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사진)가 정부의 체포 위협에도 오는 1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크리스티안 베르그 하르프비켄 노벨위원회 사무국장은 6일 “전날 밤 마차도와 직접 연락했다”며 “마차도는 시상식을 위해 오슬로에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보안상의 이유로 이동 경로나 일정 등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독재 정권에 대항해 온 마차도는 2024년 대권에 도전했다가 정부의 탄압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국내에 은신 중이다. 공식 석상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 1월 9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했다가 구금됐을 때다. 베네수엘라 검찰은 앞서 범죄 모의, 증오 조장, 테러 연루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마차도가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출국할 경우 ‘탈주범’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을 앞두고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 등 세계 곳곳에서 마차도 지지 집회가 열렸다. 장윤서([email protected])
2025.12.07. 8:38
바다에서 물고기가 솟구쳐 오르는 듯한 반짝이는 은빛 미술관은 그 자체로 한 점의 조각품 같다. 1997년 스페인 북부 해안의 쇠퇴해 가던 산업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든 건축가 프랭크 게리(아래 사진)가 세상을 떠났다. 96세. 그의 회사인 게리 파트너스 LLP 측은 지난 5일(현지시간) “게리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자택에서 짧게 호흡기 질환을 앓던 끝에 별세했다”고 밝혔다. 게리는 ‘21세기 건축의 재즈 연주자’라 할 만큼 가장 급진적이고 창의적인 건축가였다. 60년 건축 인생에 7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네모반듯한 건물들 사이에 구겨진 듯, 짓다가 만 듯한 형태로 들어선 그의 건물은 단조로운 도시 풍경을 바꿨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 특히 종묘에 대해 “우주적 무한함이 느껴진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1929년 캐나다 토론토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의 철물점에서 일을 돕던 경험은 일상적 재료에 대한 애정을 키웠고, 매주 외할머니가 시장에서 가져온 살아있는 잉어를 욕조에 넣고 관찰한 경험은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고기 이미지에 영감을 줬다. 1947년 가족을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해 다운타운의 월세 50달러짜리 비좁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도예를 전공하다 건축으로 바꿨고, 군 복무를 마친 후 하버드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했다. 그의 인생작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개관 첫해에만 130만 명을 불러모았다. 이는 ‘빌바오 효과’라 불리며 전 세계 지자체의 랜드마크 건축에 불을 지폈다. 장미 꽃송이가 피어나는 듯한 외관의 LA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 유리를 불어 만든 것 같은 형태의 파리의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2014)도 한눈에 그의 작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넘친다. 국내에선 2019년 서울 청담동에 들어선 ‘루이뷔통 메종 서울’이 그가 설계한 건물이다. 그는 1989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시작은 1978년 샌타모니카의 자기 집. 합판·골판지·체인을 입힌 거친 건물이었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도 불렀지만, ‘건축의 민주주의’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동네의 평범한 재료를 활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게리는 건축계의 아웃사이더였다. 그는 ‘적은 것이 아름답다(Less is More)’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식의 모더니즘 건축을 엘리트주의로 봤다. 각진 철골과 유리 건물은 생활과 동떨어져 있으며,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게리의 울퉁불퉁한 건물은 인간 삶의 혼란스러움을 그대로 환기하는 듯했다. 그의 건축은 규칙을 깨려는 의지이자 건축의 형식적 어휘를 확장하려는 열망으로 읽히곤 한다. 그는 영화 ‘심슨 가족’에서 종이를 구겨 건물을 설계하는 건축가로도 그려졌다. 유쾌한 건물만큼이나 캐릭터로 대중에게 웃음을 준 셈이다. 게리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 이후 가장 유명한 미국의 건축가였다.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 그의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기쁨과 분노,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열망을 끌어냈다. 권근영([email protected])
2025.12.07. 8:34
방송인 박나래씨가 이른바 ‘주사 이모’에게서 불법 의료 처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인물이 스스로 밝힌 학력과 경력의 진위를 두고 의료계가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의대”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로 구성된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7일 성명을 내고 “A씨는 불법 의료행위를 부인하며 자신이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의모에 따르면 중국 내 의과대학 수는 집계 방식에 따라 162~171개다. 이 가운데 내몽고 지역에 있는 의대는 ▲내몽고의과대학 ▲내몽고민족대학 의과대학 ▲내몽고적봉의대(치펑의대) ▲내몽고포두의대(바오터우의대) 등 4곳뿐이다. 세계의학교육협회(WFME)가 운영하는 ‘세계 의과대학 목록(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에서도 내몽고 지역 의대는 동일한 네 곳만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공의모는 “A씨가 교수로 일했다는 포강의과대학은 중국 정부나 국제 의학교육 인증기관 어디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며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의대”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A씨의 국내 의료 활동 여부도 문제 삼았다. 공의모는 “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는 한국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며 “A씨가 중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해도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했다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가 아니더라도 ‘의대 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A씨의 실제 의사 신분 여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며 관련 당국에 조사를 촉구했다. 