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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선택하라면 또 우주인 될 것 같아”

Los Angeles

2025.11.02 18:49 2025.11.0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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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
영광만큼 컸던 논란 이젠 극복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때도
한국 테크 기업 미국 진출 도와
이소연 박사가 우주인 시절의 영광과 책임감에 관해 말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이소연 박사가 우주인 시절의 영광과 책임감에 관해 말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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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벌어진 경쟁률이다. 이소연 박사는 2008년 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주에 나아갔지만, 우주 정거장에서 귀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이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 뒤로 ‘먹튀 논란’ 같은 오해도 감당해야 했다.
 
현재 그는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2025 아시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이 박사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우주인’ 타이틀 뒤에 가려졌던 인간 이소연의 내면과 시간을 들여다봤다. 다음은 이소연 박사와의 일문일답.
 
- 아시안 명예의 전당 헌액 소감은.
 
“‘명예의 전당’이라고 하면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들이 오르는 자리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헌액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이게 될 수 있는 거였어?’ 하며 놀랐다.”
 
- 추천은 어떻게 받았나.
 
“시애틀에서 몇 번 만난 적 있는 줄리 강(킹카운티 이민·난민위원회 위원)이라는 분이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 현재 미국에서는 어떻게 지내나.
 
“워싱턴주 시애틀에 살고 있다. 워싱턴대(UW) 강사로 요청이 있을 때 강의를 나간다. 주로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테크 스타트업들의 사업 개발과 네트워킹, 잠재 고객 미팅 등을 돕고 있다. 30대 후반에 미국에 와 살지만 정체성은 ‘한국인’이다. 한국 기업을 도울 수 있어 보람이 크다.”
 
-‘한국 최초 우주인’타이틀은 영광인가, 무게인가.
 
“둘 다다. 어떤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든 책임이 따른다. 처음엔 그 무게가 버거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무게가 책임을 다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귀환 후 부정적 논란도 있었다. 당시 심정은.  
 
“그땐 정말 바빠서 상처받을 겨를도 없었다. 새벽 2시에 들어와서 4시에 다시 나가는 일정이 계속됐다. 만약 지금 그때처럼 가짜뉴스나 악성 댓글이 쏟아졌다면, 아마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당시 우울했던 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두 지쳐서였다. 하루에 강연이 서너 건씩 잡혀 있었고, 발표 자료를 검토할 시간조차 없었다. 함께 일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도 잠을 거의 못 자며 고생했다.”
 
-우주는 애착의 대상인가, 해방되어야 할 기억인가.  
 
“한때는 우주를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저 친구는 우주인이라 이건 안 할 거야, 연봉을 더 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이 일을 시켜도 될까’ 이런 식이었다.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 지구도 우주의 일부인데 굳이 떼어낼 필요가 있나 싶다(웃음). 요즘은 우주 산업으로 다시 돌아오려 하고 있다.”
 
-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우주인의 길을 또 걷겠나
 
“그럴 것 같다. 지금의 모든 걸 알고 돌아간다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때의 미숙함과 지식 그대로라면 다시 그 길을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소연 박사는

 
1978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학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 예비 우주인으로 선정됐고, 2008년 3월 한국 최초의 정식 우주인으로 발탁됐다. 2014년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12~2014년 UC버클리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고, 2013년 미국에서 정재훈씨와 결혼했다. 워싱턴대 공과대학 강사와 피어스칼리지 조교수를 지냈다. 한국 우주 기술 스타트업 스펙스(SPEX) 글로벌 비즈니스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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