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들판 위로 바람이 분다 과일 나무마다 휘어져 무거운데 바람에 지쳐 떨어지는 낙과소리 과수원집 한숨소리가 들판 위로 울려온다 몇 그루 안 되는 우리집 나무도 덩달아 바람에 매달려 휘어진 가지가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 고개 숙여 싹싹 비벼대는 소리 바람 속에 실려간다 어제 아이들과 조카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일축하 대접을 받았다 어느새 날아가는 세월 따라 할아버님 아버님 모습으로 변해버린 30대 40대 50대의 내 모습이 아이들 조카들 이야기 속에 얼굴에 숨어있다 인생 나이에도 바람이 분다 남영한 / 은퇴 치과전문의문예마당 인생 나이 인생 나이 우리집 나무 할아버님 아버님
2025.05.22. 19:08
은퇴하고도 남을 나이에, 나는 성가대에 입문했다. 단순히 합창단의 일원이 되었다는 의미를 넘어, 음악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오랜 세월 기피하던 음악과의 정식 대면이 더는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 되어 노래의 선율 위로 기쁨의 나래를 편다. 사실, 나는 음치였다. 음악 앞에 서면, 온몸에 돋는 긴장의 가시가 바짝 세워져 경계 태세가 되었다.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나는 그 아름다운 세계 안으로 한 발짝도 다가가지 못했다. 이 심리적 외상은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에서 비롯된다. 한국전쟁 시기에 이북에서 내려온 우리 가족은 부산 피난민 촌에 살았다. 그곳에서 어린 유년기를 보냈지만 내 기억은 서울로 이사 온 날로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 중심부의 학교로 전학을 갔다. 담임선생님은 전학서류의 내 성적을 보고 반 친구들에게 ‘우수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훗날 알게 되었지만 선생님은 남달리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었다. 음악 수업이 있는 반을 따라 옮겨가는 풍금은 거의 매일 우리 반에 머물렀다. 그날도 풍금이 우리 반에 놓였다. 선생님은 나를 부르더니 음악책이 펼쳐진 풍금 곁에 세워두고 계명으로 노래를 부르라 하셨다. 하지만 나는 노래는커녕 계명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온몸이 얼어붙었다.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바래보이며 안개 속에 고립된 듯한 두려움에 휩싸였다. 심장만 요동칠 뿐 목소리는 납덩이처럼 굳은 몸과 함께 뭉뚱그려져 버렸다. 꼼짝없이 서 있는 나를 고의로 노래하지 않는다고 보았는지 선생님은 채근 끝에 회초리를 들었다. 내 손바닥 위로 열 번의 매가 내리쳐 졌다. 그것은 단순한 육체적 아픔이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 모멸감과 함께 참담한 상처를 남겼다. 그날, 내 안의 음악을 향한 문이 굳게 닫혔다. ‘나는 음악을 모른다’는 절망의 각인이 마음 판에 무겁게 내리 찍혔다. 그 후, 음악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세상의 것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전환점을 맞았다. 새로운 거처로 이사하면서 찾게 된 교회에서 성가대의 찬양이 가슴 깊이 울려왔다. 안내하던 분 앞에서 무심결에 ‘나도 성가대원이 되고 싶네요’ 라 말했다. 단순한 감탄의 표현이었지만, 성가대 연습에 참여해 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권유는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속삭임 같았다. ‘연습이라면 해 보리라’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나는 그 부름에 순응하고 있었다. 음치인 내가, 노래를 두려워하던 내가 과연 성가대원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대원이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나는 지휘자의 손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열중하며 배워 나갔다. 연습을 거듭하며 두려움은 어느덧 사라지고, 노래하고 싶다는 열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마침내 부활절 날, 나는 성가대의 일원으로서 첫 찬양을 올렸다. ‘할렐루야’를 부르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음악은 이제 강박의 사슬이 아닌, 자유롭게 하는 날개가 되었다. 성가대원이 된 것은 내 노년의 삶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다. 찬양은 나를 치유하는 기도이고, 내 영혼을 두드리는 축복이다. 오늘도 나는 감사와 기쁨을 실어 찬양한다. ‘할렐루야!’ 이영신 / 수필가이아침에 나이 노래 성가대 연습 음악 수업 손바닥 위로
2025.03.30. 15:53
며칠 전 일이다. 마켓에서 식료품을 사서 차에 실었다. 후진용 스크린이 없는 차여서 앞, 뒤, 옆을 확인하며 후진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내 자리를 기다리고 있던 어느 한인 운전사가, 이 영감이 왜 이렇게 차를 빼지 못하고 있는가,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후진 스크린이 그만큼 중요하다. 자동차 정비소에 가서 스크린을 달아 줄 수 있느냐 문의했다. “그 차는 너무 늙어서 스크린을 달 수 없다”고 한다. 아내가 운전하던 2011년형, 13년이 된 주행 9만 마일, 고물차지만 새 차나 다름없이 말을 잘 들었다. 작년에 아내는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그 차를 팔거나 버리기도 아까워서 골동품처럼 모시고 있다. 매주 한 번 마켓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온다. 그러나 후진 스크린이 없는 차를 운전하는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한 나는 알고 있다. 후진 스크린이 없던 시대에 사고의 약 80퍼센트는 후진 사고였다. 스크린이 있어도 후진할 때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후진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코스트코 같은 복잡한 주차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빨리빨리 성질이 급한 사람을 제외하고 느리게 후진한다고 나무라는 사람이나 티켓을 발부하는 경찰이 없을 것이다. 우리 시니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운전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아는 시니어 가운데 운전대를 놓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운전이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큰 몫을 한다. 운전을 못하는 나의 삶을 상상해 본다. 병원, 약국, 시장, 교회에 가는 차편을 남에게 의지해야한다. 운전을 못하면 날개 부러진 새가 된다. 나이는 숫자뿐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면 체력과 인지능력 저하로 운전하는데 영향을 받는다. 만일 내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에 개입되는 경우, 경찰은 내가 90세를 넘긴 것을 알게 되면 운전면허를 빼앗길 수도 있다. 사고를 예방하려면 운전 실력을 유지해야 한다. 인지능력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올해부터 하루에 한 시간의 두뇌 운동으로 인지능력을 키우고 한 시간의 체력 운동으로 몸을 유연하게 유지할 것을 결심했다. 구순을 넘긴 나는 중앙일보와 LA타임스를 구독하고 독서와 글을 쓰고 있다. 신문 구독료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인지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투자다. 가장 하기 힘든 것은 운동이다. LA 피트니스는 매달 회비를 빼가지만 게을러서 나가지 않고 있다. 운동은 지루하다. 나는 게으른 사람의 운동(lazy person’s exercise)를 시작했다. 군대 행진곡 녹음을 틀어놓고, 발목에 각각 5파운드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양손에 5파운드 아령을 들고, 저녁 ABC 뉴스를 들으며 45분간 에어로빅스 율동을 한다. 아내가 나를 보고 깔깔대며 웃었다. 올해부터 이 광대춤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추겠다. 음악과 뉴스는 씁쓸한 운동의 당의정(糖衣錠·쓴 알약의 겉을 달콤한 것으로 감싼 것)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나이 새해 후진용 스크린 후진 스크린 한인 운전사
2025.01.06. 19:38
지난 2일 풀러턴 탁구 아카데미. 올해 93세인 켄 박(풀러턴)씨가 애런 김(89)씨와 탁구를 하고 있다. 박씨는 간결한 동작으로 랠리를 이어가다 기회를 잡으면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강한 스매싱으로 승부를 냈다. 언뜻 봐도 구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박씨는 “탁구는 내 건강 비결”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씨는 80세가 되던 해 처음 탁구에 입문했다. 이후 남가주 사랑의교회, 풀러턴 커뮤니티 센터에서 주 3~4차례 탁구를 즐긴 지 13년이 흘렀다. 지난 1일부터는 풀러턴 탁구 아카데미에서 라켓과 탁구공을 매개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박씨는 “탁구를 하면 좋은 게 젊은 사람들과 만나 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친해질 수 있다는 거다. 또래 친구들은 거의 다 세상을 떠났다. 그냥 집에 있으면 어울릴 사람이 없어 삶이 무료했을 거다. 탁구 덕분에 젊은 친구가 수십 명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탁구라며 각자의 건강 상태에 적합한 방식으로 즐길 것을 권유했다. 이어 “난 전반적으로 건강하다. 심하진 않지만, 퇴행성 관절염 증세가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정맥 증세로 인공 심장박동기를 달았다. 관리하며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쉬는 시간을 합쳐 하루에 1시간 좀 넘게 탁구를 하는데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중, 고교 시절 달리기, 높이뛰기, 테니스, 배구를 섭렵했다. 나이가 들어선 골프도 쳤다. 박씨는 “순발력과 운동 신경 덕분에 80대와 탁구를 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 출신이며, 소령으로 예편했다. 1980년 미국에 와 소매 할인 매장을 운영하다 20여 년 전 은퇴했다. 박씨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탁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상환 기자스매싱 나이 탁구 아카데미 탁구 덕분 4차례 탁구