앞서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박나래씨가A씨로부터 의료기관이 아닌 자택이나 차량에서 항우울제 처방과 링거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박씨 소속사 앤파크는 “의사 면허가 있는 분에게 영양제 주사를 맞은 것이 전부”라며 “병원에서 인연을 맺었고 스케줄이 힘들 때 왕진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일자 A씨는 인스타그램에 의사 가운 차림의 사진을 올리고 “12~13년 전 내몽고를 오가며 공부했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최연소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는 해당 대학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씨는 최근 전 매니저들로부터 폭언·특수상해·대리처방 등 직장 내 괴롭힘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박씨 측은 “퇴직금 지급 후 전년도 매출 10%를 요구받아 이를 거절하자 새로운 주장이 계속 추가됐다”며 전 매니저들을 공갈 혐의로 맞고소했다. 공의모의 박나래 ‘주사 의모’ 대학 출신 관련 성명 전문 박나래 ‘주사이모‘ 나온 포강의대, 실체는 ‘유령 의대’ 코미디언 박나래 씨의 ‘주사 이모’로 알려진 A씨는 불법 의료행위를 부인하며, 지난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이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이하 공의모)이 확인한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몽고는 중국 33개 성급 행정구역 중 하나다. 중국의 의과대학 수는 집계 방식에 따라 162개에서 171개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중국의 공식 의대 인증 단체인 ‘전국개설임상의학전업적대학’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는 162개의 의과대학이 있으며, 내몽고 지역에 위치한 의과대학은 다음 네 곳뿐이다. ① 내몽고의과대학 ② 내몽고민족대학 의과대학 ③ 내몽고적봉의대(치펑의대) ④ 내몽고포두의대(바오터우의대) A씨가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한 ‘포강의과대학’은 162개 의과대학 명단 어디에도 없었다. 또한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에서 확인되는 171개 의과대학 등 다른 모든 집계에서도 내몽고 소재 의과대학은 동일하게 위 네 곳뿐이었으며, ‘포강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는 한국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A씨가 설령 중국에서 인정된 의대를 졸업하고 중국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 의대 졸업자가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한국에서 의료행위를 한 경우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또한 의사가 아니어도 ‘의대 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할 수는 있다. A씨가 실제로 해당 명칭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의사 신분 여부는 별도로 확인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2025년 12월 7일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 배재성([email protected])
2025.12.07. 8:33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아홉 번째 교향곡 ‘합창’의 계절이 돌아왔다. 합창은 악성(樂聖) 베토벤이 청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작곡한 대작이자,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통해 인류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희망의 메시지를 극적으로 노래한 걸작이다. 1차 세계대전 종전 두 달 뒤인 1918년 12월 31일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열린 공연을 시작으로 단골 연말 레퍼토리가 됐다. 올해는 두 거장 정명훈과 얍 판 츠베덴이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맞붙는다. 두 지휘자·교향악단은 지난 2월 비슷한 시기에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연주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먼저 무대에 오르는 건 얍 판 츠베덴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음악이다. 서울시향은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우경, 베이스 심기환 등 솔리스트, 고양시립합창단·성남시립합창단과 함께 합창을 연주한다. 츠베덴 감독과 서울시향이 합창을 연주하는 건 세 번째다. 서울시향 음악감독 정식 취임 이전인 지난 2023년 12월 연말에 서울시향과의 첫 ‘합창’을 함께한 이후 지난해에도 같은 곡을 연주했다. 올해는 2023, 2024년과 달리 1부 프로그램을 없애고 합창만 전곡 연주한다. 허명현 평론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 츠베덴 감독의 특기는 현악 파트에서 잘 드러난다”며 “각 현악기의 선율이 잘 들리면서도 화합되는 데 무리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이라고 말했다. 츠베덴 감독의 합창 연주는 국내에서 이른 바 ‘60분 버전’으로도 유명하다. 보통 70~75분만에 끝나는 합창을 60분 만에 연주한 이후 붙여진 별명이다. 당시 러닝 타임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츠베덴 감독은 “악보에 쓰여진 대로 연주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명훈이 이끄는 KBS교향악단은 24일 고양아람누리,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8일 세종예술의전당,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합창 교향곡을 선보인다.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 바리톤 김기훈 등의 솔리스트와 함께 고양시립합창단·서울모테트합창단·안양시립합창단이 출연한다. 정 지휘자와 KBS교향악단의 합창 연주도 2021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2022년 KBS교향악단 음악감독 임명을 앞둔 핀란드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포디움에 설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입국에 어려움이 생기자 정 지휘자가 ‘구원투수’로 전격 출격했다. 올해는 4년 전보다 합창 인원이 대폭 늘어나고 협연자 나이대가 젊어진 게 특징적이다. 황장원 평론가는 “정명훈의 지휘는 디테일보다는 큰 흐름 안에서 음악을 읽는, 대범한 해석이 특징”이라며 “합창·오케스트라의 선율을 전체 맥락에 맞게 음악적으로 녹여내는 동시에 후반부 절정에 맞춰 음악적인 내용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choi.minji3)
