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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수첩] 맥도넬 LAPD 국장이 LA판 사또인가

Los Angeles

2025.08.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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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맥도넬 취임 축하 리셉션서
칭송에 가까운 말만 난무한 행사
목소리 내야할땐 다들 침묵 일관
지난 25일 열린 취임 축하연에 참석한 짐 맥도넬 LAPD 국장. 김경준 기자

지난 25일 열린 취임 축하연에 참석한 짐 맥도넬 LAPD 국장. 김경준 기자

지난 25일 LA총영사 관저, LA경찰국(LAPD) 짐 맥도넬 국장 취임 축하 리셉션이 열렸다. 한인 단체장 중심으로 마련된 이 자리엔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시종일관 웃음꽃이 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김영완 LA총영사, 강일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 부의장, 이창엽 올림픽경찰서후원회장, 정상봉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알렉스 차 LA한인축제재단 회장 등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했다. 칭찬과 격려 일색이었다.  
 
하지만, 있어야 할 뭔가가 없었다. 한인타운 치안 문제와 한인 사회의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LAPD가 더 노력해 달라는 당부와 제안 말이다. 요즘 LAPD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 참석한 한인들은 그런 분위기를 모르는지 맥도넬 국장 앞에서 칭송 일색이었다. 물론 축하연에서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았겠으나, 한인 사회의 대표급 인사라면 할 말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LAPD는 현재 막무가내식 공권력 행사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최근 보일 하이츠에서 20대 청년 제러미 플로레스가 차 안에서 장난감 총을 갖고 있다가 LAPD 경관들에게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정신질환자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한인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양용 사건과 너무도 흡사하다. 제2의 양용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양용에 총을 쏜 LAPD 올림픽지서의 안드레스 로페즈 경관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실탄을 장전한 총을 차고 한인타운을 활보하고 있다. 축하연에 모인 한인들에게 이건 아무렇지도 않은 에피소드인가.
 
심지어 LAPD는 언론을 향해서도 총구를 겨눴다. 지난 6월 LA 한인타운에서 벌어진 불법 체류자 단속 항의 시위를 취재하던 본지 김상진 기자는 LAPD 경관에게 고무탄을 맞고 길바닥에 쓰러졌다. 당시 수많은 언론인이 취재 현장에서 LAPD의 고무탄에 맞았다. LAPD는 현재 언론인들로부터 피소된 상태다.
 
공권력을 존중하는 건 시민의 상식이자 의무다. 단, 상호존중이라는 대전제하에 성립하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인이 소수계로서 공권력의 존중을 받아 왔나. 이에 ‘그렇다’고 누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겠나. LAPD는 물론이고, 한인 사회의 대표를 자처하는 단체장들도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자성해야 한다.
 
취재기자로서 맥도넬 국장에게 공권력 논란에 대해 직설적으로 질문했다. 그는 “LAPD는 다른 어느 미국 경찰 조직보다 철저히 조사·검증하고 있다”며 “물리력이 사용되는 경우는 2% 미만, 총격이나 병원 치료가 필요한 중대한 사례는 1% 미만”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변명이지만, 질문에 슬쩍 감사의 뜻을 표했다. 불편한 이슈라 해도 언제든지 논의할 준비는 돼 있다고 내비친 셈이다.
 
더 본격적으로 달려들어야 할 한인 사회 지도급 인사들은 칭송의 말 잔치만 이어갔다. 한인 사회에게 맥도넬 국장이 LA판 사또라도 되나. 듣기 좋은 말만 해주다간 한인 사회는 계속 사각지대에 놓일지 모른다. 나중에 자업자득이라는 푸념이라도 안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상호존중과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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