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국제영화제(VIFF) 서우식 대표 인터뷰 “영화 산업은 흑백에서 컬러, TV, OTT까지 끊임없이 변화의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신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들이 영화의 생명력을 이어갈 겁니다.” 밴쿠버국제영화제(VIFF) 현장에서 만난 영화 '좋은 놈.나쁜 놈. 이상한 놈', ‘마더', '옥자'의 제작자인 바른손 C&C 서우식 대표는 인터뷰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영화제의 ‘Spotlight on Korea’ 섹션에 참석한 그는 “한국 영화가 국제 무대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밴쿠버는 그 고민을 나누기 좋은 도시”라고 전했다. “밴쿠버는 세계적 촬영지… 인프라·안전·세제 혜택 모두 강점” 서 대표는 이번 방문의 이유를 ‘오래된 인연,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촬영지, 그리고 맞아떨어진 시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참여는 밴쿠버국제영화제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 토니 레인즈(Tony Rayns)가 한국 영화에 보여준 애정과 열정에 대한 작은 보답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밴쿠버가 촬영 인프라와 안전성이 뛰어나고, 캐나다의 세금 인센티브 제도 또한 잘 갖춰진 도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실질적인 예로 영화 ‘옥자’ 촬영 당시 뉴욕·서울·밴쿠버의 제작비를 비교했을 때, 밴쿠버가 훨씬 효율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촬영지는 명성과 실제 경험이 다릅니다. 현장을 직접 봐야 그 도시의 진짜 역량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프로듀서로서의 제작 철학을 묻자 서 대표는 ‘기본과 유연성’이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유연성을 현재 산업을 주도하는 30~40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존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과 소통하려면 나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본’이 무너지면 유연함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완성도, 스토리텔링, 그리고 관객에 대한 진정성’이라는 기본을 강조했다. 또한 OTT의 보편화로 관객의 취향이 세분화된 최근의 영화 시장 흐름 속에서 “이제 극장은 단순한 상영 공간이 아니라 ‘체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사운드, 연출, 서사 모두 탁월해야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의 자금 구조와 독립 영화 생태계 최근 북미 영화 시장에서는 블록버스터보다 인디 영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금 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인디 감성’을 유지한 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갖춘 덕분이다. 서 대표는 한국의 자금 구조에 대해 “상업영화는 대기업과 은행, 2차 투자자 펀드를 통해, 독립영화는 정부의 펀드 지원을 통해 제작된다”며 상업과 독립의 명확한 이분 구조를 짚었다. 북미처럼 인디 영화가 곧바로 블록버스터로 성장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것이다. 대신 독립영화로 가능성을 입증한 감독이 상업영화로 옮겨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로 봉준호 감독을 꼽았다. 그는 첫 관람 당시 ‘살인의 추억’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상업영화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오히려 탁월한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봉 감독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이후 ‘마더’ 촬영 현장에 100% 참여하며 완벽주의적 디테일을 직접 체감했다고 회상했다. 서 대표는 “1cm의 거리도 허투루 두지 않는 감독의 태도는 내게 큰 자산이 됐다”며, 현장을 통한 배움이 자신에게 가장 큰 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국제 공동제작은 멋보다 구체성이 먼저다” 서 대표는 공동제작을 제안할 때 ‘한국과 함께하자’는 추상적인 표현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필요를 명시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금, 장소 협조, 캐스팅 등 큰 목적에서 작은 목적까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진정한 협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리우드의 관행이 한국의 제작 시스템과 충돌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사전 공유가 부족하면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옥자’ 촬영 당시 할리우드 스태프가 한국 측 장비 운용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예산 낭비와 오해가 발생한 경험도 있었다. 그는 “결국 디테일의 공유가 품질과 효율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공동제작의 핵심은 ‘상호이익’이라며, ‘이 나라와 일하면 무엇을 얻을까’보다 ‘함께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과하게 포장된 제안보다 솔직한 요청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좋은 작품은 완성도·캐릭터·현실성·끈기에서 나온다” 작품을 선택할 때 서 대표는 시나리오의 완성도, 캐릭터의 힘, 현실적 가능성, 그리고 끈기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실제로 7년, 10년 이상 걸려 완성된 작품이 적지 않다. 그는 “영화를 끝까지 완성시키는 힘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화 창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조언도 건넸다. 작품을 선택할 때 서 대표는 시나리오의 완성도, 캐릭터의 힘, 현실적 가능성, 그리고 끈기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실제로 7년, 10년 이상 걸려 완성된 작품이 적지 않다. 그는 “영화를 끝까지 완성시키는 힘은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영화 창작을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구체적인 조언도 건넸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으면 중심이 흐려지기 쉽고, 좋아하는 장르와 잘하는 장르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좋아하는 장르에만 몰두하다 모방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가 결국 ‘관객을 향한 예술’이라고 정의하며, 창작자는 자신의 표현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올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독립영화계에서 반복되는 주제의 형식화를 지적하며 “자기 경험만을 좇기보다 사회적 문제나 다른 인간군상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훨씬 풍성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의 힘은 ‘공감’… 내 옆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서 대표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를 ‘공감’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은 2천 년이 넘는 역사와 기록을 지닌 나라로, 수많은 사건과 인물이 캐릭터와 이야기의 원천이 된다”며, 최근에는 웹툰과 웹소설이 이 흐름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헐리우드가 ‘나와는 거리가 먼 거대한 사건’을 다루는 반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는 ‘내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중심에 둔다고 말했다. 관객이 스스로를 주인공과 동일시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한국 스토리텔링의 힘이라는 분석이다. “밴쿠버 영화제, 자기 색깔로 진화하길” 밴쿠버국제영화제에 대한 인상을 묻자 서 대표는 “영화제의 성공은 아이덴티티와 진화의 조화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인 중심의 행사보다는 고유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시대 변화에 맞게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또 영화제가 ‘왜 밴쿠버에서 촬영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제 기간 동안 본질에 집중한다면 훨씬 확장력 있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는 견해다. 인터뷰의 끝에서 그는 다시 한 번 ‘기본’과 ‘유연성’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영화는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기본을 지키되 유연하게, 그리고 끝까지 관객을 향해 만들어야 합니다.” [글·사진=밴쿠버 중앙일보 엄주형 기자 [email protected]]유연성 영화 밴쿠버 국제영화제 한국 영화 이번 영화제
