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에 이어 주요 7개국(G7) 국가인 캐나다가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0일(현지시간) “캐나다는 9월 유엔총회 80차 회기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런 결정은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최근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PA에 따르면 현재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47개국(바티칸 교황청 포함)이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스페인·아일랜드·노르웨이·슬로베니아·아르메니아 등 10개국은 지난해 추가로 합류했다. 그동안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프랑스가 먼저 총대를 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G7 국가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두 국가 해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두 국가 해법은 지난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중재로 맺은 오슬로 협정에 기반을 둔 것이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지난 29일 동참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때 확고했던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지지에 심각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서방국가들의 잇단 PA 국가인정 배경엔 가자지구 봉쇄 장기화에 따른 심각한 기아사태가 자리잡고 있다. 유엔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지난 29일 보고서에서 “전체 가구의 20% 이상이 극심한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5세 미만 어린이의 30% 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는 심각 수준 단계”라고 밝혔다.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기아로 인해 팔레스타인인 151명이 사망했으며, 이중 절반이 최근 한 달 사이에 숨졌다. 장윤서([email protected])
2025.07.31. 8:29
17, 24, 19.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밥상에 오른 음식 숫자다. 어디 잔치라도 열렸느냐고? 경남 거제도 앞바다의 작은 섬 이수도에는 이게 일상이다. 이수도 여행법은 간단하다. 민박집에 하룻밤 머물면서 상다리 휘는 해산물 밥상을 세 끼 받아먹는다. 이른바 ‘1박3식 여행’이다. 이수도는 푸짐한 콘셉트의 민박 상품 덕분에 전국구 관광지로 떴다. 인구 100명 남짓한 섬에 주말 하루 1200명이 들어올 만큼 인기가 폭발적이다. 허리통 낙낙한 고무줄 바지와 소화제 하나만 달랑 들고 식도락 여행을 다녀왔다. 다이어트 중이시라면 권하지 못하겠다. 정겨운 섬마을 민박 이수도는 멀고도 가까웠다. 거제도 동북쪽 끝 장목면에서 약 600m 떨어진 곳에 있는데, 시방선착장에서 여객선을 타니 8분 만에 이수도 선착장에 닿았다. 부둣가 주변으로 키 작은 단층집과 고깃배가 옹기종기 모인 섬마을의 전형적인 풍경. ‘노을민박’ ‘둥지민박’ ‘가고파민박’ 등 저마다 정겨운 이름을 달고 손님을 맞고 있었다. 이수도는 학교는커녕, 마을버스나 약국도 없는 ‘깡촌’이다. 변변한 식당 하나가 없어서, 민박에서 간간이 섬에 드는 낚시꾼에게 밥상을 차려줬었다. 그게 ‘1박3식’ 상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처음엔 낚시꾼을 위한 상품이었으나, 입소문이 나면서 이수도만의 관광 특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이수도에는 1박3식 상품을 내건 민박집이 모두 16곳이 있는데, 대부분이 음식점 허가를 함께 받아 운영하고 있다(농어촌민박은 원칙적으로 조식 제공만 가능하다). 토요일이면 105인승짜리 여객선이 쉴 새 없이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지난해에는 13만명이 이수도를 찾았다. 2015년(약 1만1000명) 대비 10배가 넘게 증가한 숫자다. 여객선 선장 정명조(65)씨는 “지난 5월 역대 월 입장객 최다인 1만9700명이 섬을 찾았다”며 “휴일 하루 최대 1200명이 섬을 다녀간다”고 말했다. 10년 전 1인당 5만원(4인 기준)하던 민박 가격이 이제는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래도 가성비 좋다는 후기가 수두룩하다. 20가지 골라 먹는 재미 같은 1박3식이라지만, 민박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폐교를 개조한 민박, 슈퍼마켓을 낀 민박, 어부가 운영하는 민박도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해 바다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산만디민박’에 짐을 풀었다. 요즘은 민박 대부분이 육지에서 해산물을 공수해온단다. 이수도 1박3끼 민박의 원조로 통하는 ‘둥지민박’의 배민자(65) 대표는 “섬에서 나는 해산물만으로는 물량을 댈 수 없을 만큼 수요가 많아졌다”며 “그래도 대부분이 거제·통영산”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 기대한 첫 끼가 차려졌다. 광어·도다리·바다장어회에 함께 전복찜·새우찜·가오리찜·가리비찜·장어볶음·복껍질·해삼 등 24가지 찬이 깔렸다. 당일 섬에서 공수했다는 멍게·문어·낙지도 함께 나왔다. 사장님 손이 어찌나 큰 지, 회든 찜이든 접시가 비워질라치면 곧장 새 반찬이 채워졌다. “음식 더 드릴까요”라는 말이 무섭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끼니마다 80인분 준비 먹고 자고 또 먹고. 이수도의 시간은 느긋하게 흘러갔다. 낮잠 후 소화도 시킬 켬 산책에 나섰다. 이수도는 전체 면적이 40만㎡(약 12만평)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약 3㎞ 거리의 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았다.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곳곳에 전망대와 쉼터가 마련돼 있는데, 섬 동쪽 끝의 출렁다리가 기념사진 담기 좋은 명당이다. 다리 위에 서니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한 저도(청해대), 부산 가덕도와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한눈에 펼쳐졌다. 부두 뒤편의 민박촌은 미로처럼 얽힌 골목마다 정겨운 벽화가 그려져 있어 구석구석 돌아보는 매력이 컸다. 저녁에는 대구볼튀김·가자미조림·취나물·톳나물·장어뼈무침 등 19가지 찬이 올랐다. 멍게젓·꼴뚜기젓·갈치속젓 등 직접 담근 밥도둑이 곁들여진 덕분에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이튿날 아침밥 짓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산만디민박의 주방은 새벽 4시에 불이 켜졌다. 텃밭에서 뜯은 채소로 밑반찬을 만들고, 나물을 무치고, 생선을 굽고, 주방 안에서 5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조현달(70) 사장은 “최소 두세 시간 전부터 식사를 준비한다”면서 “토요일은 끼니마다 80인분 이상을 만든다”고 귀띔했다. 17가지 찬을 곁들인 아침상으로 배를 채운 뒤, 마지막 디저트로 선착장 앞 슈퍼에서 만드는 옛날식 ‘냄비 팥빙수(1만7000원)’까지 비우고 배에 올랐다. 하룻밤 사이에 몸무게 2㎏이 늘어서 그런지 여느 여행보다 포만감이 컸다. ☞여행정보=이수도에 가려면 배편을 이용해야 한다. 거제시 장목면 시방선착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여객선이 운항한다. 방문객이 많은 주말 오전에는 수시로 배가 오간다. 어른 8000원, 어린이 2000원. 신분증이 필수다. 민박은 ‘1박3식’ 패키지가 기본이다. 4인 기준 1인당 10만~13만원. 술이나 음료는 따로 계산해야 한다. 토요일에 묵으려면 최소 두세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백종현([email protected])
2025.07.31. 8:28
8월 22일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가관이다. 이미 대표 경선에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장동혁 의원 등 탄핵 반대 진영 인사들이 강세를 나타내 인적 쇄신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논란의 인물들이 대거 나선 최고위원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집권할 의지가 있는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김소연 변호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구국의 결단’으로 칭송했던 인사다. 류여해씨는 과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시절 여러 번 돌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홍준표 대표와 충돌 끝에 당에서 제명당한 전력이 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윤 전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무리하게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국민의힘 몰락의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다. 김재원 전 의원도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당원권 1년 정지의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김민수 전 대변인은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진입한 것을 두고 유튜브에서 “과천상륙작전”이라며 옹호했다가 물의를 빚고 대변인에서 물러났다. 이런 인사들이 당 지도부에 진입하는 건 끔찍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명태균씨가 김소연·류여해 후보를 지지하는 글까지 올렸다고 하니 실소가 절로 나온다. 지금 국민의힘 분위기를 보면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듯하다. 장동혁 의원은 어제 전한길씨 등 보수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대표가 된다면 적절한 시점에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 해산시키겠다고 위협하는 마당에 윤 전 대통령을 만나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건가.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기간 계속 윤 전 대통령에게 끌려다니다가 대패했다. 지금 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고 친윤계 핵심들이 줄줄이 특검의 표적이 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민심과 거꾸로 간다. 도대체 어디까지 몰락할 작정인가.
