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와 국사편찬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역시(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성적 우수자 20여 명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미국과 캐나다 6개 도시에서 치른 미주 역시는 첫 시험에서 1100여 명이 응시해 동포 사회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한 우수자 중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영어로 시험을 치른 이민 2세와 20여 년 만에 고국을 찾는다는 한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19~21일 안동.경주 지역 역사문화 탐방을 했다. 20일 경북 안동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 장판각. 온도.습도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되는 전동 창문 등 첨단 설비 속에 조선시대 목판 5만8000여 점이 보관된 곳이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이 '장판각'에 한인 20여 명이 모여 관계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한인교회에서 한국사 교양강의를 4년째 맡고 있는 임일빈(52.뉴욕)씨는 "국사 공부의 인기가 높지만 수강생의 절대 다수가 60대 이상의 노년층이다. 어린 학생들이 한국사의 기본 양식은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포 사회에서 세대 간의 문화 단절은 곧 역사의 단절이 돼 버린다. 지금이 한국어와 역사.문화 교육이 교민 사회에 뿌리내려야 할 결정적 시기라는 것이다. 문영주(40.버지니아)씨는 "미국에도 한류 붐이 일면서 아이들이 한국 대중문화에 흥미를 많이 느낀다"며 "한국의 역사.문화 교육이 교민 사회에 자연스레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사편찬위원회측은 성적 우수자 중 모국방문을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인증서 대신 상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내년에도 제2회 미주 역시가 예정돼 있다. 배노필 기자
2008.12.23. 20:43
"태종 이방원을 가장 존경합니다." 의외다. 보통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한인 학생들을 많이 봐 온 탓인지 윤성현(17.영어명 스티븐.사진)군의 답변이 낯설었다. 윤군은 지난 9월 27일 미주 6개 도시에서 실시된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중급 시험 공동 1등을 차지해 한국행 티겟을 손이 쥐었다. 윤군이 이방원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은 이유는 세째 아들인 세종대왕을 발탁해 잘 키웠으며 이를 통해 조선시대의 태평시대를 여는 초석을 쌓았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인물로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을 꼽았다. 루즈벨트는 대공황 때 뉴딜 정책을 통해 실업자를 구제하고 경제 공항을 극복한 한편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브레아 올린다 고교 11학년에 재학 중인 윤군은 곡물 수출업에 종사하는 아버지 윤용호씨를 따라 2002년에 미국에 오게 됐다. 특히 역사와 지리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의 역사 부분 편집장을 맡은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래서 장래 희망도 사학과 교수나 역사 교사이다. 한국 초등학교 다닐 때 국가공인 한자급수 4급에 합격할 정도로 한자에 관심이 많았다. 시험 준비는 한국 역사 교재와 인터넷으로 역사 지식을 습득했다고. 윤군은 1.5세 2세들 친구들에게 "미국에 사는 한인의 한 사람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본적인 한국사 지식은 습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상태 기자 [email protected]
2008.11.12. 20:28
지난 9월 27일 미주 6개 도시에서 실시된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 초급부문에서 공동 1등을 한 조인영(12.모이올라 초등 7학년)군. 외삼촌이 알려준 역시 정보가 한국행 티켓을 얻는 계기가 됐다. 조군이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외할머니 때문. 어려서부터 외손주를 키워온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일제 시대와 한국 발전상 이야기는 조군을 흥미있는 역사 세계로 인도했다. 특히 조군은 1학년 때부터 다니기 시작한 주말 한국학교에서 한글도 배우면서 만화로 된 한국사 책을 빌려보며 부쩍 재미를 들였다. 대조영 왕과 비 불멸의 이순신 등 한국 역사 드라마를 줄줄이 꿰차고 있다. 어려운 말 뜻은 부모님에게 물어보며 알게 되는 재미도 나름대로 쏠쏠했다고. 조군의 장래 희망은 대통령. 서양 역사와 미국 지리 세계 지리에 관한 책을 탐독하고 있고 미국 정치와 TV 정치대담도 즐겨 듣는다. 특히 지리분야에 대한 지식은 웬만한 대학생 수준을 능가한다. 지리 경시대회서 학교 우승자가 됐고 올해 4월에는 새크라멘토에서 열리는 가주 대회에서 참가해 본지와 OC 레지스터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한국을 가게 되면 가장 싶은 일은 역사 박물관과 청와대 비무장지대 방문을 꼽았다. 또 말로만 듣는 한국식 돈가스도 먹어보고 싶다고 조군은 말했다. 조군은 친구들에게 "한글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TV에서 영어자막이 나오는 한국 역사드라마를 보면 관심이 절로 생기게 된다"며 조언하기도 했다. 최상태 기자 [email protected]
