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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위한 싸움 지금도 자랑스러워”

미주 한인들이 함께 75년 전 ‘그날’을 기억했다.   25일 풀러턴 지역 힐크레스트 공원 한국전 참전기념비에서 6·25 한국전쟁 75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LA총영사관, 재향군인회 미서부지회, 미남서부지회, 6·25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 OC 참전기념비위원회, 화랑청소년재단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미 육군 40사단의 후안 모라 총참모장은 “우리 부대는 1952~1953년 전투에서 376명이 전사했지만, 우리는 다시 부르면 반드시 응답할 것이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함께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40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주요 전투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가평고등학교를 건립한 부대다. 40사단 관계자들은 지금도 매년 가평고 졸업식에 참석하며 한국과의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기념비위원회가 특별히 초청한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도 참석했다.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 이스마엘 에레디아 토레스(97) 씨는 “한국전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며 “당시 푸에르토리코 출신 전우들과 함께 한국을 위해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전기념비위원회는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 후손 6명에게 각각 3000달러씩의 장학금을, 토레스 씨에게는 3000달러의 성금을 전달했다.     장학금 수상자 대표로 감사를 전한 알라니스 델가도 세오 씨는 한인 혼혈이라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할아버지는 먼 타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며 “그 희생을 기억해줘서 감사하고 어머니가 한국인이라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박윤숙 참전기념비위원회장은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한국이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참전용사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한인타운이 포함된 LA시의회 10지구 헤더 허트 시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허트 시의원의 부친인 고 도널드 허트(2007년 6월 6일 작고)가 6·25 참전용사이기 때문이다.   허트 시의원은 연설 도중 울컥하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허트 시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참전용사들과 비슷한 연령”이라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투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트 시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며 자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LA총영사관 관계자들을 비롯한 튀르키예, 캐나다, 태국 등 유엔 참전국 외교관들도 참석했다.   시난 쿠줌 튀르키예 총영사는 “우리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한국에 보냈다”며 “한국은 우리의 혈맹”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서부지회장은 “우리와 함께 싸운 참전용사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이국 땅까지 와서 피를 흘린 우방 전우들의 희생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로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다. 참전용사인 로만 모랄레스(92) 씨는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감사하다”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 지금 서서히 사라지는 중”이라는 말을 남겼다. 강한길 기자한국전쟁 행사 한국전쟁 당시 한국전쟁 75주년 박윤숙 참전기념비위원회장 6·25전쟁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참전용사 유엔 참전국 민주주의

2025.06.25.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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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붕괴’ 외친 LA…진압 경찰과 충돌

“왕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육군 창설 250주년인 지난 14일, LA 다운타운 시청 앞은 이른 아침부터 함성으로 가득찼다. 수만 명이 모인 현장은 오전 내내 축제처럼 이어졌지만, 오후들어 긴장감이 감돌았고 결국 최루탄과 고무탄이 쏟아지는 격렬한 충돌로 치달았다.     아침부터 시민들은 시청 광장으로 몰려들었다. 성조기와 멕시코, 온두라스, 팔레스타인 국기까지 다양한 깃발이 펄럭였고, 인종과 세대를 막론한 시민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와 이민정책을 규탄했다.   “노 킹스(No Kings)”, “ICE(이민세관단속국)는 LA에서 나가라(Ice Out of LA)”라는 구호가 메아리쳤다. 전국 50개 주 20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노 킹스 데이’ 시위의 LA 현장이었다.   오전 9시 30분, 시민들은 시청 앞 스프링 스트리트에 집결했다. 헬기들이 상공을 선회하는 가운데 광장은 순식간에 피켓과 깃발로 가득찼다. 10시 40분부터 시작된 행진은 브로드웨이를 따라 퍼싱스퀘어까지 이어졌다. 드럼과 나팔 소리가 시위를 이끌었고, 피켓에는 “왕좌도 없다, 왕관도 없다, 우리는 국민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퍼싱스퀘어에 도착한 시위대는 초대형 천 위에 각자의 메시지를 남겼다. “미국은 정의를 지지한다”와 “그 어떤 인간도 불법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으며 다양한 목소리의 연대를 보여줬다. LA 도심의 도로마다 시위 행렬이 가득했고, 규모는 십만 명을 훌쩍 넘어 보였다.   시위 인파 속에는 한인도 있었다. 선우윤경씨는 한글로 '트럼프의 거짓이 가족을 갈라놨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다. 그는 “우린 모두 이민자”라며 무차별 단속으로 생이별하는 이민자 가족들을 보며 마음이 아파서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광장 한켠에서는 전통 의상을 입은 남미계 시민들이 북과 피리를 연주하며 의식 춤을 추는 장면도 펼쳐졌다. 정오까지 시위는 마치 축제 거리를 방불케 했다. 아이들이 깃발을 흔들고, 음악과 함성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러나 오후로 접어들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오후 2시경부터 ICE 청사 주변에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시위대가 이민국 건물 앞으로 몰렸다. 노란색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며 질서가 무너졌다. 시위대는 군인들 앞까지 다가가 “부끄러운 줄 알아라”, “트럼프나 지켜라” 라며 고함을 질렀다.   계단 위에는 60여 명의 해병대 병력이 개인화기를 들고 건물 앞을 지켰다. 가주 방위군은 연방법원 앞을 지켰고 101번 프리웨이 진입로는 가주고속도로순찰대(CHP)가 차단했다. 이민국 건물 앞에 선 존 라우리는 “ICE 요원들이 무작위로 임산부, 시니어, 학생을 잡아간다”며 “우리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인 조엘 패터슨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주방위군과 해병대가 지금은 오히려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들이 국민을 위한 군대인지, 트럼프를 위한 군대인지 모르겠다.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후 4시, 경찰의 해산 명령이 떨어졌다. 수십 대의 경찰차가 도로를 막고 무장 경찰이 진입했다. “물러서(move back)!”라는 경찰관의 외침이 반복됐지만 시위대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최루탄이 터지면서 고무탄과 곤봉, 비명이 뒤섞인 혼란이 시작됐다. 경찰은 밀어붙이며 시위대를 해산했고, 기마대가 돌진하자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한 남성이 고무탄에 맞고 쓰러졌다. 시민들이 급히 응급처치에 나서 지혈하고 그늘로 옮겼다.   브로드웨이 일대는 최루탄 연기 속에서 시민들이 서로 눈을 씻어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인근에는 분무기와 물티슈를 든 시민 응급대가 형성됐고, 확성기로 “최루탄 맞으신 분, 이쪽으로 오세요”라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7시 무렵 이민국 앞은 일단 해산됐지만 일부 시위대는 남쪽으로 이동해 행진을 계속했다. 경찰은 계속 뒤따르며 도심 곳곳이 긴장에 휩싸였다.   밤이 되면서 다운타운을 포함한 차이나타운 일대는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 김경준·강한길 기자다운타운 인파 이날 다운타운 다운타운 주요 다운타운 곳곳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김경준 노 킹스 최루탄 고무탄 민주주의