2025.12.07. 8:32
[OSEN=서정환 기자] 섹시 테니스선수가 가슴확대 수술을 고백했다. 프랑스 테니스스타 오시앙 도댕(29)은 183cm의 훤칠한 신장을 자랑한다. 2011년 프로로 데뷔한 그녀는 2017년 세계랭킹 47위까지 올랐다. 현재 그녀는 세계랭킹 350위다. 도댕은 실력보다 외모로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부상 복귀 후 더욱 커진 가슴으로 복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알고보니 부상치료를 하면서 가슴확대 수술까지 받았다. 원래도 글래머 스타였던 그녀는 가슴을 더 크게 부각시키기 위해 확대수술까지 받았다. 도댕은 “가슴확대 수술을 받았다.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며 기뻐했다. 테니스 선수들 중 경기에 지장있다며 가슴축소술을 받은 사람은 있지만 확대술을 받은 사람은 도댕이 처음이다. 팬들은 “섹시하다”면서 열광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도댕은 성인사이트 ‘온니팬스’에 계정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성 스포츠스타들이 ‘온니팬스’에 가입해 막대한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여성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기 때문이다. 프로농구스타 리즈 켐베지도 은퇴 후 성인배우로 변신했다. 이들은 현역시절보다 더 많은 연간 수천만 달러의 수익을 벌고 있다. 도댕 역시 14년의 테니스선수 생활로 282만 달러(약 41억 원)의 상금을 벌었다. 하지만 성인사이트에서 1년 만에 더 많은 수익을 벌 것으로 보인다. / [email protected] 서정환([email protected])
2025.12.07. 8:31
━ 대통령실과 조국혁신당까지 “내란재판부, 위헌 우려” ━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팬덤정치, 자중지란 초래할 뿐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 왜곡죄 신설에 대해 범여권에서조차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국회 법사위에서 두 법안을 의결한 데 이어 연내 처리를 목표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또 내란·외환 사건은 위헌 심판이 제청돼도 재판을 진행한다는 헌재법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어제(7일) “내란전담재판부는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하자는 공감대가 당정 간에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6일 조국 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는) 위헌 제청과 피고인 석방이란 사태 발생 가능성이 엄존하니 위헌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국혁신당의 서왕진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필리버스터 제한법도 소수 의견 보호 정신을 훼손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가치를 동등하게 반영하는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였다가 중앙위원회(5일)에서 부결돼 체면을 구겼다. 정청래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영남 등 취약 지역이 과소 대표된다는 지적과 함께 권리당원 지지층이 두터운 정 대표의 연임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에 휩싸였다. 위헌·반민주주의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사법 개혁’ 법안과 당헌 개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의 리더십에 대통령실과 우당(友黨), 당심(黨心)이 잇따라 제동을 건 셈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압승한 정 대표가 넉 달 만에 불신임에 가까운 옐로카드를 받은 근본 원인은 민심 대신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폭주 정치’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워크숍에서 “딴지일보의 흐름이 민심을 보는 하나의 척도”라면서 “이틀에 한 번꼴로 글을 쓴다”고 했다. 재임 중 고성국TV 등 강성 보수 유튜브만 시청하고 댓글을 올리다 민심과 유리된 끝에 스스로 몰락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례를 정 대표는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요구를 받들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조국혁신당도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성을 비판했다”고 지적하자 “그런 걱정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검토·보완할 것”이란 말로 넘어갔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여당이 팬덤 확장을 위해 강성 지지층에 부화뇌동하며 독주로 일관하면 같은 진영 내부에서조차 반발을 초래해 자중지란에 휩싸여 온 게 정치사의 철칙이다. 민주당은 5200만 국민의 삶을 책임진 집권당이다. 강성 지지층 대신 민심과 소통하며 국익과 민생을 살려내는 소임을 다하길 바란다.
2025.12.07. 8:30
[OSEN=우충원 기자] 일본 재팬 풋볼 리그(JFL·4부)에서 우승을 목표로 삼았던 이와테가 시즌 종료와 동시에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지난 시즌 J3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강등된 뒤 올겨울 많은 선수를 영입하며 단기간 승격을 노렸지만 결과는 기대와 멀었다. 이와테는 결국 9위로 시즌을 마치며 계획했던 1년 승격이 좌절됐고 팀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우승 실패의 충격은 곧바로 이탈 러시로 이어졌다. 홈 최종전 직후 구단이 발표한 명단에는 무려 17명의 이름이 적혔다. 한국 팬들에게도 익숙한 고바야시 유키를 비롯해 나카자토 다카히로, 다나카 하루키, 고마쓰 간다, 하마나 마오, 요모사카 쇼타, 후지시마 쥬키야, 야마우치 ��유키 등 주축 선수 상당수가 계약 만료로 팀을 떠났다. 나카무라 미쓰아키와 니시 다이고는 현역 은퇴를 선택하며 클럽과 작별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고바야시다. 그는 2021~2022년 서울 이랜드와 강원FC에서 뛰며 짧게 K리그 생활을 경험했지만,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다만 퇴단 이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시절을 회상하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고바야시는 “짧은 패스조차 정확하지 못한 선수가 40명이 넘었다. 슛 훈련을 한 번 하면 1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3시간 훈련해도 3km를 채 뛰지 못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강원 시절에 대해선 “감독이 원하는 방식에 맞지 않으면 바로 2군행이었다. 훈련장에서 실수를 하면 감독이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낳았다. 그런 고바야시는 올 시즌 이와테에서 새 출발을 택했지만 실패했다. 시즌 종료 후 그는 “승격이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팬들의 응원을 잊지 않겠다. 이 팀에서 보낸 시간은 즐거웠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문제는 이와테의 현주소다. 단기간 승격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한 시즌이었지만 성적 부진과 함께 스쿼드가 사실상 해체되는 위기를 맞았다. 타그마는 “이와테는 재팬 풋볼 리그에서도 상위권 전력을 갖추고 있었고, 인건비 지출도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우승에 실패했고 발표된 이탈 명단에는 클럽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선수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 [email protected] [사진] 연맹 제공. 우충원([email protected])
