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남가주의 날씨는 여전히 좋지만, 부동산 시장은 다소 복잡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것이다. 시장 분위기는 식고 있지만, 무너지고 있지는 않다. 모기지 이자율은 여전히 높고, 바이어들은 조심스럽다. 셀러들조차도 이제는 과거의 시세가 아닌 현재의 현실에 가격을 맞춰야 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의 유명 인사인 패리스 힐튼은 지난 6월, 베버리힐스에 위치한 맨션을 6300만 달러에 매입하며 미국 내 최고 거래 금액을 기록했다. 한편, 유명 가수 커플인 비욘세와 제이지는 자신들의 8800만 달러짜리 벨에어 저택에 5775만 달러 규모의 모기지를 추가로 설정했다. 이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하이엔드 및 럭셔리 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최상위급 부동산은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이는 그 아래 단계의 부동산 가격과 시세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운타운 LA에는 요즘 고층 빌딩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 하나인 ‘Olympic + Hill’은 54층짜리 임대 주상복합 아파트로, 현대식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 맞은편에는 그래피티로 뒤덮인 반쯤 완공된 오션와이드 플라자가 아직도 방치된 채 서 있다. 이것이 바로 LA 부동산의 두 얼굴이다. 한쪽은 미래를 향해 솟아오르고, 다른 쪽은 자금난 속에 멈춰 서 있다.
최근 개빈 뉴섬 주지사는 CEQA(환경영향평가법) 규제를 완화하면서 도심 주택 개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이론적으로는 더 빠른 인허가와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의미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이 법 개정의 효과가 실제 리스팅(MLS)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창의적인 프로젝트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컬버시티에 들어설 코스트코 + 아파트 복합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 사례다. 창고형 마트 위에 루프탑 수영장이 있는 집이 들어설 예정이다. LA의 주택난을 풀기 위해 여러 곳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장 붕괴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예측이다. 바이어, 셀러, 렌터, 그리고 투자자 등 부동산 시장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그들에 맞는 전략과 방식을 시기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고금리 시대에도,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지금 시점에서 각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은 다음과 같다. 바이어는 금리 인하를 기다리거나, 셀러가 먼저 양보하길 기대하고 있다. 셀러는 꿈의 가격을 고수하다가 조용히 가격을 수정 중이다.
렌터는 공급 부족 속에서 여전히 높은 수요로 인해 임대료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투자자는 여전히 활동 중이지만, 예전만큼 공격적이지는 않다. (현재 LA 주택의 약 15%가 투자자 소유다.)
결국, 코리아타운의 콘도를 리스팅하든, 비벌리힐스 플랫의 1000만 달러 저택을 거래하든, 기본은 같다. 시장과 트렌드에 대한 이해, 바이어 및 셀러 분석, 그리고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기본 자세다.특히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각자의 전략적 사고와 현실적인 자신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느린 시장에서도 패리스 힐튼이 6300만 달러를 지출한다는 사실만 봐도, 시장이 정말 느린 것이 아니라 까다로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