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시작한다. 멜로디를 따라 우주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꿈을 꾼다. 노래의 손가락들 지나간 세월 속에 깊이 잠들어있던 추억들을 흔들어 깨워 창문을 두들긴다. 줄의 소리는 어머님이 고이 숨겨 두셨던 사랑의 눈물방울들 떠나간 사람, 잃어버린 사랑 어두움에 젖게하지만 신이 부여한 빛도 있지 않은가? 노래는 날개를 달고 신비한 언어와 곡조로 화합하여 푸른 들녘으로 비와 설경 속으로 잔잔한 바람과 함께 날아다니며 오늘도 동면에서 깨어난 비발디의 〈사계절- ‘봄’〉이 귓전을 맴돈다. 김복연 / 시인·웨스트체스터글마당 숨소리 음악
2025.05.29. 17:35
오렌지카운티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퍼시픽 심포니(예술 감독 칼 세인트 클레어)’가 내일(1일) 오후 8시 코스타메사의 르네&헨리 세거스트롬 콘서트 홀(615 Town Center Dr)에서 연례 설날 콘서트를 개최한다. ‘뱀의 해’를 축하하는 설날 콘서트에서 퍼시픽 심포니는 동양과 서양 악기의 조화, 소울이 가득한 보컬, 아시아 문화의 풍부한 전통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댄스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엔 200여 명의 커뮤니티 공연자와 유명 아티스트들이 출연한다. 세계 최고의 고쟁(중국 전통 현악기) 연주자인 베이 베이 몬테는 ‘로터스 버드 고쟁 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연주한다.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한인 피아니스트 조이스 양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 밖에 얼후(줄이 두 개인 중국 전통 현악기) 연주자 양 리우, 야야 댄스 아카데미, 웬디 카스틸의 바이올린 스튜디오, 퍼시픽 코랄, 아메리칸 필 영 코러스 등이 게스트 아티스트로 참여한다. 연주 레퍼토리엔 리환즈의 ‘봄 축제 서곡’, 첸야싱의 ‘질주하는 말’ 등 동양의 전통 민요 외에 카미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에 나오는 ‘백조’, 존 윌리엄스와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도 있다. 콘서트 후원자 찰리 쟁은 “아내 링과 거의 10년 동안 퍼시픽 심포니의 설 콘서트 개최를 도운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콘서트는 음악이라는 세계 공통의 언어를 통해 동서양의 문화를 연결하고 축하하며 하나가 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이다. 문화 간 교류를 촉진하고 공동체 정신에 뿌리를 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연 티켓은 퍼시픽 심포니 홈페이지(PacificSymphony.org)를 통하거나, 매표소에 전화(714-755-5799)를 걸어 살 수 있다.서양 음악 서양 악기 설날 콘서트 퍼시픽 심포니
2025.01.30. 19:00
음악사에서 브람스는 순수음악을 지향했던 작곡가로 불린다. 그는 감정의 표피를 건드리기 위해 달콤한 멜로디를 쓰는 일은 하지 않았다. 듣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낭만적인 제목 같은 것도 붙이지 않고 오로지 음악 그 자체에 승부를 걸었다. 그래서 음악이 매우 진지하고 내면적이다. 브람스는 생전에 모두 네 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어떤 사람은 이 네 개의 교향곡을 브람스가 걸었던 삶의 궤적과 연결해서 설명한다. 즉, 교향곡 1번은 존경해마지 않는 선배 작곡가 슈만의 죽음에 관한 것이고, 2번은 클라라에 대한 사랑, 3번은 브람스 자신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렇게 브람스 자신과 자신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두루 섭렵한 다음, 교향곡 4번에 이르러 그는 순수음악으로 다시 돌아왔다. 음악 그 자체로 승부를 거는 순수예술의 정신으로 돌아간 것이다. 교향곡 4번의 1악장 도입부는 스산한 가을바람 같다. 두 음을 레가토로 연결해 놓은 단순한 모티브의 반복 속에 가을바람같이 스산한 고독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1악장은 조용히 시작한다. 월요일 아침을 맞은 브람스의 모습과 비슷하다. 가을빛이 완연한 공원의 벤치에서 진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브람스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리고 곧이어 등장하는 첼로의 스산한 선율. 도입부에 나온 바이올린 선율과는 또 다른 차원의 고독, 첼로처럼 굵직한 사나이의 고독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브람스는 그저 고독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렇게 제시된 모티브들을 그 후 고도의 지적인 테크닉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상적인 모티브를 고도의 지적인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것. 감정 과잉에서 오는 정서적 피로감을 배제하고, 매우 지적이고 고급스러운 정서적 고양을 꾀하는 것. 바로 여기에 작곡가로서 브람스의 위대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가을바람 음악 선배 작곡가 브람스 자신 고독 첼로
2024.11.25. 19:00