2025.12.07. 8:29
[OSEN=박하영 기자] 백지영이 갱년기를 걱정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백지영 Baek Z Young’에는 백지영 인생 처음으로 도전한 김장 김치의 충격적인 맛 (남편의 평가)’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이날 백지영은 다이어트 중인 남편 정석원을 위해 직접 김장 김치를 담그기로 했다. 정석원이 “김치없으면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하자 백지영은 “내가 해본 적 없다. 내가 혼자 한 적 없다. 비율 이런 거 다 모른다”라고 첫 도전이라고 밝혔다. 정석원 요청에 ‘고수 김치’를 만들기로 한 백지영은 “북한에서 김치 먹어봤냐”고 물음에 “북한은 싱겁다. 남쪽이 더 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정석원이 찹쌀풀을 푸는 사이, 백지영은 자신만의 레시피로 배추에 버무릴 양념을 제조했다. 다진마늘에 사과 한 개, 키위 두 개를 갈아 넣었고, 양파 반은 갈고 반은 채썰어 준비했다. 그런가 하면, 정석원은 백지영이 갱년기가 온 줄 알았다며 “이 사람이 갱년기 증상 같은 느낌이 있었다. 뭔 별 것도 아닌 것 갖다가 막 화내고 그때 어깨도 아프니까 갱년기 증상 중에 어깨 통증이 있지 않나”라고 일화를 전했다. 백지영은 “하임이 친구 엄마 중에 나보다 두 살 많은 엄마가 있다. 갱년기 키트가 있다고 알려줬다”라고 했고, 정석원은 “그 검사를 했더니 (갱년기가) 아니었다. 아닌 걸로 나왔다. 바로 돌아왔다. ‘여보’ 이러면서”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mint1023/@osen.co.kr [사진] ‘백지영’ 박하영
2025.12.07. 8:28
[OSEN=김수형 기자]코미디언 박나래를 둘러싼 대리 처방·불법 의료행위 의혹의 중심 인물, 이른바 ‘주사 이모’의 정체를 둘러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의사 단체가 해당 인물이 주장한 학력과 이력이 실체 없는 ‘유령 의대’ 기반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당사자가 모든 SNS 게시물을 돌연 삭제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약칭 공의모)은 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박나래 ‘주사 이모’가 나왔다고 주장한 내몽고 포강의과대학은 실체가 없는 유령 의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공의모는 “박나래 씨의 ‘주사 이모’로 알려진 A씨가 불법 의료행위를 부인하며 SNS를 통해 자신을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 교수 역임자’라고 주장했으나, 확인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공의모에 따르면 중국 내 의과대학은 집계 기준에 따라 162개에서 171개로 확인되며, 중국 공식 의대 인증 자료인 ‘전국개설임상의학전업적대학’ 및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어디에도 ‘내몽고 포강의과대학’은 등재돼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A씨가 교수로 재직했다고 주장한 대학은 어떤 공신력 있는 목록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의모는 설령 A씨가 중국 의과대학 출신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의 의료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중국 의과대학 졸업자는 한국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 자체가 없다”며,“중국 의사면허를 보유했더라도 한국 내 의료행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의사가 아니더라도 ‘의대 교수’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해당 표현이 의료인 신분을 의미하는지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철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핵심 인물인 A씨는 7일 오후, 자신의 SNS에 게시돼 있던 모든 글과 사진을 전면 삭제했다. 이전까지 전 매니저들을 향한 저격성 글과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 중국어로 작성된 프로필 캡처 이미지 등을 잇따라 올리며 자신을 방어해왔던 A씨가 돌연 ‘빛삭’에 나서면서 오히려 의문은 커지고 있다. 앞서 A씨는 SNS를 통해 “12~13년 전 내몽고를 오가며 공부했고,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내·외국인 최초 최연소 교수로 역임했다”, “한국성형센터를 유치했고, 센터장으로 방송 인터뷰와 강연도 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둘러싼 불법 의료인 의혹에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의사 단체의 ‘유령 의대’ 지적이 나온 직후, 관련 게시물까지 모두 삭제하면서 A씨의 주장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A씨는 박나래가 바쁜 일정 중 왕진 형태로 링거나 주사를 맞게 해준 인물로 알려졌다. 전 매니저들은 이를 두고 대리 처방 및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등 불법 의료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으며, 박나래 측은 “의사 면허를 가진 의료인의 왕진이었다”며 불법성은 없다고 반박해왔다.하지만 의사 단체의 공식 반박과 A씨의 SNS 전면 삭제가 맞물리며, 의혹은 커졌고, 당사자는 자취를 감췄다.법적 판단 이전까지는 여론의 혼선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email protected] [사진] ‘OSEN DB' 김수형([email protected])
2025.12.07. 8:28