2024.10.03. 20:00
60세 이상의 여성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식으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참견하는 시선들이 많다. 정확히 누가 이러한 규칙을 만들었으며, 왜 이런 규칙이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는지 알 수 없다. 21세기 60세 이상의 여성들의 일상에서 무시해도 좋을 몇 가지를 생각해 봤다. 머리색깔과 길이 ▶무시해라=흔히 "머리가 흰색으로 변하면 실제 나이보다 10살 더 들어 보인다" "회색으로 바꾸지 않으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다" "머리색을 바꾸면 더 젊어보일 것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어른처럼 보이려면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생각해봐라=어떻게든 헤어스타일 싸움에서 이길 수는 없을까. 검은 머리를 하얗게 바꿔 허리까지 자라게 한 시니어 여성이 있다. 이제 그녀는 천상의 모습으로 변했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그녀를 만나면 '천상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런 다음 머리 염색을 중단하고 싶어하는 모든 여성을 응원하면서 염색한 회색이 그녀에게 적합하지 않으며 10대 시절과 같은 자연스러운 머리를 갖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가수 셰어(Cher)다. 길고 아름다운 백발을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누가 뭐라고 할 나이가 아니다. 머리 전체를 1인치 정도 자르고 싶거나 핑크색, 파란색, 검정색으로 염색하고 싶다면 해볼 만하다. 101세에 타계한 어떤 시니어 여성은 밝은 오렌지색 벌집 무늬를 즐겼고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요란한 비단 무늬로 옷을 입었다. 자신이 그토록 기쁨을 얻고 있는데 누가 말릴 수 있나. 기분이 좋아지게 행동할 만하다. 60세가 넘은 시니어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나. 체육활동 ▶무시해라=흔히 "근육에 무리를 주거나 뼈를 부러뜨리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알아봐라=실제로는 나이에 상관없이 근육과 힘을 키울 수 있다. 쇠약은 불가피하지 않다. 80대, 심지어 90대 여성도 마라톤을 하거나 보디 빌더가 되고 있다. 균형 상실이나 낙상과 같이 나이든 여성이 걱정하는 것은 실제로 나이가 아닌 활동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운동은 기억력을 향상 시키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활동하지 않는 것은 심장과 관절 모두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친다. 주치의와 상의해서 천천히 시작하자. 하지만 스판덱스 옷을 입은 멋진 젊은이들이 가득한 체육관에 가서 이상한 시니어 여성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시니어가 될 수 있으며 그들이 따라야 할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체육관에 가고 싶지 않으면 체육관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 집에서 리바운더와 고정식 자전거를 사용하라. 더 강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몸과 마음 모두에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노화나 장애를 숨겨서 젊어 보이기 ▶무시해라="장애와 허약함은 노화와 같다" "창피한 일이니 숨겨야 한다"는 얘기는 말도 안된다. ▶들어봐라=어떤 사람이 걷는 능력이 저하되는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울증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반짝이로 장식된 체리색 스쿠터를 구입하여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는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멈춰 서서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청력 손상이 노화의 특징이며 조롱할 만한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청력을 잃는다. 물론 리사운드라는 회사가 보청기를 안경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면서 혁명이 시작돼 많은 사람이 청력 잃은 것을 비밀로 할 수 있다. 즐거운 성생활이 가능하다 ▶무시해라="나이가 들면서 성생활이 변한다는 탓에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이제 끝났다. 도대체 누가 70대 여성과 데이트하고 싶어하겠나"라는 자조 섞인 말도 들린다. ▶당신만 모르고 있다=주변에 수많은 윤활유와 섹스 토이가 있을 때는 상황이 다르다. 성관계는 단순한 친밀감이 아니다. 그것은 필요한 호르몬을 증가시키고 건강과 행복도 향상 시킨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즐거움을 연장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많은 사람이 70대 여성과 데이트를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주름 너머로 눈부신 사람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여성은 93세에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에 빠졌고, 별세할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과 친밀함을 유지했다. 사랑은 어떤 나이에도 일어날 수 있다. 옷입기 및 화장에서 할 일과 못할 일 ▶무시해라=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종종 '50세 이상은 절대 입으면 안되는 10가지 의상'에 대한 성가신 광고를 보게 된다. "더 이상 파란색 아이섀도가 없다" "짧은 치마는 안 된다" "촌스러운 롱 스커트는 안된다" "더 가벼운 파운데이션을 바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라=70년대에 구입한, 마음에 드는 나팔바지를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 사람들은 알아차린다. 기분이 좋아서 웃으면 사람들도 따라 웃게 마련이다. 당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언=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지금 몇 살인 것 같나. 그리고 그 나이의 사람이 되라. 60세 이상의 여성이 해서는 안 되는 유일한 사실을 단순하다.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장병희 기자나이 숫자 시니어 여성 머리색깔과 길이 핑크색 파란색
2024.05.12. 19:52
‘인과응보’는 올바르지 못한 일을 했을 경우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올바른 일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는 브랜드 전략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한 제품의 브랜드가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 그리고 효과적인 마케팅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 동일 브랜드로 연결성이 있는 다른 제품을 출시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이를 ‘브랜드 상보성 (complementarity)’ 전략이라고 정의한다. 피아노가 52개 흰색 건반과 36개 검은색 건반의 조화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듯이 기업도 하나의 제품에 새로운 제품을 엮어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더 많은 매출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효과적인 ‘브랜드 상보성’ 전략에는 5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종속적 상보성 전략이다. 하드웨어의 지속 사용이 가능한 보완 제품이나 서비스는 ‘종속적 상보성 제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 게임 콘솔과 비디오 게임과의 관계는 종속적 상보성이다. 또 버튼 스노보드(Burton snowboards)와 버튼 스노보드 부츠(Burton snowboard boots)의 관계도 종속적 상보성의 예이다. 또한 HP프린터와 HP 잉크 카트리지도 좋은 종속적 상보성의 예이다.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오티스(Otis)와 엘리베이터 수린 전문인 Otis 서비스도 종속적 상보성의 예이다. 