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초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일 조추첨식이 끝난 직후 홍명보 한국 대표팀 감독은 본지에 조 편성에 대한 평가와 대비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일문일답.
상대팀들을 어떻게 평가하나.
“월드컵에서 만족할 만한 조에 속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만 상대가 확정됐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분석을 시작할 것이다. 멕시코는 지난 9월에 평가전을 해봤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최근 5경기에서 좋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 3월에 열리는 유럽 플레이오프에서는 덴마크와 아일랜드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이 가장 먼저 호명됐는데.
“당황했다. 갑자기 1번으로 나오는 바람에 3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르게 되는 월드컵이 돼버렸다.”
환경 적응이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고지대 적응에는 최소 열흘, 길게는 2주 이상이 필요하다. 소집 후 바로 현지에 들어가 적응해야 한다.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아크론 스타디움)가 해발 1600m 고지대에서 열린다. 세 번째 경기(몬테레이)는 고도는 낮지만 매우 습하고 35도 이상의 기온이 예상된다.”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는 피했는데.
“그 부분은 좋은 점일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는 홈팀의 이점이 크다. 우리가 홈에서 경기했을 때를 생각해도, 홈팀의 이점은 실력 이상의 것이 나온다.”
개막 후 초반에 경기를 치르게 된다.
“소집 후 훈련 기간이 짧다는 점이 아쉽다. 일정이 뒤로 배치됐다면 훈련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 경기가 전쟁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할 것이다.”
어떤 팀이 다음 라운드에 갈 것으로 보나.
“당연히 한국이 갔으면 한다. 경기 장소가 정해진 만큼 각 팀이 가진 장단점을 얼마나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조추첨 결과에 따라 목표가 바뀌었나.
“그런 것은 없다. 상대가 나왔다고 해서 목표가 바뀌지는 않는다.”
어떤 팀이(유럽 플레이오프 D조) 올라오면 한국이 유리·불리할까.
“덴마크와 아일랜드가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해야 된다.”
멕시코 감독이 홍 감독을 언급했다. 인연이 있나.
“호텔에서도 인사했고, 평가전에서도 만났다. 한국의 이강인 선수도 지도했다. 개인적으로 친근하고 존경하는 감독이다. 공교롭게 이번 월드컵에서 만나게 됐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멕시코의 강점은.
“좋은 감독 밑에서 좋은 선수들이 뛰고 있다. 지난 9월 경기에서도 개인 능력이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1998년 월드컵에서도 멕시코와 만났는데.
“그때도 멕시코는 좋은 팀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한국 선수들은 당시보다 경험과 실력이 높아졌다. 홈 이점은 있겠지만 충분히 준비해서 경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