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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유 '5년 법칙' 흔들린다

Los Angeles

2025.12.24 17:22 2025.12.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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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페이멘트 10% 기준
내년에 집 구매 가정하면
손익분기점 10년 될 수도
집을 사고 5년을 거주하면 초기 비용을 회수한다는 5년 법칙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각종 비용 상승으로 10년은 지나야 손익분기점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LA의 주택가.

집을 사고 5년을 거주하면 초기 비용을 회수한다는 5년 법칙이 깨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각종 비용 상승으로 10년은 지나야 손익분기점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LA의 주택가.

집을 사서 5년만 거주하면 집값이 꾸준히 올라 초기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른바 '5년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5년 법칙은 주택 구매자가 손해를 보지 않고 집을 팔기 위해 최소 어느 정도 기간을 보유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비싼 집값과 모기지 금리 고착, 거래 비용 증가 등이 맞물리며 주택 보유에 따른 손익분기 시점이 크게 늦어지고 있다.  
 
리얼터닷컴의 해나 존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바이어들은 집을 살 당시의 시장 환경에 맞춰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통적인 기준에 따르면 최소 5년은 거주해야 손실을 피할 수 있지만 내년에 주택을 구매할 경우 2036년이 돼야 실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주택 구매에는 계약금과 에이전트 수수료, 클로징 비용 등 다양한 초기 지출이 따른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이러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5년 법칙을 엄격한 공식이 아니라 참고 지침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시장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는 지역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상승세가 더딘 지역에서는 손해를 피하기 위해 훨씬 더 오랜 기간 보유해야 할 수도 있다. 집값 상승률 둔화와 거래 비용 증가, 집값 하락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관리 상태와 업그레이드 여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리얼터닷컴은 올해 집값 상승률이 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4년의 4.5%는 물론, 지난 10년간 평균인 6.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내년에는 상승률이 2.2%로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상승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2021년 평균 17.9%까지 치솟았던 폭발적인 상승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 편차는 매우 크다.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집값 상승률은 북동부 10.4%, 중서부 5.8%, 서부 3.6%, 남부 1.9%로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높은 거래 비용도 부담 요인이다. 바이어는 일반적으로 주택 가격의 2~5%를 클로징 비용으로 지출한다. 여기에는 에이전트 수수료와 세금 등이 포함된다. 집값이 비쌀수록 이러한 비용도 커지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길어진다.  
 
집값 하락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내년 바이어에게 가장 우려되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역자산(negative equity)이다. 집값이 정점에서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주택 가치보다 모기지 잔액이 더 커질 수 있다.  
 
일부 인기 지역은 이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2025년 초 기준 샌프란시스코와 마이애미, 텍사스 오스틴의 중간 매물가는 각각 10.87%, 9.9%, 7.86% 하락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오스틴과 마이애미는 여전히 각각 8.2%, 3.8%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는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리다 케이프코럴은 10% 이상, 덴버는 3.4%, 플로리다 새러소타는 8.9%의 가격 하락이 전망된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주택 구매 시점과 보유 기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수 있다. 가주도 내년에는 지역별로 집값 추이가 바뀔 수 있다.  
 
주거 유지 비용 상승도 5% 법칙을 위협한다. 재산세와 공공요금, 보험료 등 주택 보유 비용은 최근 몇 년간 급등했다. 올해는 전기요금만 해도 지난해 대비 약 10% 상승했으며 이는 임금 상승률이나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보유 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결국 판매 시 순이익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지비 상승은 최종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년에 주택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중간 매매가격은 약 40만 달러, 모기지 금리는 6.3~6.7%, 재산세율은 1.7%, 거래 비용은 약 4% 수준으로 추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률을 연간 4%로 보수적으로 가정하고 다운페이먼트를 10%로 설정할 경우, 초기 비용을 회수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운페이먼트를 20%로 늘리더라도 손익분기점까지는 약 8년이 필요하다.  
 
집값 상승률은 해마다 변동성이 커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상승률은 2020년 9.4%, 2021년 17.9%, 2022년 10.5%, 2023년 1.1%, 2024년 4.5%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무리하게 집을 사면 손익분기점 이전에 매도해야 할 수도 있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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