많은 경우 기업은 종속적 상보성 제품을 통해 본래 제품 판매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된다. 두 번째는 독립적 상보성이다. 이 경우에는 종속적 상보성과 달리 보완적 제품이 종속적이지는 않지만 본래 제품의 소비를 더 편하게, 더 즐겁게 해주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케아(Ikea) 매장에서 그 유명한 미트볼과 다른 몇가지 음식들은 고객들의 가구 구매를 독립적인 입장에서 도와주고 있다. 비슷한 예로 코스트코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할 수 있는 혜택은 고객이 더 편하고 즐겁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슬레(Nestle) 커피와 네슬레 커피 메이트(coffee mate)도 독립적인 관계지만 후자는 전자를 더 즐겁게 마실 수 있도록 해준다. 세 번째는 상징적 상보성이다. 보르도 와인(Bordeaux Wine)을 마실 때 브로도 와인잔으로 마시는 것이 상징적인 상보성의 예다. 구찌 아웃렛(Gucci outlet)과 구찌 월릿(Gucci wallet)은 상징적 상보성의 관계이다. 두 가지 예에서 보듯이 고급 브랜드는 고급스러운 상보성 제품을 요구한다. 본래의 제품과 종속적인 관계는 없으나 상징적으로 상보성의 의미를 갖는 제품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샤넬 핸드백에 샤넬 구두는 상보성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애풀 아이폰과 애플 노트북도 상보성 관계의 의미를 갖고 있다. 고급 브랜드는 아니라도 상징적 상보성의 관계는 가능하다. 예를 들어 리바이스 진과 리바이스 벨트, 그리고 리바이스 모자 역시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표출하는 상보성의 관계를 갖고 있다. 네 번째는 시차적 상보성이다. 이는 고객들이 본래 제품에서 느끼는 권태 또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욕구를 해결해 주기 위한 것이다. 즉, 대체 제품을 제시해 고객이 시간적 간격을 두고 본래의 제품과 새로운 제품 두 가지를 번갈아 소비하도록 하는 상보성 관계를 의미한다. 켈로그(Kellogg) 브랜드는 아침 식사용 시리얼을 제공할 뿐 아니라 와플, 그래놀라 바(granola bars) ,팝 타트(pop tarts) 등도 출시했다. 고객들이 아침 식사용으로 시리얼과 대체 제품들을 번갈아 소비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권태감을 해결해 준다. 삼성 스마트폰과 노트북도 시차성 상보성 제품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대체적 상보성이다. 본래 제품을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레드불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수 없는 경우(예를 들어 중요한 회의) 대신 레드불 초콜릿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상보성 관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위글리 껌을 씹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위글리 캔디로 대체할 수 있다. 시간상 풀무원 만두를 조리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풀무원 생라면을 조리하는 것도 대체적 상보성 관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브랜드 상보성 확장 전략은 어느 한 가지만을 선택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보성 확장 전략은 체계적으로, 그리고 시차적으로 다섯 가지 확장 전략 모두를 활용하면서 매출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다. 나이키 브랜드를 예로 들어 보자. 나이키는 운동화가 대표 제품이지만 셔츠, 바지, 양말, 재킷 등 다양한 종속적 상보성 제품들을 나이키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농구화뿐만 이니라 테니스,축구,조깅 등 다양한 종목의 신발들을 판매한다. 이 역시 대체적 상보성 전략 또는 시차적 상보성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나이키 브랜드로 선글라스, 모자, 심장박동측정기 등과 같은 제품도 출시해 독립적 상보성 전략을 통해 고객에게 운동의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이키는 일상복과 각종 액세서리, 여행용 가방 판매를 통해 나이키의 활동적인 생활을 표현하는 상징적 상보성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과응보’의 의미는 브랜드 전략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기업은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 관리를 통해 신뢰와 명성을 쌓아야 한다. 그다음 위의 다섯 가지 상보성 확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브랜드 매출과 수익 확대, 그리고 시장 장악이 가능하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2023년 11월9일자〉에서 브랜드 성장 전략을 설명한 바 있다. 핵심은 기존 제품의 새로운 시장을 통한 성장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 가지 기준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기존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새로운 고객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며, 두 번째 기준은 기존 제품의 새로운 용도를 발굴해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소개한 상보성 확장 전략은 이전의 브랜드 성장 전략 중에 상보성 확장 전략에 초점을 맞춰 깊이 있게 살펴본 내용이다. 박충환 / 전 USC 석좌교수브랜드 이야기 선글라스 나이 종속적 상보성과 브랜드 상보성 종속적 상보성의
2024.05.01. 19:27
꽃의 나이는 한 살 봄마다 한 살 보송한 솜털 초롱한 눈매 벙긋 벌린 입의 꽃 아가들 모여 앉아 까르륵 웃어대면 세상은 꽃잔치 사방팔방 봄잔치 꽃의 나이는 한 살 올해도 한 살 황박지현 / 시인글마당 나이 꽃잔치 사방팔방
2024.03.08. 23:50
꽃의 나이는 한 살 봄마다 한 살 보송한 솜털 초롱한 눈매 벙긋 벌린 입의 꽃 아가들 모여 앉아 까르륵 웃어대면 세상은 꽃잔치 사방팔방 봄잔치 꽃의 나이는 한 살 올해도 한 살 황박지현 / 시인시 나이 꽃잔치 사방팔방
2024.02.29. 19:32
나이 들수록 상처 치유가 느려진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나이든 군인은 상처 회복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1차 세계대전 때부터 기록된 사실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노인의 피부는 더 얇고 탄력을 잃으며 손상되기 쉽다. 나이 들면서 상처 치유에 필요한 케라틴을 생산하는 피부 세포도 힘이 떨어진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상처 치유를 방해한다. 혈당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혈액 순환이 힘들어지고 상처 복구도 더뎌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단백질과 같은 필수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도 문제가 생긴다. 비타민 C, 비타민 D, 아연과 같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도 상처 치유가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다. 나이 들수록 사용하는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약 복용도 손상 부위 회복을 늦출 수 있다. 상처 치유의 첫 단계는 염증이다. 염증 단계는 상처가 생긴 직후부터 3~4일간 지속한다. 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와 같이 염증 억제 약을 먹으면 상처 회복이 더뎌질 수 있는 이유이다. 흔히 혈액을 묽게 하는 약으로 불리는 항응고제도 상처 치유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약 때문에 상처가 잘 안 낫는 걸 의심하여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면역 체계가 전보다 늦게 작동하는 것도 치유가 지연되는 원인이다. 상처 부위가 새로운 피부층으로 덮이려면 주변의 피부 세포가 이주해야 한다. 이렇게 피부 세포가 이동하려면 근처 면역 세포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2016년 미국 록펠러대 연구에 따르면 노화로 인해 피부 세포와 면역 세포 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된 생쥐(사람으로 치면 20세)와 24개월 된 생쥐(사람 나이 70세)를 비교한 결과, 케라틴 세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하는 시간이 나이든 생쥐의 경우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케라틴 세포가 이주하려면 주변 면역 세포에게 도움을 청하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나이든 생쥐의 케라틴 세포는 그런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피부 세포이든 나이 들수록 소통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상처가 빨리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비누와 수돗물로 가볍게 상처 부위를 씻어내 주는 게 좋다. 소독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정상세포도 손상시킬 수 있다. 다음 단계로 습윤드레싱을 사용해주면 된다. 과거에는 습기가 상처를 감염시킬까 우려하여 딱지가 생길 때까지 건조하게 두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상처 치유에는 촉촉한 환경이 낫다. 주변의 피부 세포가 이동하여 해당 부위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는 가벼운 상처에 국한된 설명이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나이 상처 상처 치유 상처 부위 상처 회복
