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멋있지만, 가까이 가면 다른 모습인 사람이 있다. 미국에서 이 부류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다. 민주당 차기 리더라는 포장을 뜯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릴 때 모친과 빠듯하게 살며 심한 난독증에 걸린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학업을 마친 뒤 사업가로 성공한다. 정계에 입문, 샌프란시스코 시장과 캘리포니아 부지사를 거쳐 주지사에 오른다. 여기까지가 멀리서 본 뉴섬이다. 그의 조부 윌리엄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전신 뱅크오브이탈리아의 공동 창업자다. 조부와 이름이 같은 부친 윌리엄은 법률가다. 아버지 뉴섬은 고든 게티, 즉 석유재벌 폴 게티(1892~1976)의 넷째 아들 고든과 고교 동창이자 의형제처럼 가깝다. 1951년 스탠퍼드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곧 고든의 권유로 게티 집안의 변호사로 일한다. 1973년 폴 게티의 손자 납치 사건 때 인질범에게 몸값을 전달한 게 아버지 뉴섬이다. 폴 게티 사후엔 고든을 위해 방대한 유산을 관리했다. 고든은 뉴섬을 수양아들처럼 아꼈다. 휴가철엔 가족과 함께 고급 휴양지에 데리고 다녔다. 아프리카 여행도 같이 갔다. 뉴섬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호소한다면, 불우이웃의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 뉴섬이 고든의 두 아들과 함께 와이너리, 호텔, 레스토랑을 차릴 때도 재정 지원이 뒤따른다. 게티 가문의 든든한 자본과 네트워크 덕에 사업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2004년 1월 미국 최초 동성 결혼 합법화 뉴섬의 사업 수완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정계 인맥은 참 호화롭다. 첫손가락으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꼽을 수 있다. 의회 권력의 상징인 그가 뉴섬의 멘토라는 건 온 세상이 다 안다. 낸시의 시숙 론 펠로시가 뉴섬의 고모와 1956년 결혼해 21년간 부부였다는 인연도 있다. 캘리포니아 정치 명문가인 제리 브라운 집안과의 교류는 3대에 걸친다. 할아버지 뉴섬은 32대 주지사를 지낸 팻 브라운(제리의 부친)의 후원자였다. 아버지 뉴섬과 존 펠로시(낸시의 시부)가 동업해 만든 회사에게 굵직한 사업권을 준 게 팻 브라운이다. 34대, 39대 주지사였던 아들 제리는 아버지 뉴섬, 고든 게티와 친한 동창이다. 이렇게 캘리포니아 정계의 거물 인맥은 2~3대에 걸쳐 가지를 뻗어왔다. 개빈 뉴섬도 큰 가지 하나로 컸다. 그의 첫 공직은 1996년 샌프란시스코 교통 커미셔너였다. 6개월만에 시의원 공석이 나오자 윌리 브라운 시장의 지명을 받아 선거 없이 선임됐다. 브라운은 게티 인맥 중 한 명이다. 카멀라 해리스와 잠시 사귀던 그 브라운이다. 그는 나중에 뉴섬을 후임 시장으로 밀어줬다. 샌프란시스코 시장 뉴섬은 2004년 1월 미국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다. 성 소수자 인권을 내세워 반대를 물리쳤다. 대법원 합헌 판결이 나오자 그는 일약 진보의 아이콘,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다. 이를 기점으로 뉴섬의 시장, 주지사 시절 급진적인 정책이 잇달아 도입된다. 마리화나 합법화, 950달러 이하 절도의 중범죄 면제, 청소년 성전환 지원, 소득 구간별 전기요금 차등화, 교도소 과밀 해소를 위한 재소자 방면, 정유사 이익 상한제… 정의.인권.환경을 키워드로 삼은 이 정책들은 하나하나 논쟁거리였다. 소송에 걸려 중단되거나 시행 방법을 못 찾아 미뤄진 것도 있다. 좋건 나쁘건, 그의 이름은 뉴스에 자주 올랐다. 트럼프의 반사효과도 컸다. 그는 의식적으로 트럼프와 사사건건 각을 세운다. 2019년 주지사 취임 100일 회견에서 "캘리포니아를 최강의 반트럼프 주로 만든 것"을 최대 업적으로 꼽았다. 그는 100일간 트럼프에게 48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이민 단속이 시작되자 그해 4월엔 엘살바도르를 방문해 "저건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걸 알리려 왔다"고 했다. 누가 봐도 대선을 의식한 언동이었다. 트럼프 2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LA시위에 주 방위군을 투입한 것에 대해 소송하다 졌다. 뉴섬은 지명도를 한껏 띄우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민생에서의 실정으로 부력을 까먹고 만다. 대표적인 게 노숙자 대책이다. 뉴섬은 공짜로 숙소를 제공해야 노숙자가 사라진다고 본다. '하우징 퍼스트' 정책이다. 2019~24년 노숙자 대책에 무려 240억 달러를 썼다. 1인당 연간 4만2000달러꼴이다. 4인 가족 빈곤선을 웃도는 돈이다. 2024년엔 또 64억 달러를 빚내 마약중독 노숙자 셸터를 짓기로 했다. 건설비만 하나에 57만 달러가 넘는다. 그래도 노숙자는 더 늘어 현재 18만1000명이 됐다. 주 인구는 전국의 12%쯤인데, 노숙자는 28%나 된다. 뉴섬의 또 다른 감점 요인은 치안 악화다. 2024년 하반기 이후 범죄율이 서서히 꺾였으나 여전히 타주에 비해 높다. 굳이 숫자를 보지 않아도 길거리에 나가 보면 안다. 치안이 불안해지자 상점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웨스트필드, 메이시, 홀푸즈 등 명소들이 문을 닫았다. '낸시 펠로시 연방청사'에선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전 직원 재택 대기령이 내려졌다. 마리화나 합법화, 절도범 처벌 완화, 재소자 방면이 원인으로 꼽힌다. 모두 '뉴섬표 정책'이다. 반기업 규제는 대단히 강력하다. 