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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CPAC<보수정치행동회의>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Los Angeles

2026.04.05 19:02 2026.04.0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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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사회부 기자

김경준 사회부 기자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텍사스주 그레이프바인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현장은 일부 언론이 묘사한 ‘동력을 잃은 우파의 집결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분위기는 분명 뜨거웠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주류 언론은 이러한 본질을 전달하기보다, ‘보수 몰락’이라는 프레임에 끼워 맞출 단편적 장면을 찾아내는 데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CPAC 불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년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이를 곧바로 행사 규모 축소나 영향력 약화로 연결 지었다. 그러나 그의 불참 배경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이라는 중대한 변수가 있었다. 군 통수권자가 지지층의 환호가 예상되는 정치 행사 대신 백악관에서 국정 운영에 집중하는 것은 상식적인 선택에 가깝다. 오히려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축제 분위기의 행사에 참석했다면, 이들은 ‘전쟁 중 유희’라는 비판을 쏟아냈을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빈자리는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이 채웠다. 토드 블랑쉬 법무장관 권한대행, 톰 호먼 국경 차르, 로버트 F.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정책 방향과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CPAC이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현재 미국 보수 진영의 정책이 논의되고 공유되는 ‘정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주류 언론의 왜곡은 현장 묘사에서도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는 보수 성향 유튜버 닉 셜리가 연단에 섰을 당시 좌석 일부가 비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젊은 보수의 쇠퇴’를 언급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다르다. 그는 지난해 연말 미네소타 복지 사기 사건을 폭로하며 혜성처럼 떠올랐다. 셜리는 지난달 26일 두 차례 무대에 올랐다. 대담 참여를 위해 처음 등장했을 당시 객석은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그는 기립박수와 함께 이날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이후 행사 마지막 순서로 다시 무대에 섰을 때 일부 좌석이 비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침부터 이어진 일정 끝에 일부 관객이 자리를 뜬 상황을 전체 흐름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특정 장면만을 부각해 전체를 규정하는 방식은 사실 전달이라기보다 ‘확증 편향’에 가깝다.  
 
이번 CPAC에서 발표된 비공식 여론조사 ‘스트로 폴(straw poll)’ 결과는 그동안 주류 언론이 보수층 여론을 어떻게 다뤄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스트로 폴은 보수 핵심 지지층의 인식을 가늠하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올해 조사에서는 CPAC 참가자 1630명 가운데 89%가 이란 전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가 발표되자 현장에서는 환호가 이어졌다. 이러한 현장의 모습은 그동안 주류 언론이 마가(MAGA) 지지층 분열이라는 서사에 집중한 것과 분명한 간극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언론의 역할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 공론의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류 언론은 사실 전달보다 특정 해석을 강화하는 데 더 익숙해진 모습이다. 보수 진영의 전통 있는 행사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보도는 결국 정치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언론 스스로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확인한 보수 진영의 에너지는 여전히 강했다. 주류 언론이 외면한 것은 보수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들이 받아들이기 불편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언론은 단편적 장면이 아닌 전체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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