2025.06.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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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6월 14일,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그리고 트럼프의 79번째 생일, 마치 미국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듯한 기괴한 행진이 펼쳐진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DC에서 M1A1 에이브럼스 전차 28대(각각 60톤), 병사 6600명, 헬리콥터 50대 등을 동원하는 대규모 군사 행진을 벌인다. 총비용은 4500만 달러. 평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군사 행진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올해 재향군인부 일자리 8만 개를 없애고 있다. 부상당한 참전 군인들을 돌보는 요양사들이 해고되고 있다. 트럼프의 군사 행진 비용으로 재향군인부는 직원 434명을 고용할 수 있다.   전쟁 전사자들을 ‘패배자(Losers)’ ‘호구(Suckers)’라고 부르며 조롱했던 그가 왜 이런 대규모 군사행진 ‘쇼’를 벌일까? 1975년 미 육군은 200주년을 조용히 기념했다. 베트남 전쟁의 교훈으로 대규모 행사를 자제했다. 1991년 걸프전 승전 행진 비용도 1200만 달러였다. 하지만 올해는 공허한 ‘트럼프 쇼’를 위해 세금이 펑펑 쓰인다.   지난주 LA 노동조합 지도자 데이빗우에르타는 이민단속국(ICE)의 급습을 촬영하다 밀려 쓰러지고, 테이저건에 맞고 병원에 실려 갔다. 가면을 쓰고 나타난 ICE 요원들은 지난주 범죄 기록이 없는 200여 이민자들을 체포했다. 이에 수천 LA 시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다. 붙잡힌 이민자들은 “창문도, 침대도, 음식도 없는 방”에 감금됐다고 한다. 매일 3000명을 체포하라는 트럼프 정부의 명령에 합법 이민자와 아이들도 잡혀가고 있다. 트럼프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위군 4000명과 해병대 700명을 보냈다. 이들을 최루탄,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폭력 진압했다. 방위군이 나타나기 전까지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미국 시민사회는 6월 14일을 ‘왕 없는 날(No King’s Day)’라고 부르며 전국적인 트럼프 반대 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1775년 왕정에 맞섰던 저항의 정신을 되살린다. 트럼프는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미국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 수많은 이민자와 미국 시민들이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외치고 있다. 시위에 직접 참여하고, 권익활동 모금을 돕고, 이웃에게 음식을 나누는 등 이민자 커뮤니티 보호에 누구나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민권센터가 함께 일하는 한인 전국 권익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는 ICE의 단속에 처한 한인 이민자들을 돕기 위해 24시간 핫라인(844-500-3222)을 운영한다. 단속이 눈앞에 닥쳤을 때 연락하면 된다. 모바일 앱(Know Your Rights 4 Immigrants)도 만들어 20개 이상의 언어로 안내를 제공한다. ICE에게 주장해야 할 자신의 권리를 음성으로 읽어주고, 비상 연락처로 메시지 전송을 할 수 있다. 이밖에 일반적인 권리 안내, 영사관 검색, 가족 대비 계획 예시 등 다양한 자료가 있다.   지금은 미국은 이민자 권익만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를 망가뜨리고, 부패를 일삼는 이들이 이민자 탓을 하기 위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추방하고, 이민자 가정을 찢어버린다. 우리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커뮤니티 액션 미국 민주주의 대규모 군사행진 합법 이민자 트럼프 정부

2025.06.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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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수호와 민주정신 되새길 것”…5·18기념사업회 등 45주년 행사

“5·18민주화운동은 ‘대한국민’의 위대한 정신입니다. 조국의 밝은 미래를 응원합시다.”   LA5·18기념사업회(회장 김철웅), 김대중재단 미서부본부(본부장 김동수), 동부한인회(회장 최현무), 미주호남향우회 총연합회(회장 조시영)가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개최한다.     올해 기념식은 조국의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기 위해 남가주 3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린다. 주최 측은 한국 불법계엄을 막고 대통령을 탄핵한 대한국민의 위대한 힘이 곧 5·18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18일 오후 2시 OC상공회의, LA한인타운(윌셔/웨스턴), 동부한인회에서는 5·18거리문화제와 지역별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 기념식은 ‘오월! 시대와 눈 맞추다. 세대가 발 맞추다’를 주제로 45년 전 불법계엄과 지난해 12월 불법계엄을 극복해낸 한민족의 민주주의 수호 정신을 기념할 예정이다.     특히 19일 오후 5시 LA한국교육원에서는 김영완 LA총영사, 로버트 안 LA한인회장 등 정부기관과 주요단체장들이 참여한 LA 기념식이 열린다.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국가기념일로 2022년 캘리포니아주 의회도 기념일로 제정했다.     김철웅 회장은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한국에서는 국민과 동포의 마음이 아픈 일이 많았다”면서 “5·18민주화운동은 세계가 인정한 국민주권 운동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소중한 정신으로 이어졌다. 지금 모두가 5·18정신을 되새기고 공감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수잔·이사효 운영위원은 “한국에서 불법계엄 사태가 다시 발생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등으로 5·18민주화운동 정신이 널리 알려져 막을 수 있었다”며 “우리 모두 차세대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치자”고 말했다.     한편 주최 측은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음악제와 문화제 형식으로 진행한다.   ▶문의: (562)225-2303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민주화운동 민주주의 18민주화운동 기념식 18민주화운동 정신 지역별 민주화운동

