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크레딧카드 사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OC지역 쇼핑몰의 한 의류매장에 내걸린 세일 광고. 박낙희 기자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제공한 최신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1조 달러를 넘어섰던 크레딧카드 잔액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크레딧카드 사용 증가율이 데빗카드보다 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약 4년 만에 처음 감지된 변화로 크레딧카드 사용 자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최근 몇 년간 고물가 상황 속에서 크레딧카드 발급과 사용은 크게 늘었지만, 가계는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높은 카드 금리 등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도 발급 대상을 선별적으로 좁히고 있으며, 소비자들 역시 신규 부채를 더 신중히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크레딧 점수 집계 회사인 트랜스유니온(TransUnion) 수석 부사장 찰리 와이즈는 “크레딧카드 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이제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비를 억제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해리 이(55)씨는 올해 2월 그동안 써오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골드카드를 잘라 버리고, 20장의 카드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지갑에서 빼놓았다.
그는 “크레딧카드를 마치 모노폴리 게임 화폐처럼 여기고 쓴 것이 화근이었다”며, “총 7만2000달러에 달하는 카드빚으로 월 최소 페이먼트가 2800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해당 액수는 이씨의 주택담보대출과 자동차 할부금의 합보다 더 많은 액수였다.
그는 지난 6개월간 약 3만 달러를 상환했으며, 현재는 현금과 데빗카드만 이용하고 있다.
팬데믹 동안 비접촉 결제와 앱 기반 소비 확산으로 데빗카드 사용이 급증했으며, 정부의 경기부양금도 데빗카드를 통해 집행됐다.
크레딧카드 소비는 초기에는 감소했으나, 여행과 외식 등 재량 소비가 회복되면서 2022년에는 데빗카드 대비 7배 이상 빠른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기준, 데빗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한 반면 크레딧카드 사용액은 5.65% 증가에 그쳤다.
또한 트랜스유니온의 분석에 따르면 연체율 하락과 함께 크레딧카드 잔액 증가세 둔화는 소비자들이 부채를 적극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크레딧카드 빚을 통합 상환하기 위한 개인대출 발급이 1년 전보다 18% 늘어나며 총액 257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전문가들은 평균 22%에 달하는 크레딧카드 금리를 피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대출을 통한 상환 후에도 1년 반 안에 다시 카드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