“가곡, 아리아, 민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어머니의 삶은 숙제가 아닌 축제입니다. 어머니들과 함께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오는 28일(일) 오후 5시 스코키 노스 쇼어 센터 퍼포밍 아트센터서 창단 10주년 콘서트를 갖는 시카고 어머니 합창단 박근배 지휘자를 비롯 신춘자 단장, 황춘옥 홍보부장이 17일 오후 롤링 메도우스 소재 시카고 중앙일보를 방문했다. 신 단장은 이날 “2012년 창단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인해 올해 10주년 콘서트를 갖게 됐다. 그 동안 박근배 지휘자님의 지도로 노래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 단원 모두가 들뜬 상태”라며 “한인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춘옥 홍보부장도 “시카고 어머님들의 이름으로 공연한다. 함께 하면 무엇이든 가능하고 더 아름다운 성과를 낼 수 있다. 모든 열정을 다해 정성껏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배 지휘자는 “지난 10여년 간 어머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참 기쁘다. 연세가 들면 소리가 바뀌는데 이번 공연은 소리가 바뀌지 않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단원들 스스로 소리 자체가 20년 젊게 느껴진다고 하실 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공자는 전공자들이 느끼기에 한계가 있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며 노년을 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합창단은 매주 수요일 오전 가나안교회서 2시간 연습을 갖고 있는데 공연을 앞두고는 주 2회로 연습을 늘릴 만큼 열정적으로 준비를 했다. 이번 공연은 시카고 아버지 합창단과 여성 합창단이 우정 출연하고 바리톤 이상열이 특별 출연한다. 이들은 “음악을 사랑하는 어머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가입을 원하는 분은 언제든지 환영한다. 특히 젊은 어머니들의 관심과 동참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어머니합창단 참여 문의 및 안내=(630)550-2542(박근배 지휘자). J 취재팀한인 음악 어머니합창단 참여 음악 축제 어머니 합창단
2024.07.18. 14:25
독일 베를린 근교 포츠담에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여름 궁전이 있다. 정사에 지친 왕이 조용히, 편안하게 쉬면서 자기만의 삶을 즐겼던 이 궁전의 이름은 ‘상 수시(Sans souci)’. 근심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이곳은 왕이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노는 사적인 공간이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의 규모도 작다. 단층 짜리 건물에 방이 열 개밖에 되지 않으니 왕궁치고는 꽤 작은 편이다. 이렇게 규모는 작지만, 외관이나 내부 장식은 매우 우아하고 여성적이다. 웅장한 바로크 양식과 대비되는 우아한 로코코 양식의 건물로 프랑스 스타일을 좋아했던 왕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상 수시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왕은 바흐에게 자기가 만든 주제를 주고 이것을 가지고 3성 푸가를 만들어보라고 했다. 바흐는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3성 푸가를 연주해 보였다. 그러자 왕은 같은 주제로 이번에는 6성 푸가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자 바흐는 왕이 제시한 주제로는 6성 푸가가 불가능하며, 모든 주제가 6성 푸가에 어울리는 건 아니라는 말로 왕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바흐는 나중에 왕이 제시한 주제를 가지고 푸가 작품을 만들어 왕에게 바쳤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음악의 헌정’이다. 그런데 왕은 바흐가 자기에게 바친 이 곡을 생전에 한 번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작곡가로서 바흐의 능력에 질투심을 느꼈던 것일까. 플루트 연주에 능했던 프리드리히 대왕은 생전에 무려 300여곡이나 작곡한 작곡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꽤 박한 편이다. 스타일이 너무 ‘구닥다리’라는 것이다. 하기야 바로크 시대가 끝나가던 시절에 옛날에 유행하던 방식으로 작곡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왕이 작곡한 이 촌스러운 곡들을 듣고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몹시 궁금하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바흐 음악 제바스티안 바흐 음악 선물 음악적 평가
2024.05.13. 18:16
마크 허먼 감독의 ‘브래스트 오프’는 생존의 마지막 수단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처한 가혹한 현실과 뼈저린 절망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1992년 영국의 한 탄광촌이다. 폐광 위기에 처한 그림리 탄광에는 1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브라스 밴드가 있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 밴드 역시 해체될 운명이지만 그럼에도 그림리 탄광 밴드는 브라스 밴드 전국 대회에 출전한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해 런던의 로열 앨버트에서 열리는 결승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광부들이 승리감에 도취해 웃고 떠들며 마을로 돌아온 날, 그들 앞에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온다. 폐광이 최종적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리 탄광 밴드는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리는 최종 결선에 참가한다. 