2025.07.31. 8:28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 호텔은 별로 등급을 구분한다. 프랑스 정부가 1950년대 만든 1~5성(星) 호텔 등급은 전 세계 표준이 됐다. 어느 나라든 5성 호텔을 최고로 친다. 6성급, 7성급이라고 주장하는 럭셔리 호텔도 있지만, 마케팅 차원일 뿐이다. 실제로는 다 5성 호텔이다. 프랑스에는 조금 다른 호텔 등급이 있다. 프랑스관광청은 5성 호텔 가운데 최고 수준의 호텔에 ‘팔라스(Palace)’ 등급을 준다. 건축적 특성, 역사 가치, 섬세한 서비스 등이 선정 기준이다. 2025년 현재 프랑스에 31개 팔라스 호텔이 있고 그중 12개가 파리에 있다. 일타강사가 전설적인 팔라스 호텔 ‘르 브리스톨 파리(Le Bristol Paris)’를 가봤다. 블랙핑크 지수가 사랑한 100년 호텔 르 브리스톨은 이름은 낯설어도 눈에 익은 호텔이다.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등장했었다. 브래드 피트, 레이디 가가, 데이비드 베컴 등 내로라하는 전 세계 유명 인사가 단골이다. 블랙핑크 지수도 여러 차례 묵었고, 로비에 사는 고양이 ‘소크라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가 공인한 럭셔리 호텔치고는 호텔 외관이나 로비 모두 요란한 느낌이 안 들었다. 대신 고상하고 절제된 품격이 느껴졌다. 인상적이었던 건 직원들 태도다.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말끝마다 “미스터 초이”를 붙였고, 질문에 답할 때는 “예스, 서(Yes, Sir)”를 잊지 않았다. 르 브리스톨은 올해 개장 100주년을 맞았다. 호텔을 거닐다 보면 100년 전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100년 역사의 철문 엘리베이터다. 영화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였다. 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객실까지 올라갔다. 묵직한 열쇠로 방문을 열자 귀족 침실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테두리에 금장을 덧입힌 가구, 조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샹들리에, 벽에 걸린 오래된 세밀화 등 소품 하나하나에도 ‘프렌치 클래식’이 녹아 있었다. 향이 진한 샴푸와 로션, 꿀잠을 선물한 침구 브랜드가 궁금했는데 모두 호텔에서 직접 제작했단다. 미쉐린 별 4개, 빵 맛부터 남다르다 팔라스 호텔에서는 잠만 자면 안 된다. 부대시설을 이용하고, 가스트로노미(최고급 미식) 체험도 해야 한다. 르 브리스톨은 파리에서 드물게 수영장을 갖춘 호텔이다. 6층에 자리한 수영장은 파리 시내가 보이는 전망, 럭셔리 요트 같은 인테리어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꼭 가봐야 한다. 호텔은 미쉐린 스타 식당 두 개를 거느렸다. 3스타 ‘에피퀴르’와 1스타 ‘114 포부르’. 이 가운데 13년째 미쉐린 별을 유지 중인 114 포부르를 가봤다. 셰프가 구성한 음식을 맛보는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했다. 전채 요리부터 5개 음식이 차례대로 나왔다. 구운 서양 대파에 쑥의 일종인 타라곤 소스를 얹은 요리가 돋보였다. 대구 요리는 버터와 레몬으로 만든 소스 맛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가스트로노미는 소스가 핵심”이라는 알렉상드르 세페다 셰프의 말이 이해됐다. 이날은 식전주로 샴페인이 나왔고, 본식에는 해산물과 어울리는 프로방스 지역의 2018년산 화이트 와인을 내줬다. ‘카페 안토니아’에서 먹은 조식도 각별했다. 바게트·크루아상 등 빵 중심의 평범한 콘티넨털 조식이었는데, 빵 맛이 남달랐다. 알알이 살아 있는 과일잼, 신선하고 풍미 좋은 버터가 빵 맛을 더 돋보이게 했다. 호텔이 빵을 직접 만들뿐더러 제분소까지 갖췄단다. 100년 호텔의 자부심은 밀가루에도 녹아 있었다. ※여행 일타강사가 프랑스 개별여행을 위한 필살기를 공개합니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이용 꿀팁부터 파리의 최신 맛집과 빵집 공략법, 럭셔리 브랜드 쇼핑 노하우, 남프랑스 지역 자동차 여행 팁까지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승표([email protected])
2025.07.31. 8:26
1~2년 전만 해도 ‘피크 차이나’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었다. 주로 서방의 보수우파 학자, 언론인들에 의해 주장된 이런 관점은 중국이 체제의 한계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대중 견제로 미국 경제를 영원히 따라잡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주장이 쑥 들어갔다. 세계는 중국을 다시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특히 금년 들어 딥시크의 출현과 화웨이의 화려한 재부상 이후 그렇다. 그러나 이런 눈에 띄게 된 현상의 뒤에는 지난 10년간 과학기술논문 발표 및 인용 횟수, 특허출연 건수에 있어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했고, 3년 전부터는 미국을 크게 추월한 과학기술 굴기가 있다. 중국 기술 발전과 첨단제조업 부상 세계 정치·경제·안보 지형 바꿀 것 이 격류 휩쓸려 침몰하지 않으려면 국가운영시스템 전반적 혁신 필요 트럼프 1기 이후 대중 견제와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 수준, 제조업 경쟁력을 빠르게 높여 놓았다. 관세전쟁은 미국이 시작했지만 승자는 중국이 되고 있다는 관전평이 많다.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첨단기술 제재는 중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 AI, 로봇 기술의 발전, 이를 활용한 생산공정의 혁신을 가져왔다. 이제 중국은 20년 전처럼 저임금에 값싼 범용 제품만을 세계에 쏟아내는 나라가 더 이상 아니다.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능력의 80%를 차지하고 가격은 10년 전에 비해 70%를 내려 신재생에너지의 주도권을 잡았다. 전기차와 배터리 역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 덤핑이 아닌 AI 기술을 접목하고, 치열한 국내 경쟁에 의한 자동화와 생산공정 효율화, 정부의 산업생태계 지원 등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 효과 덕분이다. 드론, 휴머노이드 분야도 이미 중국 천하가 되었다. 중국이 어떻게 불과 10~20년 만에 이런 놀라운 변화를 이뤄냈는가? 적어도 세 가지 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첫째, 교육과 인재양성이다. 대학졸업생은 1999년 100만 명에서 최근에는 매년 1200만 명으로 늘었다. 그중 절반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STEM) 전공 졸업생들이다. 중국이 배출하는 STEM 전공 대졸자들은 미국의 다섯 배, 엔지니어 숫자는 미국의 일곱 배나 된다. 인구 대비로도 미국보다 많다. 이러한 인력 풀은 중국의 첨단제조품 개발, 제품 피드백, 애프터서비스, 생산공정의 효율화를 이뤄내는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영재교육 과정을 운용하며 딥시크의 량원펑 같은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다. 대학에 대한 막대한 지원과 우수두뇌 유치로 이공계 대학 세계 10위 안에 중국대학이 8개를 점하게 되었다. 둘째, 거대한 국내시장과 국가지원이다. 엄청난 초기투자를 쏟아부어야 하는 첨단 기술개발과 제조업은 절대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요한다.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로 부상하게 되면 정부조달 같은 보상이 주어지고, 거대시장을 차지함으로써 더 큰 생산비용 절감을 가져와 세계시장에서 절대적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셋째, 국가운영체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과 지원책을 제시하고, 지방정부들 간에는 실적 경쟁을 하며, 시장현장에서는 기업 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하게 해 지금과 같은 첨단제조업 생태계를 조성하게 된 것이다. 그 핵심에는 공산당이라는 엘리트 관료조직과 중앙정부, 지방정부, 국유기업, 금융기관, 연구소 등을 촘촘히 장악, 연결하는 공산당 지배체제가 있다. 당과 중앙정부의 수직적 계획과 방향 제시, 지방정부와 시장에서의 수평적 경쟁의 조합이 역동적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음을 중국체제는 보여주었다. 물론 이러한 체제는 개인의 자유 억압, 분배 악화, 이중구조 심화를 불러와 중국의 미래에 대해 큰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과학기술, 첨단제조업 선진국으로의 중국의 부상은 커다란 파장을 세계에 가져올 것이다. 1970년대 일본의 가전, 반도체, 자동차 등 당시 첨단 제품들이 미국 제품들을 압도하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1990년대 한국이 일본의 뒤를 좇아 이런 제품들로 미국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때, 일본과 한국의 당시 1인당 소득은 각각 미국의 절반쯤 됐다. 최첨단 과학기술과 제품으로 미국과 패권을 겨루는 지금 중국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의 16%에 불과하다. 이는 앞으로 세계 정치, 경제, 안보의 지형에 심대한 파장을 일으키게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경제운영 체제에 대한 논쟁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20세기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경쟁에서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21세기에는 국가자본주의와 시장자본주의가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애쓰모글루, 로빈슨 교수는 제도의 질이 국가발전과 번영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제도가 더 경제의 역동성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번 세기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국으로부터 몰아치는 이 거대한 파장에 휩쓸려 침몰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있는가? 국가운영시스템의 전반적 혁신 없이는 이 격류를 헤쳐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2025.07.31. 8:26
'30% 관세' 위협했던 트럼프, 멕시코에 "25% 관세 90일 연장" 트럼프 "멕시코, 비관세장벽 폐지 합의…90일이내 무역협정 타결 목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미국에 수입되는 멕시코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향후 90일간 현행대로 25%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저는 방금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이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짧은 기간 적용된 동일한 (관세) 협정을 90일 동안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며 "즉, 멕시코는 '펜타닐 관세' 25%와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에 대한 50% 관세를 계속해서 지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멕시코가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최근에는 멕시코에 이민자 억제와 마약 밀매 차단 등에 대한 '더 많은 조치'를 요구하면서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멕시코에 대한 관세율을 30%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협상을 통해 일단 향후 90일간은 관세를 올리지 않고 현재의 관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관세를 현재보다 인하하지는 못했지만, 더 높은 관세 적용을 피한 가운데 3개월간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멕시코는 다수의 비관세 무역 장벽을 즉시 폐지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혀, 멕시코의 이런 양보가 현행 관세 90일 연장에 계기가 됐음을 시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의 협상은 국경 문제로 인해 다른 국가들과는 다소 다른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는 향후 90일 동안 협상을 통해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으며, 내일(8월 1일) 발표 예정이었던 관세 인상을 피하고 협정을 맺기 위한 90일의 시간을 확보했다"고 적었다. 현재 멕시코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멕시코 경제부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보면 멕시코는 2023년 기준 4천901억 달러(685조원 상당)어치를 미국에 수출해, 중국을 제치고 대미 수출액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상품 규모는 2천554억 달러(357조원 상당)로, 무역흑자 폭이 상당하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림