2025.10.21. 16:42
가족의 탄생, 만추, 원더랜드 등을 연출한 김태용(사진) 영화감독은 LA한국문화원이 주관한 ‘K-시네마 투어링’ 행사차 LA를 찾았다. 지난달 28일~30일 열린 행사에서 그는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관객들과 소통했다. 특히, 행사는 본지 소개로 알려진 한인 이민사가 담긴 가디나 시네마〈본지 6월6일자 A-3면〉에서 시작해 의미를 더했다. 본지는 지난달 28일 상영작 ‘만추’와 그의 연출 철학에 관해 물었다. 관련기사 동네 영화관은 함께 울고, 웃는 공간…한인 운영 '가디나 시네마' 다음은 김 감독과 일문일답. - 한국 영화의 인기를 체감하나. “한국 영화의 인기는 전 세계 어디서든 느낄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시도나 시스템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극장에서만 작품을 보는 게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변화가 배경이 된 것 같다.” - ‘만추’를 본 관객들 반응은. “16년 전에 만든 영화다. 개봉 당시에는 ‘길고 느리다’는 반응이 많았다. 지금도 빠른 속도의 영화가 대세라 걱정했는데, 집중해서 재밌게 봐준 분들이 많아 다행이었다. 특히 장면의 기획 의도나 아이디어를 묻는 디테일한 질문이 많아, 영화를 깊이 보셨다는 걸 느꼈다.” - ‘만추’의 영감은 어디서 왔나. “1966년 원작이 있는데 필름이 유실됐다. 전설처럼 존재하던 이야기의 기본 설정, 즉 감옥에서 하루 외출한 여자가 남자를 만난다는 구도가 매력적이었다. 원본을 볼 순 없었지만, 그 구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시애틀이라는 공간, 중국 여성과 한국 남성의 조합으로 발전시켰다.” - 아내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나. “프로듀서가 미국에서 영화를 찍자고 제안하며 ‘말도 안 통하는 이방인 둘이 하루를 함께 보내는 순간’을 영화로 담자고 했다. 대사가 많은 영화가 아니었기에 배우 선택이 중요했다. 그때 프로듀서가 아내를 추천했고, 나 역시 그녀의 작품들을 좋아했기에 사진을 붙여놓고 ‘시애틀의 탕웨이’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다. 다행히 아내가 완성된 시나리오를 재밌게 봐주어 함께할 수 있었다.” - 연출 철학은. “내 시나리오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를 오가는 과정이다. 영화는 공부이자 나눔이다. 늘 고민하는 건 ‘내가 궁금해하는 걸 관객도 흥미롭게 느낄 수 있을까’다. ‘만추’도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이들이 마음을 열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담았고, 관객이 그 질문을 이어가길 원했다.” - 자신만의 색깔은 무엇인가. “특정 장르를 고집하기보다 이야기에 맞는 장르를 찾는다. 결국 내 경험에서 얻은 감정을 영화로 표현하다 보니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색깔은 관객이 판단할 부분이다.” - 아내 탕웨이와 향후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은. “탕웨이는 아내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작품마다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언어와 캐릭터 제약이 있지만 늘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배우다.” - 한국 영화 산업이 위기라는데. “전 세계 영화계가 어려움에 있다. 특히 한국은 극장 관객 감소가 심하다. OTT를 지나 이제는 숏폼 영상 소비로 옮겨갔다. 관람 형태가 바뀐 만큼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 또 한국 영화 산업은 높아진 제작비를 적절히 조정하며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 - 최종 목표는. “계속 영화를 찍는 것이다. 크든 작든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게 꿈이다. 임권택 감독처럼 나이가 들어도 멈추지 않고 영화를 찍고 싶다.” 김경준 기자영화 만추 김태용 감독 마음 시나리오 한국 영화 세계 영화계 한국 콘텐츠
2025.10.02. 21:0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와 수입산 가구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미국의 영화 제작 산업이 다른 나라에 의해 도난당했다”며 “이를 되찾기 위해 해외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할리우드가 있는 가주의 개빈 뉴섬 주지사를 겨냥해 “그의 무능함으로 인해 미국 영화 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외국 영화에 대한 1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영화 업계의 강한 반발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도 할리우드 자본으로 외국에서 촬영하는 영화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되는지와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만약 해외 제작 영화에 대한 관세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물질적 상품이 아닌 서비스 산업에 관세가 부과되는 첫 사례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수입산 가구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그는 “중국 등 해외에 가구 산업을 빼앗긴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다시 위대한 주로 만들겠다”며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모든 국가의 가구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내달 1일부터 주방 수납장, 욕실 세면대 등 관련 제품에는 50%, 실내 장식 가구에는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송윤서 기자미국 외국산 외국산 가구 한국 영화 영화 제작
2025.09.29. 20:49
한국의 대표적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GV가 미국 진출 15년 만에 극장사업에서 철수했다. CGV는 웹사이트 공지를 통해 지난 21일 운영을 끝으로 CGV LA점을 영구 폐관한다고 밝혔다. 극장 측은 “고심 끝에 불가피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 지금까지 성원을 보내준 고객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미주 한인들의 한국 영화 관람 창구 역할을 해 오던 CGV 시대가 막을 내림에 따라 한국 영화의 대형스크린 감상 및 한국어 자막이 포함된 영화 감상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지난 2010년 6월 LA 한인타운 마당몰에 CGV LA점을 개관하며 미국 시장에 진출한 CGV는 2017년 1월 부에나파크 소스몰에 CGV 부에나파크점을 오픈한 데 이어 2021년 9월에는 샌프란시스코(SF)의 구 AMC 1000 밴니스 극장을 인수해 리모델링을 거쳐 CGV SF점을 개관했다. 3개관 약 600석 규모의 LA점은 할리우드 인접 코리아타운 중심부에 위치해 한국 영화의 할리우드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소스몰에 위치한 부에나파크점은 총 8개 상영관에 1200여석에 육박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영화 상영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CGV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 산업 전반이 급격히 위축되고,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관객 급감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겪게 됐다. 이로 인해 1480만 달러가 투입된 14개관 규모의 SF점은 18개월 만에 54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2월 폐점했으며 부에나파크점도 운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 3월 영업을 중단했다. 부에나파크점은 이후 칼라바사스에 본사를 둔 극장 체인 리전시 시어터가 운영을 맡아 지난 5월부터 재개관에 들어갔다. CGV 극장 영구 폐관으로 한국 최신 영화를 자막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지게 됨에 따라 한인들은 앞으로 소규모 독립극장이나 자막 없는 버전, 또는 스트리밍으로 한국 영화를 접해야 하게 됐다. 한 한인 관객은 “아이들과 함께 최신 한국 영화를 대형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내에서 관객 감소, 구조 조정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CGV의 이번 조치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낙희 기자미국 극장사업 한국 영화 할리우드 진출 한국어 자막