━ 미 북한 언급 없고, 중 비핵화 대신 정치적 해결 ━ 국제사회의 북핵 용인 막기 위한 총력전 나서야 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외교안보 종합전략서(National Security Strategy)에 북한 문제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백악관이 주도해 만드는 NSS는 미국의 안보 목표와 우선순위, 전략의 방향성을 담은 안보 지침서로, 여기서 북한 문제가 빠진 건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북핵 문제가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역대 미국 행정부는 1990년대 초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줄곧 비핵화를 정책 목표의 하나로 제시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NSS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가시적인 진전을 만들기 위해 확장 억제 정책을 추구한다”고 담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NSS도 북한 문제를 16차례 거론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에도 이런 기조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점에서 33쪽 분량의 NSS 어디에서도 ‘북한’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아직은 이것이 미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지 예단할 순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일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안이하게 볼 일은 아니다. 정부는 미국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고, 견고한 한·미 동맹의 기조하에서 비핵화 원칙을 견지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국이 지난달 27일 19년 만에 발간한 군사 백서에서도 기존의 ‘한반도 비(무)핵화’란 표현이 사라졌다. 대신 중국은 ‘정치적 해결’이란 말을 등장시켰다.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은 북한 핵 개발이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등장한 이래 중국이 공식 문서나 회담 석상에서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는 한반도 정책의 근간이었다. 모든 정부 문서에서 통일된 표현을 사용하는 중국의 군사 백서에서 비핵화가 사라진 것을 예사롭게 볼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핵 보유 인정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지만, 정부는 표현이 달라진 배경을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발간된 미·중 양국의 안보정책서에서 비핵화가 사라진 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가장 원하던 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어제 “한·미 동맹 르네상스, 글로벌 실용외교, 남북 군사 긴장 완화”를 이재명 정부의 6개월 성과로 꼽았다. 북한과 대화를 복원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핵 문제가 뒷전이 돼선 안 된다. 국제사회가 북핵을 용인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자화자찬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2025.12.07. 8:28
처음부터 그들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때 경제 커뮤니티에서 ‘창드래곤’으로 불리며 추앙받던 인물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이 총재의 브리핑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열광적으로 공유되곤 했었다.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그의 발언들은 답답한 관료적 설명들과 대조를 이루며 화제가 됐다. 한은 총재와 서학 개미들의 갈등 고환율 요인으로 해외투자 지목 정책엘리트와 대중의 괴리감 커 규제보다 존중이 공존의 디딤돌 좋았던 관계가 이상 기류에 접어든 것은 금년 봄 이 총재의 대학입시 제도 발언 이후였다. 그러던 중 지난달 이 총재가 환율 불안의 요인으로 청년 서학 개미를 지목하면서 추앙은 격렬한 비판으로 바뀌었다. 최근 역대급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원 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불안한 모습이 지속되자 이런저런 진단과 해법들이 논의되고 있었다. 이즈음에 이 총재가 고환율 현상의 배경으로 젊은 층의 해외투자 쏠림 현상을 거론하면서 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정부의 느슨한 재정 운영, 수출 기업들의 해외 투자 등은 제쳐두고 해외 주식 투자자에게 책임을 돌리느냐는 비판이 온라인을 뒤덮게 되었다. 원화 약세에 작용하는 수많은 대내외 변수들과 직간접 요인들을 따지는 것은 경제 전문가들의 몫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창용 총재와 서학 개미의 충돌이 우리 사회의 중요 갈등, 즉 ‘애니웨어(anywhere) 엘리트’와 ‘섬웨어(somewhere) 대중’의 갈등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화려한 경력, 인맥, 전문성을 바탕으로 서울대, 하버드대, IMF(국제통화기금)를 누비다가 한국은행 총재로 취임한 이 총재는 전형적인 ‘애니웨어 엘리트’이다. 뛰어난 전문성과 네트워크로 지구촌 어디서나 자유로이 둥지를 틀 수 있는(anywhere) 글로벌 엘리트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서학 개미들은 전형적인 ‘섬웨어 대중’이다. 해외 유학, 해외 취업을 꿈꾸기 어려운 평범한 가정 출신들이 국내에서 모은 돈으로 자립의 꿈을 담아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 서학 개미 현상이다. 달리 말해, 똑똑하지만 현실에는 둔감한 엘리트와 어떻게든 현실에서 생존하려는 평범한 이들 사이에는 건너기 힘든 거대한 절벽이 있다(데이빗 굿하트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필자가 보기에 청년들이 미국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데에는 몇 가지 중대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노동의 위기와 벌어지는 노동-자산의 격차. 둘째, 미래 한국에 대한 희망의 빈곤. 셋째, 미국 자본시장의 합리성과 혁신 경제에 대한 동경. 첫째, 노동의 위기와 자산 격차의 문제. 토마 피케티를 필두로 해서 숱한 학자들이 자본 수익률(r)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g)을 압도한다는(r>g)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지만 요즘 청년들에게 이는 이론이 아닌 현실이다.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 월급으로 대표 자산인 아파트값을 따라가기는 지극히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무살 학부생들도 취업 공부, 학교 공부하는 틈틈이 미국 주식투자에 매달린다. 결국 아르바이트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서 사들이는 엔비디아 주식 몇 주에는 금융 자본주의에서 생존하려는 청년들의 몸부림이 담겨 있다. 둘째, 서학개미 청년들이 미국 주식을 통해 달러 자산을 조금씩이나마 모아보려는 데에는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비관이 담겨 있다. 성장률은 1퍼센트 대로 주저앉았는데 인구 구조는 급속히 초고령화하고 있다. 갈수록 경제활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줄어들고 사회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은 늘어나는 미래는 확정적이다. 애니웨어 엘리트와 그 자녀들은 유학이나 이민을 갈 수 있지만, 섬웨어 청년들에게는 마땅한 탈출구가 없다. 이들이 어두운 한국의 미래를 헷지(위험 회피)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미국 주식, 즉 달러 자산을 늘려가는 것이다. 셋째, 청년들은 젊은 사람답게 새로운 변화와 혁신에 더 민감하고 열광한다. 