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은 캘리포니아주 특별선거일이다. 주민들은 “선거구 재조정 권한을 주 의회로 넘길 것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찬반의 결과는 내년 중간선거의 연방 하원 구도는 물론 미국 정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의료, 이민, 교육, 환경 등 생활 전반과 직결된다.
선거구 조정은 원칙적으로 10년마다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나 올해는 이 원칙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텍사스 주지사와 의회에 공화당 의원 5석을 늘릴 수 있는 선거구 지도를 추진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실제로 텍사스는 5석을, 미주리 주는 1석을 추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노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캔자스 등도 뒤이어 움직이고 있으며, 공화당 지도부는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백악관 회의를 열고 공화당 우세 주들을 방문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민주당 의석 5석을 늘리는 선거구 재조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2008년 이후 게리맨더링(선거구 조작)을 금지했고, 2010년부터는 독립 시민위원회가 초당적으로 선거구를 관리해왔다. 따라서 선거구 조정을 하려면 주민투표를 통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절차가 바로 ‘프로포지션 50’이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시민위원회가 일시적으로 해산되고, 선거구 재조정 권한이 주 의회로 이관된다. 위원회는 다음 인구조사 이후인 2031년에 임무를 재개한다.
공화당은 이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당의 권력 확장 시도”라고 비판하며 뉴섬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의 맹목적 추종과 대통령의 무차별 권력 행사에 제동을 거는 기회”라고 주장하며, 찬성 캠페인의 전국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게리맨더링은 정당의 이익을 위해 선거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행위다. 공화당 우세 주에서는 투표권 보호를 받지 않는 민주당 선거구를 통합내지 축소하고, 민주당 우세 주에서는 투표권으로 보호받는 선거구를 그대로 두면서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더 많이 그리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민주당이나 텍사스 공화당이 모든 의석을 게리맨더링 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 헌법’과 ‘1965년 투표권법’의 제약 때문이다.
이 법은 특히 남부의 짐 크로우 법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종, 언어 소수집단을 보호하고 특정 지역 분할을 방지하며, 연방 정부에 감독권을 부여한다. 그러나 현재 연방 대법원은 투표권법 제2조의 효력 축소를 검토 중이다.
만약 인종을 고려한 선거구 설정이 금지된다면, 내년 중간선거는 물론 선거 지형 자체가 뒤집힐 수 있다.
프로포지션 50은 상대가 규칙을 어겼을 때의 대응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미셸 오바마가 제안했던 것처럼 품위 있게 대응할 것인가, 아니면 같은 방식으로 맞설 것인가의 문제다.
선거구 재조정 시민위원회 위원인 이스라 아흐마드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유권자의 의견을 묻는 뉴섬의 시도는 공정하며, 상대와 같은 규칙에 따라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프로포지션 50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입법, 사법, 행정부를 독식하는 트라이펙타(완전 집권 체제)를 불공정한 방식으로 유지하려는 동안 민주당이 손을 놓는다면 이 또한 직무 유기다. 투표권법마저 무력화될 위기 속에서, 캘리포니아는 지금 민주주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완벽한 해법은 아니지만,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대응, 그것이 바로 프로포지션 50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