전국 최고의 유류세를 매겨놓고 기름값을 낮춘다며 2023년 정유사 이익 상한제를 도입했다. 뉴섬은 "빅오일을 이겼다"고 호언했으나 공급이 감소하자 시행을 미루고 있다. 사용량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정책도 있다. 현재 주 정부 위원회가 실행안을 짜고 있는데, 확정되면 좌파 국가들이 구경 올 판이다. 노예 후손에 대한 금전 보상은 거의 팬터지급이다. 캘리포니아엔 과거 노예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뉴섬은 2022년 노예 후손 보상 추진 TF를 만들었다. TF에서 5000억 달러를 들여 1인당 22만3000달러를 주자는 안이 나왔다. 주 인구의 4.7%인 노예 후손에게 전주민이 돈을 거둬 주자는 것이다. 정치적 자살골이나 다름없는 일을 진짜 하겠느냐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주 재정상태도 큰 문제다. 전임 주지사에게 150억 달러의 흑자를 물려받았으나 지금은 120억 달러 적자다. 재정적자 비율은 전국 1,2등을 다툰다. 큰 정부와 팽창적 재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안 보인다. 주지사 취임 당시 2000억 달러가 채 안됐던 예산은 6년간 3210억 달러로 불었다. 2022년 캘리포니아는 인구 정체 탓에 연방하원 의석 한 석을 내놔야 했다. 2020~23년 인구는 60만 명 감소했다. 인구 감소와 재정 팽창이 함께하는 역설을 뉴섬은 설명하지 못한다. 실정은 주민 민생고로 이어진다. 경제규모 세계 4위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의 빈곤율은 18.9%로 전국 최고다. 지난 5월 실업률은 5.3%로 네바다와 미시간에 이어 3위다.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올해 49%로 다섯 번째다. ▶오랜 참모 부인과 불륜, 사생활도 구설 이에 더해 위선적 이미지는 뉴섬의 큰 흠결이다. 그는 2020년 코로나 사태로 공립학교를 폐쇄했으면서 네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 대면수업을 받게 했다. 애틋한 부정으로 봐주자. 그해 11월엔 자택 대피령을 뚫고 나파 밸리의 미슐랭급 식당 프렌치 런드리에서 마스크 없이 파티를 하다 들통났다. 뉴섬의 오랜 친구이자 로비스트 겸 주지사 자문관 제이슨 키니의 생일파티였다. 몇 달 뒤엔 LA에서 미식축구 플레이오프 경기를 유명인들과 함께 마스크 없이 관전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말라. 마스크를 꼭 쓰자"던 그였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지만 어떤 동물은 더욱 평등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지 않나. 사생활도 구설에 오른다. 그는 2007년 오랜 친구이자 참모인 알렉스 투르크의 부인 루비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루비는 뉴섬의 일정 담당비서였다. 권력형 성 비리로 비화하는가 했지만, 루비 스스로 좋아서 했다고 주장해 넘어갔다. 투르크 부부는 파경을 맞았다. 이때 뉴섬과 사귀던 지금의 부인 제니퍼 시벨이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어쩌면 좋겠냐고 e메일로 자문을 구한다. 10년 뒤 할리웃 성 착취범으로 감옥에 간 그 인물에게 말이다. 뉴섬의 대선 행보는 계속됐다. 2023년 3월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앨라배마.아칸소.플로리다.미시시피주를 순방했다. 진보 이념을 전파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캘리포니아 뉴스 그룹은 "뉴섬, 당신 주에나 신경 쓰라"는 헤드라인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피로감이 슬슬 커지는 분위기다. 반트럼프를 앞세우다 스스로 좌파 블록에 갇힌 면도 있다. 그를 지지하던 LA타임스엔 '다음 민주당 대선 주자는 캘리포니아 출신이 아닐 수 있겠다'는 칼럼이 가끔 게재된다. 득표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2022년 득표율 59.2%로 재선했을 때 쓴 선거자금이 무려 3850만 달러였다. 공화당 후보 브라이언 달은 400만 달러를 들여 40.8%를 얻었다. 한 표 당 뉴섬이 5.96달러, 달은 불과 90센트를 썼다. 잘 통하던 뉴섬 브랜드도 예전 같진 않다. 남윤호 미주중앙일보 대표낙제점 아이콘 캘리포니아 정계 캘리포니아 정치 캘리포니아 부지사
2025.07.16. 19:27
2025년은 제임스 딘의 해다. 그의 사망 70주기이고 그의 대표작 ‘에덴의 동쪽’과 ‘이유 없는 반항’이 개봉 7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에덴의 동쪽’은 1952년 발표된 존 스타인백의 소설을 엘리아 카잔 감독이 1955년에 영화화한 작품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청년의 안타까운 방황을 그리고 있다. 혜성처럼 나타난 제임스 딘의 첫 번째 주연 작품으로 딘은 이 영화 한편으로 일약 스타의 지위에 오르며 젊음의 우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다. 제임스 딘은 아버지에게 소외당하며 어두운 그늘에서 증오를 키우는 반항아 칼을 연기한다. 딘이 출연한 세 편의 영화 중 그의 생전에 개봉된 유일한 영화다. ‘에덴의 동쪽’은 1955년 제8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로 올라 ‘드라마틱 필름’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려 그 중 각본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제임스 딘은 앞서 열린 1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마티’에서 열연한 어니스트 보그나인에게 밀려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다. 