2025.07.31. 8:25
美유엔대표 "러-우크라, 오는 8월8일까지 휴전 협상 마쳐야" 트럼프, 푸틴에 '50일 협상 시한' 제시했다가 10일로 단축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유엔 주재 미국 대표는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8일까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양국에 휴전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존 켈리 유엔 주재 미국 대표 대행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휴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협상을 해야 한다"며 "이제는 합의에 이를 때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8월 8일까지 이뤄져야 함을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평화를 확보하기 위한 추가 조치들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켈리 대표 대행은 "북한은 러시아에 탄약, 미사일, 군사 장비, 나아가 약 1만2천명의 병력을 제공했다"며 "이 같은 무기 이전과 북한군에 대한 러시아의 훈련 지원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또한 유럽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휴전 촉구를 무시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강경 대응태세로 돌아선 뒤 강력한 대러 제재를 예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가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전쟁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시한을 제시했다가 지난 28일엔 시한을 '10~12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29일엔 "오늘부터 10일 안에 휴전하지 않으면 (러시아에) 새로운 관세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말해 8월 8일까지 휴전 협상을 마치라고 경고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5.07.31. 8:25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당시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은 군 간부를 특진시키라고 지시하는 장면을 보면서 방첩사령부 군인들이 떠올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가장 괘씸한 부대가 어디냐”고 물으면 “방첩사”라고 답할 듯하다. 윤 전 대통령은 고교 후배(여인형)를 방첩사령관에 임명했다. 계엄 당시 방첩사엔 이 대통령 등을 체포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계엄 가담 방첩사 수사 박탈 추진 방향 잘못돼 간첩 적발 차질 우려 스파이 대응력 유지한 개혁 돼야 그런데 방첩사 요원들의 계엄 시 행동은 이상했다.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군인들은 국회에 들어가 유리창을 깨고 전원을 차단하며 명령에 따르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방첩사 요원 상당수는 편의점과 휴게소에서 시간을 허비했다. 앞으로 진상 규명이 되겠지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군 관계자들은 “방첩사 요원들이 체포 명령에 저항한 것”이라고 말한다. 계엄에 가담한 방첩사 간부가 지시에 안 따르는 영관급 팀장을 폭행했다는 증언도 있다. 얻어맞은 팀장은 팀원들을 이끌고 국회 대신 인근 편의점으로 진입해 라면을 먹었다는 얘기가 돈다. 계엄 세력에겐 이런 방첩사 요원들이 무능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잘 아는 한 예비역 간부는 “간첩을 체포하는 무서운 요원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간첩 잡듯 달려들었다면 지금쯤 구금시설엔 윤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정치인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계엄의 시간이 지나가고 책임자 처벌이 시작됐다. 여 전 사령관은 두 번 구속됐다. 정치인 체포와 선관위 서버 확보 등을 지시한 간부들도 법정에 섰다. 방첩사 조직은 수술대에 올랐다. 방첩사 기능을 대폭 축소해 첩보 수집은 국방부 정보본부로, 수사권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넘기고 방첩 기능만 남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지점에서 대공 수사 전문가들의 우려가 쏟아진다. 장석광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는 “방첩사에서 정보·수사권을 떼어내면 간첩 수사가 어려워진다”며 “군 내부의 스파이 수사는 국정원 등이 맡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방첩사와 공조했던 전직 경찰 보안수사 간부는 “방첩사는 군 특유의 대공수사 노하우가 있다”며 “방첩사 수사권을 박탈하면 북한만 좋아할 일”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남 공작은 멈춤이 없고, 최근엔 중국의 군사기밀 탈취가 심각하다. 스파이 적발은 보안점검에서 출발하곤 한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인이 휴대전화를 소지한 우리 병사를 포섭해 군사기밀을 빼낸 사건이 잇따랐다. 작은 단서에서 출발해 특수공작 등을 통해 스파이를 추적한다. 얼마 전 군 기밀을 빼내려고 제주로 입국하는 중국인을 방첩사가 체포한 것이 전형적 사례다. 방첩사가 군사기밀 유출 단서를 찾는 보안점검을 각 부대로 넘길 경우 자체 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됐을 때 사단장이나 사령관이 자발적으로 방첩사에 이실직고할지도 의문이다. 문책을 자초하기보단 덮으려 하지 않을까. 얼마 전 해외 ‘블랙요원’(비밀 공작원) 명단 유출 사건이 정보사에서 발생했을 때 방첩사가 수사진을 대거 투입해 해결하고 블랙요원을 안전하게 철수시킨 일도 있다. 방첩사의 계엄 개입을 차단하려면 다른 수술이 필요하다. 대통령령인 계엄사령부 직제를 개정하는 것이다. 직제 7조 3항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정보수사기관에 소속한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계엄사령관이 추천한 자’를 임명하게 돼 있다. 한 전직 장성은 “정보수사기관은 방첩사뿐이니 계엄에 자동 개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조항을 바꾸고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다. 간첩 수사 무력화는 진단과 동떨어진 처방이다. 계엄 사태의 신상필벌은 반드시 필요하다. 계엄에 가담한 방첩사령관과 간부들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방첩사가 내란에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는 혁신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변화에 따른 이득이 간첩과 스파이에게 돌아간다면 뭔가 잘못된 수술 아닌가. 강주안([email protected])
2025.07.31. 8:24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과거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까지 막말 비난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31일 TV조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 처장에게 막말을 들은 이는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다. 5년 전인 2020년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연(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이 모은 후원금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며 윤미향 민주당 전 의원의 이사장 시절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그는 “전국의 할머니들을 위해 모금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모르겠다”며 돈의 용처를 물었다. 이 발언에 최 처장은 “나는 윤미향을 지지한다”며 이용수 할머니를 비판했다. 그는 이 기자회견에 대해 “친일 독재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흠집내려는 X수작의 일환”이라며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 스스로 그런 행사를 기획하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대부분의 말이 횡설수설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라고 해서 절대선일 수는 없다. 자신의 감정적 느낌을 토로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이용수 할머니는 이른바 ‘배후설’ 등에 대해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이 할머니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분명히 백 번, 천 번 얘기해도 저 혼자 했다. 아무도 여기에 가담한 사람이 없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2020년 9월 윤 전 의원을 업무상 횡령, 사기 등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정대협 기부금 8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와 여성가족부 보조금 6520만 원을 불법 수령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했다. 정시내([email protected])
2025.07.31. 8:23