2025.05.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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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사이트] 정보의 평준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인공지능(AI)은 이미 일상의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검색 추천, 자동 기사 작성, 음성 인식, 챗봇 응답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인간의 지식과 판단에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여기에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사실이 있다. AI의 본질적 작동 원리인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은 방대한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균적인 패턴을 통계적 경향을 중심으로 학습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독창적이고 예외적인 정보는 상대적으로 무시되며, 자주 나타나는 보편적 요소가 강조된다.     과거의 사실에 기반한 예측의 정확성과 효율성은 높아지지만, 그 반대급부로 존재하지 않던 현상에 관한 새로운 창의성과 다양성은 희생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계적 판단이 단순한 기술 영역을 넘어서 사회적 판단, 더 나아가 정치적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해 작성된 콘텐츠가 블로그, 기사, 보고서, 심지어 논문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AI가 과거의 데이터를 조합해 만들어낸 ‘가공된 평균’에 가깝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콘텐츠가 다시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축적되고, 향후 AI 학습 데이터로 재사용되면서 AI가 자기가 만든 콘텐츠를 반복 학습하는 ‘자기 복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콘텐츠의 표현은 달라도 본질은 동일한, 이른바 ‘정보의 평준화’가 심화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보의 평균화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 전반의 인식 구조를 획일화시키고, 시민들의 사고방식과 가치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다수의 판단이 중요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시민 개개인이 어떤 정보를 접하고,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정치적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대중이 AI가 생성한 평균적인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복잡한 논점에 대한 비판적 사고는 약화하고, 익숙하고 쉽고 안전한 판단만이 강화된다. 그 결과 민주주의는 점차 ‘위험 회피형 의사결정’으로 기울 수 있다. 새로운 해결책이나 문제 제기는 거부되고,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보수적 판단이 선호된다.     정보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정치적 상상력 역시 위축되기 마련이다. 이는 변화와 진보를 저해하고, 사회 전체를 정체된 상태로 이끌 수 있다. 정보의 다양성과 진정성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창조적인 담론도, 실질적인 개혁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평균화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는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우선적으로, 인간이 직접 생산한 고유한 콘텐츠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AI 학습 데이터에서 인간 창작물의 우선권을 보장하고, 저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또한 AI가 생산한 정보에는 그 출처를 명확히 표시해, 이용자가 그 내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보의 단순 소비에서 벗어나, 정보의 출처와 구조를 분석하고 그 이면의 의도를 파악하는 비판적 사고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시민이 평균적인 정보에 끌려가기보다는, 정보의 질과 맥락을 구분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적 판단이 가능하다.   정치 시스템 역시 재설계가 필요하다. 소수 의견과 실험적 제안이 다수의 표결에 묻히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치권도 다수의 논리만 좇아 흑백논리를 따를 것이 아니라  새로운 담론을 실험하고 수용할 수 있는 문화와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민주주의는, 단순한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기술은 도구이어야 하며, 사회의 방향은 결국 사람이 정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획일적 사고의 지배다. 김선호 / USC 컴퓨터 과학자AI 인사이트 민주주의 평준화 민주주의 체제 결과 민주주의 정치적 의사결정

2025.05.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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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민주주의다” 트럼프 정부 규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50501 운동’(50501 movement)의 일환으로 지난 19일 달라스-포트워스(Dalls-Fort Worth/D-FW) 지역 곳곳에서 수천명의 주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달라스 모닝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행동의 날(nationwide days of action) 시리즈 중 하나며 “민주주의를 해치는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 조치에 대한 신속하고도 분산적인 대응”이라고 주최측은 밝혔다. 취임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이민 정책부터 정부 축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정명령과 조치를 단행해왔다. 시위대는 이러한 조치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고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며 헌정 위기로 국가를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정책이 대선 당시 공약 이행이라는 입장이다. ‘50501’은 ‘50개주, 50개의 시위, 하루’(50 states, 50 protests, one day)라는 의미로 시위를 주도한 단체의 이름이자 구호다. 50501은 지난 5일에도 전국 1,200여 곳에서 ‘Hands Off!’(손대지 마라) 대규모 군중 집회와 시위를 벌였다. 텍사스에서도 달라스를 비롯해 오스틴, 휴스턴, 샌안토니오, 엘파소 등 상당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19일 역시 D-FW 지역의 여러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구호를 외치고 팻말을 흔들며 시가 행진을 벌였다. 반면, 차량에서 트럼프 깃발을 흔드는 등 일부 주민들의 트럼프 지지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D-FW 지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시위는 오전 11시쯤 콜린 카운티에서 열렸다. 연방고속도로 380번과 75번이 만나는 번화한 교차로에는 약 700명의 시위대가 몰려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지나가던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이에 호응했다. 콜린 카운티 민주당 위원장이자 시위를 공동 주최한 제레미 수트카는 “연방 차원의 견제와 균형 체계가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위 기획 전담위원회를 당내에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플레이노에 35년간 거주한 샤론 귀네스는 이날 처음으로 시위에 참여한 주민 중 한 명으로 “연방정부의 절차적 정당성 부족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다. 뉴스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 했고 지금 내가 바로 그것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보건의 붕괴를 우려해 시위에 참여한 소아심장 전문의 애쉴리 페인은 “우리는 주민들을 교육하려 하지만, 과학이나 의학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간대에 포트워스에서도 약 1,300명이 참가한 집회가 벌어졌으며 오후 1시쯤에는 다운타운 곳곳에서 시가행진을 했다. 프리스코 주민 마리아 키로스(27)는 “이민 정책과 여성의 재생산 권리에 대한 우려로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멕시코계 주민인 그녀는 “아무리 똑똑하고 일을 잘해도, 세금도 내고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피부색 하나로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될 수 있다는 현실이 말도 안된다”고 성토했다. 키로스는 “이런 시위에 참석하는 유색 인종은 적은 편이다. 이민자 가정은 가족이 흩어지지 않기 위해 눈에 띄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사회엔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아닌지 항상 불안하다. 그래서 오늘 백인들이 이렇게 많이 나와 지지해주는 모습은 우리에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달라스 시청 앞에서는 나이와 배경이 다양한 약 400명의 주민이 모여 “이것이 민주주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헌법 수호, 다음 세대를 위한 모범 등의 이유로 마이크를 잡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시위대는 딜리 플라자 방향으로 행진했다. 리처드슨에 거주하는 페르난도 로드리게스(35)는 “내가 말할 수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전했다.   손혜성 기자  민주주의 트럼프 트럼프 정부 트럼프 대통령 취임직후 트럼프

2025.04.22.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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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민주주의는 가까운 곳부터

고등학교 동기가 동문 산악반 카톡을 만들었다. 예전에 산악반에서 활동했던 동문들이 세월이 많이 흘러 서로 연락을 하지 못했거나 만나지 못해왔다. 그래서 서로 다시금 소식도 전하고 안부도 묻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산악반 동문들을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단톡방을 열었다.     취지가 좋았고 오래전 선후배들을 서로 연락할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웠다. 미국에 사는 산악반 선배와 연락이 잘 되지 않았는데 다시 연락처를 알아서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 찍은 사진들도 올라왔다.     내겐 없는 오래전 사진으로 정말 귀한 사진이었다. 옛 추억을 생생하게 생각나게 하는 사진이었다. 고등학교 학생 때 모습이 앳되고 순수하고 발랄하게 보였다. 그때 우리는 자일을 몸에 걸치고 인수봉에 오르곤 하였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암벽등반을 젊은 혈기로 해냈다.     세상을 먼저 떠난 동문도 있다. 체구는 작지만 수직으로 된 암벽을 잘 타는 1년 선배가 있었다. 그는 캐나다에 있는 호수에서 사고로 물에 빠져 유명을 달리했다. 또 활발하게 산악 활동을 했던 나보다 몇 년 위 선배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서서히 악화되어 고통속에 생을 마쳤다.     오랫동안 서로 만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함께할 자리를 마련하자는 말이 나왔다. 개별적으로는 만나도 산악반 동문 전체가 만나지는 않았다. 해외에 사는 동문은 한국에 갈 기회를 만들어서 함께 모이자고 했다. 이제 나이 들어 모습은 변하였지만 옛 추억을 생각하며 만난다면 반갑고 뜻있는 만남이 되리라고 생각됐다.   그리운 인연들과 다시 연결해준 단톡방은 여러모로 유익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 불편해졌다. 한국에 혼란한 정치적 상황이 발생했다. 누군가 산악반 동문 카톡방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올렸다. 그리고 또 다른 동문이 지난 1월 발생한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에 빗대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덧붙였다.   단톡방에 주도적으로 문자를 많이 올리는 동문이 있다. 그런데 그 동문이 이 방은 무서워서 참여 못하겠다고 하면서 나가버렸다. 좋은 취지로 만든 카톡방 모임이 이렇게 되니 아쉬웠다.       단톡방이 원만하고 민주적인 질서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을까. 가장 삼가야 할 것이 비방과 언어폭력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다른 관점으로 존중하고 받아들이면서 얼마든지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결점도 있고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도중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이다.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다수에 의해 결정됐다면 그것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 자기의 생각과 사상이 실행되기를 엿보아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은 모임에서부터 민주적 원리를 시작하면 어떨까.   이 세계와 사회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절충에 의해 흘러가게 마련이다. 보수냐 진보냐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유대 관계일 것이다. 그것은 감히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까운 카톡 모임에서부터 민주주의를 실현해 나간다면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정호 / 수필가이 아침에 민주주의 산악반 동문들 동문 산악반 산악반 선배