여기서 이들이 선택한 곡은 로시니의 ‘윌리암 텔 서곡’이다. 이 곡은 모두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이 영화에서 연주한 대목은 제4부 ‘스위스군의 행진’이다. 스위스군의 행진은 트럼펫의 팡파르로 화려하게 시작한다. 씩씩하게 행진하는 스위스 군인들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군중들의 흥분된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로시니의 ‘윌리암 텔 서곡’은 스위스 판 ‘시련과 극복’의 드라마다. 시련의 끝에는 당연히 승리가 찾아온다. 그래서 그런지 피날레는 신나고 멋지다. 팡파르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킨다.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희망찬 음악을 연주한다고 해서,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랴. 화려한 음악이 끝나고 나면, 깊고 어두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 음악이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 과신하지 말자.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일 뿐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희망 우리 음악 그림리 탄광 로열 앨버트
2024.04.29. 18:38
“한 편의 비디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 비디오를 틀면 불량, 불법 비디오를 퇴치하자는 캠페인과 함께 이 멘트가 나왔다. 그런데 비단 비디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이렇게 인생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극적이고 강렬한 영향을 주는 대상을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있고 책이나 영화, 음악, 그림일 수도 있다. 여기 음악 한 곡을 듣고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람이 있다. 1965년, 당시 23살의 경영학도였던 길버트 카플란은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세상의 소리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장대한 음향이 카네기 홀을 가득 메우는 순간 그는 수만 볼트의 번개가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음악이 앞으로 평생 자기를 잡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활’의 열렬한 추종자가 되고 난 후, 카플란은 스스로 이 곡을 지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 지휘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1982년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평생의 소원이던 ‘부활’을 지휘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것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어쨌든 소원을 풀었으니까. 그런데 그 후 여기저기서 제의가 들어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그 후 ‘부활’만 전문적으로 지휘하는 아마추어 지휘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카플란은 금융전문지의 발행인이자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사업가였다. 아마 별일 없었으면 그는 평생 금융맨으로 세상을 살다 갔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들었던 음악 한 곡으로 완전히 인생이 바뀌게 되었다. 그 곡이 바로 말러의 ‘부활’이다. 궁금한 사람은 한 번 들어 보시라. 그러면 카플란이 느꼈던 전율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인생 음악 영화 음악 여기 음악 아마추어 지휘자
2024.04.15. 17:35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명 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젊은이들로 구성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서동시집’이라는 이름은 독일 시인 괴테가 페르시아 시인 하피즈의 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집필한 ‘서동시집(West-Eastern Divan)’에서 따 온 것이다. 그 전까지 서양 사람들은 동방 문화가 서양 문화보다 열등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괴테는 하피즈를 통해 동방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했고, 그 결과 동서양의 문학양식을 이상적으로 결합한 ‘서동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은 괴테가 구현하고자 했던 동서양 화합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이스라엘, 시리아, 이집트, 레바논,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등 각기 다른 종교와 문화, 언어, 정치적 신념을 가진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세계 여러 지역을 돌며 음악을 통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다. 