2025.09.21. 19:37
지난 4일 오후 3시 시카고 다운타운 더 화이트홀 호텔에서는 시카고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 팝업 시네마(Asian Pop-Up Cinema)의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에 초청된 작품 ‘딸에 대하여’의 감독 및 배우와 함께 하는 특별 인터뷰가 열렸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2007년 출간된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중년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이미랑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이 감독은 “나이가 들어가는 삶의 과정 속에서 이 작품을 만나 의미 있었다”며 “문학 언어를 영화 언어로 어떻게 전환할지 고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폭삭 속았수다’, ‘더 글로리’, ‘펜트하우스’ 등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주연 배우 오민애는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와는 달리 조용하고 현실적인 한국 엄마 역할을 맡으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선이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연기하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인물로 10년 전 취득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 배우로서 자연스럽게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딸의 동성 연애, 비정규직 문제, 노년의 고독 등 현대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보편적인 고민들을 담아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며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시대에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해외 영화제에서의 반응에 대해 이 감독은 “동성 연애라는 소재가 특별하게 부각되는 영화가 아니라 많은 관객이 엄마와 딸의 관계, 가족 같은 관계, 노년의 삶에 감정 이입하며 봐준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향후 활동에 대해 이미랑 감독은 “이번 작품보다 더 성숙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고 싶다”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오민애 배우 역시 “해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다는 꿈을 진지하게 품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화 ‘딸에 대하여’는 지난 6일 오후 3시, 시카고 AMC NEWCITY 14에서 아시안 팝업 시네마 ‘2025 한국 영화 쇼케이스’의 일환으로 상영됐다. 이날 상영회에는 오민애 배우, 이미랑 감독 외 김정한 시카고 총영사, 소피아 웡 보치오(Sophia Wong Boccio) 아시안 팝업 시네마 디렉터가 참석,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세션도 마련돼 소통하는 시간도 가졌다. Luke Shin한국 사회 한국 영화 한국 엄마 현대 한국
2025.04.07. 12:53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영화 6편을 특별 상영하는 ‘한국 영화로 보는 광복 이야기(포스터)’를 연중 개최한다. 오는 13일부터 11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상영회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 운동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다. 먼저 오는 13일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2019) 상영으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고아성, 김새벽 등이 출연한 작품으로 지난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 8호실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와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1년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는 5월 14일에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로 불리는 손기정(하정우 분)과 그의 제자 서윤복(임시완 분)의 뜨거운 도전을 그린 실화 바탕 영화 ‘1947 보스턴’(2023)이 상영된다. 이어서 오는 6월 18일에는 ‘암살’(2015), 8월 20일에는 ‘봉오동전투’(2019), 10월 8일에는 ‘말모이’(2019)가 차례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상영회 마지막 날인 오는 11월 19일에는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박정민, 강하늘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동주’(2019)가 장식할 계획이다. 문화원 측은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년을 기념해 해당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상원 문화원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각기 다른 항일운동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상영은 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오후 6시 30분에 진행되며, 문화원 웹사이트(www.kccla.org)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김경준 기자게시판 한국 영화 한국 영화 영화 상영 항일운동 역사
2025.03.02. 15:42
‘기생충’ 같은 대작부터 ‘올드보이’, ‘아가씨’, ‘부산행’ 같은 컬트 명작에 이르기까지, 한류를 타고 K무비가 전 세계 영화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한류우드(Hallyuwood:The Ultimate Guide to Korean Cinema·사진)’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룬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서다. 황금기 클래식부터 독창적인 독립 영화까지 100편 이상의 주요 작품을 조명한다. 아시아 영화 전문가이자 작가인 저자 바스티안 메이레손은 한국 영화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했는지, 지난 125년 동안 이를 형성해 온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요인들을 상세히 분석한다. 메이레손은 ‘아시아 영화 사전(The Dictionary of Asian Cinema)’을 포함한 여러 책을 저술했다. 또 다양한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머와 예술 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는 몽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등 여러 국가의 회고전을 기획하고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Garuda Power(2014)’의 감독이기도 하다. ‘한류우드’는 생생한 영화 스틸 이미지와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를 통해 한국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독자들에게 독창적이고 짜릿한 영화 세계를 탐험할 완벽한 길잡이를 제공한다. 영문판으로 아마존에서 판매중이다. 이은영 기자한국영화 한류우드 여정 재조명 아시아 영화 한국 영화
2025.01.26. 18:00