2025.03.1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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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광화문 광장의 민주주의, 어디로 가나

헌법에도 명시된 바와 같이, 모든 권력의 근원은 국민이다. 특히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의 목소리에 있으며, 이는 국민의 권리로 보장된다. 광장을 가득 메운 군중의 외침과 집회는 이러한 민심을 대변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 광화문 광장은 연일 ‘집회 없는 날이 없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지만, 때로는 법과 질서보다 앞서는 군중의 외침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3·1절과 같은 국경일까지도 대규모 집회로 인해 국민적 기념일이 아닌 갈등의 장이 되어가는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을 안긴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에게조차 이제 ‘광화문 집회’는 관광 목록에 오를 정도가 되었다. 과거에는 천막을 치고 자리까지 마련하며 장기간 집회를 이어가는 모습도 흔했다. 단식투쟁을 하며 명상하듯 시위를 벌이는 이들도 있었고, 정부를 향한 항의의 목소리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집회 문화는 과연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인가.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찬반 집회는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의회민주주의가 해결하지 못한 갈등이 거리에서 표출되며, 집회는 다시금 국민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영국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의회와 궁전을 불태우겠다고 모였을 때, 한 교통경찰관이 나서서 “의회로 갈 사람은 이쪽, 궁전으로 갈 사람은 저쪽”이라며 길을 정리해 군중을 자연스럽게 해산시켰다는 일화가 있다. 이는 국가와 국민이 갈등을 조율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방식의 한 사례로 꼽힌다.   대한민국 역시 집회의 역사를 지나왔다. 1960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며 “데모로 해가 떠서 데모로 해가 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자유당 시절 연간 50건에 불과하던 집회가, 1960년에는 불과 10개월 만에 1000건을 넘었다. ‘데모한다, 고로 민주주의는 존재한다’는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의 집회 문화는 3·1운동(1919), 6·10 만세운동(1926), 광주학생운동(1929) 등 역사적 사건을 통해 발전해 왔다. 해방 이후에는 반탁·찬탁 시위가 국토 분단과 6·25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4·19 혁명은 민주주의를 향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5·16 군사정변 전야의 민주당 정권 시기의 혼란스러운 시위는 한국 집회 문화의 가장 어두운 단면이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 그러나 ‘데모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도한 집회로 인해 외국 기업들이 한국을 기피하는 나라로 인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광화문의 외침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지만, 그 방법 또한 성숙해야 한다. 법과 질서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열린광장 민주주의 광화문 광화문 광장 광화문 집회 외침과 집회

2025.03.13.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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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데모크라시’와 ‘민주주의’

옛 시대 ‘민주(民主)’는 ‘민이 주인’이라는 뜻이 아니었다. ‘민의 주인’, 즉 ‘군주’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의 성종실록에는 ‘민주’가 두 번 보이는데, ‘임금’ ‘백성의 주인’으로 번역돼 있다. 고종실록에서는 ‘민이 주인’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민이 주인’이라는 ‘민주’에 ‘주의’가 붙은 ‘민주주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스스로 권리를 행사하는 제도다. 영어 ‘데모크라시(democracy)’를 번역했다. 민중(demo)이 지배(cracy)한다는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주의’를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굳게 지키는 주장이나 방침’이고, 둘째는 ‘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이다. 그렇지만 ‘데모크라시’는 ‘주의, 이즘’이 아니다. 군주제의 반대쪽에 있는 하나의 제도다.   ‘데모크라시’를 ‘민주주의’로 번역한 건 일본인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다. 후쿠자와는 ‘민주주의’에 앞서 ‘하극상’을 생각했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이는 ‘하극상’은 “계급이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 예의나 규율을 무시하고 윗사람을 꺾고 오름”이다. 후쿠자와가 생각하기에 ‘데모크라시’는 ‘하극상’ 같은 것이었다.   후쿠자와가 살던 시대의 일본은 ‘민이 주인’이라는 제도를 인정할 수 없었다. ‘위험한’ 제도여서 사실 그대로 번역하기 어려웠다. 후쿠자와는 ‘민주제’ 정도로 번역하지 않고 ‘민주주의’로 번역했다. ‘데모크라시’를 ‘제도’가 아니라 ‘주의, 주장’으로 변질시켰다. 의도적으로 틀린 번역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우리는 이 용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민주주의’를 오해하는 일은 없는지 모르겠다.우리말 바루기 데모크라시 민주주의 후쿠자와 유키치 주의 주장

2025.03.12. 20:07

“한국의 놀라운 민주주의 복원력에 감동”

프랭크 자누지(사진)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탄핵 사태로 한국 대통령 권력이 공백 상태라는 것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와 조선업 강화,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는데, 트럼프와 마주 앉아 한국의 목소리를 전달할 정치 지도자가 없는 것이 탄핵 사태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와 외교부, 국방부 사이의 협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상 간의 소통이 다른 나라들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가자 지구 문제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 한국에겐 다행”이라며 “한국은 대통령 권력 공백을 최대한 빠르게 메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누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공백기를 겪었던 트럼프 1기 행정부 초기의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취임 약 1년 반 뒤에서야 대사를 임명했다.     자누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독자적으로 김정은과 협상에 나설 것”이지만 “김정은이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국제사회가 제재를 강력하게 이행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북한은 완전히 고립됐었다”며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와 원조 및 투자 등을 받아내고 싶어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고 러시아로부터 돈과 기술, 유류 등을 받고 있어 과거와 비교했을 때 김정은이 협상테이블에서 다급하지 않을 정도로 외교적 위치가 올라간 상황”이라며 “트럼프 1기 때처럼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누지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탄핵 사태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에 크게 감동했다”는 말을 독자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한국은 헌법적 위기 상태가 아닌 정치적 위기 상태이며 헌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현재 자유를 누리고 있고 국회와 헌재, 윤석열 대통령 모두 헌법을 잘 따르고 있다”며 “한국의 민주주의 복원력이 강력하다는 점을 증명해냈다”고 강조했다.     자누지 대표는 “일부 한국인들은 지금의 상황에 짜증도 나고 걱정스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한국인들이 헌법에 따라 민주적 자유를 행사하는 모습에 감명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동아태 담당 정책 국장(1997~2012)을 지내며 당시 외교위원장이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캠프의 한국 팀장을 지냈으며 국제 앰네스티 워싱턴 사무소장으로도 활동했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민주주의 트럼프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탄핵 김정은 북한