2023.12.31. 17:27
아내 없이 홀로 생활하고 있는 시간이 오늘로 열흘이 넘었다. 젊어서 해외 출장 등 특별한 경우 외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 불편하고 생경하다. 물론 아이들이 어릴 때 한국을 다녀오는 등의 경우는 예외로 하고 말이다. 앞으로 이 생활이 얼마나 지속할지는 순전히 장모님의 건강에 달려 있다. 평소 운동도 좋아하시고 밝게 사셔서 큰 병 없이 100세는 거뜬히 넘기실 줄 알았다. 그런데 90 고개를 넘기면서 잘 버티던 골격들이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싶더니 달포 전 화장실 바닥에 넘어지시면서 사달이 났다. 진단결과 등뼈에 금(Fracture)이 발견되어 수술 대신 재활원에서 4주 동안 약물과 물리치료를 받으시다 열흘 전 퇴원하셨다. 그때도 아내 병시중은있었지만 그래도 밤은 집에서 지냈다. 장모님의 건강악화는 장차 우리 앞날의 예시라는 생각이다. 매일 같이 일어나 걷고 뛰었지만 한 번도 이것이 멈출 때가 온다는 생각을 한 적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멈춤으로 인해 오늘도 어릴 때로 돌아가 앉고 서며 걷는 훈련에 진땀을 쏟는 분들이 많음을 장모님이 계셨던 재활원에서 목격하며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우리가 날마다 잠에서 깨어 자기 힘으로 먹고 마시며 생각하고 배설함이 은혜이자 축복이다. 성경에 아골골짜기뼈 이야기가 있다. 흩어져 있던 마른 뼈들이 하나님이 명하니 각기 제자리를 찾아 붙고 힘줄이 생기고 살과 가죽으로 덮이는 장면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생명력은 없다. 그런데 하나님이 생기를 명하자 그것들이 살았고 일어나 서서 뛰며 군대가 되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주인이 누구인지 말해주고 있다. 또 창세기에는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된 지라 라는 말이 있다. 정리하면 생기가 없는 인생은 흙이자 마른 뼈의 조합에 불과하지만 하나님의 생기가 돌면 비로소 생령의 사람이 되어 숨 쉬고 앉고 일어서 활동하며 사고할 수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나이 들어 늙고 병들어 힘을 잃고 죽음에 이름은 가득 찼던생기가 하나둘 소진되어 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퇴원 후 보험회사 사람이 나와 어머니의 건강목표가 어디까지냐고 질문할 때 아내는 울컥했다. 침대에서 도움 없이 일어나 앉고 혼자 힘으로 화장실 출입이라도 하는 것조차 미련한 딸의 분에 넘치는 욕심 같아 안타깝고 슬펐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인간에게는 달력 나이와 생기 나이가 함께 존재하는 것 같다. 달력 나이란 성경에 ‘우리의 연수가 70이요, 강건하면 80’이라고 정해져 있다 하겠으나 생기 나이는 일률적으로 규정할 방법은 없다. 굳이 생각해보면 가장 활기 넘쳤던 청년의 시대에 지수 100에 이르고 이후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 않을까. 그러다 50 이하로 떨어지고 그 후 점점 나빠져 10 이하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다 제로가 되어 죽음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수고와 슬픔만 남긴 채 날아가는 것처럼 빨리 지나갈 인생! 이제부터라도 지수 ‘0’의 그날을 예비하며 육신을 지탱하는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함은 물론 생명유지 수단이라는 심혈관계, 신경계, 골근계의 건강을 잘 지키다 하나님 부르실 그 날에 밝고 순한 그리고 준비된 마음으로 예비된 천국을 소망하며 사는 삶이 최고의 복된 인생이 아닐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나이 달력 달력 나이 생기 나이 화장실 바닥
2023.09.15. 18:01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전과 다른 자기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당황스럽고 아직 자신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친구는 아직도 펄펄 날아다니는데 나만 그런 것 같아 조금 억울하기도 하다. 유전자의 축복을 받은 소수의 사람이나 책과 방송에 나오는 기적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는 혹시 나도 하는 짧은 기대와 역시 나는 하는 긴 우울감에 빠지게 한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으로 이어지는 상실 5단계는 더는 젊지 않은 내 몸과 이별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계마다 머무르는 시간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이 과정을 겪으며 현실 속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현재 좌표를 정확하게 인식할수록 항로와 도달할 장소 그리고 방법을 잘 정할 수 있다. 막연했던 몸의 신호가 좀 더 선명해지면 더는 미루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과거에는 없었던 불편함이 느껴질 때 우리는 이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 뱃속에서 수정이 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전과 같은 때는 한순간도 없다. 사진 속의 내가 나를 닮은 누군가인 것은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들, 머릿속 생각들 그리고 가슴에 품고 있는 감정들이 계속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변한다는 것은 좋을 때도 있지만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우리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한국 할머니를 보았다. 나이는 들어 보이지만 자세가 꼿꼿하고 걸음걸이도 반듯하게 적당한 속도로 걸어가신다. 손가방을 어깨에 메고 마켓에 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약속이 있어 누군가와 만나기로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그분이 가게에 옷을 세탁하러 오셨다. 본인 것이 아니고 남자 옷이었다. 이상해서 물었다. 본인은 80살인데 79살 할아버지와 76살 할아버지 두 분을 돌보는 일을 하신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두 노인 양반들을 돌보세요. 힘드실 텐데요.” “그냥 힘들지 않게 슬슬 돌봐요” 한다. 어떻게 노인네 돌보는 일이 쉽겠느냐마는 담담하게 말한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바지에 실례해서 물로 씻었는데 냄새가 가시지 않아 비닐봉지에 바지를 싸서 왔다. 80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데 두 할아버지를 돌본다는 것 쉽지 않다. 하루는 시간을 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얼굴도 고우시고 손도 매끈해서 어렵게 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누구나 남이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게 마련인데 남편이 34살에 천국에 갔고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골수암으로 떠났고 며느리와 손자가 한국에 살고 있다고 했다.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인가 믿기지 않았다. 그 뒤로 남을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고 가엽게 여겨지고 할아버지 배설물도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신앙심으로 돌보며 살고 있다고 했다. 보통 노인들 보면 메디케이드를 받으면서 편하게 사는 것 같은데 그런 여건은 원하지도 생각지도 않으며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몸이 이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면 이제 몸과 마음을 그리고 삶을 좀 더 섬세하게 다뤄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의 시기가 온 것이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방향이다. 과거와 외부에 시선을 돌리면 전과 같지 않고 남보다 못한 나를 보기 쉽다. 하지만 시선을 미래와 내부로 돌리면 지금의 나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가며 내가 아닌 것을 하나둘 내려놓다 보면 삶은 자연스럽게 된다. 우리는 운 좋게도 이전보다 오래 산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급해진 것 같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천천히 즐기며 삶을 살아가면 좋겠다. 양주희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나이 등급 할아버지 배설물 한국 할머니 보통 노인들
2023.09.07. 21:33