성경은 가인을 악의 표상으로 묘사한다.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최초의 범죄자’ 아담과 이브의 큰아들인 가인은 질투에 휩싸여 동생 아벨을 죽이고 ‘최초의 살인자’가 된다. 그러나 성경은, 하나님이 두 아들 중 유독 아벨을 편애했고 왜 가인에 대해서는 냉정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아벨은 양치는 자였고 가인은 농사짓는 자였다. 시간이 지나 각자의 직업대로 가인은 땅의 소산으로 제물을 삼아 여호와께 드렸고, 아벨은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제사를 드린다. 하나님은 가인의 제물은 ‘열납’하지 않고 아벨의 제물만 받았다. 성경은 믿음으로 아벨이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써 의로운 자로 인정받았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하나님은 왜 가인과 아벨을 차별했을까’라는 의문에는 여전히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영화 ‘에덴의 동쪽’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의문, ‘왜 하나님이 가인보다 아벨을 더 사랑했을까’라는 인간적 의문에 매달리고 칼에게 인간적 동기를 부여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죄 많은 영혼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몰고 간다. 제 1차 세계대전을 앞둔 191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의 살리나스에서 양배추 농장을 운영하는 아담, 그리고 그의 두 아들 아론(리차드 타바로스)과 칼(제임스 딘). 청교도적 신앙의 소유자 아담은 큰아들 아론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반면 반항아적 기질의 작은 아들 칼에게는 ‘자기 파괴적’으로 냉정하다. 모범생 아론에게는 아리따운 약혼녀 에브라가 있다. 아담은 두 아들에게 그들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죽었다고 했지만, 칼은 어머니 케이트(조 반 프릿)가 몬터레이에 살고 있음을 알아낸다. 아담은 칼을 낳고 집을 나간 케이트를 증오한다. 그는 칼이 케이트의 나쁜 피를 받아 그렇게 도발적이고 반항적이라고 여기며 케이트에 대한 배신과 분노로 칼을 대해왔다. 케이트는 집을 나간 후 술집을 운영하며 매춘에도 손을 대 큰돈을 벌고 있다. 칼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형의 약혼녀 에브라와 친해진다. 아담의 양배추 사업이 위기를 맞자 칼은 어머니에게 돈을 빌려 곡류 장사를 시작하고 아버지가 사업으로 잃어버린 돈을 다시 벌어들인다.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을 줄 알고 그의 생일 날 집을 찾아가지만 아담은 오히려 남의 돈을 빌려 일으킨 칼의 사업을 죄악시한다. 칼에 격노하던 그는 큰아들 아론의 약혼 소식에 기뻐한다. 뭐를 해도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칼의 마음속 상처와 고뇌와 방황이 이어진다. 칼은 반항심으로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의 존재를 아론에게 알려 충격을 받은 아론이 집을 떠나 군에 지원하게 하고 그사이 아론의 여인 에브라를 탐하며 아버지를 분노하게 하여 결국 그를 뇌졸증으로 쓰러지게 한다. 보안관 샘은, 아담과 이브의 아들 가인은 너무나 질투한 나머지 동생 아벨을 죽였고 집을 떠나 동쪽 노드 땅에서 살게 되었다는 성경 구절을 칼에게 들려준다. 스스로도 집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칼은 병상에 누워 있는 아담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아담의 텅 빈 눈에는 어떤 반응도 없다. 약혼자 아론보다 어느덧 칼에게 마음이 끌려가고 있는 에브라는 병상에 누운 아담을 간호한다. 에브라는 아버지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칼을 받아들이라고 아담을 설득한다. 그리고 절망한 칼을 아버지에게 다가가게 한다. 아담은 아들의 손을 잡으며 “저 귀찮은 간호사 대신 네가 내 옆에 있으라”고 속삭인다.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 칼과 에브라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칼은 아버지 침대를 계속 지킨다. 영화는 종반부에 가서야 성경의 가인과 아벨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아론이 떠나고 간 이후 칼과 아버지의 화해로 결론짓는다. 아버지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방황하던 칼이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비로소 아버지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 과정에는 성경에 없는 중재자 에브라가 있다. 침상에서 간호사를 가리키며 “형편없는 간호사야”라고 말하는 아버지 아담에게 칼이 “저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라고 대응하는 장면, 아들과 아버지는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부자의 관계를 확인한다. 이렇게 간단히,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동안 아버지와 아들 사이 놓여 있던 큰 벽이 무너져 내린다. 