지난 2005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팔레스타인의 임시수도 라말라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연주 곡목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과 베토벤의 ‘운명’이었다. 이때 젊은 연주자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토록 어려운 상황에서도 음악에 깊이 감동을 받고 따뜻한 박수를 보낸다는 사실에 큰 인상을 받았다. 그 전까지 팔레스타인 사람하면 테러나 일삼는 괴물 집단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 보니 그들도 자기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들을 묶어 준 것은 물론 음악이었다. 바렌보임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서로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아가자는 것이 연주회의 취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두 나라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화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팔레스타인 출신 동서양 화합
2024.02.26. 18:19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앤디라는 주인공이 교도소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을 트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의 길이는 3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전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편지의 이중창’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음악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죄수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앤디의 감방 동료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여기서 모차르트 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앤디의 육체는 가둘 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감옥에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머리 속으로 되뇌며 앤디는 탈출을 꿈꾸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앤디의 자유로운 영혼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저 먼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자유 모차르트 음악 쇼생크 탈출 교도소 전역
2024.02.12. 19:36
〈음악계〉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악인들의 세계무대 진출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조성진, 임윤찬의 뒤를 이어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세계의 콩쿠르를 휩쓸고 있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인기 악기 연주에 그치지 않고 성악이나 지휘 등에서도 우승자가 나오는 등 K?클래식은 앞으로 한층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그 열기가 남가주에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성진이 연초와 연말 두 차례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LA필과 연주회를 가졌고, 임윤찬이 할리우드 보울 데뷔 연주회를 가졌는데 성시연이 LA필을 지휘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김봄소리가 할리우드 보울 무대에서 연주했고,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도 있었다. 이 정도면 어깨가 으쓱할 만하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음악회에 조수미를 비롯한 여러 한국 음악인들이 출연했고, 금난새가 지휘하는 성남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도 눈길을 끌었다. 남가주 한인사회의 음악 행사도 매우 활발했다. 전문 음악인들의 수준 높은 연주회로부터 음악 동호인들이나 학생들의 발표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연이어 열렸다. 공연 기록을 살펴보면, 100회에 가까운 연주회가 열렸으니 인구 대비로 생각하면 양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인 셈이다. 〈영화계〉 한국영화, 드라마는 지난 몇 년 사이 ‘미나리’, ‘기생충’,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의 작품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왔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정점을 찍었다. 올해는 기대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상을 받지 못하면서 그 상승세가 다소 주춤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그 대신에 미주 한인 차세대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셀린 송 감독, 피터 손 감독, 아만다 김 감독 등이 기대를 모으는 주인공들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패스트 라이브즈(전생)’가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비영어권 작품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은 이미 고담 어워즈, 뉴욕비평가협회상 등의 여러 상을 받았고, 연말 주요 언론이 발표하는 ‘올해의 영화’ 목록마다 상위권에 오르면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뒤를 이어 아카데미를 받을지 주목된다.