한국 영화가 올해 글로벌 영화 시장, 특히 미국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며 다시 한번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 이후 한국 영화는 꾸준히 미국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 영화 활약상은 ‘아카데미상’으로 시작을 알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다. 최근 한국 영화, 배우가 잇달아 상을 거머쥐며 시상식 내 한국 영화의 입지가 공고해지는 추세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지난 2021년 여우조연상을, 영화 ‘기생충’이 지난 2020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으며 무려 4관왕을 달성했다. 지난해 3월 한미합작영화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미국 영화 제작사 A24와 한국의 CJ ENM이 제작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알고 지냈던 남녀가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타지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냈다. 한국계 캐나다인 영화감독 셀린 송이 연출을 맡았고 한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인 배우 유태오가 주연 배우로 영화에 참여했다. 아쉽게도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러나 미국 평단의 극찬을 받고, 미국 영화업계의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었다. 영화 전문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에 대해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섬세하게 묘사된 중심 캐릭터들의 인연을 활용했다”고 평했다. 또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58회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작품상, 제39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제33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상을 향한 한국 영화의 도전은 지난해 계속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2023)이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영화 ‘서울의 봄’을 오는 3월에 개최되는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출품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은 지난 1979년 12월 12일에 발생한 12·12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한국에서 ‘1000만 영화’ 반열에 오른 데 이어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개봉했는데도 흥행 수익 100만 달러를 넘기며 지난 2023년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평단에서도 영화를 극찬했다. 평론가들은 ‘서울의 봄’이 지닌 정치적 주제와 보편적인 인간적 갈등을 치밀하게 다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서울의 봄’에 대해 “역사적 사건을 뛰어넘어 인간성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주연 배우 황정민에 대해 “극의 중심을 잡는 배우로서 그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주연 배우 정우성에 대해서는 “냉혹하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복합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안타깝게도 아카데미상 시상식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아카데미상이 발표한 제97회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숏리스트(예비후보)에 ‘서울의 봄’은 없었다. 그런데도 ‘서울의 봄’은 군사 쿠데타라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미국 관객에게 널리 알리고 한국 영화가 단순히 수출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영화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위해 ‘서울의 봄’ 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홍정인 대표와 김성수 감독이 직접 나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 배우조합(SAG), 작가조합(WGA) 등 10여개의 영화 단체와 소통하며 영화를 알리고, 지난해 11월 13일에는 컬버시어터에서 열린 ‘아시안월드필름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만나 소통하는 등 홍보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밖에 다수의 한국 영화가 올해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은 ‘라쿠텐 비키’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해 상반기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별 구매 누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배우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주연의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최민식, 김고은 주연의 ‘파묘’가 2위와 3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한국 영화의 성과에 대해 라쿠텐 비키 측은 “한국 영화는 액션, 스릴러, 로맨스, SF 등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콘텐츠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 한국 영화의 활약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화 ‘하얼빈’이 오는 3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서울의 봄’과 더불어 한국 역사를 미국 관객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앞서 지난해 9월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북미 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평론가들은 ‘하얼빈’을 역사적인 소재에 기반한 흥미로운 각본과 시각적 비주얼을 화면에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캐머런 베일리 토론토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해 “역사적인 이야기를 놀랍게 그려냈다”고 언급했으며, 아니타 리 수석 프로그래머는 “촬영, 연기, 서사 모두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영화”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는 이제 단순한 국가적 콘텐츠가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서울의 봄’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미국 관객들에게 감동과 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 영화가 가진 독창성과 완성도를 증명했다. 올해도 한국 영화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무대에서 더욱 강렬한 발자취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준 기자K-무비 & 드라마 미국 한국 한국 영화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한국인 배우