2025.03.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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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민자의 아들로서 민주주의 믿는다”

다음달 5일 본선거를 앞두고 앤디 김(민주·뉴저지 3선거구) 연방하원의원과 공화당 커티스 버쇼 후보가 마지막 후보토론회에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버쇼는 김 의원의 반발을 산 ‘워싱턴DC 연관성’을 재차 강조했고, 김 의원은 버쇼의 여성 자기결정권 논리 허점을 파고들었다.   22일 뉴저지 뉴스12 주최로 열린 3차 토론회에서 양측은 ▶경제(이하 언급순) ▶교통 ▶이민 ▶자기결정권 ▶교육 ▶전쟁 등의 쟁점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세(SALT) 소득공제 상한선 규정에는 양측 모두 주민에 손해라는 데 입을 모았고, 김 의원은 “최우선 문제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행한 폐단이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이 문제를 표결안에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버쇼는 “트럼프를 언급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고, 그와 경쟁한다면 참 쉬웠겠지만, 김 의원은 나와 경쟁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교통 대란에 김 의원은 “앰트랙과 NJ트랜짓을 통합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양측은 이민·자기결정권에 있어선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망명 신청절차를 통해 합법적인 신분을 얻기 원하는 이들이 몰리는 가운데 이민법원서 계류중인 재판은 전국 기준 300만 건에 달한다며 682명에 불과한 판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6~8년이 아닌 6개월 안에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버쇼는 “워싱턴DC에서 온 답같다”고 비꼬며 “주택이 부족하고 비싼 뉴저지엔 50만명의 불법 이주민이 자리잡고 있으니, 경제 문제다. 국경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버쇼는 또 자신이 게이인 점을 강조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동반자·의료진 협의 후 선택돼야 한다고 했고, 김 의원은 “공화당 입당 전후 입장이 다른 걸 보면 기회주의자같다. 선택(choices)이 아닌 권리(rights)가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육비 부담에 김 의원은 “사람들을 압박하는 게 아닌, 계층 이동 사다리가 돼야 한다. 대출 탕감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우크라이나·중동 등에서의 전쟁에 “트럼프는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게 한다”며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 태어난 한인 이민자의 아들로서 미국에선 선한 민주주의가 지속돼야 한다고 믿는다.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는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한국에서 온 이민자”라거나 “부모가 이민한 지 50년이 되는 해”라는 등 최근의 기조와 달리 출신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강민혜 기자 [email protected]민주주의 이민자 한국 이민자 한인 이민자 여성 자기결정권

2024.10.23.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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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주주의 시험대 된 트럼프 유죄 판결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용 돈 지급 기록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유죄 판결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시험대가 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분열과 증오심만 증폭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정작 대선의 중요한 이슈들은 가려지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옹호자 역할을 강화하고 있고, 민주당은 트럼프의 위험성만 강조하고 있다. 많은 유권자는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다. 이런 면에서 11월 대선은 트럼프의 정치적 유산과 국가의 미래 향방에 관한 국민투표가 될 것 같다.   트럼프는 변호사를 고용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 탁월하다. 그의 이런 능력은 사업가 시절부터 다양한 법적 문제들을 만나면서 축적된 것이다. 대통령 임기 중에도 2번의 탄핵과 특별 검사의 조사가 있었지만 이를 넘겼다. 퇴임 후에는 4개 주에서 4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가장 약한 것으로 여겨졌던 장부 조작 혐의 기소 건만 대선 전에 처리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명예 훼손, 성추행 및 비즈니스 사기 등의 민사 소송은 이미 마무리가 됐다.     트럼프의 유죄 판결은 민주당 지지자들을 크게 고무시켰다. 이들은 이를 “정의의 승리”, “법 앞의 평등”, “트럼프가 뿌린 부패의 결말” 등으로 해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250년 동안 이어져 온 미국 사법 제도에 대한 존중을 역설했고, 그의 캠페인은 트럼프 재임시의 분열, 자유 제한, 대통령 권한 강화, 정치적 폭력 등에 대한 경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 변함없는 충성심을 보인다. 이들은 유죄 판결을 ‘정치적 사기’라고 비난하며 덕분에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배심원 평결 후 공화당의 기부금 플랫폼인 윈레드(WinRed)가 쏟아지는 후원금으로 일시 마비될 정도였고, 상원과 하원의 공화당 선거 캠페인 단체들에도 기부금이 급증했다.     공화당 의원들 또한 유죄 판결을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입법권 행사에 경고를 하고 나섰다. 상원 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 주요 직책 후보자에 대한 인준 거부를 언급했고, 하원 의원들은 “불은 불로 싸워야 한다”며 연방 검찰 맨해튼 지부 검사들에 대한 조사와 뉴욕 주 및 특별 검사 잭 스미스 업무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 검토 계획 등을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의 분노와 민주당에 대한 형사 사법 시스템의 활용 욕구는 트럼프 재임 시절보다 더 강력하다. 보복을 외치는 공화당 당원의 범위도 넓어졌는데 이들은 보복 의도를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법을 이용한 정치적 전쟁’을 뜻하는 ‘법률전쟁(lawfare)’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자극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트럼프에 대한 유죄 판결이 선거와 정치 상황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트럼프 지지자의 결집과 중도층의 가세로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반대로 중도층의 실망감으로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도 유권자들의 반응과 트럼프의 지지 기반 확대 여부에 따라 대선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 한다.     맹목적인 충성과 사법 시스템에 대한 공격으로 미국의 건국 이념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즉, 민주주의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이 시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판결에 대한 찬반론보다 자신들의 삶과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11월 대선이 충돌의 정치 무대로 전락하지 않고 주요 이슈에 대한 논쟁의 장이 되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적 가치와 민주주의 체제는 모두를 위해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역사적 책무다. 정 레지나기고 민주주의 시험대 유죄 판결 트럼프 재임시 트럼프 옹호자

2024.06.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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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주주의 그 꽃