나이를 먹는다는 건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또 한 살 먹었다. 나이 한 살을 더 먹은 새해의 내 생각은 ‘나잇값’에 머물러 있다. 어떡하면 더 젊어 보일까가 아니라, 어떡하면 제대로 된 어른이 될까, 이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더해진 한 살은 공평하지만, 나이 먹음의 하중은 각양각색이다. 필시 지난날에 대한 아쉬움보다 새날에의 설렘이 크면 젊음이고, 반대이면 나이듦의 표식이겠다. 세월을 역류하려는 열망은 나이들수록 강렬해진다. 연례행사라고까지 어깨 힘줄 생각은 없지만, 새해 벽두면 꺼내 읽는 글이 있다.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영국 출신 올리버 색스가 죽기 직전 뉴욕타임스에 보낸 글이다. 제목은 ‘나의 인생’. 2015년 2월 19일 자다. 신경외과 의사였던 그는 그 한 달 전만 해도 건강하다고 믿었다. 심지어 팔팔하다고까지 느꼈다. 여든한 살이지만 날마다 1.6㎞씩 수영할 수 있는 건강 체질이었으니까. 하지만 청천벽력. 암이 간으로 전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제는 죽음을 마주하고 있다고 그는 쓴다. 그런데 왜 신년 벽두부터 복 없는 소리를 하는가. 죽음을 잊지 않을 때 삶이 온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암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치의에게 듣고 난 뒤 그는 썼다. “남은 몇 개월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에 달렸다,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풍요롭게, 깊이 있게, 생산적으로 살겠다.” 세계적 장수마을로 꼽히는 튀르키예의 악세히르에선 가장 오래 산 사람의 수명이 20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박노해 시인은 그 마을에서 홀연한 깨달음을 얻는다. 새해, 나이 먹음에 번다해진 마음을 내리치는 죽비소리다. “어느 가을 아침 아잔 소리 울릴 때/ 악세히르 마을로 들어가는 묘지 앞에/ 한 나그네가 서 있었다/ 묘비에는 3·5·8… 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이 마을에 돌림병이나 큰 재난이 있어 어린아이들이 떼죽음을 당했구나 싶어/ 나그네는 급히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때 마을 모스크에서 기도를 마친 한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오며 말했다/ 우리 마을에서는 묘비에 나이를 새기지 않는다오/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오/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집 문기둥에 금을 하나씩 긋는다오/ 그가 이 지상을 떠날 때 문기둥의 금을 세어/ 이렇게 묘비에 새겨준다오/ 여기 묘비의 숫자가 참삶의 나이라오”(박노해 ‘삶의 나이’)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 정말 꿈에서도 한 발 멀어지는 것일까. 희망적이게도 나이와 꿈에는 그다지 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던 일을 시작하고도 뛰어난 성과를 이룬 사례는 참으로 다양하다. 일본의 의사 출신 작가 호사카 다카시의 책 〈나이듦의 기술〉에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17세에 이노우가의 양자로 들어가 양조업을 일으켜 세우는 데만 전념한 이노우 타다타카는 49세에 가업을 장남에게 물려주고 자신의 꿈이었던 천문학 공부를 시작한다. 밤낮으로 천문학을 공부한 타다타카는 55세에 일본전국지도 제작을 꿈으로 삼고 71세까지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걷는다. 결국 후대에 ‘대일본연해여지전도’를 남긴다. 에도시대 유학자 가이바라 에키켄은 은퇴 후 70세에 본격적으로 작가 일을 시작해 85세로 사망하기까지 30여권의 책을 썼다. 대부분 명저라는 평이며, 그는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약훈〉과 여덟 권에 이르는 〈양생훈〉을 각각 81세와 84세에 써냈다. 40세에 하급무사 일을 은퇴한 후 작가가 된 간자와 도코우도의 사례도 있다. 그는 76세 되던 해 권당 450장, 전 6권에 이르는 〈할미꽃〉을 큰 화재로 잃었으나 3년에 걸쳐 복구한다. 멀리 타국에서 찾을 것도 없다. 번역가 김욱은 84세에 쓴 첫 책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로 작가가 됐다. 이들은 모두 70세가 넘어서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가장 뛰어난 업적을 이룬 이도 많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서양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순수이성비판〉을 그의 나이 57세에 출간했고 영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 다니엘 디포는 59세에 역작 〈로빈슨 크루소〉를 써냈다. 경영학자이자 작가 피터 드러커는 60세에 책 〈단절의 시대〉를 발표한 후에도 95세로 타계할 때까지 전 세계에 통찰을 선사했다. 고대 그리스의 극시인 소포클레스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오이디푸스 왕〉을 90세에 썼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미 새로운 일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내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할 시간이 좀 더 가까워진 것은 아닐까. 인간은 누구나 죽어서 무덤에 묻히게 된다. 우리말 무덤은 ‘무(無)의 더미(무더미)’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아무것도 없음의 더미’가 무덤이다. 정말 인생은 이렇게 덧없기만 한 것일까? 이 물음에 미국의 시인 롱펠로는 〈인생찬가〉에서 인생의 의미를 이렇게 노래했다. 슬픈 목소리로 내게 말하지 마라/인생은 다만 헛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잠든 영혼은 죽은 것이니/만물은 겉모양 그대로가 아니다/인생은 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무덤이 인생의 종말이 될 수는 없다./'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은/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인생이란 드넓은 싸움터에서/길 위에서 노숙한다 하더라도/발 없이 쫓기는 짐승처럼 되지 말고/싸움에 이기는 영웅이 돼라/위인들의 생애는 우리를 깨우친다/우리도 장엄한 인생을 이룰 수 있으니/우리가 지나간 시간의 모래 위에/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그 발자국은 훗날 다른 이가/인생의 장엄한 바다를 건너다가/조난당한 형제의 눈에 띄어/새로운 용기를 얻게 될지니/우리 모두 일어나 행동하자/어떤 운명에도 굴하지 않을/용기를 갖고 끊임없이 이루고 도전하면서/일을 통해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아이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성숙해가는 것이 느껴지는데 노인들은 더 이상 자랄 생각을 않고 멈춰 서있다. 위로 자랄 때가 아니라면 안으로 깊어지기라도 해야 할 텐데.....성장한 만큼 성숙해야 어른이 된다. 키가 자란 만큼 고개를 숙여야 어른이 된다. 몸집이 커진 만큼 마음속이 알차야 어른이 된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을 물려받아 성장하지만, 자신의 선택과 결단, 행동이 사람으로 성숙되게 한다.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나에게 묻는다. 단지 성장한 사람인가, 아니면 성장한 만큼 성숙된 사람인가. 사실 나는 더 자라고 싶다. 큰 나무로 자라고 싶다. 우뚝 솟고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어 날개 쭉지 처진 새들이 날아와 쉬는 큰 나무로 자라고 싶다. 나잇값을 하는 어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발짝을 뗀다. 행복은 사진 작업과 닮아 있다. 진정한 행복은 이미 우리 주위에 있는 행복을 발견해 내 프레임에 담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네가 오후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기다리는 한 시간이 불행이 될지 행복이 될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이 과정은 점진적이지만 가차 없다. 그러나 노화와 죽음을 피할 수는 없지만, 남은 삶을 선택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올리버 색스는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 뒤, 정치 논쟁부터 거리를 뒀다. 무관심이 아니라, 거리를 두는 초연함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과 친구들, 글쓰기에 집중하면서 평온을 얻었다. 그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었다. “무엇보다 이 아름다운 별에서 나는 지각력을 갖춘 존재였고 생각하는 동물로 한 평생을 살았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특혜를 누리고 모험을 즐겼다.” 득도해야만 가능한 실천일까. 하지만 우리는 왜 작심삼일이라도 결심을 반복하는가. 그 노력의 와중에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신년 벽두다. 메멘토 모리(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김지민 기자나이 새해 나이 나이 먹음 나이 57세