2024.12.31. 19:43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한국 영화가 갑자기 세계 속으로 등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아시아를 비롯한 각지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한국 영화의 수준과 재미가 이미 할리우드의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전 세계적인 방송의 배급이 시작되고, 코로나19라는 위기와 맞물리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그야말로 천정부지입니다. 서구 시장에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말에도 있었지만, 자막을 통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에게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다가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벽을 봉준호 감독이 깨뜨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영화 기생충에서는 재미있는 번역이 많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옥스퍼드로 번역한다든지 하는 장면들입니다. ‘반지하’와 ‘짜파구리’도 번역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반지하 방에 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서구인에게는 충격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반지하는 한국에서 서민 생활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반지하 방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지하라는 말을 문화적으로 번역한다면 수많은 함의가 있을 겁니다. 반지하는 첫째,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입니다. 늦게 해가 뜨고 빨리 지는 어두운 곳이기도 합니다. 어두움이라는 상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 반지하는 사생활의 보장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쳐다보고, 들여다봅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엿보기도 하는 곳입니다. 쳐다보는 게 싫어서 하루 종일 커튼을 치기도 합니다. 더 어두워지는 곳이지요. 셋째,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먼지가 들이닥치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안락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인생의 종말로 갈 수도 있는 곳입니다. 반지하라는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서울의 수많은 사람이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고, 태풍이 불면 반지하는 늘 아슬아슬한 장소입니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해가 발생하면 늘 제일 먼저 비추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제일 늦게 보여주던 곳인데 말입니다. 반지하라는 공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주거의 빈부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지하와 반대되는 공간이면서 낭만적인 공간처럼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옥탑방입니다. 옥상에 있는 작은 방에서 사는 모습이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합니다. 시야가 탁 트이고, 화려한 네온사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죠. 종종 친구들과 모여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옥탑방은 때로 비가 새고, 춥고 더운 곳이고, 매우 저렴한 주거공간입니다. 반지하를 옥상으로 올려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지하가 가족의 공간이라면 옥탑방은 가난한 청년의 공간입니다. 서양의 펜트하우스와는 그야말로 거리가 멉니다. 천지 차이의 공간입니다. 그래도 옥탑방이 한국인에게 낭만으로 기억되는 것은 다행입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주거문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밝은 곳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많습니다. 부잣집의 건물은 주로 갤러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건축물이나 넓은 마당의 저택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찾아보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지하와 옥탑방은 찾으려고만 마음을 먹으면 여기저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어두운 측면도 문화입니다. 어두운 부분, 어려운 부분에 대한 이해도 문화 이해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반지하 옥탑방 반지하가 가족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2024.11.10. 18:25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 장편영화 부분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감독 엄태화는 새로운 장르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로의 부상했다. 12월 8일 LA를 포함해 북미에서 개봉 예정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에 휩싸인 서울의 폐허 속 살아남은 아파트 한 채에서 펼쳐지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엄태화 감독 특유의 감정적인 깊이와 긴장감 있는 연출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인간존중과 생존이라는 주제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황궁아파트라는 단일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자들의 사투를 통해 감독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배우들과의 호흡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이제까지의 상상을 뛰어넘는 독창성과 예측불가능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영화의 입지를 견고히 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지진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어났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이 흥미롭다. “재난 상황 자체보다는 재난 이후의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싶었다. 재난을 소비하기보다는 재난 상황에 남겨진 사람들의 공포와 개연성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쓰고 싶었다. 그래서 재난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엄태화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 “아무 생각과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집은 가족들과 쉴 수 있는 공간보다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더 강조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쓸쓸함이 느껴진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황궁 아파트는 유토피아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제목을 ‘콘크리트 유토피아’라고 지은 이유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접하게 된 박해천 작가의 인문 서적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따온 것이다. 아파트의 역사를 정치, 사회, 문화로 나누어 다루고 있는 이 책을 보다가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상징하고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은 이상향을 상징한다. 생존이 너무 중요해서 남을 생각할 겨를 없이 나와 내 가족만 보면서 사는 그런 삶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라는 의문점에서 생겨난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는 손에 관한 클로즈업 샷이 많이 보이더라. 어떤 의미로 이런 샷을 만들어냈는지. “손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누군가를 돕기도 하고 손으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칠 수도 있다. 배우의 얼굴로 감정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다 보여주지 않고 손으로만 표현했을 때 관객들이 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국제장편부문 한국 영화 대표 출품작에 선정된 것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 영광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경험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북미의 반응은? 