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지원에 "韓中日등 필요한 나라들 관여해야"(종합) '韓 지원 여전히 원하냐'는 질문에 "한미관계 훌륭…우리가 韓돕고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일본 등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에너지의 주요 이용국들이 해협 항행 정상화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우리는 그곳에서 굉장히 잘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 해협을 이용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한국, 일본, 중국 등 다른 많은 나라들은 그것을 필요로 하니, 그들이 좀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관여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 7개국에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호위 작전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명확한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도움은 필요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으면서도 관련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송되는 원유 의존도가 낮은 만큼,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유조선 호위 등에 참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 호위 등을 위해 한국이 군함을 파견하는 등의 군사적 지원을 하길 기대한다는 의중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유미
2026.03.20. 14:26
[르포] 관절 제작부터 달리기 테스트까지…中베이징 로봇시험센터 기업·연구기관 위해 부품 생산·기능 시험…까다로운 공정 '모범답안' 역할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로봇은 자동차와 달라요. 생산 공정이 완벽히 자리 잡은 자동차와 달리, 신흥 산업인 로봇 산업은 아직 '바닥 돌을 더듬으면서 강을 건너는(摸着石頭過河)' 상황입니다. 관절 각도나 부품 강도, 전류 세기를 하나하나 따져봐야 하죠." 20일 오후 중국 베이징시 남동부 외곽 신도시 이좡(亦庄)의 경제개발구 디지털공장. 9천600㎡(약 2천900평) 규모 부지 위에 큼직하게 세워진 6층짜리 건물에 들어서자 '사람 같은' 모양을 한 수십 대의 로봇이 갖가지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작년 4월 이좡에서 열린 세계 첫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톈궁'(天工)의 새 로봇 제품들은 쿵쿵 소리를 내며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렸고, 몇몇은 공중에 매달린 채 차례를 기다렸다. 이곳은 지난해 문을 연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 시험·검증 플랫폼'이다. 베이징 내 인공지능(AI)·로봇 연구기관과 업체들이 밀집한 이좡에서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물리적 실체를 갖고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전문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량 생산 전의 로봇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시제품 제작, 성능·공정 검증, 공정 최적화, 기능 조정, 완제품 조립·조정, 공정 최적화 등을 원스톱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게 플랫폼 측 설명이다. 이날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1층 창고에서는 바퀴 달린 로봇들이 사람 도움을 거의 받지 않은 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선반에 쌓인 부품을 찾아 올리고 있었다. 위층에서는 연구원들이 따로따로 분리된 로봇의 '사지육신'을 앞에 두고 가동 범위와 강도, 전기 신호 등을 체크·기록했고, 한층 더 올라가자 조립이 끝난 로봇의 운동 능력을 시험하는 중이었다. 로봇이 직립할 수 있는지를 본 뒤에는 달리기 30분과 걷기 20분으로 이뤄진 '노화'(老化) 테스트를 했다. 이를 통과한 로봇은 50분에 걸쳐 한 번 더 달리고 걸어야 했는데, 이때 설계된 이동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바닥에 표시된 눈금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안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책임자 딜런 장 경리는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자주 보여주는 춤 동작 테스트까지 마치면 최종 표면 처리 단계로 넘어간다. 로봇 한 대를 테스트하는 데는 8시간 정도가, 조립까지 마치는 데는 모두 이틀가량이 걸린다. 제이슨 자오 경리는 플랫폼을 찾은 각국 취재진에게 "현재는 시제품 생산·테스트 장비 500세트를 보유하고 있고, 체화지능 로봇을 연간 5천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조립이나 시험 등에서) 아직은 사람이 개입하는 비중이 큰데 앞으로 차츰 자동화 비율을 높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측은 일선 연구기관과 기업을 위해 건물 안에 '핵심 시범 생산라인'도 구축했다. 효율과 신뢰성을 높인 표준화·모듈화 조립 공정의 '모범'을 보여주고, 체화지능 로봇의 핵심인 다양한 형태의 관절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중국 중앙 당국이 최근 수년에 걸쳐 AI와 로봇 산업을 전략 육성하면서 지방정부들도 앞다퉈 첨단 산업 기업·인재 유치와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동부 저장성 항저우가 AI 기업 딥시크와 중국 로봇업계 선도 기업 유니트리를 비롯한 '항저우 6룡'으로 앞서나가자 인접한 경제 수도 상하이는 AI 산업단지 모쑤공간(模速空間)을 만들어 인재 끌어들이기에 나섰다. 로봇 분야에서는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도 적극적인 지방정부 중 하나로 꼽힌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정성조
2026.03.20. 14:26
[OSEN=정승우 기자] 같은 자리, 다른 흐름이다. 3월 A매치를 앞두고 홍명보호 최전방 경쟁 구도에서 오현규(25, 베식타스)가 한 발 앞서 있는 분위기다. 가장 분명한 기준은 득점이다. 오현규는 카슴파샤전에서 전반 11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다시 골 감각을 끌어올렸다. 3경기 침묵 이후 곧바로 반등했다. 베식타스 이적 후 8경기 5골, 시즌 전체로는 15골이다. 커리어 하이다. 내용도 안정적이다. 등지는 플레이와 침투 타이밍, 마무리까지 스트라이커에게 요구되는 요소를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경기 내내 수비를 흔들고, 결과로 이어지는 장면을 만든다는 점에서 평가가 이어진다. 반면 조규성(28, 미트윌란)은 결과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공격 전개에는 꾸준히 관여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승부차기 첫 키커로 나서 골대를 맞힌 장면은 흐름을 완전히 넘겨주는 계기가 됐다. 역할은 했지만, 승부를 바꾸는 한 방이 부족했다. 여기에 손흥민(34, LAFC)의 위치도 변수다. 홍명보 체제에서 손흥민은 측면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최전방 '원톱' 자원으로도 기용된 바 있다. 다만 최근 소속팀에서는 2선에서의 비중이 커졌고, 득점 흐름은 다소 길게 끊겨 있다. 물론 손흥민은 여전히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다. 다만 순수한 스트라이커 경쟁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최근 흐름에서는 오현규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나이와 컨디션, 최근 득점 추이까지 감안하면 객관적인 비교에서 앞선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둘지, 2선에 배치할지에 따라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진다. 그럼에도 현재 시점에서 가장 단순한 기준, '득점과 흐름'만 놓고 보면 오현규가 한 걸음 앞서 있다. 오현규는 힘과 활동량, 압박, 수비 가담, 골 결정력을 두루 갖춘 '육각형' 유형의 스트라이커로 발전하고 있다. 단단한 피지컬과 저돌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전방에서 버텨주고, 적극적인 압박으로 팀 전체의 수비에도 기여한다. 여기에 출전 시간 대비 높은 득점 효율까지 더해져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9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자원이다. 다만 스태미너 기복과 섬세함 부족, 밀리는 경기에서 영향력이 줄어드는 점은 보완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밸런스와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현재와 미래를 모두 기대할 수 있는 '완성형 스트라이커'로 진화 중이다. 대표팀 공격은 결국 결과로 증명된다. 이번 3월 A매치는 그 흐름을 다시 정리할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email protected] 정승우([email protected])
2026.03.20. 14:14
우주 탐사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며 특히 고장 났을 때 고치러 갈 수도 없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에 이상이 생기면 큰일이므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하고 발사 전에 충분히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구 저궤도를 도는 망원경이어서 그동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우주왕복선을 보내서 고칠 수 있었기에 1990년에 발사된 이후 지금까지 35년 동안 고쳐가며 사용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5년 더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반면 그 후에 발사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라그랑주 점에 자리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거기까지 너무 멀어서 고장 나도 수리하려고 갈 수가 없다.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한 번의 우주 탐사 계획에 두 대의 탐사선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첫 번째 것은 포기하고 쌍둥이로 만든 것이라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태양계의 안쪽 행성 탐험을 계획하여 금성 탐사 계획을 세웠다. 1962년 마리너 1호가 발사되었는데 지구를 떠난 지 5분도 되지 않아 발사체에 문제가 생겼고 결국 계획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런 일을 대비해서 쌍둥이 우주선을 하나 더 만들어 놓은 NASA는 바로 다음 달에 마리너 2호를 발사했고 이번에는 예정된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2년 후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서 화성으로 향했다. 마리너 3호는 예정대로 발사되었으나 태양 전지판이 펼쳐지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고 마찬가지로 쌍둥이로 만들어 놓은 마리너 4호가 3주 후에 발사되어 화성을 비행한 첫 번째 우주선이 되었다. 1969년에 화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마리너 6호와 7호는 두 우주선이 모두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 이 성공에 힘입어 1971년에 마리너 8호와 9호를 발사했는데 아쉽게도 마리너 8호는 이륙 직후 이상이 생겨 추락하는 바람에 쌍둥이 우주선인 마리너 9호 혼자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수고 덕분에 화성에 착륙할 수 있게 된 인류는 화성 표면 탐사를 시작했고 2003년에 한 달 사이를 두고 발사된 쌍둥이 탐사차 스피리트 로버와 오퍼튜니티 로버는 예상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임무를 수행하고 지금은 화성 표면에 잠들어 있다. 또한, 태양계 바깥 행성을 탐험하려던 미국 항공 우주국은 마침 176년마다 태양계의 외행성들이 일렬로 늘어서던 1977년, 보이저 1호와 쌍둥이 2호를 발사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 때의 대비책이었지만 두 우주선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자 보이저 2호를 천왕성과 해왕성 쪽으로 향하게 하고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밖 성간으로 보냈다. 〈코스모스〉란 TV 프로그램으로 천문학의 대중화를 이룬 칼 세이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콘택트〉에서 천문학자로 분한 조디 포스터는 베가성에서 수신한 신호를 분석하여 그것이 웜홀을 이용하여 항성 간을 여행할 수 있는 설계도라는 사실을 안다. 기구는 시험 운전 중 광신도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파되었는데 한 때 조디 포스터의 연구를 지원한 적이 있는 대부호 과학자가 아무도 몰래 똑같은 쌍둥이 기구를 만들어 놓았고 조디 포스터는 그 기구를 타고 베가성에 가서 죽은 아버지 모습으로 나타난 외계인과 만나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쌍둥이 우주선이 왜 필요한지 그 역할을 보여준 영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 이야기 쌍둥이 우주선 쌍둥이 탐사차 쌍둥이 기구