2023.01.11. 7:04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한 살을 더 먹어야 한다는 현실은 연말을 보내는 이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연말이 되면 리프팅 보톡스 필러 등의 시술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id 성형클리닉(id Medical Spa)'에도 피부 나이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id 성형클리닉은 연말연시를 맞아 인기 시술들의 스페셜 세일을 실시하고 있어 화제다. 눈여겨볼 만한 시술은 1년 한 번의 시술로 피부 나이가 10년 젊어지는 울쎄라/써마지다. 주름이 가장 빨리 나타나는 눈가의 경우 써마지 FLX(450샷)와 눈가 보톡스(20유닛) 산소 물방울 리프팅을 통해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id 성형클리닉은 눈가 외에도 얼굴 목과 얼굴 전체 등 피부 고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패키지를 최대 2940달러 내린 특가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id 성형클리닉은 일반 실보다 효과가 튼튼하게 유지되는 id 캐번 리프팅을 1줄 150달러 V라인 실리프팅을 1000달러부터 풀페이스 실리프팅을 2500달러에 선보인다. 이외에도 보톡스 100유닛 구입 시 50달러를 할인해 주며 '연예인 보톡스'로 유명한 제오민 보톡스를 유닛당 6달러 최저가에 제공한다. 눈 주변 노화를 해결해 주는 리주란 아이 수분을 채워주는 물광/톡스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트리니티 리프팅 인모드 FORMA와 인모드 FX 보톡스를 이용한 영구적인 턱 지방 제거 등도 최저가에 만나볼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 및 상담은 전화로 하면 된다. ▶문의: (213)663-2333 (213)399-7463 ▶주소: 365 S. Western Ave #206 Los Angelesid 성형클리닉 리프팅 나이 리프팅 보톡스 인기 리프팅 풀페이스 실리프팅
2022.12.13. 21:03
한국에서 앞으로 사법 관계와 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를 사용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6일 법안심사 1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만 나이 사용을 명시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현재 법령상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출생한 날부터 바로 한 살로 여겨, 매해 한 살씩 증가하는 이른바 ‘세는 나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법률에선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연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간 이런 나이 계산과 표시 방식의 차이로 인해 사회복지·의료 등 행정서비스 제공 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날 법안1소위를 통과한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나이 계산 시 출생일을 포함하고, 만 나이로 표시할 것을 명시했다. 다만 출생 후 만 1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는 월수(개월수)로 표시할 수 있다. 행정기본법 개정안은 행정 분야에서 나이를 계산할 때,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생일을 포함해 만 나이로 계산·표시하도록 했다. 출생 후 1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는 역시 월수로 표시할 수 있다. 개정안은 공포 6개월 후 시행되며, 오는 7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법사위 나이 국회 법사위 나이 계산 나이 사용
2022.12.06. 21:42
우리 주변의 많은 어르신은 노년을 보내며 섭섭해하는 때가 많다. 어디가 아프다고 하면 주변에서 “그냥 늙어서 그런 거에요”라고 말하거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해도 “이제 은퇴하시고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 비켜주시죠”라는 소리나 듣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은 ‘일상생활 속의 나이 차별 (everyday ageism)’의 한 예이다. 나이 차별은 많은 시니어들의 육체적, 정신적 웰빙을 방해한다. 2019년 미시간대학이 20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82%가 정기적으로 나이 차별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이런 현상은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주류언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거나, 다이앤 파인스타인 연방상원의원이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으므로 물러나야 한다고 평한다. 지난 7월 20일 에스콰이어(Esquire) 지는 정치인은 80세가 되면 물러나야 한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미시간대학 사회연구소 줄리 오버 알렌 박사는 “미국 의료보건체계에서도 나이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학자협회지(JAMA)에 ‘미국 시니어들이 매일 접하는 나이 차별 경험 (Experiences of Everyday Ageism and the Health of Older US Adults)’이란 논문을 발표한 그는 “미국 의료계는 시니어들에 장기이식이나 임상시험 기회 등을 적게 제공하며, 노인을 진찰할 때도 본인 대신 간병인에게 질문함으로써 노인들을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인 루이즈 아론슨 박사는 유색인종 여성일수록, 인종차별, 성차별, 나이 차별 등을 더 많이 겪음에 따라 경제적 안정과 자존감을 누리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2020년 시니어 복지를 주제로 한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는 “여성 시니어일수록 수입이 적고 지원이 부족하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외모지상주의(Lookism)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머리를 염색하고 젊어 보이게 성형수술을 하는 등 외모지상주의가 유행하면서, 나이든 여성은 가치가 없고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나이든 여성은 같은 자격과 능력을 갖춘 남성에 비해 직장에서 해고될 가능성도 높다. 비영리단체인 ‘세대를 다루는 언론인 네트워크(Journalists Network on Generations)’의 코디네이터이며 제너레이션 비츠 온라인(Generation Beats Online)의 편집자인 폴 클리만은 “언론이 70, 80대들을 정치권에서 필요 없고 퇴출당해야 할 존재로 낙인찍고 있으며, 시니어를 위한 정책은 다음 세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은 이제라도 시니어들이 사회에 끼치는 기여에 대해 올바르게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노인학회(Gerontological Society of America) 부회장인 패트리샤 M. 단토니오가 한 말은 한인 시니어들에게도 되돌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은 모두 완벽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장애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가며 지혜를 축적하고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면서 창의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보청기를 끼거나, 휠체어를 타거나, 자가운전 대신 버스를 타는 것은 이제 노화가 아니라 내 삶을 낫게 하는 과정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나이 먹음은 퇴화가 아니라 삶이 더욱 완벽해지는 가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종원 / 변호사시론 나이 과정 나이 차별 나이 먹음 한인 시니어들
2022.08.16. 19:51
원로화가 장정자 화백의 개인전이 잔잔한 화제가 되었다. 평생 그림을 그렸는데 8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검은색 위주의 그림들이 내뿜는 곰삭은 연륜의 향기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이번 장정자 개인전은 나이 탓하며 의욕을 잃어버린 노년층에 용기를 주었고, 타성에 젖어 게을러진 후배 작가들에게는 따끔한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미주한인 예술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령화에도 작은 희망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날이 갈수록 노령화되어가는 미주한인 예술계의 현실에서 90대의 고령에도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지런히 시를 써서 발표하는 박복수 시인이나 80대 중반의 나이에 미주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고 첫 소설집을 펴낸 민원식 작가 같은 분들은 큰 힘이 된다. 그밖에도 나이를 잊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노익장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같은 원숙하게 농익은 열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비로소 가능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이 나이에 뭘 하랴?”고 퍼질러 앉아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나이 먹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과감한 변신이 어려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많아지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성(慣性)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습관으로 작품을 하는 ‘언어 기능공’이나 ‘조형 기능공’으로 전락하기 쉽다. 