미국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가. “영화를 처음 만들 때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한국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핵심을 파고들어가 보면 인간존중과 생존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주거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며, 이런 상황은 어디에나 일어날 수 있다. 다들 그런 점을 공감하면서 보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북미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4인 가족이 영화를 보고 각자 다른 캐릭터에 이입해서 격렬한 토론을 했다는 리뷰를 봤다. 각자의 입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인물에게 이입한 것 같다. 또 어떤 리뷰에서는 명화(박보영)가 답답하다고 비난하다가 집에 와서 자려고 보니 그렇게 명화를 비난했던 자기가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닌가 무서워졌다고 했다. 이처럼 어떤 인물에게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답을 내려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영화인 것이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만약 본인이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영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그렇고 아직도 계속해서 고민이 되고 쉽게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래도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이 누굴까라고 생각하면 앞에 나서진 못해도 약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주는 도균(김도윤)에게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명화가 가게 된 아파트는 90도로 기울어져 있다. 의도한 것인가. “수직적인 아파트가 수평으로 기울어지면서 아파트에 따라 나뉘었던 계급이 중요해지지 않은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 -주민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에서 지옥 불에서 춤추는 것 같은 봉준호 감독의 ‘마더’의 관광버스 장면이 떠오르더라. 영향이 있었나. “직접적으로 오마주한 장면은 아니지만,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무의식에 깔린 것 같다.” -황궁 세력이 무너진 이유가 무엇일까. 명화? 외부인들? 주민 간의 갈등? 영탁의 거짓말? “누구에게 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다른 것 같다. 다만, 명화 때문이라고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외부인들을 내쫓자고 선택하는 시점부터 무너진 것 같다. 당장에 춥고 배고픈 공포감에 사로잡혀 함께 살 방법을 강구하지 못했던 이기심이 원인이라고 본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시대가 바뀌어도 이러한 보편적인 문제는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어느 가치가 더 중요할까에 답은 내리지 못할지언정 질문을 하는 것 자체로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인터뷰 인문서적콘크리트 유토피아 부분 한국영화 한국 영화
2023.12.01. 20:19
이병헌 주연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돼 한국 영화의 제작 능력과 예술성을 세계에 알릴 기회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8일부터 예비 후보자 투표를 시작하며 21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식 후보는 내년 1월 11~16일 투표를 거쳐 발표된다. 시상식은 3월 10일 열린다. 12월 8일 LA를 포함해 북미에서 개봉 예정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모든 게 무너진 세상에 홀로 살아남은 서민 아파트 황궁을 배경으로 다양한 신념과 욕망을 가진 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낸다. 극 중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김영탁은 위험으로부터 아파트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더다. 집에 대한 그의 집념은 단순한 안전과 안식의 욕구를 넘어선다. 이병헌은 김영탁이라는 다면적인 캐릭터를 통해 삶의 의미와 희생, 이상에 대한 내면의 갈등을 탁월한 연기로 그려낸다. 광기와 진지함을 혼합한 그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작품을 잘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택 기준이 있는가. 이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은. “작품을 선택하는 신념이나 기준은 없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나 재미를 따라가는 편이다. 그것이 가장 큰 기준점인 것 같다. 일단 내가 재밌는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영화도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장르가 다르다. 멜로가 유행하면 10년 동안 브라운관이 멜로영화로 꽉 채워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말 오랜만에 만난 블랙코미디였다.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블랙코미디를 정말 좋아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영탁을 연기하기 위해 신경 썼던 것이 있는지. “영탁이 처해있는 상황이라던가 영탁의 감정 상태와 환경에 젖어들기 위해 4~5개월을 몰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작품이 끝나기 전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발버둥쳤다.” 그렇다면 영화를 위해 일상생활에서도 노력했던 것이 있는가. “영화를 촬영하는 도중에 가족들을 만나고 다른 일도 보고 친구들과 웃고 농담하는 순간에도 마음 한쪽에 영탁이 남아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작품과 캐릭터를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러한 재난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행동했을 것 같은지. “무대 인사를 다닐 때 이 주제로 배우들과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그런데 나는 그때도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실제 그 상황 속에 들어가서 살아보고 겪어보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스스로 묻게 됐다.” 영화 속 영탁에게 ‘집’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국은 ‘내 집 마련’의 꿈이 다른 나라보다 두드러지는 것 같다. 모든 가장의 꿈은 가족들을 위해 집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탁에게도 ‘집’이란 가장의 의무와 꿈이라 생각한다.” 그럼 이병헌에게 ‘집’이란. “휴식, 나에게 집은 휴식이다. 집은 마음 편하게 쉬고 싶은 공간이어야 한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윤수일의 ‘아파트’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과거로 플래시백 해서 영탁의 모든 비밀이 관객들에게 다 알려지는 시퀀스가 가장 힘있게 느껴졌다. 굉장히 임팩트 있는 장면이라 좋았다.” 토론토 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관객들 반응은 어땠나. “타인종의 반응을 토론토 영화제에서 처음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서 뿌듯했다. 사실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있었다. 집을 지키고자 하는 감정은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정하은 기자 [email protected]지진 캐릭터 토론토 영화제 부문 한국영화 한국 영화
2023.11.14. 20:00
