만, 품질이 불안하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신뢰도는 빠르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정책 폐지로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조지아주의 메타플랜트에서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알려졌다.
따라서 한국차가 직면한 선결 과제는 단순히 판매 확대가 아니라 완성도와 품질 안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성 회복이 아닐까 싶다. 기술력은 따라잡을 수 있지만, 신뢰는 한 번 흔들리면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컨수머리포트의 평가는 소비자들에게 구매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성적표에서의 부진은 단순한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쟁력과 직결된다. 결국, 한국차가 다시 컨수머리포트 추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소비자의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