큐레이터 기피 대상 1호 한스 하케의 ‘아이스테이블’ 미술계에서 작가가 이름을 알리는 것은 전시의 성공을 통해서이다. “그 전시 봤어?”라고 업계에서 입소문이 나는 것이 시작이다. 그런데 반대로 전시를 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더 유명해진 작가도 있다. 그의 이름은 한스 하케. 2년 동안 준비한 개인전이 개막 6주 전에 취소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는 해고를 당했다. 1971년에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술관 이사 비리 폭로 작품 말썽 구겐하임 개인전 6주 전에 취소 자본에 휘둘리는 제도 비판 선구 전시 안내하다 ‘게임의 법칙’ 눈떠 조국 독일의 ‘과거’ 비판한 작품 전시장이 논쟁의 공간으로 비화 현재 89세의 나이로 뉴욕에 살고 있는 하케는 현대미술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가장 검열을 많이 당한 작가이자 큐레이터들의 기피 대상 1호. 구겐하임의 전시 취소 이후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거의 모든 미술관이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1993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이었고 비평가들에게는 추앙에 가까운 존경을 받아왔다. “미술관은 비정치적 공간” 주장에 반기 그렇다면 구겐하임이 전시를 취소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전시하려던 작품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142개의 건물 사진과 부동산 정보, 그리고 거래 내역으로 구성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뉴욕 등기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의 조합이었다. 그런데 이는 사실 해리 샤폴스키라는 부동산업자가 투기를 통해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고 재산을 부정 축적한 과정을 드러낸 것이었다. 구겐하임 관장은 “미술관은 비정치적 공간이며 이런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한스 하케는 중립적이고 순수한 척 하는 미술관도 사실은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평생에 걸쳐 드러낸 작가이다. 사실 샤폴스키는 구겐하임 이사회의 일원이었다. 그보다 한 해 전에 하케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훨씬 더 논쟁적인 작품을 전시했다. 개념미술을 다루는 젊은 작가들의 단체전이었다. 하케는 ‘관람객을 참여시키는 여론조사 형태의 작품’이라는 기획안으로 전시에 참여했는데, 여론조사의 문항은 미리 밝히지 않았다. 개막 전날 공개된 질문은, 당시 뉴욕의 3선 주지사였던 넬슨 록펠러의 연임 지지 여부를 묻는 척하면서 사실은 베트남전을 옹호하는 그의 정치적 입장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넬슨 록펠러가 닉슨 대통령의 인도차이나 정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당신이 11월 선거에서 그를 뽑지 않기로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까?” 뉴욕 현대미술관은 록펠러 가문이 공동 설립하고 대를 이어 후원해 온 기관이었다. 넬슨 록펠러도 이사회의 일원이었고 그의 동생 데이비드 록펠러는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작품을 철거하라는 압력이 가해졌지만 젊은 관장의 거부로 전시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한스 하케는 이른바 ‘제도비판 미술’이라고 하는 분야의 선구자이다. 미술계를 움직이는 권력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미술운동으로 1960년대 말에 시작되었다. 사실 미술관은 정치나 사회적 문제와는 동떨어진 고상한 별세계라는 이미지가 있다.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고 교양을 쌓기 위해 방문하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걸려 있는 세련된 공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데 고급문화를 다루면서도 공공성을 지니는 미술관의 선하고 우아한 이미지는 종종 권력이나 자본에 이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데이비드 록펠러는 후원 등의 형태로 예술에 관여하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 홍보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피력한 바 있다. 이렇듯 예술도 사회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며, 권력이나 자본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제도비판 미술의 주된 목적이었다. 하케는 어쩌다 이런 작품들은 만들게 되었을까? 1936년에 독일 쾰른에서 태어난 그는 전쟁의 공포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쾰른 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나치당 가입을 거부하여 직업을 잃었다. 하케는 카셀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이 시기에 학과 교수가 기획한 지역 미술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술 축제가 된 카셀 도큐멘터의 두 번째 전시였다. 전시장을 지키고 작품을 설치하고 관람객을 안내하면서 그는 미술계를 움직이는 ‘게임의 법칙’에 눈을 떴다. 미술관이라는 공적 영역이 상업화랑·컬렉터·언론과의 관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인지한 것이다. 이 경험은 그가 훗날 제도비판이라는 영역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초기엔 자연과학 응용한 개념미술 대학 졸업 후 장학금으로 미국에서 유학한 하케는 뉴욕에 정착했다. 초기 작품은 주로 자연계의 물리 법칙을 이용한 개념미술적 성격을 띠었다. 이 시기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도 한 점 소장되어 있다. 얼음으로 뒤덮인 스테인리스 조각으로 내부에 냉각 시스템이 들어 있어 전시장 환경에 따라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는 작품이다. 그가 60년대에 만든 이런 작품들은 전통적인 예술의 개념에 도전하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은 처음에 제작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의 흐름, 그리고 주변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에 반해 하케가 지향한 것은 단 한 순간도 똑같지 않은, 끊임없이 상태가 변화하는 예술이었다. 마치 생물처럼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을 하는 예술. 이는 결국 예술도 사회적 환경 속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적 시스템의 일부라는 논리로 발전했다. 1970년대부터 하케는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뉴욕 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의 전시 작품이었다. 이는 물론 자연계 법칙을 이용한 이전의 작품과는 차원이 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구겐하임 사건으로 전시가 취소된 후 하케는 어려움을 겪었다. 전시 기회는 끊어지고 작품도 팔리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글을 쓰며 생계를 유지했다. 한편 비평가들은 그의 개념적 완결성과 날카로운 비판의식, 그리고 금기에 도전하는 예술 정신에 열광했다. 1993년에는 백남준과 함께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로 선정되어 그해 최고의 국가관에 수여하는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때 전시한 하케의 작품은 베니스 비엔날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국가관을 단순히 전시장이 아닌, 그 자체로서 논쟁적인 공간으로 접근한 최초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작품의 제목은 ‘게르마니아’. 나치 시대에 베를린을 칭하던 이름이었다. 히틀러는 1934년에 무솔리니를 만나러 베네치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화가를 꿈꿨던 히틀러는 비엔날레가 궁금했는지 전시장을 둘러보았고, 그로부터 몇 년 후 비엔날레 독일관의 리모델링을 지시했다. 하케는 히틀러가 만든 대리석 바닥을 깨부숴 뒤엎고, 입구에는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만남을 촬영한 1934년의 흑백사진을 걸었다. 전시장 바닥은 깨진 대리석판 조각으로 뒤덮여 있고 공기 중에는 먼지가 안개처럼 떠다녔다. 관람객들이 깨진 대리석판을 밟고 다니는 소리가 조용한 전시장에 울려 펴졌다. 히틀러가 만든 어떤 것을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밟고 다니게 만든 이 작품은 묘한 감동을 주는 전시 경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하케는 이렇듯 예술도 사회 시스템의 일부임을 드러냄으로써 예술이 정치와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제도비판 미술의 이상을 가장 가차 없이 일관되게 실천한 작가로 평가된다. ‘예술로 세상 개선’ 의지 투영한 작업 그런데 과격하고 무자비해 보이는 하케의 작품은 사실 예술의 역할에 대한 이상주의적 신념, 즉 예술로써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에 기반한 것이다. 그가 2000년에 독일 국회의사당 안뜰에 설치한 작품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이 건축물 입구에는 ‘독일 국민에게’라는 석조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하케는 의사당 안뜰 바닥에 이 명문과 같은 글자체로 ‘주민들에게(Der Bevolkerung)’라는 커다란 글자를 흰색의 네온 조각으로 설치하였다. 이 작품은 ‘국민’ 대신 ‘주민’이라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독일 내에서 다시금 득세하는 배타적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이민자들을 포용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자 주변에는 연방의회 의원들이 각 지역구의 흙을 가져와 물리적으로 섞은 후 온갖 식물이 자유롭게 자라도록 설계했다 이 작품은 당시 의회 다수당이었던 기독교민주연합(CDU)이 강하게 반대하여 격론 끝에 찬반 표결에 부쳐졌다. 그런데 이 당 소속 의원 두 명이 당론과는 달리 찬성표를 던져 단 2표 차이로 구현될 수 있었다. 작품이 설치된 후에는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도 지역구에서 흙을 가져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다양한 지역의 흙 속에 섞여온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새로운 생물 군집을 형성하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매일 웹캠으로 촬영한 사진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어 변화와 성장의 과정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과격한 비판가의 더없이 따뜻하고 희망찬 이 작품은 인종과 세대, 성별 간 갈등이 심화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사빈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2025.07.31. 8:22