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과 극본을 맡고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이 대거 참여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도 골든글로브 TV 단막극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피터 손 감독도 크게 주목받고 있는 기대주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어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고, 아카데미상 수상도 기대되고 있다. 아만다 김 감독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로 화제를 모았다. 백남준의 미공개 영상과 아카이브를 조명한 이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크리스티나 윤 감독이 단편영화 ‘마더랜드’로 ‘할리쇼츠(Hollyshorts)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하줄리와 이성민이 공동감독한 다큐멘터리 ‘프리 철수 리’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도 많은 차세대 유망주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특별기획으로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영화인들과 그들의 작품이 초청되었다. 한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의 영화를 총괄 제작하는 등 30년간 한국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한류를 지원해온 공훈을 인정받은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한인문화 음악 작품상 감독상 한국영화 드라마 한국 음악인들
2023.12.28. 18:34
효사랑선교회(대표 김영찬 목사) 산하 시니어 대학 수강생들은 지난 18일 애너하임의 슈마교회에서 송년 음악 축제를 갖고 올 한 해를 마무리했다. 평균 연령 70대인 시니어 대학 수강생들은 합창단(단장 애니 강, 지휘 강문수 목사) 공연 외에 난타, 에어로폰(색소폰과 유사한 디지털 관악기), 하모니카 연주와 힐링 댄스 등을 선보여 관객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OC목사회가 창단한 사모 중창단도 특별 출연했다.마무리 음악 음악 축제 송년 음악 사모 중창단
2023.12.20. 21:00
20세기에 등장한 현대음악 장르 중에 ‘우연성의 음악’이 있다. 작곡가가 미리 만든 음악이 아니라 연주자에 대한 기본 지시 외의 음향·연주·행동 등 모든 게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불확정성 음악’이라고도 한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미국 출신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였다. 그는 작곡가가 연주자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고도 언제나 재생산이 가능한 음악을 가장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창작자에게서 독립해 독자적인 길을 갈 수 있는 음악, 창작자의 품을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는 우연의 요소를 도입했다. 존 케이지가 1951년 발표한 ‘상상적 풍경 제4번’이 있다. 이 작품의 연주(?)에는 12개의 라디오가 필요하다. 지휘자의 신호에 따라 연주자들이 라디오를 켜고 각기 다른 주파수에 바늘을 맞추면 라디오에서 뉴스에서부터 대담·드라마·클래식·팝·광고까지 온갖 소리가 흘러나온다.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연주자들은 음량을 크게 하기도 하고 작게 하기도 하며, 라디오를 껐다가 다시 켜기도 한다. 그러는 동안 다양한 소음이 만들어진다. 이게 음악이라고? 그걸 어떻게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자. 우리 삶에서 우연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가 태어난 것 자체가 이미 우연 아닌가. 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 즉,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어느 시기,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가 하는 것도 모두 우연이다. 그렇게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수많은 우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어쩌면 우연은 우리 삶을 한마디로 설명해주는 가장 확실한 단어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세상일이 온통 우연투성이일진대, 음악이라고 ‘우연히’ 만들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우연성 음악 음악 창작자 현대음악 장르 불확정성 음악
2023.11.13.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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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17. 18:22