고은 시인의 작품 가운데 ‘그 꽃’이란 유명한 시가 있다. 시인을 노벨문학상 후보에오르게 한 시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아주 짧은 시이지만 무궁무진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 권의 강국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진 숱한 고난과 역경, 애환이 있었다. 35년간의 일제강점기 지난하게 독립운동을 하며 상해임시정부를 세웠고, 이어 광복과 건국, 6·25전쟁, 4·19, 광부와 간호사 서독 파견, 월남전쟁 참전, 그리고 조국 근대화 등 숱한 굴곡이 도도한 역사의 물결 속에 있다. 그런데 짓밟혀도 일어서고 다시 핀 끈질긴 ‘그 꽃’을 오늘에야 여유 있게 살펴볼 수 있었고 비로소 아름다운 꽃인 줄 알게 된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것들이 진실을 호도하고 있었다. 호구지책이 우선이라 제대로 따져볼 겨를도 없이 잊혀 가는 역사가 되었었다. 하지만 ‘건국 전쟁’이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재조명해 볼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잘살아 보자’며 3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산업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 조국 근대화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는가.   국가부도라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앞에 나라를 구하겠다고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였던 국민의 열화와 같은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오늘에야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진실 된 역사의 그 꽃을 이제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대한민국의 건국과 경제부흥, 근대화 등 애환과 희생의 꽃이 피어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그 꽃, 삶의 여유를 찾고서야 그 꽃을 발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도 잠깐, 작금 한국의 총체적 난국은 활짝 핀 그 꽃을 안개로 덮어버린 것 같아 내심 불안과 초조함이 가슴을 졸이게 한다.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환자를 볼모로 의료대란을 초래하고 있는 의사들, 그리고 국가의 근간을 책임져야 할 일꾼을 뽑는 총선도 범죄와의 전쟁으로 비하되고, 극명하게 갈라진 유권자의 마음은 외줄 타기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개인의 자유와 의무, 질서는 법에 의해 엄연히 존재한다.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주의이기 때문이다. 법을 어겨가며 정치를 해서도 안 되고 법을 짓밟고 인권을 외쳐서도 안 된다. 법치국가는 법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가 존중된다.   일부 총선후보자 면면을 보면 가관인 것이 각양각색의 전과자들이라는 점이다. 각종 형사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것을 비롯해 자녀 편·입학 서류 위변조, 선거에 돈봉투 살포, 성금기금 횡령, 부동산투기 및 불법 거래, 불법 코인 거래 등 다양한 종류의 범법자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닌가. 더는 사회악이 뿌리내리지 못 하게 해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또다시 그 꽃을 보지 못하고 올라가야 하나. 참담한 현실 속에 이번 총선만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민의 선택이 과연 어떨 것인지는 안갯속이지만 그래도 올라갈 때 보지 못한 민주주의 그 꽃을 정상에서 내려올 때 보길 원하다.   국민의 옳은 선택만이 대한민국을 온전한 법치국가로 세울 수 있다. 미래 세대가 꿈과 희망을 펼치게 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총선에서의 올바른 선택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 그 꽃을 모두가 보며 평화를 만끽하길 기대해 본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 건국과 경제부흥

2024.04.0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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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총기와 민주주의

얼마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조지아주 고등학교에서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또다시 미국에서는 총기소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일반인 총기 보유 비율로 미국을 따라가는 나라가 없다. 일반인 100명당 120개 이상의 총기가 나돌고 있다. 사람 수보다 총기가 많은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캐나다는 일반인 100명당 35개, 프랑스는 20개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   그와 비례해 일반인 총기 사망률도 선진국 중에서 미국을 따라가는 나라가 없다. 캐나다보다 8배가 높고, 영국의 340배가 된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총기로 사망한 사람 수가 35개 주에서 교통 사고로 죽은 사람 수를 능가할 정도다.   총기법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미국은 총기 규제를 못 하고 있는 것일까. 공화당이 총기 소유권을 지지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전미총기협회(NRA)가 규제 반대 로비를 계속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특유의 역사적·사상적 배경에 있다. 총을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바로 미국의 근간이 된 헌법에 명시돼있다. 특히 1791년에 쓰인 수정헌법 제2조는 자유 국가의 안보를 위해 “국민이 무기를 보유하고 소지할 권리는 침해되어선 안 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물론 개척시대 사고방식(frontier mentality)의 산물로 21세기 미국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황량한 벌판을 배경으로 하는 서부영화가 말해주듯 미국의 민주주의는 내 목숨은 내가 지킨다고 하는 개인주의, 다시 말해 공동체 도덕이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환경에서 성장한 것이다. 총기를 불법화하면 오직 불법자들만이 총기를 소유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를 생각할 때 유교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의 도덕질서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민주주의 총기 총기소지 논란 일반인 총기 총기 소유권

2024.02.28. 21:58

[중앙시평] 민주주의 위기와 정치 실종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한 시민혁명은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아 사회나 국가를 통치할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만들었다. 시민은 선거를 통해 사회를 다스릴 권한을 통치자에게 위임하고 통치자는 견제와 균형의 국가 시스템 안에서 민주적 통치를 하게 된다.   이런 민주주의 사회 질서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삼권분립과 대통령제를 탄생시킨 미국에서조차 선거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난입 사태까지 벌어졌다. 세계 곳곳에서 극단주의 정치지도자들이 등장하고 입법·행정·사법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상호존중의 민주주의 질서가 도전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지켜야 할 정당에서조차 유리하지 않은 사법부 판결이 나오면 강한 비난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 행정과 입법 사이에도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장관과 국회의원의 입씨름이 도를 지나쳐 정책토론이 아니라 감정적 상호비방으로 일관한다. 미국도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설하고 나자 하원의장이 그 자리에서 연설문을 찢어버릴 정도로 심각한 갈등 양상을 보인다.    정치는 서로 다름을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지혜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혜를 갖춘 정치와 정치가는 실종되고 있다. 정치적 갈등의 심화는 극단적 강경파의 활약을 부추기게 된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안을 강경파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몇 시간 남겨 놓고 임시 예산안이 간신히 통과되었다. 하지만 이후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이런 합의를 끌어낸 자기 당 하원의장에 대해 불신임안을 상정했고 통과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0여명에 불과한 친트럼프계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공화당 하원의원 221석을 좌지우지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민주주의문화재단(Democracy and Culture Foundation)과 뉴욕타임스 주최로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했다. 전 세계 지성인들이 모여 민주주의의 위기와 해법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최근 독재적 지도자들의 권력이 확장되고, 인공지능이 인간 노력의 가치를 침해하고, 빈부격차는 심화하고,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표현의 자유는 공격을 받고, 유럽에서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포럼에서는 21세기가 직면한 민주주의 위기의 극명한 현실로 보았다. 지난 20세기 후반 누려왔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심각하게 손상되고 있는 오늘 과연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있는가를 고민하는 모임이었다.   포럼에서는 민주주의 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급격한 사회변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혁명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사람들은 이에 적응하지 못해 위협을 느끼게 된다. 기술의 발전은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에 따라 돈의 힘은 점점 더 커지고 정부의 힘도 커지지만, 시민의 영향력은 점점 감소한다고 느껴서 불안감이 커진다고 한다. 불안감과 무력감은 모든 문제를 자신이 아니라 사회의 탓으로 돌리게 한다. 이것이 정치 선동과 연결될 때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개인의 사회적 불신뿐 아니라 정치권도 상대에 대한 불신으로 사회문제를 풀려고 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사회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상대편의 과거 잘못에 대한 비난이 우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나 윤석열 정부의 카르텔 철폐를 보면 모두 상대편을 탓하는 닮은꼴이다. 정부의 역할은 남의 탓보다는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설계를 하는 일이 우선이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Fritz Heider)는 일찍이 이런 현상을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으로 분석했다. 인간은 종종 문제의 본질보다는 이를 외부적 상황이나 개인적 특질의 탓으로 돌려 해석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도 상대편 집권세력의 과거를 청산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서로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 불신을 가중하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정치선동가들이 사회를 극단적으로 대립시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 불신과 개인의 불안감이 언론의 편향보도와 개인 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정치 선동으로 인해 극단주의 세력의 역량을 더욱 키워주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의 득세는 기존 정당의 정치질서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쉽게 무너뜨린다. 극단적 팬덤 현상은 헌법기관이라고 하는 국회의원의 소신을 쉽게 마녀사냥감으로 만들고 정당의 기본 이념이나 가치보다 집단의 이익을 앞세우게 한다.   우리 인류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세계대전을 일으켜 몰락한 역사를 잘 기억하고 있다. 극단적 세력이 득세할 때 합리적 사고는 길을 잃는다. 정치는 치열하게 대립하더라도 결국은 화합을 끌어내는 예술이다. 정치권에서 내로남불이 일상화되어가는 오늘 김수환 추기경이 남기신 “내 탓이오”라는 말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염재호 / 태재대학교 총장·전 고려대 총장중앙시평 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 사회 극단주의 정치지도자들 민주주의 질서