후발주자 한국의 AI 전략, 무엇을 할 것인가 ‘AI 풀스택(AI Full-stack)’은 인공지능 개발의 전 과정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데이터 수집·전처리부터 AI 모델 개발과 학습, 배포, 그리고 최종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 AI 기술의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기술 스택을 의미한다. AI 풀스택은 단순히 특정 도구나 기술의 조합이 아니라 AI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AI 반도체 등)와 소프트웨어(AI 모델,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등), 그리고 최종 서비스까지 모든 단계를 포함하는 생태계를 가리킨다. AI 풀스택을 완비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 정도이며, 한국도 그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종종 거론된다. 실제로 한국은 AI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이르는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거의 완전한 AI 생태계를 갖추고 국민의 디지털 수용성이 높다. 생산 포기론 이겨낸 제조업처럼 실패해도 직접 개발한 경험 중요 소버린·수직적 AI 동시에 추구를 폴리텍대, 제조업 AI 전환 허브로 인재, 기초학문 저변부터 넓히고 정부는 조급한 성과주의 버려야 소버린 AI냐 수직적 AI냐? 그러나 AI가 국가안보나 경제 패권의 핵심 요소이기에 이 기술의 통제권을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의 위험은 없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미·중 패권경쟁의 배경이며 소버린 AI(Sovereign AI) 개념이 주목받은 이유다. 소버린 AI란 한 국가나 조직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AI 역량을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AI 기술의 통제권을 외부 거대 기업이 아닌 자국 내부에 두겠다는 접근이다.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과 인재를 보유한 미국의 빅테크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기업들이 AI 혁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 주권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한 소버린 AI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수직적 AI(Vertical AI) 개발에 주력하자는 주장의 근거다. 수직적 AI란 특정 산업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범용적으로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거대 언어 모델(예: GPT-4 같은 모델)과 달리, 의료·금융·법률 등 개별 도메인의 전문 지식과 데이터를 집중 학습해 해당 분야에서 높은 성능과 신뢰도를 내는 AI다. 모델 크기가 비교적 작아도 한정된 범위에서는 전문가 수준의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고, 도메인 특화 데이터는 공개 인터넷 데이터보다 품질 관리가 잘 돼 있으며 프라이버시 문제가 적어 활용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처럼 언어 시장 규모가 제한된 나라가 곧바로 GPT-4 같은 범용 AI로 글로벌 경쟁을 펼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반면 의료 진단 AI나 금융사기 탐지 AI처럼 특정 문제 해결형 AI는 비교적 빠르게 상용화해 성과를 낼 수 있다. AI는 앞으로 국부(國富)와 안보의 핵심 기반이 될 영역이다. 이를 타국의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국가 경제와 안전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험이 있다. 또한 범용 AI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주도하려면,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핵심 기술을 직접 개발하며 부딪혀보는 경험이 필수적이다. “도전 없이 성과도 없다”는 말처럼,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직접 만들어본 나라와 시도조차 못 한 나라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반도체 국내생산 포기할 뻔 실제로 1980년대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기보다 글로벌 분업 구조에 편입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국산 자동차 개발을 포기하려 한 적이 있다. 1980년대에 삼성이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진출하려 할 때도 “굳이 직접 생산하지 말고 수입하자”는 논리가 되풀이되었다. 직접 개발에 뛰어들어 얻는 학습 효과를 통해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해야 그 산업과 연계된 부문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결국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임자, 해 봤어?”라고 되묻는 도전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도전 과제에 정면으로 부딪쳐야 하며, 이러한 과감한 도전은 수직적 AI 기술의 발전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AI는 각종 영역의 문제 해결을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도구다. 이 도구의 필요성은 각종 산업현장에 있다. 이 필요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뛰어난 도구를 가져다준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소버린 AI와 수직적 AI를 독립된 것이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는 것이기 때문에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AI 인력 수요는 광범위하고 다양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뛰어난 AI 인재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수조 원을 아끼지 않는다. 메타는 미국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약 20조 원을 투자해 CEO 알렉산더 왕을 영입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AI 스타트업 ‘인플렉션’의 공동 설립자를 데려와 그 팀 전체를 합류시켰다. AI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유능한 인재 확보다. 그러나 AI 인재의 범주는 매우 넓다.흔히 AI 인재라고 하면 데이터를 가공하고 분석하는 프로그래머나 데이터 과학자만 떠올리기 쉽지만, AI 시대의 인력 수요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인공지능의 핵심 알고리즘과 모델을 연구·개발하는 컴퓨터 과학자와 수학자, 나아가 AI 서비스를 실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시스템 개발자도 필수적이다. 또한 AI 모델의 학습을 가능케 하는 데이터 분야 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인재는 다양한 기초과학 및 학문 분야의 축적에서 탄생한다. 실제로 딥러닝 알고리즘의 혁신은 선형대수학, 통계학, 신경과학 등의 학문적 토대 없이는 불가능했다. 자연어 처리나 지식 추론 기술의 발전 역시 언어학, 논리학, 인지과학 등의 연구 성과가 밑거름이 되었다. AI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의 혁신 또한 물리학, 화학, 재료공학 등 오랜 기초 연구 성과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반도체학과 설립이 미봉책인 이유 단기적인 인력 부족 문제 때문에 눈앞의 유행 분야 교육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니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하자”는 식의 대응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대학들이 정원 확보를 위해 급조한 그때뿐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초학문의 저변을 두텁게 하여 장기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를 비롯한 과학기술 인재를 길러내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 장기 투자다. 열 명을 키우면 그중 두세 명 정도 성공해도 잘한 셈이라는 것이 연구개발 인력 양성의 현실이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인재 전략은 긴 안목으로 실패를 감내하며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비결 중 하나는 70년 넘게 유지해온 국립보건원(NIH) 중심의 연구지원 생태계다. NIH와 과학재단(NSF) 등의 연방 연구비는 매년 수천 건의 프로젝트에 수십만 명의 연구자를 지원하며, 암 치료부터 기후 대응, 양자컴퓨팅에 이르는 미국 과학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대학 연구실, 병원, 기업, 스타트업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생태계를 이뤄 혁신을 일궈내는 밑바탕에는 이렇게 정부가 연구 인력을 폭넓게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결국 AI 시대 인재 정책의 교훈은 ‘정부가 비켜야 산다’는 것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간섭과 조급한 성과주의를 버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구·교육 풍토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AI 강국을 원한다면 10년, 20년을 바라보는 인재 양성 예산과 전략이 필수적이다. 한편 AI 인재 전략에는 새로운 세대의 인재를 육성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존 산업 인력의 재교육(reskilling)과 역량 강화도 중요한 축으로 포함된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며, 이 제조 기반을 AI와 접목해 스마트 제조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열쇠다. 그리고 이러한 스마트 제조로의 전환이야말로 제조업 분야 수직적 AI 발전을 이끄는 토대가 된다. 현장의 구체적인 문제와 수요에 맞는 AI 솔루션을 개발·적용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폴리텍대, 산업혁신부처 산하로 제조 현장에서 AI를 도입하려 해도 정작 그 기술을 다룰 인력이 부족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생산라인 자동화, 예측 유지보수, 공정 최적화 등에 AI 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현장 노동자와 엔지니어를 위한 AI 재교육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혜택이 일부 IT 인력이나 경영진에만 머무르고 현장까지 확산되지 못하면 산업 전체의 혁신은 반쪽에 그친다. 어떻게 대규모로 기존 인력의 AI 재교육을 실현할 것인가? 다행히 우리에겐 전국에 걸쳐 실습 시설과 교수진을 갖춘 한국폴리텍대학 체계가 있다. 폴리텍대학은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에서 직업훈련 및 재취업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인프라를 제조업 종사자 대상 AI 재교육의 허브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폴리텍대학에는 중장년층을 위한 직업 전환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AI 및 디지털 전환 커리큘럼을 대폭 확충하면 지역별 특화 재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 산업이 밀집한 지역의 폴리텍 캠퍼스에서는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AI 과정을, 섬유 산업 지역에서는 AI 기반 공정 관리 과정을 개설하는 식이다. 현장 숙련공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AI 활용법을 배우고 새로운 기술을 체득하도록 지원하면, 기업도 인력 구조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폴리텍대학을 고용부가 아닌 산업부 등 산업혁신 부처 산하로 이관해 제조업 AI 전환의 전진기지로 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핵심은 기존 산업 노동자의 업스킬(up-skilling) 없이는 산업의 AI 전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역 종합대와 함께 AI 생태계 구축을 AI 인재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지역 단위 거점 전략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폴리텍대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해당 지역의 종합대학 및 연구기관과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지역 거점 국립대학은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응용연구와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폴리텍대학은 그 지역 산업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AI 실무 교육과 재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역할 분담과 협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A지역의 대학이 AI를 활용한 스마트농업 기술을 연구한다면, 같은 지역 폴리텍대학에서는 그 연구와 연계해 농기계 제조업 종사자나 영농인을 위한 AI 활용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식이다. 이처럼 지역의 대학과 폴리텍이 힘을 합치는 거점을 통해 AI 인재 양성과 기술 확산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전 국회의원
