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53% “1년간 외식 자제” 75% 한 주에 수차례 직접 요리 외식물가 상승률, 식료품 상회 집밥으로 절약·건강 ‘일석이조’
외식비 절약을 위해 소고기 덮밥을 직접 요리하고 있는 한인 대학생. 박낙희 기자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은 음식값과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외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하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집밥(홈쿡 회귀’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LA에 거주하는 아리엘 레예스는 “지난해 소비 내역을 점검하다가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배달 음식에 쓰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달 식비로만 1000달러 이상을 지출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우버이츠 이용을 줄이고 직접 요리를 시작했다.
레예스는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것이 귀찮기는 하지만 요즘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서는 시간이 늘었다. 물가 부담을 체감하면서 식습관과 생활패턴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Kantar)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식비 절감을 위해 외식을 줄였다고 답한 국내 소비자는 53%에 달했다.
유고브(YouGov)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5%가 일주일에 수차례 이상 직접 요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혀 요리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2%에 불과했고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요리한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실제로 대학생 김아영 씨는 최근 외식 횟수를 절반 이상 줄였다. 김 씨는 “예전에는 친구들과 식당이나 카페에 자주 갔지만, 식비가 너무 많이 들어 요즘은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려고 한다. 또 식재료를 한 번 사면 여러 번 먹을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리를 할수록 실력이 늘면서 재미도 느끼고 있다”며 “외식이 특별한 날에만 하는 이벤트처럼 바뀌면서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집에서 요리하는 것이 비용 절감뿐 아니라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LA 한인타운에서 근무하는 박혜원 씨는 “외식보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한데다가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니까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코스트코에서 대용량 치킨을 구매해 간단히 조리한 뒤 소분해 두면 1~2개월 동안은 편하게 집밥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외식 대신 집밥을 선호하는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가계 재정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기에 형성된 ‘홈쿡 문화’가 다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배달이나 외식보다 집에서 식사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1년 동안 외식 물가가 3.9% 상승한 반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은 2.4%에 그쳐 상대적으로 집밥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이 식료품 가격에 추가 압박을 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집밥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국립보건원(NIH)의 분석에 따르면, 요리하는 성인의 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요리하는 남성 비율은 2003년 36%에서 2023년 52%로 증가했으며 여성 비율 또한 69%에서 72%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