2026.03.20. 14:14
[OSEN=우충원 기자] 손흥민이 미국 무대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우승 경쟁을 맞이하게 됐다. 긴 시즌을 버티는 체력이 아닌, 짧은 기간 안에 모든 것을 쏟아내야 하는 구조다. MLS 사무국은 20일(이하 한국시간) 2027시즌을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인 스프린트 시즌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경기 수다. 정규리그가 단 14경기로 축소되며, 사실상 초반 흐름이 곧 시즌 전체를 좌우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이번 개편으로 MLS는 유럽 주요 리그처럼 추춘제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2월에 시작해 5월 플레이오프로 마무리되는 일정 속에서 각 팀은 같은 콘퍼런스 내 팀들과 홈 7경기, 원정 7경기를 치르게 된다. 정규리그 종료 후에는 상위 8개 팀이 곧바로 단판 승부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단 한 경기로 승패가 갈리는 구조인 만큼, 매 경기 결과가 사실상 결승전과 같은 무게를 갖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동서부 챔피언이 MLS 컵에서 격돌하며 시즌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눈에 띄는 점은 경기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 성적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졌다는 것이다. 단 14경기 성적이 2028 CONCACAF 챔피언스컵과 리그스컵 출전권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시즌이다. 결국 이번 스프린트 시즌은 말 그대로 속도전이다. 초반 몇 경기에서 주춤하면 만회할 시간이 없다. 반대로 초반 기세를 잡으면 그대로 우승 경쟁을 끌고 갈 수 있다. 경기 수가 적은 만큼 한 경기의 비중은 기존보다 훨씬 커졌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스타 선수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짧은 일정에서는 특정 선수 한 명의 컨디션과 결정력이 팀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LAFC의 손흥민 역시 그 중심에 서 있다. 손흥민은 단 14경기만 소화해도 정규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을 맞았다. 긴 시즌 동안 꾸준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기간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무대다. 득점이든 도움을 통한 영향력이든, 어느 한쪽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특히 LAFC는 이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2026시즌 개막과 동시에 4연승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에서 가장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 밴쿠버 화이트캡스와 함께 유일하게 전승을 이어가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스프린트 시즌 구조는 오히려 LAFC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짧은 일정 속에서 상승세를 유지하는 팀이 그대로 정상까지 도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MLS는 2027년 여름부터 본격적인 시즌 체제 개편에 돌입한다. 2027-2028시즌은 7월 개막해 다음 해 5월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운영되며, 겨울에는 휴식기를 두는 방식이다. 이번 스프린트 시즌은 그 전환을 위한 실험적 성격이 짙다. 하지만 단순한 테스트로 보기에는 무게감이 크다. 리그 운영 방식뿐만 아니라 팀 전술, 선수 기용, 국제대회 진출까지 모든 요소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MLS 사무국 역시 이번 시즌이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리그 전체의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적응이다. 짧아진 시즌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흐름을 만들고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손흥민과 같은 핵심 자원의 역할이 자리하고 있다. / [email protected] 우충원([email protected])
2026.03.20. 14:1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안전 확보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며 군사 지원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국과 일본, 호주에 무엇을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그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아니오(No)’라고 말했을 때 저는 조금 놀랐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그들에게 ‘예(Yes)’라고 말해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오랜 기간 안보 우산 등 지원을 제공해 왔는데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지원 요구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을 재차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이 참여하건 안 하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호위할 계획인가”라는 물음에는 “미국은 그 해협을 이용하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다”며 “ 유럽, 한국, 일본, 중국 등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들이 그 문제에 조금 관여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좋은 관계”라면서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상선 항행의 안전 확보를 위해 한국이 군함 파견 등 군사적 지원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해 중국ㆍ일본ㆍ프랑스ㆍ영국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청했으며, 이후 주요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군사 지원을 촉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준비가 됐을 때 이스라엘도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대략 비슷한 것을 원한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가. 우리 둘 다 승리를 원한다”며 “그리고 그게 바로 우리가 얻은 것”이라고 했다. 김형구([email protected])
2026.03.20. 14:09
━ 나를 정치로 기울어지게 만든 것들 나를 말라야 사람으로 키워내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정이 아마 친구 사귀기였을 것이다. 베다 림은 많은 문예계 친구들 외에 첫 학생회의 명예서기 제임스 푸투치어리도 소개해 주었다. 제임스는 전쟁 중 인도 해방을 위해 인도국민군(INA)으로 참호전을 치른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런 전쟁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소의 경외감을 품고 있었다. 내가 공산당 승리 직전에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제임스가 알고는 내가 국민당 쪽인지 공산당 쪽인지 무척 궁금해했다. 양쪽 정부 모두 화교의 지지와 지원을 얻기 위해 경쟁하며 지역 중국인사회에 상당한 혼란을 일으키고 말레이 지도자들의 의구심을 불러오고 있었다. 말라야 중국인에게는 다른 국가의 민족주의자들과 한 편에 서는 것도, 말라야공산당이 지원을 바라는 중국과 손을 잡는 것도 장기적으로 좋은 길이 아니라고 나는 보았다. 애매한 내 태도가 제임스에게는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내 말을 액면대로 믿지 않고 내 진짜 생각을 알고 싶어 했다. 내가 정말로 정치에 장님이라면 진행 중인 거대한 투쟁들을 이해해 사람 구실을 하도록 교육해 주겠다고 나섰다. 내가 1학년 대표로 학생회에 들어가도록 밀어주기도 했다. 그는 교내에서나 교외에서나 제국주의의 사악함과 자본주의 착취의 가혹한 현실에 대한 비판 활동을 계속하다가 1951년 초 체포되었다. 이 체포로 활동가로서 제임스의 의지는 더욱 굳어졌다. 이듬해 석방되어 돌아오자 우리 중에는 그를 영웅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는 정치적 학생모임의 설립을 추진했는데, 대학당국은 비상사태가 막 선포된 시점에서 승인해 주지 않으려 했으나 그는 굽히지 않았다. 우리 주장인즉 대학에 정치학과도 없고 정치사상 강의도 없어서 우리의 장래를 학문적으로 공부할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관한 최근 글을 찾아 읽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으나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토론밖에 할 수 없었다. 대학 당국은 아마 식민 당국의 양해를 받아낸 듯 결국 사회주의클럽의 결성을 허락해 주었다.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경제 정책을 포함해 현실의 많은 일을 결정하는 것이 정치권력이라는 믿음을 나는 갖게 되었다. 일종의 사회주의자가 된 것이다. 식민정부가 행정력을 수단으로 부를 착취하는 모습을 보며 자본주의 경제의 보정 능력으로 일컫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믿음을 거두었다. 졸업반에서 경제학을 전공으로 삼을 생각도 해봤다. 흥미가 끌리던 정치학이나 사회학 같은 사회과학 분야들로 연결되는 과목이었다. 미국은 유럽국의 제국 해체는 도와주기도 했으나 냉전의 진행에 따라 열의가 줄어들고 탈식민 지역의 공산주의 이념 확산에 경계심을 품는 눈치였다. 여기서부터 미국은 극단적인 자본주의 옹호의 길로 방향을 돌렸다. 논쟁은 이념화되고, 나는 애초부터 제국주의 팽창을 가져온 것이 자본주의였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경제학 교수들은 비판적 사고와 함께 냉전의 논쟁을 학문 연구에서 배제할 것을 권장했다. 나는 종래의 식민지에 대한 경제적 착취가 중단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본주의 기업의 지나친 이익 추구를 견제하는 노동조합을 지원하는 정책을 지지했다. 한편 변화를 위한 폭력의 사용에 관해서는 엇갈린 생각이었다. 독립을 위한 민족주의 투쟁에는 폭력이 정당화될 수 있지만 계급투쟁에서는 폭력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 콜롬보와 델리에서 만난 젊은이들 민족주의 운동에 참여하고 국가 건설에 관해 배울 기회가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한다는 믿음을 학생회 일을 하면서 갖게 되었다. 내가 학생회장이 되자 해외 활동도 시작했다. 1951년의 두 차례 방문국은 실론과 인도, 둘 다 내가 부러워하던 신흥 독립국이었다. 