2025.07.31. 8:20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진다. 혹한기에 화장장 대란이 벌어지듯 통계적으로 보면 무더위 상황에서도 화장장 대란 가능성이 높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해 화장장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는데, 언제쯤 화장장 대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싶어 몹시 답답하다. 그동안 추진하다 좌절된 화장장 건립 계획에 따르면 사라진 화장로는 무려 50기가 넘는다. 이 정도의 화장장이 제때 지어졌다면 화장장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적기에 화장장 확보에 실패한 원인을 따져보면 정치권의 탓이 크다. 화장장 건립을 추진하면 일부 정치인이 기다렸다는 듯 반대 운동을 앞장섰고, 주민들은 방관하거나 부화뇌동해 계획을 좌초시켜왔다. 화장장 건립에 나름 공을 들여온 공직자들을 좌절하게 했다. 폭염 잦은 혹서기에 화장장 대란 정치인들의 반대운동 폐해 심각 국민도 정치적 선동과 선 그어야 최근에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에서 추진하던 경기 북부 6개 지자체 광역 화장장 건립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배경을 살펴보니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다. 화장장 건립 반대를 앞세운 정치권 주변 인사의 얼굴 알리기라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초에 부산시립 화장장 건립 반대 운동이 극렬했던 사실을 필자는 생생히 기억한다. 부산 영락공원묘지 안에 화장장 건립 계획이 발표되자 반대파 주민들은 묘지 현장과 시청 앞에 몰려들고, 종교기관에서 단식 농성하며 수많은 날을 지새웠다. 이때 영락공원 관할 구청 출신 선출직들과 정치권 주변 인사들이 반대 운동에 앞장섰다. 화장장 건립을 정치가 훼방 놓은 사례 중에 서울추모공원을 빼고 말하기 어렵다. 1999년 7월 서울시 당국자가 강서구 오곡동이 유력 후보지라고 언급한 보도가 나왔다. 강서구 여야 정치인이 앞장서서 어깨띠를 두르고 결사반대를 외쳤다. 당시 한 국회의원이 뿌린 전단에는 ‘화장로에서 내뿜는 열로 인해 항공기 이착륙 장애’라는 터무니없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서울추모공원 갈등은 2000~2002년 서울시와 관할 서초구의 다툼으로 바뀌었다. 2001년 7월 서초구 원지동이 서울시 제2화장장 건립 후보지로 확정되면서다. 이에 따라 당시 여당(민주당)이던 서울시·중앙정부에 맞서 야당(한나라당) 지역이던 서초구 국회의원·구청장·시의원 등의 갈등으로 전개됐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권력이 여야로 몇 번 교체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난무했고, 급기야 대법원까지 가는 행정소송도 벌어졌다. 무려 14년 만인 2012년에야 준공했는데, 당초 20기를 짓기로 했던 화장로가 11기로 거의 반 토막 난 뒤였다. 경기 하남시가 2006년 10월부터 추진했던 광역화장장(화장로 20기 계획)은 우여곡절 끝에 1년 6개월 만에 무산됐다. 당시 하남시에서는 대규모 화장장 논란과 국내 최초의 주민소환 투표 시행이 겹쳐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당시 여야의 정치 다툼 등으로 인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했다. 화장장 건립 부지를 확정해 놓은 다음에 취소된 사례도 있다. 2010년 부천시 화장장(6기) 건립 계획과 2012년 안산시 화장장(6기) 건립계획이 취소된 배경에도 정치의 훼방이 작용했다.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사례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화성시 내부 반대는 정치적인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인접 수원시 측 반대가 극심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의 여야 정치인은 화장장 반대 운동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 기회로 이용한다는 눈총을 받았다. 몇 년을 허비한 뒤에야 2021년 준공했다. 포천시 광역화장장(8~10기)의 실패와 이천시 화장장(6기) 계획의 부침 역시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이처럼 화장장을 지으려다 정치에 휘말려 좌초되고, 아까운 세월을 헛되게 보낸 곳이 너무 많다. 국민이 정치 선동과 단호히 선을 그어 당초 계획한 화장장 중에 일부라도 성공했다면, 지금 겪고 있는 화장장 대란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화장률이 95%나 되는 시대다. 마지막 남은 육신을 깨끗하게 화장해 주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민생 복지 대책이다. 화장장을 짓도록 특별법을 제정해 돕지는 못할망정 정치가 더는 발목을 잡지 말아야 한다.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태호 장례와 화장문화 연구포럼 공동대표
2025.07.31. 8:18
재개발 부동산을 둘러싼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전직 청와대 대변인이 차관급 고위 공직자로 돌아왔다. 지난달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새만금개발청장으로 임명한 김의겸 전 의원이다. ‘흑석 선생’이란 별명을 가진 김 청장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 군산 지역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인물이다. 이런 지역 연고를 제외하면 김 청장에게 무슨 전문성이 있다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겼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새만금은 전북 군산·김제·부안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사업 부지의 총면적(409㎢)은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140배가 넘는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청장과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에 대해 “국민이 화나라고 일부러 이렇게 모아놓은 것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만금청장에 ‘흑석 선생’ 김의겸 과거 고액 대출 낀 갭투자로 물의 부동산 이중잣대에 상실감 커져 김 청장은 얼마 전 국회에서 취임 인사를 하며 불편한 신고식도 치렀다. 지난달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새만금개발청은 국토교통부 산하 행정기관이다. 이날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김 청장의) 흑석동 투기로 온 국민이 분노했던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다”며 “국민의 세금을 (개인의) 재테크에 간접 지원했다는 게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그렇게 했는데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우리 상임위원회(국토위원회)에 버젓이 앉아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6년 전 김 처장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이었을 때 불거졌던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재개발 구역 투기 논란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잠시 예전 상황을 되짚어 보자. 김 청장은 2018년 1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장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9년 초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흑석뉴타운 9구역에서 2층짜리 복합건물(상가+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이 집을 사기 위해 배우자 명의 은행 대출(10억2080만원)과 함께 개인 채무(3억6000만원)까지 끌어왔다. 여기에 세입자의 임대보증금(2억6500만원)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본인 투자금은 10억원이 채 안 됐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해당 부동산을 팔고 시세 차익은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 이런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는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물론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투자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김 청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책(『김의겸의 단심』)에서 “나로서는 억울했고 할 말도 많았다”며 “평생을 세 들어 산 내가 어쩌다 투기꾼 소리를 듣게 됐나. 씁쓸하기 그지없었다”고 적었다. 법적으로 면죄부를 받았다고 도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이중잣대였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갭투자를 죄악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핵심 인사가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재개발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게 여론 악화에 불을 붙였다. 더구나 갭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인근 관사로 이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 세금까지 활용한 ‘관사 재테크’라는 비판을 받았던 이유다. 김 청장 소유 부동산이 있던 흑석 9구역은 ‘디에이치 켄트로나인’이란 대단지 아파트(21개 동, 1536가구)로 변신해 2029년 입주 예정이다. 현재는 김 청장처럼 고액의 은행 대출을 낀 재개발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제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 매수에는 전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실거주 목적이라도 대출 한도는 6억원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청년 세대 사이에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과거 김 청장의 갭투자가 가능했던 것은 문재인 정부 초기의 대출 규제가 지금보다 훨씬 느슨했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김 청장을 이재명 정부가 다시 기용했다면 한 가지 입장은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재개발 갭투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과거 김 청장의 갭투자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다른 사람의 갭투자에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이재명 정부의 입장이 갭투자를 죄악시하는 것이라면 김 청장 같은 인물을 고위 공직자로 기용해선 안 될 것이다. 만일 과거 김 청장의 갭투자는 봐주고 현재의 갭투자는 봉쇄하겠다고 한다면 최악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이중잣대야말로 국민에게 큰 혼란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주정완([email protected])
