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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나’를 지키는 것…올바른 역사 인식이 출발”

Los Angeles

2025.09.21 19:00 2025.09.2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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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의 당부, 2세의 바람]
한인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화두는 ‘세대 교체’다. 과거 미주 독립운동의 역사와 이민사의 뿌리를 지키는 일, 그리고 차세대가 주류 사회로 진출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일이 동시에 요구된다. 클라라 원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 이사장은 ‘역사를 잊으면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강조하고, 로버트 안 LA 한인회 회장은 ‘세대 교체 없이는 단체가 존속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와 미래를 바라보는 초점은 달라도 두 사람의 메시지는 같다. 바로 “한인 사회의 명맥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인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클라라 원 이사장의 당부 

클라라 원 이사장

클라라 원 이사장

정체성은 '나'를 지키는 것…올바른 역사 인식이 출발
이민사 잊혀져 안타까움  
교육·소통 프로그램 확대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이 가진 의미는.
 
“재단은 미주 한인 독립운동사와 한인 이민사를 발굴·보존하는 기관이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으로 약 8000명이 건너왔고, 일제 강점기에 많은 한인 선조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그중 434명만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았다. 나머지는 아직 인정받지 못했지만, 뿌리 없는 삶 속에서 발휘된 애국심은 미주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됐다. 재단은 이 정신을 계승하며 오늘날 민족 교육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민사와 정체성은 왜 중요한가.
 
“한인 정체성의 뿌리는 이민 역사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알지 못하면 세대 간 결속이 약해지고 정체성이 흔들린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들은 한국을 멀리 있는 나라로 생각하기 쉽지만, 1세대는 조국을 잃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이민을 온 구체적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러한 차이가 세대 간 갈등, 소통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뿌리를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뿌리 교육은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뿌리 교육은 가정에서 출발해야 하며, 한국어 교육이 핵심이다. 3세 전후 언어 습득기에 한국어를 가르치고, 동요나 애니메이션 같은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미국 공교육은 한인 정체성을 다루지 않기에, 우리가 직접 이어가야 한다.”
 
-기념재단에서는 어떻게 교육하나.
 
“한인 청소년 대상 체험형 교육에 주력한다. ‘도산 스쿨’을 통해 한 달간 독립사와 이민사를 가르치고, 기념재단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그림 공모전 등 문화 활동을 통해 참여 기회를 넓힌다. 많은 학생이 이러한 교육을 통해 처음으로 선조의 역사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명맥은 왜 이어져야 하나.
 
“대한인국민회를 기념하는 곳은 전 세계에 우리 재단 한 곳뿐이다. 대한인국민회는 과거 임시정부 역할을 했던 역사적 공간이자, 한국보훈부가 직접 지원하는 유일한 해외 독립운동 기념 기관이다. 한국 정부 지원금과 이사들의 기금, 수익사업으로 운영되지만,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주인’이라는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다.”
 
-차세대 리더십 부족 문제는.
 
“이민사와 독립운동사를 아는 이가 드물어 현재는 올드타이머 세대가 중심이다. 이들은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소중한 존재지만 영어 소통이 약해 차세대와 연결이 끊어지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중 언어 소통이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활동이 왕성한 40~50대의 참여가 절실하다. 이들의 꾸준한 관여가 있어야 재단이 세대 간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재단은 내년 중 별도 사무국을 마련해 40~50대 한인, 나아가 차세대가 적극적으로 활동할 기반을 만들 계획이다.”
 
-차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류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만 한인 정체성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중심을 굳게 지켜야 한다. 동시에 1세대 역시 명예나 직함에 집착하지 말고 공동체 책임자로서 차세대와 연결돼야 한다.”
 
 

로버트 안 LA한인회장의 바람

로버트 안 LA한인회장

로버트 안 LA한인회장

세대교체는 필연적 상황…하지만 함께 달려가는 것
 
리더십 업그레이드 필요  
1세들의 지원·관심 필수
 
-세대 교체 성공했다고 보나.
 
“지금은 세대 교체 시작 단계다.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1세대 중심의 깊은 역사와 리더십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현재는 세대 교체의 기초를 닦는 단계이며, 조직 운영 방식, 인프라, 구조를 정비해 앞으로 세대 교체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어떻게 세대 교체를 이끌어 가나.
 
“취임 후 첫 6개월은 한인회에 대해 배우는 데 집중했다. 과거 운영 방식과 역사를 배우고, 개선할 부분을 찾았다. 내부적으로는 운영을 효율화하고, 외부적으로는 한인회가 ‘1세대만의 단체’라는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1세대부터 2세대, 청소년까지 모든 한인을 아우르는 한인회가 되어야 한다.”
 
-1세대와 차세대가 어떻게 공존하나.
 
“한인회는 원래부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단체다. 지금도 이사회 절반이 1세대이고, 나머지가 2세대다. 갑자기 전부 차세대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1세대를 향한 존중의 태도도 아니다. 여전히 기부와 후원 역시 대부분 1세대가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공존은 필수다. 세대 교체는 ‘이어달리기’가 아니라 함께 손을 잡고 뛰는 것이다.”
 
-한인회 유산을 이어갈 계획은.
 
“리더십 기준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회장이 될 사람은 최소한 이중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고, 한인회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싶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심으로 봉사하려는 마음이다. 명예나 인기 때문에 회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을 하고자 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세대 교체는 왜 필요한가.
 
“1세대는 언젠가 은퇴하거나 세상을 떠나신다. 다음 세대가 준비되지 않으면 단체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차세대 한인의 한인 단체 참여는 부족하다. 많은 인재가 있지만, 한인 사회 활동에는 관심이 적다. 그렇기에 후속 세대를 발굴하고 참여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
 
-차세대의 정체성 문제는.
 
“일본계 미국인 사례를 보면 세대가 갈수록 단순히 ‘미국인’으로만 정체화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요하다. 나도 딸에게 한국어를 쓰게 하고, 광복절 등 한국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 한인회 차원에서는 청소년·청년 한국 역사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미래의 한인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차세대는 영어 소통 능력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주류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예전에는 시장이나 고위 인사와 대화조차 힘들었지만, 이제는 직접 만나 협력할 수 있다. 이런 스킬들을 가지고 차세대는 이전 세대가 닦은 토대를 이어받아 더 발전시켜야 한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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