2023.10.06. 19:32

체코 아파트, 미국 민주주의를 비꼬다

어느 국가, 어느 사회이건 시스템은 망가지게 마련이다. 체코 프라하의 한 아파트 소유주들의 HOA 미팅은 사회주의 나라에서 고생(?)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실험장이다. 인간이 지닌 그 무한의 소유욕을 영화는 ‘휴먼 코미디’로 표현한다.     그 자신 코미디언이기도 한 체코의 지리 하벨카의 연출 데뷔작 ‘오너스’는 체코 시민들의 재산에 대한 소유욕을 소재로 민주주의 제도의 맹점과 자본주의가 지닌 비인간적 속성을 풍자적으로 파헤친다.     아파트 소유주 모임 회장 자흐라드코바 부인이 HAO 미팅을 소집한다. 오래된 건물의 수리를 논의하고 안건은 투표로 결정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학생 6명에게 아파트를 렌트해 주고 있는 루비코바 부인은 조례의 세부 사항을 일일이 외우다시피 한다. 참석자 수를 세는 간단한 절차조차 걸고 넘어가는 피곤한 윈칙주의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자신들을 사업가로 칭하는 체르마크 형제, 갓 이사 온 임신부와 그녀의 남편,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 대신 한 표 행사를 위해 참석한 스벡 씨, 투자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락방 지을 공간을 더 확보하려는 니트란스키 씨, 모든 게 귀찮아 절차 진행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방해꾼 쿠밧 씨, 회의 내내 졸고 있는 재무담당 소콜 교수, 소련의 사회주의 시절이 더 좋았다고 불평만 늘어놓는 아파트 3채 소유주 밀로스 씨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소유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는 민주주의적 절차는 간데없고 인종과 성적 차별 발언이 난무하며 서로의 감정 대립은 극에 달한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방해꾼, 멍청이, 또는 사기꾼 한 명의 권리만으로도 모든 게 중단된다.     민주주의는 이루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규칙은 시민 사회 질서 유지의 최소의 도구이다. 그러나 결정을 방해하는 것은 오히려 규칙이다. 아파트 3채를 소유한 자의 3표 행사가 모든 걸 교착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미국의 망가진 선거인단 제도에 대한 맹렬한 풍자로 읽힌다.     하벨카 감독의 알레고리는 간단명료하다. 3막 연극처럼 구성된 영화, 행동하는 민주주의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다크 코미디 ‘오너스’를 통해 그는 민주주의는 한마디로 ‘개판’이라고 말한다.  합의에 도달하기 전, 각자의 이기주의에 밀려 건물이 희생될 상황까지 이른다. 의로운 자들의 연대는 독단적인 한 사람의 심술궂은 방해로 무너져 버리고 만다.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미국 민주주의 민주주의적 절차 아파트 소유주들 민주주의 제도

2023.08.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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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 원칙 저버린 LA시의회

한인타운이 포함된 LA시의회 10지구 시의원 논란이 결국 대행체제로 귀결됐다. LA시의회는 11일 헤더 허트의 대행 재임명안을 찬성 11,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허트 대행은 내년 말까지 10지구 시의원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날 회의장에는 많은 10지구 주민들이 참석해 보궐선거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0년 선거에서 10지구 시의원으로 당선된 마크 리들리-토머스가 1년 만에 부패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후 10지구 주민들은 3년이나 직접 선출한 시의원을 갖지 못하게 된 셈이다.     LA시의회는 이번 결정으로 예산은 절약했겠지만 대의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시의원은 해당 지역 유권자들이 선출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모니카 로드리게스 의원도 이런 절차를 문제 삼았다. 로드리게스 시의원은 “공식적인 진행 작업 없이 너무 서둘러 임명했다”며 “그것은 민주적 방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선거 일정이 촉박하다는 이유도 옹색하다.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빨라야 10월쯤 가능하고, 내년 3월에는 또 예비선거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4일 보궐선거를 한 6지구와 대비된다. 내년은 LA시의회 짝수 지역구 선거가 치러지는 해여서 6지구도 포함이 된다. 시차가 6개월 정도에 불과한데  민주주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10지구는 대행 임명을 감행한 것이다.           폴 크레코리언 시의회 의장은 재임명안 통과 후  “유권자들은 허트 대행의 의정 활동에 대한 평가를 내년 선거에서 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적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트 대행이 이미 내년 10지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라 이는 민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출발점이 다른 경쟁자들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사설 민주주의 la시의회 민주주의 원칙 la시의회 10지구 la시의회 짝수