소학교 때 선생님 몇 분이 실론 출신이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신할라족 다수파와 타밀족 소수파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건국 과정에서 일어난 긴장에 관해서는 콜롬보 도착 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학 교정에서 참석한 모임들은 알고 보니 회의라기보다 나를 돌봐준 호스트인 신할라 법과생은 말라야도 실론과 같은 법체계를 갖고 있으니 독립 후에도 그 체계를 그대로 지키면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내게 나눠주려고 애썼다. 문학계 사정에 아직 관심이 있던 나는 지역 학생들의 높은 영어 수준에 탄복했다. 실론의 가장 유명한 시인 탐비무투가 시내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 호스트가 만날 자리를 마련해서 나를 콜롬보 항구 구역의 넬슨 호텔로 데려갔다. 탐비무투는 내게 시 한 수를 써달라고 부탁하고, 며칠 후 자기가 문예 에디터로 있던 〈실론 타임스〉 지에 실었다. 공유하는 반-식민 경험을 통해 영어라는 언어에 우리 사이를 맺어주는 역할만이 아니라 영국 문학과 나아가 전 세계 영어 문학을 함께 평가하고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해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언어를 쓰는가 하는 현실과 민족(국민)문학의 이념 사이의 거리를 마닐라에서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을 때의 느낌이 탐비무투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떠올랐다. 실제로 얼마 후 신할라어가 스리랑카의 국어가 되었고 영어에 능통한 자프나-타밀인들은 그 나라에서 유리한 위치를 빼앗겼다. 우리의 정치적 장래를 모색하는 학생회 대표로 모인 자리였기 때문에 문학에 관한 생각은 곧 접어놓았다. 실론의 모임은 알고 보니 나중에 (1951년 12월) 델리에서 열릴 대회의 준비 성격이었다. 유엔 인도 학생협회에서 주최한 그 대회에는 우리 학생회의 집행위원 네 명이 대표로 선출되었다. 유엔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의 희망에 발판을 둔 행사였다. 인도 정부는 회의를 위한 강당 같은 시설과 공공숙소를 제공해 주었다. 우리가 묵은 메트카프 하우스 숙소는 인도행정부의 훈련원으로 쓰는 시설이었다. 행정부 간부 수준의 대접을 받은 것 같다. 5성급 호텔은 아니라도 황송한 대접이었다. 방에서 줌나 강이 내다보였고, 그 앞은 잘 가꾼 정원이었다. 겨울이라서 강물은 둑에서 멀리 떨어진 개울 같았다. 아침마다 여인들이 개울가로 빨래하러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콜롬보 회의와 달리 이번 회의는 정치를 당당히 앞세웠다. 유엔에서는 젊은 미국인 변호사 스티븐 슈웨벨을 대표로 보냈는데, 유엔 학생협회 창립자의 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지낼 인물이다.) 슈웨벨의 이상주의에는 전염성이 있어서 많은 참석자가 유엔을 세계평화의 핵심 기관으로 지지한다는 선서를 했다. 어느 날 저녁 자와할랄 네루 수상의 연설에도 감명받았다. 청년들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열정적으로 토로하는 것을 들으며 세계적 지도자 한 사람이 30개국 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내준 데 모두 깊은 감사를 느꼈다. 새 친구 둘이 특히 격한 감동을 보였다. 하나는 푼잡 출신의 파키스탄 여학생이었는데, 가족이 라호레로 옮겨갈 때의 고난을 이야기하고 반대 방향으로 옮겨야 했던 사람들의 고난에도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도에 오기 전에 이 분단의 비극에 관해 읽은 것이 있기는 했으나 파키스탄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또 하나는 이스라엘 청년이었다. 이집트 출생인데 하가나에 참여하러 팔레스타인으로 갔다가 폭약을 다루면서 폐가 손상되어 군인의 길을 포기하고 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했다. 반식민주의와 홀로코스트 이미지의 맥락 속에서 이스라엘 친구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가장 깊은 인상을 내게 남겨준 사람은 로밀라 타파르였다. 역사학도 로밀라는 인도 고대사를 새로 공부해서 무굴제국 이전의 인도 역사를 우습게 여기던 많은 영국인 학자들의 태도를 바로잡을 결심을 토로했다. 그런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역사학도를 처음 봤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 지식의 허술함을 탄식하기도 했지만 역사를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일어났다. 여러 해 후 런던의 SOAS에서 박사과정 학생으로 다시 만날 때 로밀라는 몇 안 되는 고대인도사 연구자 A.L. 배셤 교수 밑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 내 마지막 정치적 학생운동, 사회주의클럽 1950년의 뜻하지 않은 마닐라 여행이 “말라야” 문학을 향한 내 뜻을 한 차례 잠재운 것처럼, 국제적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간 델리 여행은 나를 현실정치에서 돌려세우고 역사학 쪽에 관심을 키워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현대중국사 공부를 해나갈 수 없는 사정을 확인했을 때 2천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갈 엄두를 내는 데는 고대사에 대한 로밀라의 열정에서 얻은 용기가 큰 몫을 했다. 실론과 델리 여행에서 나는 지역의 정치적 변화에 관해 아는 것을 수시로 재점검할 필요를 깨달았다. 콜롬보에서 신할라족 불교도와 타밀족 힌두교도 사이의 긴장을 알아보았지만, 나중에 서로를 무자비하게 죽이러 나설 만큼 격화되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싱가포르의 마리아 헤르토그 폭동을 보고 종족 간 관계가 얼마나 불안한 것인지, 종족 사이 또는 종교 사이의 잔인한 전쟁이 얼마나 쉽게 일어날 수 있는지 경계심을 갖고 있었다. 델리 공항 도착 후 몇 마일에 걸친 난민촌을 지나가는 것은 매우 불편한 경험이었다. 인종적 민족주의를 비롯해 분노와 잔인성을 부추겨 보통사람들을 살인자로 만드는 어떤 종류의 배타주의에도 반대하는 내 입장은 갈수록 굳어졌다. 실론과 인도 방문은 내게 깊은 경각심을 일으켰다. 식민통치의 상처를 분명히 볼 수 있었고, 또 식민지에서 국가를 만들어내는 힘겨운 과업이 이제 겨우 시작되었고 엄청난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멀리 있는 중국을 내 나라로 생각하는 중국인으로 키워진 사실이 심각하게 생각되었다. 말라야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하더라도, 종족이 민족정체성의 핵심이 된다면, 그 노력이 얼마나 보람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긍정적인 면도 없지는 않았다. 신할라족 친구는 법치에 대한 믿음의 공유에 미래의 희망이 있다고 했고, 탐비무투의 삶은 영어의 문학적 유산이 우리의 다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류의 장래에 대한 슈웨벨의 믿음에는 희망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깊은 뿌리를 이해하는 데 큰 가치가 있다는 로밀라 타파르의 믿음은 오래된 과거를 존중하는 든든한 마음을 내게 심어주었다. 귀국 후 나는 학생회 활동을 줄이고 졸업반에서 할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전공 결정에서 경제학과 역사학 사이에 아직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경제학 쪽이 유용한 길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경제현상 분석이나 경제정책 작성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컸다. 출신과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가운데 역사 공부가 인간의 조건을 시간을 두고 살펴보는 열린 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를 학생운동에 붙잡아매는 일 하나가 남아있었다. 새 국가에 약속된 민주주의에 우리 자신을 준비시키는 방법으로 정치클럽 결성을 허가해 달라고 학교당국을 설득하려 애쓴 일을 앞에 적었다. 학교당국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는 기쁘고 놀라운 일이 1953년에 일어났다. 그래서 사회주의클럽을 만들었고, 좌익활동의 체포 경력 때문에 부담이 있던 제임스 푸투치어리를 대신해 내가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때 나는 학문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논문 작성을 시작해 놓았고 정치 참여에 더 관심이 없었다. 학생들이 공개적으로 정치를 토론할 권리를 가져야 하고 그들이 새 국가의 목적을 체화하는 데 그 권리가 도움이 될 것을 나는 믿고 있었다. 회장을 맡아 클럽의 발족에 참여한 다음 곧 후배들에게 운영을 넘겼다. 나처럼 정치인이 될 생각 없이 사회주의 진흥 자체를 바라보는 학생이 많았으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치에 직접 참여하려는 학생들도 클럽에 모였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1954년 클럽 간행물 〈Fajar〉 편집진을 체포한 강압적 조치가 역효과를 일으켜 여러 사람이 졸업 후 활동가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그들을 도와준 사람 중에는 노동조합 지지자로 알려진 젊은 변호사 리콴유가 있었다. 경찰 조치에 분노한 클럽 회원들을 그가 열심히 도와준 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해 말 인민행동당(PAP) 결성에 많이 참여하게 된다. 1954년 중엽 내가 논문을 끝내고 영국으로 떠날 때까지 사회주의클럽이 정치적 의욕을 가진 학생들의 한 구심점으로서 평판을 누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했다. 김기협([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서울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1번 출구. 아파트와 상가가 빼곡한 서울의 여느 거리와 조금도 다를 것 없는 이 동네가 요즘 들썩인다. 파란의 주인공은 바로 ‘답십리 고미술 상가.’ 낡은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에 골동품을 파는 고색창연한 가게들이 오밀조밀 밀집해 있는 곳이다. 지난 7일 답십리 고미술 상가를 찾았다. 고미술품 마니아거나 전문가가 아니면 감히 다가가기 힘든 풍모의 가게들이건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찰칵이며 핸드폰 사진을 찍는 이들로 상점 복도가 분주했다. 지금 답십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골동품 거리에 하루 1000여명 방문객 새로운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오래된 답십리는 요즘 방문해야 할 1순위 장소다. 누군가는 답십리를 ‘제2의 을지로’ ‘제2의 성수’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부터 인스타그램·엑스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답십리를 태그한 게시물들이 늘기 시작했다. 16일 기준 인스타그램 #답십리 태그 게시물은 9만 6000개를 기록했다. 답십리 고미술 상가는 1980년대 청계천·아현동·황학동 등에 흩어져있던 고미술상이 한곳에 모여들면서 형성됐다. 답십리역 삼희아파트 2·3·5·6동과 인근 장한평역의 우송, 송화 빌딩 1층 상가를 아우른다. 고(古)미술. 말 그대로 오래된 미술품들을 취급하는데 흔히 골동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수집 가치가 있는 오래된 서화·기물을 중심으로 국내선 주로 조선·개화기·일제강점기·1950~1980년대의 거래가 활발하다. 크게는 문갑·사방탁자 같은 큰 목가구부터 벼루·놋그릇·수저 같은 작은 물건들까지 그 품목이 매우 다양하다. " “1000년 전 찻잔에 차 마셔보니까 어떠세요?” " 답십리에서 26년간 ‘예명당’을 운영하는 정영섭 대표가 이곳의 명물인 누빔 함을 보러 온 손님들에게 고려 시대 찻잔에 가루차를 내어주면서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대비 몇 배는 손님이 는 것 같다”며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옛 물건들을 직접 만져보고 가까이 볼 수 있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특히 예명당에서 직접 만든 누빔 함은 요즘 한 달 기준 20~30점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사실 이런 변화는 꽤 최근에 생겼다. 지난해 1월 문을 열었다는 소품상점 ‘고복희’의 김성호 대표는 “문 열고 9월까지는 사람이 없어서 주로 어르신들이나 외국인들로 하루 4팀 정도 왔다”며 “하반기부터 사람들이 몰리더니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 1000명 정도 방문한 것 같다”고 열기를 전했다. 