1960년대는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무너진 절망의 시기였지만, 희망을 갈구하는 대중들의 욕망이 분출된 변혁의 시기이기도 했다. 영화는 1960년대 한국 대중문화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였다. 이 시기에 ‘작가주의 감독군’들에 의해 이른바 한국형 모더니즘의 틀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미학적으로 뛰어난 면모를 갖춘 기념비적인 영화들이 대거 발표됐다. 영화법이 제정·시행됐고 연간 100~200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관객수도 1961년 5800만명에서 1969년 1억7300만 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발탄(Aimless Bullet, 유현목 감독, 1961년) 전후 재건 한국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1961년 상영 금지를 받았지만 가장 위대한 한국 영화 중 하나로 널리 칭송받고 있는 유현목의 대표작. 전쟁이 지나간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해방촌에서 살아남은 가족의 암울한 생존기를 다룬다. 정신이상자 어머니, 영양실조에 걸린 만삭의 아내, 상이군인 동생 그리고 양공주가 된 여동생이 등장하는 스토리를 누아르 형식으로 그렸다. 두 형제의 비극적 관계, 증오와 공포로 산산이 부서진 한 가족과 국가의 초상화. 한국영화의 진정한 영상시대는 ‘오발탄’ 이후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진규, 최무룡, 문정숙, 윤일봉 출연. ▶여판사(A Woman Judge, 홍은원 감독, 1962년) 한국의 두 번째 여성 감독 홍은원의 데뷔작. 사법고시에 성공, 최초의 여성 판사가 된 진숙(문정숙)은, 여판사라는 아내의 사회적 지위에 열등감을 느끼는 남편 규식(김석훈)과 이에 편승하여 며느리를 오해하는 계모 시어머니, 그리고 시누이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나 한 가정의 아내와 며느리로서, 그리고 판사의 임무에 충실하던 중, 살인사건에 연루된 시어머니의 변론을 맡아 무죄판결을 끌어낸다. 1961년 한국 최초의 여성 판사 황윤석의 의문의 죽음에서 영감을 얻었다.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 분실되었다가 50년 만에 세상 빛을 보게 됐다. ▶맨발의 청춘(The Barefooted Young, 김기덕 감독, 1964년) 음악다방과 댄스홀, 트위스트 등 이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확연히 구별되는 청년 문화를 반영한 새로운 영화 장르 ‘청춘영화’의 대표작. 부유한 대사의 딸 요안나(엄앵란)와 사랑에 빠진 사창가의 폭력배 청년(신성일)의 이야기를 실패한 사랑, 낭만적 사랑, 비극적 사랑의 신화로 그려냈다. 극심한 계급 분열, 불안한 세대 갈등으로 거칠어지는 청년문화를 강하게 비판한 작품. 검열에 의해 금지될 뻔했던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획기할 만한 25만 관객을 동원, 최고 흥행을 이루며 주연 배우 신성일과 엄앵란을 60년대의 대중 스타 커플로 떠오르게 한다. 최희준의 주제가도 크게 히트했다. ▶갯마을(The Seashore Village, 김수용 감독, 1965년) 오영수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문예 영화 대표작. 문예 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최초의 영화로 전후 한국의 분열된 정체성에 대해 깊이 탐구한다. 해순(고은아)은 남편과 함께 갯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나 어느 날 만선의 꿈을 안고 바다로 나간 남편이 폭풍을 만나 죽게 된다. 해순에게 관심을 보이던 떠돌이 상수(신영균)를 그녀는 끝내 거절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곧 온 마을에 소문이 나고 상수는 해순을 데리고 갯마을을 떠난다. 해순의 아름다움을 탐하는 사내들을 피해 첩첩산중으로 숨어 들어가지만 그들의 삶은 점점 힘겨워지기만 한다. ▶황혼의 검객(A Swordsman in the Twilight, 정창화 감독, 1967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 영향을 주었던 홍콩영화 ‘죽음의 다섯손가락’(King Boxer, 1972)을 연출한 정창화 감독의 독특한 한국식 검술 영화. 한국의 풍경과 궁궐 건축, 짧고도 치명적인 검의 만남을 다룬다. 조선시대 민비와 장희빈의 알력을 배경으로 무법 마을에 홀로 등장한 검객 김태원(남궁원)은 건달 오기룡(허장강)에 의해 아내(윤정희)와 딸이 처단되자 음모 세력에게 복수할 날만을 손꼽는다. 곡예적인 홍콩 무협과는 대조적으로 한복을 입은 검객들이 대결하는 우아하고 절제된 액션 시퀀스들과 치밀한 편집이 돋보인다. ▶안개(Mist, 김수용 감독, 1967년) 김수용 감독의 공간과 시간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짜임새 있고 세련미 넘치는 연출로 60년대 한국 영화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비극적 현대사에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영화적 풍경으로 그려낸 ‘안개’는 김승옥의 모더니스트 소설 ‘무진 기행’이 원작이다. 장인 회사에서 상무로 있는 회사원(신성일)이 어린 시절의 고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일상의 제약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음악 교사(윤정희)를 만나 욕정을 불사른다. 그러나 전무로 승진됐다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 실리를 좇아 서울로 떠난다. 윤정희의 대담한 베드신이 화제가 됐다. 이봉조의 색소폰 연주를 따라 안개 속에서 인간의 건조하고 암울한 내면세계와 조우한다. ▶휴일(A Day Off, 이만희 감독, 1968년) 1968년에 제작되었으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37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겨울의 끝자락의 어느 일요일. 교회 종소리와 함께 빈털터리 허욱(신성일)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지연(전지연)의 낙태 수술을 위해 친구의 돈을 훔친다. 지연은 병에 들고 실의에 빠진 허욱은싸롱에서 만난 여자와 주점을 전전한다. 수술 도중 지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와의 행복한 한때를 회상하며 거리를 내달리는 허욱, 씁쓸한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시적 표현에 담긴 사랑과 60년대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청년의 시점에서 고발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내시(Eunuch, 신상옥 감독, 1968년) 감각적 에로티시즘과 폭력이 주를 이룬다. 여성에 대한 억압이 극에 달했던 당시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다. 궁궐 내에서 벌어지는 대립 상황이 숨 막히는 긴장감을 불러온다. 궁궐의 권력 다툼과 불운한 로맨스를 다룬 신상옥의 사극. 조선 시대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욕구를 억누르고 살아야 하는 왕비와 궁녀들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심한다. 노출 없이 노골적으로 성을 묘사한 신상옥의 연출 스타일이 60년대의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신성일, 윤정희, 박노식, 남궁원, 도금봉 출연. 김정 영화평론가 ckkim22@gmailcom한국영화 기념비 한국 영화 여성 감독 한국 대중문화
2023.09.08. 19:58
밴쿠버국제영화제가 올해도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영화가 출품됐는데, 한국 영화도 6편이 선보일 예정이다. 밴쿠버국제영화제(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VIFF) 주최측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2023년도 VIFF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는 2019년 이후 코로나19로 제한적으로 진행되던 영화제가 올해 처음으로 정상적으로 영화관에서 직접 진행하게 된다. 올해 약 240편의 장편과 단편 영화가 영화제 기간에 10개 상영관에서 상영된다. 한국 영화는 총 6편이 출품됐다. 우선 올해 첫 상영을 한 신작은 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들(A Tour Guide),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A Normal Family), 최우진 감독의 단편영화 정동(Jeong-Dong), 김주연 감독의 단편영화 가장 보통의 하루(An Ordinary Day) 등이다. 1999년에 개봉했던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Peppermint Candy), 2000년에 개봉했던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Joint Security Area)도 상영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의 상영시간과 극장을 보면, A Tour Guide는 10월 2일 오후 6시 30분, 4일 오후 4시 15분에 인터내셔날 빌리지 10관(International Village 10)에서, A Normal Family은 10월 2일 오후 9시 밴쿠버플레이하우스(Vancouver Playhouse), 4일 오후 3시 30분에 파크 극장(Park Theatre)에서, Jeong-Dong은 10월 4일 오후 6시, 6일 오후 12시 15분에 인터내셔날 빌리지 8관(International Village 8)에서 국제단편(International Shorts)들과, An Ordinary Day는 10월 2일 오후 6시, 4일 오후 12시 45분에 인터내셔날 빌리지 8관(International Village 8)에서 다른 단편 영화들과 함께 상영된다. Peppermint Candy은 10월 3일 오후 8시 45분 7일 오후 1시 15분에 시네마테크(The Cinematheque), Joint Security Area는 9월 30일 오후 9시 15분 시네마테크(The Cinematheque), 10월 8일 오전 11시에 밴시티 극장(Vancity Theatre)에서 각각 상영된다. 7일 오후 12시부터 판매가 시작된 영화제 티켓은 성인 1회는 18달러, 시니어는 16달러, 그리고 학생/청소년은 14달러 등이다. 6개 묶음이나, 학생 묶음, 시니어 묶음 티켓도 판매한다. 티켓 정보는 https://viff.org/ticket-inf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영화상영일정과 내용, 해당 영화 티켓 구매 등은 VIFF 웹사이트의 What's On 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표영태 기자밴쿠버국제영화제 한국 한국 영화 단편영화 정동 영화제 기간