2023.04.12. 18:20

캐나다의 민주주의 12위에 그쳐

캐나다가 자유도가 높은 편이지만 대만이나 우르과이보다는 낮은 자유도 순위를 보였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1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2'(Democracy Incex 2022)에서 캐나다는 8.88점으로 12위에 그쳤다. 작년과 같은 순위다.   상위 10위권에는 노르웨이, 뉴질랜드, 아이스랜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북유럽과 서유럽 선진국 등이 포진했으며, 10위는 대만이 차지했다. 11위는 우르과이가 캐나다보다 한 단계 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조사에서 8.03점으로 작년의 16위에서 무려 8계단이나 하락한 24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작년에 일본은 17위로 한국보다 한 계단 아래였지만, 이번에 16위로 한국의 자리를 빼앗으며 한국이 하락한 8계단 높아졌다.   독일은 14위, 영국은 18위, 오스트리아는 20, 프랑스는 22위 등이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낮은 30위였으며, 러시아는 146위, 중국은 156위, 북한은 165위였다.   각 항목별로 볼 때 캐나다는 ▲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10점 만점 ▲ 정부 기능 8.57점 ▲ 정치 참여 8.89점 ▲ 정치 문화 8.13점 ▲ 국민 자유 8.82점을 얻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정부 기능' 영역 평가가 0.36점 상승했지만, '국민 자유' 에서 하락 폭이 0.3점이 하락해 전체 점수에서 0.01점이 올랐다.   EIU는 캐나다와 관련해 캐나다는 역사적으로 안정되고, 민주주의 정부로 인해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빠른 시간 내에 각종 검역 통제를 빠르게 푼 것이 높은 점수로 반영됐다. 그러나 캐나다가 국민 자유에 있어 작년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에는 트럭 운전자의 차량 시위에 긴급조치를 발령한 것이 작용했다. 또 원주민 기숙 학교 등에 대한 부분도 부정적으로 보였다.     한국은 ▲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 정부 기능 8.57점 ▲ 정치 참여 7.22점 ▲ 정치 문화 6.25점 ▲ 국민 자유 8.53점을 얻었다. 특히 1년 전보다 '국민 자유' 영역 평가가 0.59점 상승했지만, '정치 문화'에서 하락 폭이 1.25점이나 되는 바람에 전체 평균 점수가 내려갔다.   EIU는 한국과 관련해 "수년간의 대립적인 정당 정치가 한국의 민주주의에 타격을 줬다"며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해석이 합의와 타협의 공간을 위축시키고 정책 입안을 마비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합의를 모색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라이벌 정치인들을 쓰러뜨리는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는다"고 꼬집었다.   EIU는 "대중들이 갈수록 민주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공직자들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서 민주주의 지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정치적 제약에 방해를 받지 않는 강한 지도자의 통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IU는 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해왔다. 이를 토대로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국가',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국가', 4점 초과∼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 등 4단계로 구분한다.   캐나다는 여전히 완전한 민주국가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겨우 완전한 민주국가에 턱걸이를 했다. 미국은 7.85점으로 결함있는 민주국가에 속했다. 미국(7.85점)은 작년보다 4계단 내려간 30위였다. 미국은 2006∼2015년 '완전한 민주국가' 명단에 있다가 버락 오바마 전 정부 말기인 2016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 있는 민주국가'로 분류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평가가 하락세다.   표영태 기자북한 민주주의 민주주의 정부 민주주의 지수 라이벌 정치인들

2023.02.0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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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민주주의의 훼손과 회복

요즘 미국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실 지난 6년 동안 미국 민주주의는 훼손됐다. 다가오는 중간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말해줄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 인식은 같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가 본질에서 멀어짐을 걱정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적 가치 보존이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래서 공화당은 문화 전쟁(culture war)을 한다.   민주주의 위기가 새삼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8월 말 메릴랜드주 연설 때문이다. 바이든은 다수 국민의 뜻인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지들이 외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은 준파시즘(like semi-fascism) 같아서 민주국가의 기조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법과 규범에 기초하지만 핵심은 국민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열린 소통의 문화’를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민주주의는 자체적 모순에 빠져 공격받고 훼손된다.     민주주의의 성공은 균형적인 자유를 지키려는 환경에 달려있다. 표현의 자유를 권력 쟁취 도구로 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목적 성취와 불만 해소를 위해 줄기차게 거짓말을 반복해 유권자 뇌의 판단 기능을 흔든다.     민주주의 역사는 트럼프처럼 개방적 민주적 환경에서 당선된 후 민주적 시스템에 역행했던 선동가들로 가득 차 있다. 1848년 나폴레옹은 질서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유명세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임기 만료가 되자 반란을 일으켜 제2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황제가 됐다. 또 이달 유럽의회가 더는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선언한 헝가리의 경우도 같다. 빅터 오반은 12년째 헝가리 수상이다. 그는 미국 극우 극단주의자와 트럼프의 칭송을 받는다. 트럼프의 전 최고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그를 ‘트럼프 이전의 트럼프’라 한다. 오반은 원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며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헝가리를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바꾸었다. 백인 우월론을 말하고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 세대들이 외국으로 이주해서 노동력이 부족한 나라가 됐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은 영화와 라디오를 주요 선전 도구로 이용해 전쟁과 대량 학살을 감행했다. 그 선봉에는 정치 선전 및 미화(beautification)의 대가인 조지프 괴벨스가 있었다. 존 F. 케네디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TV 덕분에 당선됐다.     시대에 따라 새롭게 출현하는 미디어는 민주사회를 지원 혹은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민주주의는 소통의 결과에 취약해서 소통 환경에 따라 모양새가 바뀐다. 작년 1월6일 의사당 난입사태가 그 실례다.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소문과 거짓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본질과 자신이 희망하는 정치적 결과를 융합한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지난 세기에는 지식과 정보가 규칙에 따라 전파됐지만 21세기에는 소셜미디어에 의해 소통의 질서가 파괴됐다. 인간다움을 누리는 민주주의가 가장 우세한 정치 체제이므로 우크라이나는 목숨 걸고 싸운다.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투표가 한 방법이다. 정 레지나 / LA독자기고 미국 민주주의 민주주의 위기 민주주의 역사 요즘 민주주의

2022.09.25. 17:36

바이든 “민주주의 위협” 트럼프 맹공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을 향해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며 맹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마가'(MAGA) 공화당은 미국의 근간을 위협하는 극단주의를 대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공화당을 향해 '마가', '울트라 마가' 등으로 부르면서 비판해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상승한 바이든 대통령은 200여년 전 독립선언문이 채택된 민주주의의 요람이자 선거 격전지인 필라델피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마가 세력은 이 나라를 선택의 권리가 없는, 피임의 권리가 없는, 사랑하는 이와 결혼할 권리가 없는 곳으로 후진시키는 데 골몰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일으킨 '1·6 의사당 폭동'을 거론하며 "미국에서 정치적인 폭력이 발붙일 곳은 없다. 누구도, 단 한 번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설은 '황금시간대'로 불리는 저녁 8시에 진행돼 TV로 생중계됐다.       연방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로 여성 표심을 흡수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학자금 대출 탕감 등 잇단 성과 속에서 지지율이 상승 흐름을 타자 전면 공세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발표한 새로운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중간선거가 치러지면 유권자의 47%는 민주당에, 44%는 공화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는 "평등과 민주주의가 공격받고 있다"면서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위협에 대처할 힘을 스스로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1·6 의사당 폭동에 가담했던 전직 뉴욕 경찰관 토마스 웹스터는 이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법무부(DOJ)는 폭동사건과 관련해 860명 이상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260명 이상을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또, 폭동 선동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여부도 검토 중이다. 장은주 기자미국 민주주의 민주주의 위협 트럼프 맹공 도널드 트럼프

2022.09.0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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