2008.11.07. 20:35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기뻐요. 한국에 가게 되면 박물관도 가고 학교앞 문방구도 가보고 싶어요." 지난달 미주내 6개도시에서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여 실시된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 한국방문 기회를 갖게 된 백준영(13.사진)군의 소감이다. 지난 2003년 1월 초등 2학년때 한국을 떠나 아직 6년이 채 되지 않는 백군은 노스리지의 홈즈 중학교 8학년에 재학중이다. 집에서는 항상 한국어를 쓰고 한국 역사드라마는 '이순신'부터 '대조영'을 거쳐 '대왕 세종'까지 두루 섭렵했다.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많아 역사책만 끼고 살아서 꾸지람도 많이 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데서 결실을 맺어 스스로도 가슴 뿌듯하다고 밝혔다. "울릉도가 정답인 문제가 있었는데 한참 일본이 독도를 물고 늘어지고 있어서 당연히 독도일거라고 생각하고 답을 적었던 것도 우습고 드라마가 문제로 나왔던 것도 재미있었어요." 백군의 방 책꽂이에는 만화역사 전집부터 위인전기 전집 등 각종 관심분야의 역사책들이 두루 꽂혀 있다. 이미 수도 없이 읽어 역사 드라마를 볼 때는 백군의 부모들이 오히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역사적인 사실을 백군에게 묻기도 했다고 전한다. '역시'가 임자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 이미 학교에서도 역사 지식이 상당하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역사시간에는 '히스토리언'(역사가)으로 불리운다. 물론 그의 이메일 아이디도 '히스토리오'다. 친구들과 역사적인 사건과 의미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을 즐기는 백군의 장래 희망도 역사학 교수 겸 역사학자다. 최상태 기자
2008.11.04. 22:35
"한국사 지식 쌓는 데 '역시' 만한 게 없어요." 지난달 27일 미주 6개 도시에서 실시된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중급 공동 1등을 차지한 김광조(47.사진)씨. 20대부터 60대까지 치열한 경쟁을 했지만 우연히도 40대가 모두 1등을 석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민 9년차인 김씨는 요즘처럼 한국에 대한 조국애로 뜨거운 적은 없었다고. 역시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한시간 거리를 운전해 바로 등록을 마치고 시험에 응시한 것도 이 때문. 다이아몬드바 인근 라푸엔테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김씨는 2000년 2월 미국 처형의 권유로 한국서 하던 옷가게를 접고 태평양을 건넜다. 김씨는 "한국선 오산 미군기지 앞에서 미군들을 상대로 여성 옷을 팔았지만 미국선 남성 의류를 팔게 됐다"며 웃는다.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평소 역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던 김씨는 틈틈히 서점에 들려 역사 관련 서적을 집중적으로 구입해 독파해 왔다. 이런 탓에 시험 공부를 별달리 하지 않았지만 우수한 성적을 획득한 김씨는 2세들 위한 한국사 교육을 유난히 강조했다. "미국에서 살면서 제대로 한국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면 손자 손녀 대에 가면 한국은 그들에겐 잊혀진 나라가 될 것"이라며 "그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미국에서 시험을 볼수 있는 기회가 있어 얼마나 좋은 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2세들이 많이 응시할 수 있도록 시험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상태 기자 [email protected]
2008.11.03. 19:42
지난 9월 27일 미주 6개 도시에서 실시된 역시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역시에서 LA지역의 경우 중급은 131명, 초급은 4명이 각각 합격했다. 이들 중 고국 방문의 기회가 주어진 영예의 수상자를 차례로 지면에 소개한다. '1번 등록 1등 성적'. 지난 9월 27일 미주 6개 도시에서 실시된 역시(歷試.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도전 중급 공동 1등을 차지한 현재복(49.사진)씨의 성적이다. 미국에서도 중앙일보 주최로 역시가 처음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무조건 등록해서 1번 응시자가 됐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한국 왕복비행기표가 상품으로 주어진다는 얘기는 그가 등록한 후에 알려졌을 만큼 첫 수험생이다. "미국에서 한국사 시험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이 너무 기뻤지요. 그런데 사실 제가 1등을 못해도 좀 망신스러웠을 겁니다." 그는 이제 미국에 온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대학시절 사학계열 학과를 나온데다 중고수험생을 위한 국사.세계사 강사로 활동했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계면쩍어 했다. 아직도 그의 온라인 강좌는 한국에서 수험생 교재로 잘 이용되고 있기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토플이나 토익 선생이 문제의 유형과 난이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토플이나 토익을 시험삼아 보는 그런 뜻이기도 했다. 한국에선 관심이 적었지만 미국에 와서 '미주 한인'이 됐으니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한국 왕복 비행기표는 다른 대기자에게 양보하겠다고 주최측에 통보했다. 전직 '족집게' 국사선생님에게 이번에 치러진 역시에 앞서 배포된 한영 역사 교재에 대해서 물어봤다. "한영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영어공부도 됐고 2세들에게도 좋은 자료였는데 정체성 교재로 최고였다"는 그는 "특히 정리가 아주 잘 돼있었고 미주지역 한인사 부분을 통해서 이민선조들의 삶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내년에 시행되는 역시에도 참가해 현재 10학년과 8학년인 자녀들과 고급과정에서 실력을 겨뤄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회가 되면 한국사를 한인 2세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병희 기자 [email protected]
2008.10.31.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