"영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충만한 찬양 축제에 많이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달 15일 오후 7시 카네기홀에서 개최되는 월드밀알 찬양대축제 홍보차 월드밀알선교합창단 임원진이 15일 본사를 방문했다. 매년 10월 2~3째주에 개최되는 찬양대축제는 올해로 제20회를 맞는다. 35년 동안 찬양 사역을 하고 있는 월드밀알선교합창단의 올해 찬양대축제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박혜림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가 참여해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을 연주하고, 월드밀알 핸드벨 합창단, 월드밀알 어린이 합창단, 안수경 소프라노, 뉴욕겟세마네교회 일원 등이 공연을 한다. 축제 중간에는 한진영 선교사가 선교와 관련된 스페셜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1987년 뉴욕밀알선교합창단으로 시작해 전 세계에 38개 지부를 두고 활동하는 월드밀알선교합창단은, 2002년부터 매년 맨해튼 카네기홀에서 찬양대축제를 열어왔다. 월드밀알선교합창단 총단장 이 다니엘 장로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텔레비전을 통해 참혹한 장면을 접하고 충격이 컸다.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고, 하나님이 주신 응답은 '찬양'이었다"며, "시편 말씀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찬양하기 위해 카네기홀에서 축제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번 축제에는 100명 넘는 해외 관람객들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 다윗 목사는 "한국, 독일,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벌써 90명 넘게 티케팅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이 다니엘 장로는 "카네기홀에서 진행되는 찬양 축제는 주님이 준비하신 천국의 잔치라고 생각한다"며, "독창, 핸드벨, 칠드런스콰이어, 피아노 솔로, 오케스트라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찬양을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티켓은 무료며, 축제 및 티켓 관련 문의는 전화(917-747-9926)로 할 수 있다. 합창단 합류를 희망할 경우에도 전화 문의하면 된다. 글·사진=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음악 찬양 월드밀알 찬양대축제 올해 찬양대축제 찬양 축제
2023.09.15. 20:57
봄날이 되니 문득문득 고향 김천이 눈에 선하다. 옛날에 고향에서 보고 들은 것도 함께 보인다. 꽃 핀 앵두나무, 풀이 돋은 동산, 외할머니의 나직한 음성, 들판으로 난 길, 저수지와 돌돌 흐르는 시냇물, 경운기 소리, 새와 염소의 울음소리, 막 뜯어온 산나물을 삶느라 아궁이에 불을 때는 소리, 소를 몰고 돌아오는 저녁 등이 눈에 보이고 또 들린다. 나른하고 평화로웠던 봄의 시간이 보인다. 이상국 시인의 시집에서 만난 시 ‘봄날 옛집에 가다’를 읽을 적에는 고향 생각에 마음이 더 애틋했다.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몸을 흔드는/ 나무들의 손을 잡고/ 젊어서는 바빠 못 오고/ 이제는 너무 멀어서 못 온다니까/ 아무리 멀어도 자기는 봄만 되면 온다고/ 원추리꽃이 소년처럼 웃었지요.’ 파 껍질 속 같은 엷은 그늘에서 마른 옷가지를 접어 포개시는 어머니의 모습은 더없이 평온해 보인다. 바쁘다는 핑계로, 멀다는 구실로 자주 찾아오지 못한 옛집에서 원추리꽃으로부터 한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옛집에 묵으며 보낸 봄밤은 시인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봄의 기운이 뚜렷하니 이 세계의 움직임도 부쩍 활발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사는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의 아침도 보다 극적이다. 그저께는 바람이 한 점 없어 나무들의 가지와 잎들이 미동도 없이 고요한 상태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며칠 전에 심은 상추와 토마토와 가지의 모종들이 그 실뿌리를 땅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내리는 소리조차 들릴 것만 같았다. 반면에 꿩과 직박구리와 닭의 울음소리가 숲과 마당으로부터 크게 들려왔다. 일찍 일어난 이웃집 사람들이 주고받는 밝은 목소리도 들려왔다. 막 해는 떠오르고 있었고, 이 세계의 소리가 금은(金銀)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봄날 아침에 이렇게 많은 소리가 살고 있었다니 놀랄 정도였다. 나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이 소리를 금은처럼 귀하게 하나하나 만져보았다. 우리의 일상은 많은 소리로 이뤄져 있다. 어떤 소리는 곱고 어떤 소리는 거칠다. 어떤 소리는 메아리를 만들면서 멀리 가고, 어떤 소리는 떨어진 단추처럼 툭, 아래로 곧바로 직하한다. 어떤 소리는 급하고, 어떤 소리는 느긋하다. 그러나 이 각각의 소리는 생명 세계의 현상에서 탄생한 것이다. 생명의 음악이다. 일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끌어들인 음악가로 사카모토 류이치가 있다. 그는 얼마 전 별세했다. 나는 그의 부음을 듣고 여러 날 그의 음악을 다시 들었다. 그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고 한다.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감독을 맡는 등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었던, 세계적인 음악가였다. 