칼과 아론이 상징하는 가인과 아벨의 관계에서는 가인이 형이고 아벨이 동생이지만, 사실 이 영화에서는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분명하지 않다.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될 때 아론을 형으로 설정해 자막 번역을 했다. 이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아론을 형, 칼을 동생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원작에서는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인지에 대해서 일체 설명이 없다. 제임스 딘은 종종 말론 브랜도와 비교됐다.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에덴의 동쪽’으로 새롭게 부상한 제임스 딘이 말론 브랜도의 연기 스타일을 모방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에덴의 동쪽’은 그가 출연한 세 편의 영화 중 딘이 최고의 연기를 보인 영화로 기억된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전작 ‘젊은이의 양지’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몽고메리 클리프트를 주인공 칼 역에 캐스팅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그 대신 신인 제임스 딘이 칼 역을 맡았다. 딘은 이후 스크린 선상에 나타난 반항의 전형으로 상징되며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반항아’로 남아 있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주연작 아이콘 큰아들 아론 어머니 케이트 영화제 황금종려상
2025.05.14. 20:10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보건위기대응훈련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길버트 번햄 교수가 워싱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번햄 교수는 “한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동료들, 한국에서 현재도 연구하고 있는 동료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우리는 부상당한 모든 이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가족을 잃은 모든 이들을 하나님이 위로해주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1년 군의관으로 한국 동두천 근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번햄 교수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제일 낮은 한국이기에 이번 참사는 더 비극적이다. 한국의 미래는 소수의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하는데, 젊은이가 목숨을 잃을 때마다 한국 미래에 영향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참사 직후라 책임소재에 대한 비난 등에 집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훈을 얻는 것”이라며 “지난 몇년간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군중이 과도하게 밀집된 환경 자체를 피해야 하고 좁은 길목에 사람들이 밀집되는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군중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혼란스러운 집단적 운동패턴이 발생하게 될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군중의 힘이 갑작스럽게 합산돼 전달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번햄 교수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 이태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참 안타깝다”면서 “이런 비극적인 일을 앞으로 예방해 더 안전한 미래를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태원은 고유의 활기로 한국의 전통적 요소와 21세기를 잇는 서울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태원이라 하면 한동안 이번 참사가 떠오르겠지만, 이 지역 고유의 창의적이고 행복한 분위기가 빠른 시간 내 회복돼 미래에 서울을 더 빛내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한편, 길버트 번햄 교수는 존스홉킨스와 세계 각지에서 매년 진행되고 있는 보건위기대응 훈련프로그램인 HELP(Health Emergencies in Large Population)를 관장했다. 현재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 교수로 과거 8년간 아프가니스탄의 보건체계 재건과 관련해 미 정부가 주도하는 USAID(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을 맡았다. 1971년에 군의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그는 2010년에 한국에 ‘국제 재난대응 전문가 과정’이 개설되면서 강연에 교수로 참여해 관심을 끌었고, 서울의대를 포함해 한국 대학들에서 특별 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email protected]이태원 아이콘 대한민국 이태원 이번 이태원 한국 미래
2022.11.02. 1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