공급자의 변화, 어려운 고미술품 ‘해석’ 해준다 답십리의 갑작스러운 인기에는 요즘 생긴 2세대 가게들이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초부터 차례로 문을 연 ‘고복희’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 ‘오브’가 그들이다. 주로 디자인·패션 업계 출신으로 고미술품에 젊은 감각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브(of)는 성수동에서 팝업 플랫폼 프로젝트 렌트를 운영하는 최원석 대표의 새로운 아지트다. 본래 고미술품에 관심이 많아 한·두 점씩 수집하다가 지난해 11월 고미술품 큐레이션 상점 오브를 열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책가도를 콘셉트로, 검은색 선반 위에 최 대표의 취향을 반영한 고미술품을 오브제(정물)처럼 올려뒀다. 오래된 것이 주는 기쁨이라는 의미의 고복희는 김성호˙김지은 부부가 운영한다. 역시 골동품을 좋아해서 마냥 모으다가, 장한평역 인근에 '고복희 아틀리에'를 시작으로 지난해 1월 답십리에 소품 상점 ‘고복희’를 열었다.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는 패션 빈티지 숍 ‘수박 빈티지’ 김정열 대표와 동료들이 열었다. 오래된 목가구와 스니커즈를, 소반과 티셔츠를 나란히 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오브’ 와 ‘고복희’는 토요일에만 운영한다. 이들의 특징은 고미술품을 새롭게 편집하고 해석한다는 점이다. 상점마다 복도까지 쏟아져 나올 정도로 빼곡한 골동품들은 다양한 물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벽으로 다가가기 쉽다. 오브와 고복희, 호박 포크 아트 갤러리는 가진 모든 물건을 망라하기보다 여백을 두고 선별해 진열한다. 발굴의 부담이 아니라 발견의 재미를 살린다. 또한 이들은 골동품이 단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의 일상에 뒤섞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세운다. 오래된 좌불을 북엔드(책 지지대)로 쓰거나, 조선 시대 청사초롱에 천을 덧씌워 거실 스탠드로 개조하는 식이다. 우리나라 고미술품과 함께 유럽 빈티지 가구, 현대 작가의 작품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 내 일상에도 골동품 한 점쯤 더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미감의 변화, ‘코리안 빈티지’가 궁금해 공급자의 변화는 수용자의 변화를 전제한다. 한국적인 것이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한국의 고미술품을 새삼 들여다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 것이 이렇게 현대적이었어?’라며 놀라곤 한다. 고려 시대 호리병에서 세련된 마블 무늬의 흔적을, 조선 시대 약장에선 미드 센추리 모던(1940~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한 인테리어 양식)의 반듯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동안 우리는 국산보다 외국산에 쉽게 아름다움의 기준을 두곤 했다. 우리 것보다 서양의 것이 더 세련됐다는 인식이다. 그런데 서양의 것을 오래 보다 보니 우리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관점은 과거를 경험한 적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 더 유효하다. 김성호 고복희 대표는 “빈티지 가구 위에 둔 가야 토기를 보고 유럽이나 아프리카 토기인 줄 알았다며 놀라는 분들이 많다”며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고미술품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7일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의뢰인과 함께 시장 조사를 나왔다는 공간 스타일리스트 박소현 씨는 “해외에 좋다는 디자인 가구·조명 다 써봤고, 이제 더 새로운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오게 됐다”며 “워낙 요즘 사람들이 유럽 빈티지에 익숙해서 한국 빈티지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말했다. ‘케데헌’이 불 지핀 문화 자부심 지난 15일(현지시각)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을 수상했다. 축하 무대에는 한복 입은 소리꾼과 사물놀이 악사, 갓을 쓴 무용수들의 전통춤 퍼포먼스가 올랐다. 수상 후에는 “한국과 전 세계 한국인에게 바친다”는 메기 강 감독의 소감이 나왔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 주류 문화의 심장부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사건이다. 답십리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의 근간에는 무엇보다 자부심이 깔려있다. 우리도 사실 좋은 것을 만들 수 있고, 우리의 옛것이 멋지고 근사하다는 새로운 발견이다. 최원석 오브 대표는 “따라 할 걸 다 따라 해보고 외국 것이 시큰둥해질 무렵, 문화 사대주의의 틀을 깬 결정적 콘텐트가 ‘케데헌’이었던 것 같다”며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를 저렇게 즐기고 ‘힙’하다고 해주는 데에서 어떤 확신을 본 게 젊은 세대들에게 의미 있지 않았나”라고 분석했다. 평소 한국의 옛 물건으로 집을 꾸미는 것을 즐긴다는 이연화 문화 기획자는 “자기 얘기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다른 문화를 동경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문화와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가 흥행하고 고미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물건이나 상품으로 이어진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유지연([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2017년 7월 어느 늦은 밤, 법무부 고위 간부 A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발신자는 취임 두 달 차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술기운이 섞인 목소리로 윤석열이 꺼낸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그 친구 좀 주십시오. 꼭 필요합니다.” ‘그 친구’는 윤석열이 3차장검사로 점찍은 한동훈이었다. 특수부·강력부·금융조사부 등 인지수사 부서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 엘리트 특수통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자리였다. 당시 검찰 내 인적 구성상 한동훈의 3차장 발탁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직전 차장이 사법연수원 22기였던 반면, 한동훈은 27기였다. 단숨에 5개 기수를 건너뛰는 인사에 법무부 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당시 인사를 반대했던 간부 A는 이렇게 회고했다. “최소한 26기라도 거치는 것이 순리라고 봤다. 하지만 윤석열의 의지가 워낙 강했고, 검찰의 기수 문화를 깨고 싶어 했던 당시 청와대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결국 인사가 관철됐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3월, 대선 승리 직후 한동훈이라는 이름은 다시 한번 정권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이번 발신자는 김건희 여사였다. 김 여사는 당시 당선인 참모 E에게 전화를 걸어 의중을 물었다.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 어때요?” 참모 E가 “서프라이즈 카드”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김 여사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그래요? 그럼 발표 때까지 보안 꼭 지켜주세요.” 당시 김건희의 차분한 반응이 어떤 의미였는지 E가 알게 된 건 한참 뒤의 일이었다.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건희 다짜고짜 “한동훈 어때”…尹 당선 며칠 뒤 걸려온 전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1809 📺영상으로 보는 실록 윤석열 시대 윤석열 정권 1060일 동안 용산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더중앙플러스는 지난 정권 당시 용산·여의도 및 그 주변에서 활약 또는 암약했던 핵심 공선(公線)·비선(秘線) 인사 수십 명을 직접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그 결과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대거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중앙플러스를 통해 연재되고 있는 ‘실록 윤석열 시대’를 이제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증언을 토대로 AI로 재구성한 영상을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실록 윤석열 시대-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의 실체를 파봤다 "더는 못살겠다, 이혼할거야" 상처투성이 尹 ‘포시즌스 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512 ‘우당탕!’ 김건희 악쓰면 끝났다…이혼한다던 尹 어이없는 투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368 계엄 실패 뒤 귀가한 尹…"김건희 드잡이" 부부싸움 목격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745 “니가 뭔데! 내가 대통령이야!” 尹 폭언, 공동정부 끝장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6965 “김건희는 한동훈 싫어했어” 친한계가 전한 뜻밖의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2671 김지선([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야구 월드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최종 승자는 베네수엘라였다.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 등 중남미 국가가 WBC에서 선전한 이유가 관심을 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WBC 결승전에서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했다. 일본을 8강, 이탈리아를 4강에서 꺾은 베네수엘라는 결승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까지 제압했다. 베네수엘라 선수진은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방불케 했다. 출전 선수 30명 중 MLB에서 뛰는 선수가 27명이었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에우제니오 수아레스(시애틀 마리너스), 살바도르 페레스(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타선과 레인저 수아레스(필라델피아 필리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투수진이 두루 화려했다.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이 4강, 푸에르토리코가 8강에 각각 오르는 등 중남미 카리브해 연안 국가 성적이 두드러졌다. 한국에 10-0 ‘콜드 게임’ 충격 패를 안긴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 3~5번 중심 타선에 ‘몸값 1조원’ 후안 소토(뉴욕 메츠)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MLB 대표 강타자를 배치했다. 반면 전통의 야구 강국 쿠바는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WBC에서 베네수엘라·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가 뜨고 쿠바가 지는 기류는 MLB 선수 구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MLB 사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 선수 1471명 중 미국 국적(1081명)이 단연 1위다. 도미니카공화국(144명)과 베네수엘라가(93명)가 뒤를 이었다. 쿠바 국적 선수는 34명으로 격차가 있었다. 오히려 푸에르토리코(27명)와 비슷했다. 베네수엘라·도미니카공화국 출신 MLB 선수가 많은 건 뿌리 깊은 원정 스카우트 시스템 때문이다. 