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간 이어진 사상 최장 기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지난 12일 끝났다. 그러나 정부가 ‘정상화’됐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이번 사태가 남긴 것은 공백과 손실뿐이다. 국가 운영은 한 달 넘게 사실상 멈춰 있었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책임을 지려 하기보다 정파적 계산만 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셧다운 종결을 ‘정치적 승리’로 포장하려 한다.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연장을 제외한 단기 지출법안(임시 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공화당이 보조금 연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단지 논의가 내달로 미뤄졌을 뿐이다. 43일의 셧다운 끝에 얻은 것이 ‘시간 연장’뿐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채 승리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고통을 회피하는 정치적 언어에 불과하다.
게다가 공화당이 입은 정치적 타격은 분명하다. 지난 4일 가주에서 실시된 연방 하원 선거구 획정안(프로포지션 50) 주민투표가 이를 보여준다. 이 안은 64.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거구를 그려 가주 의회에서 졸속 통과시킨 방식 자체가 문제임에도, 유권자는 반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도층이 찬성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은 공화당이 민심과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트럼프 2기 이후 지속된 강경 이민 정책, 그리고 이번 셧다운 장기화로 공화당은 중도층의 신뢰를 잃었다. 프로포지션 50의 통과는 민주당의 전략적 성공이 아니라, 공화당이 스스로 만든 정치적 자해에 가깝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은 승자였던 것도 아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사태의 명백한 패자이며, 책임은 오히려 더 무겁다.
셧다운을 장기화시킨 직접적 요인은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이었다. 민주당은 이를 ‘서민 보호’라는 명분으로 삼아 공화당 예산안에 완강히 반대했다.
그러나 그 명분은 현실과 충돌했다.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SNAP), 임산부·유아 영양 보조 프로그램(WIC) 등 생계 기반 프로그램이 중단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저소득층의 삶보다 정권의 상징물인 ‘오바마케어’에 더 큰 우선순위를 뒀다. 국민 생활이 흔들리는 와중에 민주당이 선택한 것은 타협이 아니라 정치적 고착이었다. 이는 서민 보호가 아니라 서민을 협상의 카드로 사용한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 내부의 혼란도 심각했다. 공화당 예산안에 찬성한 야권 상원의원 8명 중 7명이 민주당이었다. 이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들로부터 공개적인 비난과 퇴진 요구까지 받았다. 민주당은 내부 분열을 노출하며 리더십 부재를 스스로 입증했다.
결국 이번 셧다운은 이념 경쟁도, 정책 논쟁도 아니었다. 양당이 서로의 실책에 기대며 책임을 미루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공화당은 민심을 잃었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계층에게 가장 큰 부담을 떠넘겼다.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43일 셧다운의 결론은 단순하다. 승자는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양당의 갈등 속에서 피해를 본 건 국민뿐이었다. 양당이 책임을 논하려면, 서로에 대한 비난에 앞서 국가를 볼모로 삼는 정치부터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