어느 분야나 비슷한데 일단 자기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어느 정도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이 만들어진다.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거기에 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말년에 과감하게 변신하여 멋지게 성공한 작가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 점화(點畵)는 생애 마지막 몇 년 뉴욕에서 활동할 때 피어났다. 박생광(1904~1985년) 화백 같은 작가도 좋은 예다. 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장르를 구축해낸, 수묵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그런데 이런 성취가 생애 마지막 8년 동안의 놀랍고도 대담한 예술적 변신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에서 오랜 동안 공부하고 해방 후 귀국하여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평가 받다가 70세가 넘어서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를 수묵화에 강렬한 오방색의 채색을 혼합하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이 생명력으로 들끓어 오르는 그의 작품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 박생광 화백의 말이다.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호를 ‘그대로’로 바꿨고, 작품에 적는 제작연도도 서기가 아닌 단기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작품세계를 연지 얼마 안된 1985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 산책 나이 열정 박생광 화백 미주한인 예술계 장정자 화백
2022.06.08. 19:38
원로화가 장정자 화백의 개인전이 잔잔한 화제가 되었다. 평생 그림을 그렸는데 8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러 비로소 첫 개인전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전시장을 가득 채운 검은색 위주의 그림들이 내뿜는 곰삭은 연륜의 향기와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도 높이 평가할 만했다. 이번 장정자 개인전은 나이 탓하며 의욕을 잃어버린 노년층에 용기를 주었고, 타성에 젖어 게을러진 후배 작가들에게는 따끔한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미주한인 예술계의 고질적 문제인 고령화에도 작은 희망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날이 갈수록 노령화되어가는 미주한인 예술계의 현실에서 90대의 고령에도 나이의 한계를 극복하고 부지런히 시를 써서 발표하는 박복수 시인이나 80대 중반의 나이에 미주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고 첫 소설집을 펴낸 민원식 작가 같은 분들은 큰 힘이 된다. 그밖에도 나이를 잊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노익장들의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이 같은 원숙하게 농익은 열정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야 비로소 가능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이 나이에 뭘 하랴?”고 퍼질러 앉아버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나이 먹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과감한 변신이 어려워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겁이 많아지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관성(慣性)이 강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습관으로 작품을 하는 ‘언어 기능공’이나 ‘조형 기능공’으로 전락하기 쉽다. 어느 분야나 비슷한데 일단 자기 작품 세계를 인정받고, 어느 정도 명성이 생기면 그에 알맞은 성공이 보장되고, “아무개 작가는 어떠어떠한 작품을 한다”라는 식의 틀이 만들어진다. 그걸 ‘개성’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고 거기에 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매너리즘이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말년에 과감하게 변신하여 멋지게 성공한 작가들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 점화(點畵)는 생애 마지막 몇 년 뉴욕에서 활동할 때 피어났다. 박생광(1904~1985년) 화백 같은 작가도 좋은 예다. 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새롭고도 독창적인 장르를 구축해낸, 수묵채색화의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작가다. 그런데 이런 성취가 생애 마지막 8년 동안의 놀랍고도 대담한 예술적 변신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일본에서 오랜 동안 공부하고 해방 후 귀국하여 지방에서 활동하면서 일본풍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 평가 받다가 70세가 넘어서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지극히 한국적인 주제를 수묵화에 강렬한 오방색의 채색을 혼합하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화면 구성을 통해 한국의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이 생명력으로 들끓어 오르는 그의 작품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역사를 떠난 민족은 없다. 전통을 떠난 민족은 없다. 모든 민족예술에는 그 민족 고유의 전통이 있다.” 박생광 화백의 말이다. 한국적인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호를 ‘그대로’로 바꿨고, 작품에 적는 제작연도도 서기가 아닌 단기로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로운 작품세계를 연 지 얼마 안 된 1985년 후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박생광 화백의 예는 고령화로 날이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는 우리 미주 한인문화계에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 산책 나이 열정 박생광 화백 미주한인 예술계 장정자 화백
2022.06.02. 18:32
참으로 길기도 하고, 짧기도 했던 지난 몇 달이었습니다! 어지럼증으로 시작된 증세가 줄줄이 이어지는 몇 가지 검사(MRI, MRA)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를 기다림이 결국 짜증과 근심으로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버렸습니다. 정신은 맑았습니다. 몸이 아파오는 고통의 느낌도 아닌 것이 그래도 내가 아직은 살아있다는 알림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내 나이가 어때서가 시건방진 자신감이었던가? 싶었습니다. 연속되는 검사에 불안과 근심과 우울증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짜증과 조바심으로 꼬리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두어 달가량을 지냈습니다. 그런데요! 이제 와서 “검사 결과에 큰 문제가 없다네요!” 그 맹랑한 답은 나를 건방진 쪽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그 시건방진 생각이 더 큰 벌이 되어 돌아올까? 하는 두려움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나이에 재빨리 굴복하게 했습니다. 순간, 무사하다는 기쁨과 나이를 보듬어 안으며 동시에 서러움과 고마움에 남몰래 눈물을 닦았습니다. 기회다 싶어서 눈, 귀, 치아검사 모두 해버렸습니다. 모두 무사하다 하니 두 번째 시름도 놓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의사 선생님께선 노인네들 진단 평가에 기본 수준 점수가 있는 듯합니다. 수십 년 열심히 살아, 닳아버린 기계가 그만하면 우수하다는 평균 점수를 받았다는 그런 기분 말입니다.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의 소리를 들으며 모두 잊어버리자! 코로나까지도 내려놓고 내가 좋아하는 봄맞이나 하자며 마음 가득 기운을 차렸습니다. 올해에는 몇 가지 꽃 중에 갖가지 색깔의 채송화를 골라 보았습니다. 또 지난해에 추수해 놓았던 Humming Bird가 좋아하는 Climbing Cardinal이 넝쿨을 타고 오르도록 둥근 Arch도 꽂아 놓고 씨앗을 한 줌 뿌려 놓았더니 반가운 새싹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내가 사랑하는 친구 ‘흙’과 봄맞이 악수를 하며 조그만 앞마당 땅을 파헤쳤습니다. 겨울 동안 잘 쉬고 잘 있었느냐고 말도 걸어 보았습니다. 봄이 오기를 기다렸던 나의 시간이 내 몸에 이상과 팬데믹과 더불어 참으로 길었습니다. 여름을 즐기려고 기다렸던 시간이 아까워 땅을 열심히 파헤치고 나니 이번엔 예기치도 않았던 무릎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나이를 또 깜빡했던가요! 요즘 기억력이 깜빡이가 되다 보니 모두가 내 탓이라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주위에 깜빡이 친구가 다소 있다 보니 위로는 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제 몸의 변화를 느끼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나이와 친해지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머리보다는 몸의 이치를 알아라!’ 몸이 함부로 까불지 말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나의 성격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익숙함을 놓아 주라고도 가르쳐 받았습니다.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 ‘No’라는 단어를 연습하라! 너의 몸을 사랑하며 필요할 때 휴식을 취하며 나 자신을 사랑함을 배우라! 등등, 어디에선가 마구 들려오는 가르침을 듣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엄마 때문에 걱정하다 몸져 자리에 누웠던 막내가 ‘코로나’보다도 심하게 몸살과 목 염증의 고통으로 먹을 수도 없이 심하게 앓았습니다. 얼마나 무섭고 걱정이 되었던지요! 이렇게 나이를 먹고서야 오가는 병에 무슨 순번이 있겠느냐를 깊이 느끼게 했습니다. 자식들이, 노인네가 된 엄마, 아빠를 걱정하는 것과 부모가 되어 병석에 누운 내 자식을 걱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그 경지에 다다라 보았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나이 깜빡이 친구 치아검사 모두 봄맞이 악수
