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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정보는 무기다, 안보를 흔드는 말 한마디

Los Angeles

2026.04.26 20:00 2026.04.2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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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정보가 곧 무기가 되는 시대다. 총성과 포연이 전장을 뒤덮던 과거와 달리, 오늘의 전장은 보이지 않는 정보의 흐름 속에서 승패가 갈린다. 위성 사진 한 장, 감청된 신호 한 줄, 그리고 그 정보를 언제, 어떻게, 누구와 공유하느냐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 그래서 현대전은 ‘정보전쟁’이라 불린다.
 
이처럼 엄중한 현실에서 최근 불거진 대북 핵 관련 정보 공개 논란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가안보의 핵심 정보는 동맹 간 신뢰의 토대 위에 존재한다. 특히 한미 간 정보 공유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신의의 산물이다. 이 신뢰가 흔들린다면, 그 파장은 단순한 외교적 불편을 넘어 실질적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특히 분단 상황 속에서 북핵이라는 현실적 위협을 마주하고 있는 대한민국에게 한미동맹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축이다. 그런데 동맹은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말 한마디, 태도 하나가 신뢰를 쌓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신뢰는 쌓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지금 세계는 다시 거칠게 요동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 관계도 여전하다. 국제 정세가 이처럼 불안정할수록, 각국은 더욱 신중하고 절제된 외교·안보 행보를 요구받는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내부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 정치권의 언행은 그 자체로 국가의 메시지가 된다. 한마디 발언이 외교적 파장을 낳고, 군사적 긴장까지 유발할 수 있다. 그런데도 즉흥적이거나 과도한 공개 발언이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신호다.
 
국민이 느끼는 당혹감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나라 안팎이 이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왜 더 조심하지 못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다. 해서는 안 될 소리, 안 해도 괜찮은 소리, 왜 가려서 하지 못하는가 말이다. 안보는 과장된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절제된 판단과 책임 있는 행동, 그리고 무엇보다 ‘말의 무게’를 아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화평’과 ‘평화’라는 말은 그 자체로 소중하지만, 그것이 남용되거나 현실을 외면한 채 반복될 때는 오히려 안보 인식을 흐릴 수 있다. 평화는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철저한 대비와 냉정한 현실 인식 위에서만 유지된다. 무장한 상대 앞에서 말의 무게를 잃는 순간, 그 공백은 곧 위협으로 되돌아온다.
 
강한 국가는 단지 무기를 많이 가진 나라가 아니다. 정보를 다루는 데 신중하고, 동맹을 존중하며, 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나라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국가를 생각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깊은 침묵과 신중함이다.
 
보이지 않는 전쟁의 시대,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총이 아니라 동맹 간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바로 지금, 우리의 말과 행동에서 시작된다. 슬쩍 흘린 한마디가 적에게는 유리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정보는 수집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괜한 발언으로 인해 정보 공유가 축소되고 우리의 감시·대응 능력이 약화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그 틈을 타 주적 북한이 군사적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책을 넘어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과오로 기록될 것이다.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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