2023.09.07. 13:33
“한국에서보다 관객 반응이 더 좋네요.” ‘2023 뉴욕아시안영화제: 한국 영화 특별전’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링컨센터는 영화 〈킬링 로맨스〉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들로 북적였다. 한국 영화 광팬이라는 60대 미국인 노부부는 땡볕 아래에서 30분 동안 줄을 서기도 했고, 기차 타고 2시간 거리를 달려온 한국인 유학생들도 있었다. Q&A 세션에서 배우 이선균은 “우리 영화가 한국에서는 호불호가 갈렸는데, 뉴욕 관객 반응은 극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사랑에 빠져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가 결혼 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팬클럽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를 만나 복귀를 위한 작전을 모의하는 스토리의 코미디 영화다. 이날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래’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는 “세상에 없는 화법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간 영화다. 또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만국 공통으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개막작으로 선정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여래와 범우의 조력자 영찬 역을 맡은 배우 배유람도 “저희 영화 감독님(이원석 감독)도 미국 유학 생활을 오래 하셔서 이쪽 분들과 유머 코드가 잘 통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통통 튀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또 이하늬는 “우리 영화는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의 얘기다. 제가 맡은 여래도 배우로서 인기는 얻었지만 연기력으로 혹평받고, 결혼 후 가정폭력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되는 캐릭터다. 뉴욕·뉴저지의 한인들도 이방인으로 살면서 큰 장벽들이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공감과 위로를 얻어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하늬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거침없는 행보와 시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전 세계 영화계에서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것 같다. 집에서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에 모두가 블록버스터 영화만 영화관에서 볼 것인가에 대해 영화인들도 고민이 많다. 상업영화도 좋지만, 마이너들의 얘기를 다룬 다양한 영화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영화제에 초청된 독립영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김재화 배우와 김홍기 감독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양성이 존중받는 영화계’를 강조하며 “K-개성이 묻어나는, 우리만의 색깔과 문화가 담긴 날렵한 시도를 한 영화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윤지혜 기자한국 영화 뉴욕아시안영화제 선정작 한국 영화 한국인 유학생들
2023.08.01. 18:33
한국 근대영화를 통해 1960년대 한국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스크린으로 엿볼 수 있는 한국 근대 영화 상영전이 열린다. LA 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15일과 22일 양일 오후 3시부터 LA한국문화원 ‘한국 근대 영화 상영전: 한국영화의 황금기’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3시 ‘마부’(감독 강대진, 1961년), 오후 6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 1961년)에 이어 22일 오후 3시 ‘하녀’(감독 김기영, 1960년), 오후 6시 ‘오발탄’(감독 유현목, 1960년) 등 주옥 같은 한국 근대영화 4편이 상영된다. 이번 행사는 현재 LA카운티미술관(LACMA)에서 성황리에 전시 중인 ‘한국 근대미술전: 사이의 공간’ 행사를 계기로 미국 현지인들이 한국의 근대 시기를 영화를 통해 심층 탐미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LA한국문화원, LA 카운티 미술관(LACMA), 한국영상자료원 공동주최로 마련했다. 주최 측은 “이번 상영작들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 중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대작들로 엄선했다”며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이끌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친 김기영, 신상옥, 유현목, 강대진 등 거장 감독들의 대표작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한국전쟁 직후 어려운 제작 여건 속에서도 잇달아 대작을 선보이며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대종상 시상식이 시작됐고, ‘마부’, ‘성춘향’ 등 작품이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에 진출하기도 했다. 정상원 LA 한국문화원장은 “우수한 한국 고전 영화의 밑바탕이 있었기에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눈부신 성과가 가능했다”며 “흑백 고전 영화의 추억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상영전은 무료이지만, 좌석이 150석으로 제한되어 영화마다 홈페이지(www.kccla.org)에서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주소: 5505 Wilshire Blvd, LA ▶문의: (323) 936-7141 이은영 기자한국 스크린 한국 근대영화 한국영화 100선 한국 영화
2022.10.09. 13:32
WELL GO USA ENTERTAINMENT는 내년에 한국의 항공 재난 영화인 '비상선언(Emergency Declaration)’ 북미에 개봉한다고 밝혔다. 비상선언은 '우아한 세계', '관상'등을 연출한 한재림의 5번째 장편 영화로, '더 킹' 이후 약 4년 만의 복귀작으로 지난 여름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하였다. 이 영화에는 흥행 메이커인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정상급 배우들이 출연한다. 시놉시스를 보면 베테랑 형사 인호(송강호)는 비행기 테러 공격에 대한 어떤 남자의 제보를 받고 조사하던 중, 용의자가 KI501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행기 공포증에도 불구하고 재혁(이병헌)은 딸의 건강을 위해 하와이에 가기로 결심한다. 공항에서 주위를 서성거리는, 위협적인 말투의 수상한 남자 때문에 정신이 없다. KI501기는 인천 공항을 출발하여 하와이로 향하지만, 곧 한 남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고 이에 공포와 혼란의 상황은 기내 뿐만 아니라 지상에도 삽시간에 퍼져버린다. 국토교통부 장관 숙희(전도연)는 이 소식을 듣고 대테러 대책본부를 꾸려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KI501기의 착륙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아직 한국에서도 개봉 전이다. 북미 개봉은 한국 개봉 이후인 내년에 상영을 하게 될 예정이다. 표영태 기자비상선언 밴쿠버 한국 개봉 북미 개봉 한국 영화
2021.11.18. 1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