도미니카에는 MLB 구단이 직접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가 많다. 여기서 10대 초반부터 실력을 키운 유망주를 스카우트하는 구조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경제 위기로 시스템이 많이 무너졌지만, 과거 MLB 구단이 유소년 아카데미를 꾸려 운영해 온 저력이 아직 남아있다는 평가다. 반면 쿠바는 미국과 불편한 외교 관계로 야구까지 고난의 행군 중이다. 위 국가와 달리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MLB 계약을 맺기 어려워 (진출하려면) 망명까지 선택해야 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트럼프 1기(2017~2020년) 시절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MLB 진출이 어렵다 보니 국가 주도로 탄탄하게 명맥을 이어온 쿠바식 야구 시스템마저 흔들리고 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방화범은 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주말 야간시간대를 노린다. 또 낙엽 등 가연성(可燃性) 물질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이 같은 방화범 특성을 바탕으로 바위 상태, 토양색, 산불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화재 원인을 판단한다. ━ 최초 발화지 규명 등 단서와 증거 찾아 경남 함양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방화범이 최근 검거된 가운데 산림청의 산불 감식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산림청 감식반을 중심으로 최초 발화지를 규명하는 등 방화검 검거에 중요한 단서를 찾았기 때문이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16일 산불 방화혐의로 A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15년 전 울산에서 96차례 산불을 내다 붙잡힌 희대의 연쇄 방화범 ‘봉대산 불다람쥐’였다. 함양 산불은 지난달 21일 오후 함양군 마천면 창원리 야산에서 시작돼 40시간이 지난 뒤에야 주불이 진화됐다. 이 불로 임야 234㏊가 탔고 피해액은 9억5449만원에 달했다. ━ 방화범은 불이 잘나 관심 끌 상황 선호 불이 꺼지자 산림청 산불 감식팀은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요원 등과 현장에 출동했다. 감식팀은 우선 산불이 날 당시 기상 조건과 시간 등을 분석하고 누군가 일부러 불을 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감식팀에 따르면 방화범은 산불이 확산하기 좋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조건을 고른다고 한다. 또 바람이 강하고 가연성 물질이 많으면서 사람 접근이 어려운 산 중턱 등을 찾는다. 또 주말 야간시간대를 택하는 습성이 있다. 함양 산불이 발생한 것도 토요일(21일) 오후 9시 14분쯤이었다. 발생 장소도 가파른 경사에 암반이 많은 해발 800m 안팎의 고지대였다. 한때 순간풍속 초속 20m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평균풍속도 초속 6m 안팎이었다. 산림청에 따르면 초속 6m의 바람만 불어도 무풍(無風)일 때와 비교해 산불 확산 속도는 26배 빠르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뉴스에서 산불 소식을 보면 희열감을 느꼈다”며 “불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산림청 원명수 산불연구과장은 “방화범은 자신의 행위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함양 산불 상황은 그동안 보여온 방화범 습성이 거의 그대로 재현된 사례”라고 말했다. ━ 최초 발화지점은 불길 강해 바위가 깨지기도 산불감식은 함양 현장에서 산불이 끝난 지점부터 역으로 훑는 식으로 진행했다. 가로·세로 1m씩 격자 모양으로 구역을 세밀하게 구분해 그을음 정도나 토양색깔, 바위 상태 등을 면밀히 조사한다. 불에 탄 흔적의 형태도 주요 관찰 대상이다. 감식의 주요 목적은 최초 발화지점을 찾는 데 있다. 최초 발화지점은 화력이 강해 다른 곳보다 토양이 더 검게 변하고 심한 경우 바위가 깨지기도 한다. 또 그을음도 더 높게 올라간다. 최초 발화지점은 불에 탄 흔적이 ‘V’자 형태를 띤다고 감식팀은 설명했다. 경사진 곳에서 발생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V자 형태를 띠고 산 위로 급속히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발화지를 찾는 것은 산불 원인을 확인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사 과정"이라고 했다. ━ 담배꽁초에서 DNA채취도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 “최초 발화지점을 찾으면 담배꽁초나 라이터 등 발화 원인이 될 만한 증거물을 찾을 수 있다”라며 “담배꽁초는 타더라도 필터 부분은 덜 탄 채 형태가 유지된 경우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담배꽁초 필터 부분에는 DNA도 채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식 작업에는 고해상 카메라, 돋보기, 금속탐지기, 드론 등 장비가 동원된다. 금속탐지기는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금속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권 박사는 “예를 들어 군 사격장에서 날라온 포탄이나, 풍등을 날리다 불이 날 경우 남아있는 금속이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산불감식팀은 감식 결과를 토대로 '방화범 소행'으로 결론을 내리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주민 신고 내용 등까지 참고해 방화범 검거에 나섰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를 감식했다. 권춘근 박사는 “산불감식은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인명 사망 원인 등을 조사하는 것과 유사하다”라며 “대부분의 산불은 사람 때문에 발생하는 만큼 과학적인 감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현([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미국이 이란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지하 미사일 기지 제거를 위해 최신형 벙커 버스터인 GBU-72 유도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지하 시설의 원조 격은 북한인데, 이번 사태를 통해 ‘북한 맞춤형’ 벙커버스터의 실전 성능이 검증됐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을 주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이란 강화 방어 미사일 기지들에 5000파운드(2.3t급) 심층 관통탄 여러 발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지들의 대함 미사일은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 통상에 위협을 가해왔다”고 덧붙였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에 쓰인 무기를 공식 밝히진 않았지만, 미 CNN과 폭스뉴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GBU-72 어드밴스드 5K 관통탄(벙커 버스터)이 투하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이 인질로 쥐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해 미국이 대함 미사일의 기반 시설 제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함이나 상선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접근할 때 피격당하지 않으려면, 인근의 미사일 기지를 무력화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에 투입된 GBU-72는 2021년 10월 미 공군이 에글린 시험 비행대에서 처음 발사하며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6월 ‘한밤의 방치(Midnight Hammer)’ 때 포르도를 포함한 이란의 주요 핵 시설 3곳을 때린 ‘현존 최강 벙커 버스터’ GBU-57 MOP(초대형 관통 폭탄)보다는 관통력이 낮지만, 기존의 GBU-28, GBU-31 등보다는 성능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GBU-57은 강화 콘크리트를 60m까지 돌파할 수 있고, GBU-28은 약 4~6m를 뚫을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GBU-57은 B-2 폭격기로만 운반이 가능한 전략 무기로 꼽히는데, GBU-72는 F-15E 전투기 등으로도 투하할 수 있어 전술적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다. 미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2021년 10월 첫 시험 이후 미 공군은 친이란 성향 후티 반군의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데 GBU-72 벙커 버스터를 쓴 적이 있다. 앞서 이란 국영 매체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지하 시설에 샤헤드형 자폭 드론과 미사일 수 백기를 보유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이런 지하 시설은 북한이 원조로 꼽히는데, 이번 작전에서 미국이 이란의 지하 시설을 초토화했다면 이는 곧바로 북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북한은 6·25전쟁 때 미군 주도 유엔군의 공중 폭격의 위력을 실감한 뒤 전 국토를 요새화 했다. 분석에 따라 다르지만, 화강암 지대에 6000개~8200개까지 지하 시설물을 건설했다는 말도 있다. 고(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북한 지휘부가 유사시에 숨기 위해 평양 지하 300m 지점에 거대한 은닉 시설을 만들어놨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은 앞서 2023년 12월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때 직선형 터널에서 이동식발사대(TEL)를 이동시키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는 ICBM 등 전략 무기도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는 의미로 읽혔다. 한국도 재래식 무기지만 고위력·초고위력 탄두로 지하 시설을 파괴하는 벙커 버스터 현무-Ⅳ·Ⅴ가 있다. 현무-Ⅳ는 탄두 중량이 2t, 현무-Ⅴ는 8t에 달한다. 핵탄두 없이도 외기권까지 상승, 마하-10 이상의 빠른 속도로 하강해 운동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다량을 투하할 경우 전술핵 수준의 파괴력을 구가할 수 있으며, 지하 100m까지 뚫을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유정([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조카가 삼촌 만나러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특사 자격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7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을 만나 건넨 인사다. 모하메드 대통령은 “이렇게 와준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취지로 말하며 강 실장을 반겼다고 한다. 강 실장이 UAE 최대 구성국인 아부다비 아미르국 알흐얀 왕족의 국왕 모하메드 대통령을 ‘삼촌’으로 호칭한 건 지난달 강 실장이 방문했던 당시 모하메드 대통령이 ‘삼촌’ ‘조카’ 호칭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부모·자식 뿐 아니라 조부모·친척까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슬람 문화에서 가족 호칭은 상당한 신뢰를 상징한다. 이번 특사 방문이 특히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이 UAE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덕에 모하메드 대통령은 각별히 환대했다고 한다. 강 실장과 특사단의 UAE 순방이 오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여서다. 특사단은 16일 0시쯤 두바이행 직항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떠났지만, UAE 도착 직전 두바이 공항이 이란의 공격으로 폐쇄됐다. 항공기가 인근 대체 공항에 임시 착륙한 탓에, 비행기 안에서만 약 5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귀국 때도 특사단이 탑승한 비행기가 이륙한 지 30분 만에 공항이 다시 폐쇄됐다고 한다. 