2022.06.02. 17:26
요즈음 화장대 앞에 앉을 기회가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을 쓰면 외출 준비 완료다. 맨 얼굴 그대로 간편해서 좋다고 할까.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웃는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체가 붙어있는 것이 싫기도 했다. 한편 젊음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했을 터.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땐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금 찍어 바르는 듯 성의 표시만 했다. 품위 유지를 위해 화장은 필요했으리라.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 역시 예쁘게 보이고 싶다. 여인이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와 닿기도 한다. 단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자세가 좋게 생각된다. 진하지 않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여인의 모습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아이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고 정겹게 부른다. 어떤 아이는 “하머니” “함니”라고 제대로 되지 않는 발음으로 부른다. 할머니로 비추어지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오히려 포근한 호칭이라 생각된다. 빠른 세월 탓일까. 뽀얗던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그 점을 가리기 위해 비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파우더 쿠션을 두드린다. 입술도 붉게 바른다. 늙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한다. 서리를 맞은 듯한 내 머리를 보며 깜짝 놀란다. 머리카락에 흰 선이 무성하게 그어진다. 급기야 염색한다. 노인의 백발은 면류관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가리는 수고를 하고 만다. 겉모양으로 속 내용을 숨길 수 있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은 남자도 화장과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남을 인식하여 체면과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리라. 누군가 ‘아내의 어린 시절 앨범에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에 보이는 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되는 듯해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보편화한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고루한 내 생각을 접는다. 물론 형식을 통해 내면의 충실을 기할 수 있으니까. 곱게 가꾸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 옛 시인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잠시 동안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봄바람의 생명력은 백발을 녹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를 전한다. 일흔을 바라볼지라도 마음은 생명이 가득 찬 봄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보이는 것보다 꽉 찬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검버섯이 핀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담아 주름 잡힌 인생의 지혜를 품으련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답일 것이다. 긴 세월이 만들어 준 삶의 가치는 더 아름다우니까.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나이 외모 나이 마음 가족 앨범 파우더 쿠션
2022.06.01. 20:13
요즈음 화장대 앞에 앉을 기회가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을 쓰면 외출 준비 완료다. 맨 얼굴 그대로 간편해서 좋다고 할까.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웃는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체가 붙어있는 것이 싫기도 했다. 한편 젊음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했을 터.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땐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금 찍어 바르는 듯 성의 표시만 했다. 품위 유지를 위해 화장은 필요했으리라.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 역시 예쁘게 보이고 싶다. 여인이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와 닿기도 한다. 단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자세가 좋게 생각된다. 진하지 않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여인의 모습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아이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고 정겹게 부른다. 어떤 아이는 “하머니” “함니”라고 제대로 되지 않는 발음으로 부른다. 할머니로 비추어지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오히려 포근한 호칭이라 생각된다. 빠른 세월 탓일까. 뽀얗던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그 점을 가리기 위해 비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파우더 쿠션을 두드린다. 입술도 붉게 바른다. 늙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한다. 서리를 맞은 듯한 내 머리를 보며 깜짝 놀란다. 머리카락에 흰 선이 무성하게 그어진다. 급기야 염색한다. 노인의 백발은 면류관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가리는 수고를 하고 만다. 겉모양으로 속 내용을 숨길 수 있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은 남자도 화장과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남을 인식하여 체면과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리라. 누군가 ‘아내의 어린 시절 앨범에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에 보이는 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되는 듯해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보편화한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고루한 내 생각을 접는다. 물론 형식을 통해 내면의 충실을 기할 수 있으니까. 곱게 가꾸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 옛 시인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잠시 동안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봄바람의 생명력은 백발을 녹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를 전한다. 일흔을 바라볼지라도 마음은 생명이 가득 찬 봄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보이는 것보다 꽉 찬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검버섯이 핀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담아 주름 잡힌 인생의 지혜를 품으련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답일 것이다. 긴 세월이 만들어 준 삶의 가치는 더 아름다우니까.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나이 외모 나이 마음 가족 앨범 파우더 쿠션
2022.05.25. 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