그의 자서전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은 인간 세계나 현재의 일과는 조금 동떨어진, 보다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조작하거나 조립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소리를 가만가만 늘어놓고 찬찬히 바라본다. 그렇게 나의 새로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다.” 나는 꽤 오래전에 그의 음악 세계와 일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본 적이 있었다. 그가 양동이를 뒤집어쓰고서 빗소리를 채집하고, 빙하가 녹아 흘러가는 물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소리를 음악 속에 넣고자 했다. 그에게는 소음과 음악의 구분이 따로 없었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소리가 많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역시 빗소리겠죠. 세상에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소리가 넘쳐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인간이 만든 음악이 없어도 주변에 존재하는 소리만 즐기면서도 살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만큼이나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산다는 게 매우 즐겁습니다.” 내 귓가에 아직도 맴도는 정겨운 소리가 여럿 있다. 동산에서 또래들과 노느라 서산으로 해 떨어지는 줄 모르고 있을 때 밥 먹을 때가 되었다고 누나가 나의 이름을 길게 부르던 소리며 어머니께서 수확한 팥을 차르륵 키질하는 소리며 하얀 눈을 뽀드득뽀드득 밟는 소리며 빈 마당에 들어서던 신발 끄는 소리며 바람에 댓잎이 서걱대는 소리 등은 내 머릿속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는 회전하는 것이 굉장히 많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자연 속에서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잖아요.” 이 봄날에 생명 세계에서 일어나는, 우리의 봄날을 구성하는 소리를 유심하게 들어보아도 좋겠다. 금은 같은 생명의 소리를, 일상의 음악을 말이다. 문태준 / 시인마음 읽기 음악 금은 음악 세계 주변 소리 생명 세계
2023.04.23. 17:36
걸그룹 블랙핑크가 4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를 달궜다. 블랙핑크는 15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날의 마지막 출연자로 등장했다. 네 멤버는 팀 이름처럼 검은색과 분홍색이 섞인 의상을 입고 등장해 2집 선공개곡 ‘핑크 베놈’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킬 디스 러브’, ‘하우 유 라이크 댓’, ‘프리티 새비지’ 등 히트곡을 잇달아 열창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현지 관객들은 우리말 노래도 익숙한 듯 따라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관객들은 블랙핑크를 상징하는 분홍색 응원봉을 흔들었고, 무대와 가까운 객석 한편에서는 커다란 태극기도 눈에 띄었다. 이날 공연은 코첼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헤드라이너 음악 최대 음악 걸그룹 블랙핑크 검은색과 분홍색
2023.04.16. 20:19
어느새 2022년의 마지막 달 12월로 들어섰다. 매해 연말이면 조금씩 해오던 주변 정리를 하다 음악책 4권을 발견했다. ‘피아노 소곡집’과, ‘동요 피아노 곡집’ 등의 피아노 연습곡들을 담은 책이었다. 아마 애들이 초등학생 시절 피아노로 한국 노래를 연주하고 배울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산 것일 것이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책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아름다운 한국 노래와 외국 노래들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증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존했던 책들인데, 이제는, 피아노 초보인 내가 애용하는 음악 교과서가 되었다. 책에 실린 수많은 노래 중에서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땅’, 윤극영 작곡의 ‘반달’, 박태현 작곡의 ‘산바람 강바람’ 등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불렀고, 아직도 좋아하는 우리 가곡들이다. 책에는 없지만 홍난파의 ‘금강에 살으리랐다’ 와 현제명의 ‘해는 져서 어두운데’ 등도 가끔 혼자 불러보는 가곡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유행가들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내가 5, 6세 무렵부터 혼자 흥얼거렸던 ‘물결은 출렁출렁, 연락선은 떠나는데….’로 시작되는 가요다.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배운 곡인지 전혀 기억이 없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에 들었던 노래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엔 팝송을 많이 들었다. 라디오에서도 ‘새드 무비즈 메이크 미 크라이’,‘딜라일라’,‘테네시 월츠’ 같은 미국노래들을 많이 들려줬다. 그때는 곡의 아름다움과 리듬에 취해서, 노래 가사를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열심히 부르고 즐겼다. 그런데 요즘 다시 보니 가사 내용이 배신, 폭력, 살해 협박과 같은 불건전한 것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 입학 후엔 고전음악을 틀어주는 음악감상실에 자주 다녔다. 