2025.07.31. 8:16
[OSEN=박근희 기자] '이혼숙려캠프’ 남편이 아내 뿐 아니라 장모님에게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31일 오후 방송된 JTBC ‘이혼숙려캠프’(이숙캠)에서는 새롭게 시작되는 14기 첫 번째 부부의 가사조사가 진행됐다. 남편의 의심은 연애 초반부터 두드러졌다고 밝힌 아내. 편의점에서 일할 당시에도 남편은 "누구와 왜 말했느냐"며 행패를 부린 적도 있었다고 밝혀 주변을 놀라게 했다. 특히 남편은 아내를 통제하기 위해 위험한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밤늦게 어디 나간다고 하면 소주병으로 머리 깨고 그랬다"고 말하며 충격을 더했다. 남편은 아내가 씻기 위해 욕실에 들어가면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하는 소리에 맞춰 슬그머니 욕실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문틈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샤워하는 아내의 모습을 몰래 훔쳐봤다. 아내는 남편의 이러한 행동이 일상적이라며, "화장실에 가면 담배 피우는 척 따라 나온다"고 덧붙여 소름 돋는 감시의 실체를 고발했다. 남편의 병적인 행동에 모든 출연진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편, 아내는 연애 시절부터 남편의 폭력적인 언행이 있었다고 고백하며,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에게까지 욕설을 퍼부었다는 사실을 밝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문제는 연애시절 아내의 생일 전날 일어났다고. 남편은 갑자기 아내의 멱살을 잡으며 "나가라"고 소리쳤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아내의 어머니에게까지 "야 이 XXX아 너도 나가"라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했다는 것. 이러한 충격적인 이야기에 스튜디오는 순식간에 숙연해졌고, 박하선은 목까지 빨개질 정도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박하선은 "너무 화가 난다. 누군 욕 못해서 안 하냐고"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email protected] [사진] ‘이혼숙려캠프' 방송화면 캡쳐 박근희([email protected])
2025.07.31. 8:14
“비만한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까. 지난 10여년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진 연구를 보면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비만한 사람을 ‘의지가 약하다’ ‘게으르다’ ‘자기관리가 부족하다’ ‘노력하지 않는다’라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건강이 걱정된다’라는 말조차 때로는 부정적 평가와 판단을 감춘 시선이다. 낙인과 편견에 더 절망한 사람들 복지 사각지대서 취업도 어려워 정부 무관심에 의료보험도 안돼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이런 편견은 따돌림이나 학교폭력으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주변 시선을 의식해 체중에 민감한 사람이 많아졌다. 외모 평가나 차별 가능성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작은 체중 변화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건강보다는 외모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다이어트에 집착한다. 체중을 둘러싼 편견과 낙인은 사회 불이익과 경제 손실로 이어진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비만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임금이 최대 12% 낮고 저임금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통계가 아직 없지만, 오히려 더 나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비만은 무능력’이라는 인식은 지금도 채용과 승진에서 부당한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 고도비만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의 일이다. 한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사례자와 함께 찾아왔다. 운동선수 생활을 접은 뒤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그녀는 당뇨병·고혈압·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취직이 안 돼 전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터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아이의 사소한 행동에 감정을 이기지 못해 손찌검하고 말았다. 가정폭력으로 모자는 분리 조처됐고 취재 당일에도 그녀는 아들의 그림자라도 보기 위해 위탁가정이 있는 놀이터 주변을 서성였다. 아이는 전화를 걸어 “엄마 살 빠졌어? 보고 싶어”라며 울먹였다고 한다.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은 고도비만 환자 사이에서 그리 드문 경우가 아니다. 한 20대 청년은 조손가정에서 자랐다. 어릴 때부터 비만으로 인한 따돌림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아왔다. 그의 꿈은 돈을 벌어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시는 것이었다. 자격증만 10개 가까이 취득했지만, ‘비만하다’는 이유로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하루 3시간씩 자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그는 마침내 한 카페에 인턴으로 채용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됐고 결국 자살까지 시도했다.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처럼 절박한 사연을 지닌 이들을 진료실에서 마주할 때마다 안타까움과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고도비만 치료는 여전히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들이 개발되었지만, 고가에다 진료 자체도 비급여라 비용 부담이 크다. 약물치료는 여전히 많은 고도비만 환자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약이 어렵다면 운동과 식사요법이라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건강 식단의 핵심인 채소와 과일 가격이 만만치 않다. 반면 값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기름지고 달다. 결국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고도비만 환자들은 고칼로리 식품에 끌릴 수밖에 없다. 운동도 만만찮다. 거리에서 조깅하려면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헬스장에 가고 싶어도 하루 벌어 살아가는 삶에 시간과 비용을 따로 떼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고도비만 환자는 낮보다 덜 노출되는 야간을 택해 조용히 걷거나 운동한다. 일본 도쿄대학교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물은 적이 있다. “왜 일본은 신체활동보다 영양 정책에 집중하냐”라고.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일본에서 살아봤나요? 여기엔 운동 시설이 아주 많아요. 부족한 건 영양 쪽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둘 다 부족한 우리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 우리 정부도 2018년 ‘제1차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2차 대책은 어느덧 자취를 감췄고, 비만 정책을 담당해야 할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오랜 시간 공석이다. 게다가 비만 관리 정부 예산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정부가 이 문제를 과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고도비만은 단순히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다. 다양한 사회적·환경적 요인이 얽힌 복합적인 결과다. 비만에 대한 낙인과 편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비만 환자 역시 위축되지 말고 당당히 왜곡된 시선을 이겨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비만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는 정책과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하길 바란다. 문제를 외면하고 침묵하면 결국 더 큰 비용이 된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25.07.31. 8:14