청년 서학개미들이 미국의 테슬라(자율주행, 우주개발), 양자 컴퓨팅 기업들, 생명공학 기업들, 금융혁신 기업들에 몰두하는 이유는 한편으론 현란한 주가 변동성에 몰입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혁신에 동참해보려는 욕구의 발현이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청년 서학 개미들에게 우려스러운 바가 없지는 않다.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운 행태, 과도한 쏠림, 리스크에 대한 통제의 부족 등등. 하지만 현상의 본질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한국 사회에 갇혀 있는 청년 섬웨어들의 생존과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미국 주식 투자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몸은 한국에 매여 있지만,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선진 자본시장에서 찾아보려는 합리적 선택이기도 하다. 필자는 애니웨어 엘리트가 자세를 낮추고 경청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청년들이 하는 선택을 조용히 지켜보라. 동정하지도 가르치려 들지도 말라. 규제하거나 조언하려 하지 말라. 그저 그들의 선택을 인정하라. 장훈 본사 칼럼니스트·중앙대 명예교수
2025.12.07. 8:26
영국 저명 사진작가 마틴 파 73세로 별세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의 저명한 사진작가 마틴 파가 6일(현지시간) 73세를 일기로 잉글랜드 브리스틀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AFP 통신과 BBC 방송이 보도했다. 마틴 파는 현대인의 일상적이고 평범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 작가다. 일상의 작은 파편들을 통속적인 색채로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장난스럽고 유머를 지닌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도 담아 사회적 논쟁과 토론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2020년 한 전문지와 인터뷰에서 "나는 엔터테인먼트로 위장한 진지한 사진을 찍는다"며 "보편적 진실을 찾을 수 있는 순간을 짚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머지사이드 뉴브라이튼에서 휴가를 즐기는 서민들의 모습을 담은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1994년부터는 영향력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영국의 일상을 포착한 작품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북한부터 알바니아,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모습도 담았다. 70대 노년에 들어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최근 자전적 사진집 '아주 게으르고 산만한'(Utterly Lazy and Inattentive)을 내기도 했다. 유족으로 부인 수지 파와 딸 엘렌 파가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지연
2025.12.07. 8:25
아르헨 석학 "AI산업 이면에 창의성·노동·자원 3대 착취구조" 미셀리 박사, AI 산업이 초래하는 사회·환경 문제 비판 "소수 글로벌 기업으로의 경제·정치·지식 권력 집중이 문제"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타임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공지능 분야 100인에 포함된 아르헨티나 출신 밀라그로스 미셀리 박사가 인공지능 산업이 초래하는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고 현지 매체 암비토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학자이자 컴퓨터공학박사인 미셀리는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기술 발전 중심의 인공지능 논의에 밀려 소외된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전면에 끌어내 AI 분야의 정의와 공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전문가다. 미셀리는 최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공개 강연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 이면에는 업계가 홍보하는 기술적 진보와는 달리, 지적착취·노동착취·자원착취 등 세 가지 차원의 착취 구조가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인간 창의성에 대한 지적착취로 AI 모델의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창작물의 무단·비동의적 사용을 지적했다. 그는 "AI는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물을 대량 추출·혼합(Remix)해 품질이 낮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뿐"이라며 "생성형 도구들은 공익 목적이 아니라, 소수 기업의 상업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둘째는 노동의 착취로 AI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대규모 '데이터 노동'(Data Work)의 비가시성(invisibility)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지 분류, 폭력 콘텐츠 관리, 텍스트 라벨링(분류), 데이터 클리닝 등의 업무를 하는 대규모의 인간 노동이 의도적으로 감춰지고 있으며, 이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인력이 플랫폼 기반의 고용관계가 부재한 극도로 취약한 노동 조건에 처해 있다고 미셀리는 주장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비용·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제도적 설계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셋째는 자원착취 문제로,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수백만 리터의 물과 막대한 전기 사용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환경 영향이나 지역 부담은 고려하지 않는 데다 낮은 고용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센터 설립에 대해 "초기 건설 붐을 제외하면 150∼200개의 일자리가 전부다. 이는 슈퍼마켓 하나와 거의 같다"며 "차라리 슈퍼마켓을 하나 더 짓는 게 환경오염도 적고 낫다"라고 설명했다. 미셀리는 비판의 초점을 기술 자체가 아니라, 소수 글로벌 기업이 데이터·인프라·노동력을 장악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정치적·지식적 권력 집중으로 돌렸다. 그는 "이 기업들은 사실상 무엇이 진실인지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된다"며 그런 독점적 구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셀리는 결론적으로 "기술은 언제나 정치적이다.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보지 않고 기술을 숭배하는 것은 오히려 공동체와 지구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며 AI에 대한 무비판적 찬성보다는 비판적 성찰과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선정
2025.12.07. 8:25