강의가 일찍 끝나는 날은, 친구들과 함께 고전음악을 틀어주는 감상실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음악감상실에 다니면서 많은 클래식 음악을 들었고 , FM 방송의 고전 음악 프로그램도 열심히 청취하면서 차츰 클래식 음악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바흐에서 시작해서 헨델,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 등 당시 한국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곡가들의 음악은 아직도 나에게 행복을 준다. 운전하면서 모차르트의 ‘휘가로의 결혼’을 들었고,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3번’을 듣는 것이 감동과 함께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20세기의 위대한 물리학자로 음악애호가이기도 했던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해 본다.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모차르트 음악을 더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다”는 고백이다. 언젠가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을 듣고, 그 아름다움에 감동하면서 아인슈타인이 남겼다는 말에 다시 한번 동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이 아침에 사랑 음악 모차르트 음악 클래식 음악 음악책 4권
2022.12.06. 20:18
추수감사절을 맞아 LA한인타운 동양선교교회에서 음악축제가 열린다. 아이원 엔터테인먼트는 19일(토) 오후 7시 한인 등 여러 음악인을 초청해 '생스기빙 뮤직 페스티벌(Thanksgiving Music Festival)'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음악축제 주요 초대가수는 현 새하늘교회 담임목사인 김승덕 싱어송라이터다. 김 목사는 아베마리아, 이름 없는 새, 우리사랑 등 여러 히트곡으로 유명하다. KBS '울 밑에선 봉선화'로 백상예술대상 아역상을 수상한 뮤지컬과 팝 가수 박선영도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복음성가(CCM) 가수인 Trygg & Zeal 등 총 9명의 초대가수가 무대에서 오랜 시간 대중이 좋아한 팝과 재즈, 가요, CCM 등을 선보인다. 초대 관객은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다. 주최 측은 개인과 가족, 특별히 주니어 자녀를 둔 가족으로 18세 미만 자녀와 공연장을 찾은 가정에 무료 선물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또 공연에 참여한 모든 관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특별선물(맥북에어 1점, 아이패드 1점, 에어팟 1점)을 증정한다. 이번 공연의 부제는 '욜로(You Only Live Onceㆍ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로 해체되어 가는 가족의 의미와 사랑 회복'이다. 주최 측은 "코로나19로 '나 중심', '일회성 인생', '개인의 행복추구'라는 가치관이 트렌드가 되면서 소홀해질 수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찾고 자리를 잃었던 공연 문화의 회복을 위해 음악축제를 준비했다"며 "음악을 사랑하는 개인과 가족을 모두를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티켓은 35.50.100달러로 한남체인 5개 지점(LA, 부에나파크, 라팔마, 토런스, 델아모)에서 판매한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피플 추수감사절 음악 추수감사절 음악 개최 추수감사절 음악축제 주요
2022.11.16. 16:23
뉴욕시문학회(회장 윤영범)가 오는 18일 오후 6시 퀸즈 리틀넥에 있는 친구교회(252-00 Horace Harding Expy)에서 ‘시와 음악의 밤’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뉴욕시문학회의 첫 작품집 ‘포엠뉴욕’의 출판 기념회로, 회원들의 시낭송, 롱아일랜드한국학교합창단, 뉴욕조이플여성합창단, 가수 크리스티나 러브 리의 공연 등이 준비됐다. 행사 참가비는 30달러(식사제공)다. 뉴욕시문학회가 출간한 포엠뉴욕은 시문학회 회원 27명의 시와, 5명의 한국 시인 초대시, 회원수필, 뉴욕시문학회 고문 곽상희 시인의 특별기고 등으로 구성됐다. 초대시는 한국의 중견 시인인 고찬규, 임선기, 장석남 시인 등이 참여했다. 뉴욕시문학회는 2019년 출범한 비영리단체로 현재 30여 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시공부를 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등단, 비등단을 가리지 않고, 시를 사랑하고 시 쓰기를 배우고 싶은 뉴욕 일원 동포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문의 뉴욕시문학회 전화(718-704-3737), e메일([email protected]). 심종민 기자 [email protected]뉴욕시문학회 음악 문의 뉴욕시문학회 시낭송 롱아일랜드한국학교합창단 초대시 회원수필
2022.11.08. 17:42
할로윈데이, 당신 의향과 관계없이 음산한 음악 소리 들린다 좀 있다가 쩌렁쩌렁 울리는 트럼펫 듀엣 멜로디 싱그러운 밤 의 숲속, 숲이 일그러지는 순간 오랜만이야, 하며 서로를 얼싸 안으면 급히 터지는 재즈식 화음, 격한 불협화음 혹은 당신과 내가 한통속이라는 느낌,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힘주며 프렌치 호른이 감싸주는 화음 처리 아주 높은 음역에서 내는 공명음이라면 한참 더 좋지 눈을 꾹 감고 묵상하는 위로, 그런 든든한 위로감이라면, 가끔씩 또는 서량 / 시인·뉴저지글마당 가을 음악 가을 음악 음악 소리 재즈식 화음
2022.10.28.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