한 나라의 정체성은 때로 정치·경제·사회적 이슈보다 무대나 경기장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최근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미국 프로레슬링의 아이콘 헐크 호건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근육질의 건장한 체구와 윤기 넘치는 금발, 멋들어진 콧수염을 뽐내며 링에 올라 화려한 기술로 상대 선수를 제압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세계의 중심”을 외치던 1980~90년대 미국인의 정서를 대변했다. 헐크 호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그의 테마곡 ‘리얼 아메리칸(Real American)’이다. ‘나는 진짜 미국인이야. 모두의 권리를 위해 싸우지(I am a real American, fight for the rights of every man)’라는 가사가 울려 퍼질 때 커다란 성조기를 펄럭이며 링사이드로 향하는 헐크 호건은 그 자체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의미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화신이었다. 호건의 표정과 행동, 발언은 늘 과장되고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우스꽝스럽지 않았고 위압감이 넘쳤다. 당시 미국이 전 세계에 보여주던 자기 확신과도 딱 들어맞았다. 걸프 전쟁이 한창이던 1990년대 초반 당시 이라크에 동조하는 반미(反美) 캐릭터(서전 슬로터)를 힘겹게 제압한 뒤 환호하는 헐크 호건의 모습에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은 ‘진짜 미국인이 결국 이긴다’는 서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굳건하던 시절 미국은 아주 오랫동안, 어쩌면 허세라 불러도 무방할 법한 자부심을 마음껏 발산했다. 자국 프로야구 챔피언 결정전을 ‘월드시리즈’라 이름 붙이고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이러한 자의식이 전 세계 어느 나라 출신 거한을 만나도 기어코 승리하는 헐크 호건이란 캐릭터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시간이 흐르면서 팍스 아메리카나도, 헐크 호건을 열광적으로 응원하던 세대도 나이가 들었다. ‘진짜 미국인’이라는 표현이 갖는 의미 또한 예전 같지 않다. 때때로 달라진 세상 분위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추억에 갇혀 사는 미국인을 풍자 또는 조롱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헐크 호건이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현역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건 미국이라는 나라의 자기 확신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를 상징하는 페르소나로서의 존재감 때문인 듯싶다. 위대한 프로레슬링 영웅은 이제 영면에 들었다. 하지만 한 시절을 풍미한 ‘진짜 미국인’의 발자취는 영원하다. 패배 직전 기적처럼 힘을 되찾아 승리하던 초인적인 장면부터 아이들에게 “기도를 열심히 하고 비타민을 꼭꼭 챙겨 먹으라”며 조언하던 소소한 모습까지 그의 행동과 발언 하나하나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부디 저세상에서도 ‘진짜 천국인’으로, 저승 유니버스 챔피언으로 승승장구하시길. 우리의 영웅 헐크 형님. 송지훈([email protected])
2025.07.31. 8:12
[OSEN=서정환 기자] 340억 원이면 손흥민(33, 토트넘)을 영입할 수 있다. 손흥민의 미국행이 마무리 단계다. 영국 ‘코트오프사이드’는 30일 “토트넘과 LAFC의 손흥민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적 제안은 8월 3일 토트넘의 서울 경기가 끝난 뒤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적 시점은 우연이 아니다. 손흥민의 한국경기 참여는 마케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발표시점은 토트넘 내한경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을 상대한다. 손흥민의 출전여부가 계약서 조항에 삽입돼 있다. 토트넘이 이를 어길 경우 막대한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트넘이 한국투어에 진심인 이유다. LAFC가 손흥민을 원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손흥민을 영입하면 전력상승은 당연하고 한국시장 전체를 팬으로 가질 수 있다. 막대한 중계권료와 머천다이즈 시장 등이 열린다. 이 매체는 “토트넘은 계약기간 만료가 1년도 남지 않은 손흥민의 몸값을 2500만 유로(약 340억 원)로 책정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7골, 9도움을 기록했고 토트넘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손흥민의 세계적인 시장성을 고려할 때 비교적 저렴한 이적료다. LAFC는 MLS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영입을 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다음 시즌 그가 잔류하려면 벤치후보 역할까지 감수해야 한다. 손흥민과 면담을 마친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정말 훌륭한 선수다. 다음 시즌 손흥민이 이 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훌륭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열심히 훈련하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래서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정리해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만약 토트넘이 2026년 8월 계약기간 만료까지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지 않으면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놔줘야 한다. 이적료를 한푼도 챙기지 못한다는 뜻이다. 토트넘 입장에서 지금 손흥민을 파는 것이 이득이다. / [email protected] 서정환([email protected])
2025.07.31. 8:11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트레이드 마감 시한(7월 31일 자정)을 약 4시간 앞두고 대권 도전 팀과 빅딜이 터졌다.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나날이 경신해 가고 있는 ‘안타 기계’ 손아섭이 NC 다이노스에서 ‘단독 1위’ 한화 이글스로 향한다. NC는 31일 한화에 손아섭을 내주고 현금 3억원과 2026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손아섭이 누구인가.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2583안타를 기록하고 있고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통산 3할2푼의 타율로 리그 대표 안타기계이자 교타자다. 현재 내복사근 부상으로 재활 중에 있지만 부상 직전 76경기 타율 3할(240타수 72안타) 33타점 OPS .741의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는 3번째 FA 자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전인미답의 3000안타를 밟기 위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가치 있는 타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타자가 트레이드가 됐는데 선수 한 명 포함되지 않은 거래로 연결됐다. NC는 손아섭을 보내면서 많은 대가를 받지 않았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풀 자체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10개 구단 스카우트팀의 평가를 감안하면 한화 입장에서는 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리그 역사에 남을 교타자를 영입한 셈이다. 좌익수 문현빈-중견수 리베라토로 꾸려진 상황에서 우익수 자리에 이진영 김태영 이원석등이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은 경험도 부족하고 꾸준함이 부족하다. 손아섭처럼 검증되고 계산된 타자가 있으면 충분히 타선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NC 입장에서는 많은 대가를 받지 못한 것이 아쉬울 수도 있다. 일단 NC는 KIA와의 3대3 트레이드로 최원준과 이우성이라는 외야 자원 2명을 추가했다. 최원준을 주전 중견수, 이우성을 코너 외야수 및 1루수로 활용할 복안을 세운 가운데, 외야 교통정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팀에 새롭게 합류한 최원준, 지금은 팀을 떠나게 된 손아섭 모두 ‘예비 FA’가 되는 상황이었다. NC 입장에서는 과포화된 외야 자원의 교통정리는 필수적이었다. 그 대상으로 손아섭이 선택을 받았다. NC는 최원준을 중심으로 외야진을 재편하는 것을 구단의 방향으로 정한 셈이다. FA 시장에서도 최원준 잔류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 손아섭을 두고 더 많은 반대급부를 얻지 못한 것은 손아섭의 성향과 관계 있다. 손아섭은 현재 부상 중이다. 그리고 또 2021년 시즌부터 3개-4개-3개-5개-7개의 홈런을 쳤다. 부족한 장타력은 뛰어난 컨택능력과 반대로 손아섭의 가치를 낮게 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됐다.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타격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재 손아섭에게 풀타임 수비를 맡기기에는 부담이 있다. 부상도 이전보다 잦아졌고 어느덧 37세의 노장이다. 우익수로 기용할 수는 있지만 수비 부담이 적지 않다. 안치홍 채은성 등과 함께 지명타자 역할을 번갈아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손아섭지닌 가치는 결국 컨택 능력 하나였고 이게 트레이드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곧 ‘예비 FA’인 점도 손아섭의 가치 하락, NC가 한화에게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손아섭은 2017시즌이 끝나고 입단 팀이었던 롯데와 4년 총액 98억원의 계약을 맺었고 2021년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해 NC와 4년 64억원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올해 3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면 이제 C등급 FA가 된다. 타구단 이적시 보상금만 발생할 뿐 보상선수는 없다. 반면, 손아섭 입장에서는 아직 한 번도 밟지 못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고 끼지 못한 우승 반지를 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email protected] 조형래([email protected])
2025.07.31. 8:10
[OSEN=하수정 기자] 보이그룹 더보이즈 멤버 현재가 발목 인대 부상으로 컴백 무대를 앉아서 하게 됐다. 31일 늦은 밤 소속사 원헌드레드 측은 "금일 더보이즈(THE BOYZ) 멤버 현재가 라이브 콘텐츠 진행 중 발목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동했고, 검사 결과 발목 인대 일부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전문의 소견에 따라 내일(8월 1일)로 예정된 KBS2 '뮤직뱅크' 무대에는 현재가 의자에 착석해 참여할 예정"이라며 "더보이즈의 첫 컴백 무대를 기대하셨을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드린다"며 "당사는 추후 활동에 관해 아티스트의 건강과 회복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조율해 나갈 것이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더보이즈 소속사의 공식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원헌드레드입니다. 금일 더보이즈(THE BOYZ) 멤버 현재가 라이브 콘텐츠 진행 중 발목에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동하였고, 검사 결과 발목 인대 일부가 파열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문의 소견에 따라 내일(8월 1일)로 예정된 KBS2 '뮤직뱅크' 무대에는 현재가 의자에 착석해 참여할 예정입니다. 더보이즈의 첫 컴백 무대를 기대하셨을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당사는 추후 활동에 관해 아티스트의 건강과 회복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조율해 나갈 것이며,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더보이즈에게 따뜻한 응원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원헌드레드 드림 / [email protected] [사진] 원헌드레드 제공 하수정([email protected])
2025.07.31. 8:10
LG전자는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손잡고 1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박스’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적용한 ‘MMCALG OLED 시리즈’를 전시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2025.07.31.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