영화 ‘세계의 주인’(윤가은 감독)이 16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가장 흥행한 한국 독립예술 영화가 됐다. 10월 22일 개봉 이후 평단의 호평과 관객의 꾸준한 입 소문이 만들어낸 결과다. 영화는 지난 1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영화 제작자들이 뽑은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란 의미다.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9월 한국 영화 최초로 토론토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걸 시작으로, 낭뜨 3대륙 영화제 대상, 핑야오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관객상, 바르샤바 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발랄하고 인기 많은 여고생 이주인(서수빈)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친족 성폭력 피해자였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성폭력 피해자를 다룬 기존 영화들과 달리, ‘사건’이 아닌 ‘사람’, ‘과거’가 아닌 ‘현재’에 집중한다. 주연 서수빈(24)은 자신이 연기한 이주인 그 자체다. 아이돌 연습생 출신답게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태권도도 잘 한다. 밝고 솔직한 성격도 똑같다. 윤 감독이 어떤 작품에도 출연한 적 없는 ‘생짜’ 신인을 선택한 이유다. 서수빈은 주인의 상처 받은 내면까지 세밀히 표현해내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최고의 ‘신성’이란 평가를 받는 그를 지난 3일 서울 한남동의 영화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홍해 국제영화제 참석을 위해 윤 감독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하기 전날이었다. Q : 윤 감독의 팬이었다고. A :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거치며 진로 고민을 하던 나를 연기의 세계로 이끈 영화가 감독님의 ‘우리집’(2019)이다. 영화의 감동 때문에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 ‘세계의 주인’ 2차 오디션까지 간 것 만도 놀라운데, 감독님과의 심층 면접인 최종 3차에서 합격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나를 배우로 이끈 감독의 영화로 데뷔하다니, 난 우주 최고의 행운아다(웃음).” Q : 캐릭터 준비가 어렵진 않았나. A : “주인이가 그냥 나여서 어렵지 않았다. 감독님도 ‘주인은 이미 너 안에 있다’고 했다.” Q : 현실적인 여고생 체형이란 반응이 많다. A : “다이어트 하겠다고 했다가 감독님한테 혼났다. 감독님이 ‘주인의 종아리와 체형이 너무 좋았다’는 영화 관계자 말을 전해줬다. 나도 스크린에 비친 튼튼한 내 몸과 다리가 마음에 들었다. 일부러 살 찌운 것 같다는 말들이 많은데, 24년 간 준비돼 있던 내 몸이다(웃음).” 주인은 전교생이 참여한 ‘성범죄자 거주지 복귀 반대’ 서명을 홀로 거부한다. ‘성폭력은 평생 씻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문구에 동의할 수 없어서다. 이를 계기로 과거 성폭력 피해 사실이 밝혀진 주인은 주변의 불편한 시선 속에서 힘겨운 일상을 이어간다. Q : 주인의 내면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A : “친족 성폭력 관련 책과 증언 영상을 보면서, 우리 주변의 일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됐다. 트라우마 때문에 움츠려든 사람도 있지만, 주인처럼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 세계의 주인’이 돼가는 주인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시종일관 담담한 듯 보였던 주인의 내면이 강렬하게 표출되는 장면이 있다. 세차장 신이다. 자동 세차를 하는 동안 차 안에서 주인은 엄마(장혜진)에게 상처와 분노, 서러움을 절규하는 몸짓으로 토해낸다. “내 얼굴만 보고 알았어야지! 내 말 믿어줬어야지! 어떻게 내가 그런 일을 당하게 만들어! 그렇게 오랫동안!” Q : 세차장 장면은 부담이 컸을 것 같다. A : “연습을 많이 했는데, 촬영장에 도착하니 긴장감 때문에 몸이 얼어붙더라. 감독님 주문대로 몸을 크게 움직여 보며 감정을 쌓아갔다. 마지막 테이크 전, ‘세상의 모든 주인이들이 너무나 원했을 이 순간, 들어가 보자’는 감독님 말에 감정을 주체 못할 정도로 몰입이 됐다. 찍고 나서 몸이 많이 아팠다.” Q :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관람 평은. A : “‘영화가 끝난 뒤 극장에 사랑이 흐르고 있었다’는 관람 평이다. 내가 ‘우리집’을 보고 느꼈던 감정이다. ‘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고마워. 이주인’이란 마지막 익명 편지처럼 많은 이들이 주인이를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Q : 이제 주인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A : “수능 끝나고 열심히 놀고 있을 것 같다. 엄마·동생과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도 하겠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사랑 앞에서 늘 주저하던 주인이와 연애 얘기를 나누고 싶다. 주인이가 뜨겁게 연애 했으면 좋겠고, 잘 할 것 같다.” 정현목([email protected])
2025.12.07. 8:25
주말 동안 방송인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뉴스가 많았다. 이런 일 뒤에는 으레 방송 하차 여부가 회자된다. 최종 결정은 본인 혹은 방송국의 몫이다. 그런데 이걸 법으로 만든다면? ‘○○○의 방송 출연 금지에 관한 법률’ 같은 특정인만 겨냥한 법률, 어딘지 어색하다. 보통 법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범을 규정한다. 세상사 전부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만 담는 순간 나머지 사람과의 차별이 발생한다. ‘법 앞에 평등’이라는 원칙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여 ‘사법개혁 법안’ 위헌 소지 내포 통과되면 헌재행 유력, 결과에 촉각 합헌 시 특정인 겨냥 법 봇물 우려 그래서 일찍이 게오르크 옐리네크가 설파한 것처럼 법은 도덕의 최소한만 포함한다. 대신 그걸 어기면 처벌되도록 하는 강제력을 갖는다. 특정한 사람과 사건이 그 법 조항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고, 집행하는 것은 사법과 행정을 통해 이뤄진다. 반면에 사법과 행정을 건너뛰고 바로 집행하게 하거나, 특정 사람(사건)만 콕 짚어 적용하는 법을 ‘처분적 법률’이라고 한다. 가급적 이를 피하는 것이 입법자들의 금도다. 그런데 우리 법체계에는 의외로 처분적 법률이 많다. 당장 3대 특검이 그렇다. 법 명칭마저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김건희와~’ ‘순직 해병 수사방해~’ 등 특정인 이름으로 시작한다. 수많은 산업과 지역에 대한 특혜를 주겠다는 ‘지원법’들도 버젓이 운용된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우리 헌법은 처분적 법률 제정을 금하는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특정 규범이 개인 대상 또는 개별 사건 법률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바로 위헌은 아니다”는 것이다. 2008년 BBK 특검법 위헌심판 사건에서 내놓은 답이다. 