강 실장은 18일 귀국 후 브리핑에서 “하루에도 몇번씩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며 “저희가 도착한 오전 10시 30분에도 특정 항구가 공격 받기도 했다”고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사선을 건넌 방문에 UAE와의 원유 공급 논의는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UAE가 추가로 120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UAE는 그 이상인 1800만 배럴의 원유를 흔쾌히 공급하기로 했다. 우선 공급권을 뜻하는 “넘버 원 프라이어리티(Number 1. Priority)”라는 표현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UAE 당국자들이 자체 회의를 거쳐 나온 표현이었다고 한다. 강 실장도 원유 공급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적어도 원유가 공급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은 확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UAE 원유가 특히 중요한 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때도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이다. UAE는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지 않고도 원유를 해외로 실어나를 수 있는 우회로를 갖고 있다. 아부다비 유전은 370km 파이프라인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바깥 쪽에 위치한 푸자이라(Fujaira)항까지 연결되다. 매일 공급 가능한 원유가 180만 배럴에 달한다. 이곳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이 출발하면 이론상으론 약 2주 만에 한국 도착도 가능하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 때문에 세계 주요국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대체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17일(현지시간) 모하메드 UAE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원유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선 미국 알래스카 원유 공급이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명시적인 발표는 없었다. 실망한 일본 네티즌들은 UAE 방문 성과를 보고한 강 실장의 X(옛 트위터)에 찾아와 “한국은 믿음직한 대통령을 선택했다”(@mokushiroku_rei) “한국은 멋진 성과를 거두었지만, 일본은 바보 같은 총리의 탓에 이미 끝났다”(@8fisxQZ441Amh2M) “한국인이 부럽다”(@myu_00S) 같은 댓글을 남겼다. 오현석([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건강검진을 하다보면 종종 담석이 발견된다. 담석은 말 그대로 담낭(쓸개)이나 담관 내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결석처럼 단단해진 걸 말한다. 담석이 있다고 무조건 제거하진 않는다. 하지만 통증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성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말을 바탕으로 담석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을 정리했다. ━ 담석 환자 80% 이상 무증상, 합병증↓ 담석증은 성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물·콜레스테롤·지방 등으로 이뤄진 담즙 성분의 불균형이나 담낭 운동 기능 저하로 발생한다. 특히 담즙 내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거나 담즙 정체가 지속되면 잘 생긴다. 담석 환자의 53.8%가 '콜레스테롤 담석'이란 국내 연구도 있다. 비만·대사질환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국내 담석증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담석 비율은 50세 미만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 복부 비만과 고지방 식습관, 당뇨병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국의 유병률은 2~2.4% 수준으로 미국(10%), 유럽(5.9~21.9%)보다 낮은 편이다. 담석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건강검진 초음파 검사 등을 받다가 우연히 확인한다. 무증상 담석의 경우, 합병증 발생률이 0.1~0.3%로 낮다. 정성원 교수는 "무증상 담석은 평생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많아서 예방적 수술을 일률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복통 반복되는데 소화불량? 수술 필요 하지만 담석에 따른 이상 증세가 나타나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상이 '담도산통'이다. 오른쪽 윗배나 명치 부위에서 갑작스레 통증이 시작된다. 또한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에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증은 쥐어짜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등이나 오른쪽 어깨로 퍼지기도 한다. 담석으로 인한 복통이 생기거나 급성 담낭염·담관염·담석성 췌장염이 동반됐다면 수술을 받는 게 좋다. 또한 담낭 벽이 석회화된 '도자기 담낭', 3㎝ 이상의 큰 담석 등이 있는 환자도 예방 차원의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고령, 고위험 기저질환 환자도 마찬가지다. 담석증의 가장 표준적인 치료법은 복강경 담낭절제술이다. 절개 범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엔 로봇을 활용한 담낭절제술도 일부 쓰이고 있다. 정성원 교수는 "담석증은 흔한 편이지만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다. 복통이 반복되거나 황달·발열 등의 증상이 있다면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매년 100만명의 상춘객이 찾는 전남 광양의 매화축제가 이른바 ‘돌멩이 군밤’ 논란 속에서도 역대 최대 입장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광양시는 ‘매화축제장에서 돌멩이가 든 군밤이 판매됐다’는 논란이 일자 축제장 안팎의 노점들에 대한 단속·계도를 강화하고 나섰다. 광양시는 20일 “올해 광양매화축제장 외곽 노점에서 판매된 음식 중 ‘밤 대신 돌이 들어있었다’는 SNS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노점상의 단순 부주의에 의한 해프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지난 13일 매화축제장에서 구매한 군밤 봉지에 돌멩이가 담긴 모습을 찍은 영상이 퍼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게시자는 ‘(군밤 봉지의) 무게가 가벼워서 몇 개 들어있는지 보려고 영상을 찍었는데 돌이 3개 들어있더라’며 ‘당일 투어로 인해 시간이 촉박해서 따지지 못했다’고 썼다. 광양시는 ‘돌멩이 군밤’ 논란이 확산되자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SNS상에서 문제가 된 군밤 노점상을 비롯해 전체 노점상에 대한 단속·계도에도 착수했다. 또 식품·건축·도로 등 5개 분야에 공무원 53명을 투입해 위반 행위 발견 시 고발 및 행정 처분을 하기로 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축제장 외곽의 군밤 판매상 10여곳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 노점상의 부주의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다수 나왔다”며 “판매상 대부분이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매대에 올려둔 돌이 봉지에 들어갔거나 홍보용(DP) 상품을 잘못 줬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또 “현장에서 만난 노점상들은 ‘조리 음식도 아닌, 군밤을 팔면서 돌을 넣기는 힘들다. 판매와 동시에 들통날 게 뻔한데 돌을 건네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수로 들어갈 수는 있었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돌멩이 군밤’ 영상을 SNS에 올린 게시자 또한 이튿날 추가로 올린 글에 비슷한 성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댓글 말대로 DP 상품을 준 것 같다. (축제장 내 다른 곳에서) 후에 산 군밤은 맛있었다’고 썼다. 광양시는 ‘돌멩이 군밤’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피해자에 대한 보상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올해 매화축제는 연일 상춘객이 전국에서 몰리고 있다. 지난해 꽃샘추위 여파로 ‘꽃 없는 꽃축제’를 연 것과는 달리 올해는 개화 시기와 축제 일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광양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막한 축제를 전후로 18일 현재까지 43만557명이 매화축제장을 다녀갔다. 이중 9만4046명이 매표소 운영시간에 축제장을 찾아 4억1500만원의 입장료 수익을 올렸다. 광양시는 축제가 폐막하는 오는 22일까지 10억원에 달하는 유료 입장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양 매화축제는 매년 반복되는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4년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다. 광양시는 축제장 입장료 도입 후 2년간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유료화 3년째인 올해 매화축제장 입장료는 성인 6000원, 청소년 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000원 인상됐다. 입장료는 전액 지역상품권으로 환급돼 축제장과 다압면 일대 상권, 중마시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광양시는 매년 매화축제가 끝난 후에도 상춘객의 발길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점과 노점들에 대한 상시 단속·계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돌멩이 군밤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SNS상에 올라온 군밤을 판 노점상을 찾고 있다”며 “조사 결과 단순 실수에 의한 것임이 밝혀지더라도 축제장 안팎의 현장 점검과 단속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 관광객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경호([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상급종합병원과 국립의과대학이 없는 지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무는 곳. 인구 약 250만 명이 거주하는 경상북도의 현실이다. 최근 교육부의 의대 정원 배정안 발표로 의대 증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경북은 의대와 종합병원 등 의료 인프라 자체가 취약해 단순 정원 확대만으로는 ‘의료 사막’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국립의대 신설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경북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024년 기준 2.26명이다. 세종(2.17명)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서울(4.67명), 광주(3.83명), 대구(3.64명) 등 주요 도시뿐 아니라 전국 평균인 2.71명에도 크게 못 미친다. 도내에서도 안동·포항 등 일부 거점 도시를 제외하면 군 단위 지역의 경우 의사 수가 1.0명 미만인 곳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의료 공백은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도내에 상급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중증 질환 환자들은 인근 대도시나 서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실정이다. 