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통한 영주권 인터뷰는 오랫동안 이민자들에게 ‘안전한 마지막 관문’으로 인식돼 왔다. 합법적으로 입국했고, 시민권자와 가정을 꾸렸다면 체류 신분을 정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라는 믿음이 있었다. 법원 출석이나 이민국 방문은 단속이 아닌 보호의 공간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그러나 최근 연방 이민 당국의 행태는 이 믿음을 정면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제 영주권 인터뷰는 합법화의 문이 아니라, 체포로 이어질 수 있는 ‘단속 지점’이 되고 있다.
한인 이민자 황태하(38)씨의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생후 3개월에 미국에 와 사실상 미국에서 자란 그는 지난 10월 29일, 시민권자인 아내 셀레나 디아즈(29)와 함께 LA 다운타운 이민국 사무실을 찾았다. 결혼 기반 영주권 인터뷰를 마치면 비로소 불안정했던 체류 신분을 정리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부부는 내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릴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었다.
인터뷰는 여느 부부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됐다. 부부 동반 질문이 이어졌고, 이후 각각 분리 면담이 이뤄졌다. 그러나 황씨가 혼자 진행한 면담을 마치자 상황은 급변했다. 방을 나선 심사관 대신 들어온 것은 수갑을 든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었다. 황씨는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황씨가 체포된 이유는 범죄 전력도, 결혼 사기도 아니었다. 문제는 과거의 ‘행정적 공백’이었다. 그는 이전 결혼을 통해 조건부 영주권을 받았지만, 이후 이혼 과정에서 주소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조건 해제를 위한 이민법원 출석 통지서를 받지 못했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궐석 추방 명령이 내려졌다. 주소를 업데이트하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그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서류미비자’가 돼 있었다.
이 기록은 두 번째 영주권 인터뷰 과정에서 드러났고, 인터뷰는 즉시 단속으로 전환됐다. 황씨는 침대조차 없는 임시 구금실에서 30시간 넘게 바닥에서 대기해야 했고, 이후 ICE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결혼을 증명하러 간 자리가 곧바로 구금으로 이어진 것이다.
황씨의 사례는 극단적인 예외가 아니다. 최근 공개된 USCIS 내부 지침에 따르면, 영주권 인터뷰 종료 직전 심사관이 신청자 정보를 ICE에 전달하도록 한 절차가 정착되고 있다. 인터뷰 이전 단계에서 체포 가능 대상자를 선별하고, 면담이 끝난 뒤 요원이 투입되는 방식이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영주권 승인 판정을 받은 직후 연행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비자 만료나 행정상 실수만으로 영주권 인터뷰 현장에서 체포되는 일은 사실상 금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주소 미갱신, 미처 정리하지 못한 과거 신청 기록, 존재조차 몰랐던 추방 명령 하나가 체포의 빌미가 된다. 영주권 인터뷰가 ‘불체자 체포 미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로 인해 이민자 사회 전반에 “영주권 인터뷰장에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변화는 이민자들에게 분명한 경고를 던진다. 시민권자와의 결혼이 더 이상 보호막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주권을 신청하기 전, 반드시 과거 체류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해야 한다. 주소 변경 신고를 제때 했는지, 과거 이민 신청이 중도에 종료되지는 않았는지, 이민법원 기록에 출석 명령이나 추방 명령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A-넘버(이민자 등록번호)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기억조차 희미한 옛 기록이, 현재의 삶을 단숨에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미국 이민 현실에서 주소 변경은 형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리고 영주권 인터뷰는 더 이상 안심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신청자에게 그 자리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