경북도와 안동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의대 유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공의대와 지역의대를 설립해 2030년부터 각각 100명 규모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지금이 유치의 적기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동시는 국립의대와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면서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도심에 위치한 옛 안동경찰서 부지와, 신도시로 신축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안동의료원 부지를 신설 국립의대 캠퍼스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안동병원·성소병원·안동의료원 등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한 공동 수련병원 체계를 구축하고, 의료연구 및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경북도청 신도시 2단계 개발지구 내 ‘메디컬 콤플렉스’에 상급종합병원을 건립해 지역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국도 확장을 통해 경북 북부권 전역에서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한 의료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도 지난 11일 최교진 교육부 장관을 만나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에는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전제로 한 의대정원 배정안 마련 ▶국립의대 신설 시 필요 인력인 연평균 132명 수준의 증원 가능성 검토 ▶교육부·보건복지부·경상북도가 참여하는 ‘경북 국립의대 신설 협의체’ 운영 등 세 가지 핵심 사항이 담겼다. 임 위원장은 “경북에 국립의대가 없으면 지역 의사 양성 거점이 부족해 지역의사제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경북 북부에 국립의대를 설립해 지역에서 교육·수련·정착까지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석([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1일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 특수를 노리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팬심을 잡기 위한 특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부터 지도 플랫폼, 이동통신사까지 이번 초대형 이벤트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뽐내며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공연 생중계에 올인하는 넷플릭스 IC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이날 BTS 컴백 공연을 전 세계 190개국에 생중계한다. 넷플릭스가 대형 K팝 공연을 라이브 형식으로 선보이는 건 이례적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라이브 전용 운용 모드에 돌입했다. 이는 대규모 동시 접속이 발생하는 상황을 대비한 비상 운용 체계다. 전체 시스템 인프라가 생중계 처리에 우선 배치된다. 트래픽 과부하를 자동 분산하는 로드 밸런싱 기술 등도 적용한다. 트래픽 과부하로 생중계가 잠시라도 지연되면 시청자 불만이 급증할 수 있어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번 공연 생중계로 시청 트래픽 증가와 신규 구독자 유입을 노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번 생중계 인프라를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를 통해 구축했다. AWS는 이번 공연을 위해 데이터센터 두 곳을 활용한다. 1초에 3800만 건의 트래픽을 모니터링하며, 과부하로 인한 끊김 사고에 대비할 예정이다. AWS 관계자는 “한국은 디지털 콘텐트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생중계 기술을 검증하는 데에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도 긴장, 기지국 18대 배치 국내 통신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날 광화문 일대에는 최대 26만명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통신사들은 순간 트래픽이 몰려 휴대전화나 모바일 서비스가 먹통이 될 수 있어 네트워크 장비를 대거 추가 설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공연 당일 광화문 일대에 이동 통신 기지국 18대와 중계기 17개를 배치할 예정이다. 통신 3사는 트래픽 과부하를 막기 위해 각 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 기반 네트워크 운영 시스템도 가동한다. 지도 플랫폼도 신기술 서비스 선보여 지도 플랫폼 기업들도 안내 기능 등 관람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네이버 지도는 공연장을 방문하는 이용자를 위해 주요 화장실, 게이트, 스크린, 안내데스크 등 주요 시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전체 구역을 실내 지도처럼 구성해 안내한다. 카카오맵도 서울시 시내버스 420여개 노선에 초정밀 버스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대규모 인파로 인해 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상황과 버스의 실제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배달 플랫폼 업체 배달의민족은 종로구·중구에 있는 소형 카페에 BTS 관련 한정판 음료 레시피를 제공한다. 원재료와 각종 부자재도 지원한다. 틱톡은 업로드 영상이나 프로필 사진에 쓸 수 있는 BTS 관련 디지털 스티커를 제공한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주소창에 링크를 붙여넣으세요. GPU 잡는 NPU 한국에 있다…AI반도체 2세대 승부사들 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랠리 다음, 한국 AI 반도체의 미래는? 엔비디아 독점에 반기를 들고 등장한 국내 AI 팹리스 유니콘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를 집중 해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이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이들의 진짜 무기와 30조 원대 글로벌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극복할 비장의 무기까지 싹 다 다뤘다. 떠오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나머지 반쪽, AI 반도체 생태계가 궁금하시다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093 AI 마스터 클래스 PDF북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 인공지능(AI) 모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데, 정작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생활은 뭐가 달라졌을까. 주변에 생성 AI 써서 덕봤다는 사람들은 줄줄이 나오는데. 막상 쓰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 ‘AI 마스터 클래스’ PDF북은 챗GPT, 제미나이부터 클로드, 그록까지 지금 가장 뜨겁게 관심을 모으고 있는 대표 생성 AI 서비스의 실전 활용 법을 다뤘다. AI뿐만 아니라, 노션·슬랙·옵시디언처럼 요즘 많이 쓰지만 막상 편리한 기능을 낱낱이 알기는 어려웠던 생산성 도구 활용법도 함께 소개한다. 이 정도는 너무 쉽다고? MCP 연결하기, X에서 여론 파악하기 같은 상위 1%만을 위한 심화 과정도 담았다. 챗GPT 한 번도 안 써본 사람부터 아직도 인터넷 검색을 수십 번 해가면서 보고서를 쓰고 있는 사람, 인포그래픽을 PPT 수작업으로 한땀 한땀 만들고 있는 사람, 하나하나 버튼을 눌러 메일을 보내고 있는 사람까지. 직장 업무부터 연구조사, 학업에 각 분야에 똑똑해진 생성 AI, 어떻게 쓰면 좋을지 싹 다 정리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1271 바이브 코딩으로 엑셀 지옥 끝…‘카카오벤처스’ 문과남 AI 고수 된 비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지식은커녕 코드 한 줄 쓸 줄 몰랐던 조현익 카카오벤처스 심사역은 최근 바이브 코딩(평소 쓰는 말로 코딩)으로 투자 기업 정보들을 한 화면에 볼 수 있는 웹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대시보드 개발팀에 인간은 조 심사역 한 명. 대신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내로라하는 ‘일잘러’ AI 에이전트들을 팀원으로 부렸다. 코딩 하면 겁부터 나는 문과 출신 직장인은 이번 리포트에 주목. 바이브 코딩 진입 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업무 효율을 위한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낼 문과생을 위한 코딩 비법이 여기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1271 오현우([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복귀 공연을 앞두고 시민·관광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이 투입된다. 2022년 10월 핼러윈 데이 당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를 계기로 강화된 대응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공연 현장에 최대 26만 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파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부터 지방자치단체까지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다. 26만명 인파 예상…통합현장본부 설치 서울시는 행사 전부터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 주재로 수차례 회의를 열고 안전 확보 방안을 점검해왔다. 행사 당일엔 오전 10시부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4층에 ‘관계기관 통합 현장본부(CP)’를 설치해 운영한다. 통합 현장본부는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본부장으로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중구·종로구, 경찰, 소방, 행사 주최 측 등이 참여한다. 인파 밀집 대응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을 담당하고,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질 경우 행사 중단 권고 조처를 내릴 수 있다. 현장 상황이 악화할 경우 즉시 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해 운영한다. 26만 명에 달하는 인파의 안전한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력만 1만5000여 명이 넘는다. 서울시청·종로구청·서울교통공사 등에서 공무원과 공기업 인력 3400여 명이 배치되며, 하이브 측도 별도로 4800여 명의 안전요원을 투입한다. 경찰은 공연 당일 70여개의 기동대를 비롯해 교통·범죄예방·형사·특공대 등 전 기능에서 경찰관 6500여명과 고공관측차량, 방송조명차, 접이식 펜스 등 장비 5400여점을 투입한다. 행정안전부도 수십 명의 공무원을 차출해 인근 지하철 역사에 배치한다.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은 “민간 기업이 행사하는데 애먼 공무원들만 주말에도 근무하게 됐다”며 “멀쩡한 공연장 놔두고 왜 길바닥에서 공연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우석 서울시 인사과장은 “21일 차출한 공무원에겐 8시간에 상응하는 10만원 안팎의 수당을 지급하며,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 대체휴무를 부여한다”며 “이번처럼 큰 행사가 있으면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공무원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주말 근무 불만도…“사명감 가진 공무원이 다수” 서울시·경찰은 인근 건물 보안 담당자와 협의해 일부 건물을 폐쇄하기로 했다. 공연장과 인접한 KT웨스트건물은 공연 당일 건물을 전면 폐쇄하고, 6개 건물은 전면 출입구를 폐쇄한다. 또 다른 25개 건물은 옥상·발코니 출입을 통제한다. 옥상에서 공연을 관람하다 떠밀려 낙하하는 등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테러 경보까지 격상했다. 국무조정실은 BTS 광화문 공연에 대비해 19일 0시부터 21일 자정까지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의 테러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최근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형 공연 등 다중 밀집 행사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테러경보는 위협 수준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영된다. 소방재난본부는 역대 최대 수준의 소방력을 투입한다. 특별경계근무 제2호를 발령해 소방차량 102대와 소방인력 803명을 배치하고, 국가소방동원령 사전동원을 통해 타 시·도 구급차 20대를 공연장 인근에 추가 배치한다. 종로소방서, 중부소방서, 서울119특수구조단 등 행사장 인접 소방서도 즉시 대응 체계를 유지한다. 김승룡 소방청장도 행사 당일 현장을 방문해 소방안전대책 추진상황을 직접 점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구·종로구에 공연장 재난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고, 행정안전부도 민·관 합동 정부합동안전점검단을 구성해 행사장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서울 종로구·중구 일대에 다중운집 인파 재난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선제 발령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관내 초·중·고등학교를 통해 ‘BTS 광화문 공연 다중운집 인파 사고 예방 안내문’을 발송했다. BTS 컴백 공연이 열릴 광화문광장 일대를 직접 점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연장 일대 83개소 위험 지점을 발굴해 조치를 마쳤다”며 “서울시의 준비 위에 시민 여러분의 성숙한 동참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전한 안전이 완성된다”고 당부했다. 문희철([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주위를 보면 마흔을 넘기면서 앓는 소리가 부쩍 늘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도 아니고, 건강을 돌보지 않는 사람도 아닌데 몸이 뭔가 달라졌단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나이듦의 자각을 갱년기라고 불러 왔다. 그저 기분 탓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노화가 매년 1%씩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직선이라면 이런 갑작스러운 노화의 파도는 설명이 안 된다. 최근 과학은 사람의 혈액·대사물·단백질과 장내 미생물까지 종합해 추적한 끝에 실제로 노화가 똑같은 기울기로 진행되는 직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노화는 계단처럼 어떤 구간에 성큼성큼 진행되며, 특정 나이엔 ‘노화 스파이크’가 확 튀기도 했다. 특히 그 나이대엔 몸이 외부 환경을 받아들이는 경로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 연구가 말하는 급속 노화 구간은 외모가 하루아침에 늙는다는 게 아니라, 혈액·대사·미생물 지표가 특정 나이대에 몰려 변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준비도 달라져야 한다. 이 구간 준비가 1~2년 삐끗하면 ‘급속 노화’를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노화 스파이크 연구를 주도한 마이클 스나이더(Michael Snyder)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와의 인터뷰와 함께 급속 노화 구간에 대처하는 법을 살펴봤다. 💥40대 중반에 갑자기 확 늙는다 마이클 스나이더 교수 연구팀은 성인 108명을 최장 6.8년까지 추적하며 혈액·대변 등에서 단백질체·대사체·미생물·면역 지표 등 13만여 개를 반복 측정했다. 그 결과 변화의 상당수가 특정 연령대에 몰려서 나타났다. 특히 44세 전후와 60세 전후에 노화의 곡선이 갑작스레 변화하는 굴곡이 포착됐다. 연구팀은 이런 급변 구간을 ‘크레스트(crest·능선)’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표본이 크지 않고, 캘리포니아 기반 코호트라는 한계가 있어 예측보다는 경향으로 봐야 한다. 그러면 44세 생일이 딱 되면 노화가 폭발한다는 의미일까. 그렇진 않다. 논문에서도 개인차가 컸다. 어떤 사람은 40대 초반에, 어떤 사람은 50대 초반에 이런 파도를 맞는다. 비슷한 변화의 파도라도 사람마다 상륙 지점이 5~10년씩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40대 중반에 닥치는 첫 번째 파도에서는 심혈관 질환과 연관된 경로, 지질(지방) 대사, 알코올 대사 관련 지표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착됐다. 심혈관의 변화가 생겼다는 건 그저 심장검사가 필요하다는 의미 이상이다. 혈관은 전신 장기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배송망이자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상망이다. 이 연결망에 이상이 생기면 같은 스트레스에도 혈압 변화가 더 심해진다. 똑같은 야식을 먹어도 중성지방이 더 오르고, 똑같은 술을 마셔도 심박이 더 올라가며, 수면의 질이 더 쉽게 하락한다. 이때문에 중년의 첫 번째 체감 신호가 ‘회복력 저하’로 오는 것이다. 신호는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이 중 3개 이상에 해당한다면 첫번째 노화 스파이크의 파도에 올라탔을 가능성이 높다. 1. 예전과 같은 양의 술인데도 다음 날 수면ㆍ컨디션 타격이 커졌다 2. 오후 늦은 커피가 밤잠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3. 복부비만(허리둘레)이 늘고, 체중이 쉽게 안 빠진다 4. 혈압이 ‘경계선’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고민하게 됐다 5. LDL(나쁜 콜레스테롤)ㆍ중성지방이 예전보다 잘 오른다 6. 운동을 해도 근육이 잘 안 붙고, 회복이 늦다 7. 새벽에 자주 깨고(특히 술 마신 날), 아침에 개운하지 않다 (계속) 하지만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닙니다. 노화가 몰아치는 순간에도 속도를 확 늦추는 방법은 분명 있습니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것 하나만 끊어도 몸이 달라진다”며 오후 12시 이후 절대 손대지 않는 습관을 공개했습니다. 45세를 넘겼다면, 건강검진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핵심 질문도 있습니다. ※노화를 막는 비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4세와 60세, 폭삭 늙는다…"12시 이후론 이것 절대 금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0001 40대에 이 2가지 안했다…중년에 확 늙는 사람 특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55058 “2번 맞으면 치매 위험 확 준다” 이 피부 주사의 놀라운 효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1875 얼굴에 숨은 '뇌 하수구' 찾았다…치매 막는 마사지 방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4954 노인 기억력 226% 좋아졌다, 6개월간 맡은 ‘이 냄새’ 뭐길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048 80대에 40대 뇌 가진 사람들…간단한 습관 세 가지의 기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0144 이정봉.정수경.박지은.이민서([email protected])
2026.03.20. 14:00
“제가 당의 혼란을 끝낼 소방수가 맞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겠습니다.”(박수민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공천 접수를 거부하며 극도의 파열음이 일던 지난 16일, 박수민(서울 강남을·초선) 국민의힘 의원은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이미 결단했었다.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확정한 곳은 국회의원회관 934호,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사무실이었다. 박 의원은 이날 출마를 결심하고 다음날인 17일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전격 선언했다. 박 의원의 출마 선언 이후 오 시장도 서울시장 후보 등록을 마쳤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한 지 2년도 되지 않은 ‘초선’ 박 의원은 왜 김 의원의 사무실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확정했을까. 박 의원이 출마를 결단한 자리엔 누가 함께 있었을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자리엔 박 의원과 그의 출마를 설득하려는 국민의힘 김대식·유상범 의원, 조광한 최고위원 등 4명이 있었다. 김대식·유상범 의원은 박 의원이 정치적인 고민이 들 때 조언을 구하는 멘토이고, 조 최고위원은 김대식·유상범 의원과 친분이 깊다. 이 시기 국민의힘은 오 시장이 후보 등록을 거부하며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송언석 원내대표의 결단으로 지난 10일 국민의힘 의원 107명 전원 명의로 ‘절윤 결의문’을 냈지만, 오 시장이 여전히 후보 등록을 거부해 내홍이 이어졌다. 절윤 결의문의 실무를 담당했던 박 의원의 고민도 깊어졌다고 한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당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절윤 결의문을 작성했는데, 결의문의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갈등이 잉태되는 꼴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나경원·안철수·신동욱 의원도 출마 의사를 접으며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현역 국회의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박 의원은 이즈음 “현역 의원이 선거에 나가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당의 갈등이 일소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박 의원은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때에 갈등만 지속되면 당은 더 견딜 수 없다. 장동혁 대표나 오 시장의 탓만 해서 풀릴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박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권한 김 의원은 보다 적극적으로 박 의원 설득에 나섰다. 유 의원도 박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는 박 의원에게도 기회”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조 최고위원은 ‘934호 회동’이 있기 전날인 15일 박 의원에게 전화해 “침체 상태에 빠진 당의 생명수 역할을 해달라”고 설득했다. 조 최고위원은 “박 의원에게 서울시장 출마 조언을 해 달라는 유 의원의 요청이 있었다. 박 의원 설득의 주역은 유 의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권파도 시장파도 아닌 소신파가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며 경선이 재밌게 됐다”(초선 의원)는 평가가 나온다. 박 의원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6월 비상계엄 이후 당 상황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는 반성문을 발표했고 “탄핵 반대당과 계엄 옹호당이라는 낙인까지 저희 스스로 찍게 됐다”며 사죄의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한 경제 관료 출신으로 5명의 자녀를 둔 ‘다둥이 아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현역인 오 시장과 박 의원, 김충환·윤희숙 전 의원과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이승현 인팩코리아 대표이사 등 6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저는 플랜B가 아닌 플랜A”라며 “한 번 시작한 이상 절대 남의 들러리를 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양수민.류효림([email protected])
2026.03.20.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