다만 그런 차별이 합리적인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특검법 자체는 합헌이라 판단하면서도 참고인이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 소환이 가능토록 한 ‘동행명령제’ 조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처분적 법률이라고 해서 무조건 위헌은 아니지만 ‘영장주의’와 같은 기본 원칙을 침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헌재의 시간이 이어질 듯하다. 지금 민주당이 쏟아내는 ‘사법개혁’ 입법의 대부분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사위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처분적 법률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듯 처분적 재판부도 허용되지 않는 것이 선진 사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법이 통과되면 곧장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그럴 경우 재판은 중단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기한 만료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뒤늦게 내란과 외환 사건에 한해 재판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헌재법 개정안을 내놨다. 위헌 법률의 모순을 더 심한 위헌으로 덮는 꼴이다. 법원행정처 폐지는 대법원장 인사권을 침해하는 삼권분립 저해 요소를 담고 있고, 법왜곡죄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많다. 모두 헌재행이 유력하다. 대통령과 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헌재는 늘 정치 성향을 평가받는다. 지금은 6대3 정도로 진보·중도 성향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헌재는 진영 논리보다는 헌법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곳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선고일 아침까지 “재판관 성향을 보니 5대3이 확실하다”는 추측이 돌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전원일치 파면이었다. “연륜 있는 법관들은 정치적 성향보다는 법과 원칙에 충실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다만 헌재가 유독 집착하는 재판소원 허용을 여당이 미끼로 사용해 유혹하면 각종 ‘사법 개혁’ 법안들의 위헌 판단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합헌이란 판정이 내려지면 처분적 법률의 입법을 삼가는 둑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 쓰고 보니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러다 ‘최 기자의 글쓰기 금지법’이 나오지나 않을지 말이다. 최현철([email protected])
2025.12.07. 8:24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닌 오락가락. 게다가 고무줄 규제까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을 둘러싼 금융감독원의 행보가 그야말로 갈지자다. 지난달 28일 금감원은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를 근거로 은행 5곳에 2조원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최종 부과액은 금감원의 제재심을 통해 결정되고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되지만, 시장이 놀랄 만큼 센 불방망이를 들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금융 당국의 입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중요하지만 은행 입장에서 홍콩 H지수 ELS와 관련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통보는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말을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강해서다. ELS 사태가 본격화하고 피해 보상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해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은행이 소비자 피해 보상 조치를 선제적으로 이행할 경우 향후 검사 및 제재 절차에서 정상 참작하겠다”고 했다. 2023년 홍콩 H지수 급락 여파로 2020년부터 판매한 16조3000억원 규모의 홍콩 H지수 ELS에서 4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자 금융감독 당국은 선제적 배상을 종용했고 이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로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면 당국의 검사와 제재, 법적 절차를 통해 풀어야 할 문제임에도 소비자 보호만 앞세운 당국의 팔 비틀기가 적절하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ELS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금리 상품으로 여겨지면서 홍콩 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본 가입자 10명 중 9명(91.4%)이 과거 ELS 투자 경험이 있었던 만큼 은행에 속았다며 배상을 요구하는 건 과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때문에 당국의 배상 압박이 투자의 자기 책임 원칙을 훼손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컸다. ELS 과징금 2조원 통보한 금감원 대출 여력 줄며 정책 걸림돌 되자 과징금 조정·자본 규제 완화 시사 그럼에도 ‘정상 참작’을 기대한 은행들은 금융감독 당국이 제시한 분쟁 조정 기준을 바탕으로 사실 조사를 마무리하기 전 선제적 배상에 나섰다. 지난 6월 기준 투자자 96%와 합의에 성공했다. 은행 5곳이 지급한 배상액은 1조3437억원이다. 하지만 정상 참작은 온데간데없고 어마어마한 과징금 청구서만 날아들었으니, 당국을 믿은 죄를 탓할 뿐이었다. 그런데 사흘 뒤인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은행의 사후 구제 노력을 충분히 참작해 금융위와 협의를 통해 과징금 한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징금과 관련한 자본 규제 완화도 시사했다. 과징금 폭탄을 던지겠다던 금감원의 급격한 태세 전환에는 이재명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이 있다. 정부 방침에 발맞춰 5대 금융지주가 5년간 508조원의 자금을 생산적 영역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징금에 발목이 잡힐 판이 되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과징금은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징금이 부과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높아진다. 위험가중자산은 금융사가 보유한 각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해 산출한 금액의 총합으로, 위험가중자산이 클수록 은행은 더 많은 자기자본을 유지해야 한다. 대출 여력이 줄고 배당 등 주주환원도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과징금의 위험가중치는 600~700%다. 은행이 과징금을 내면 해당 금액의 6~7배를 운영 리스크로 인식해 최대 10년간 위험가중자산으로 반영해야 한다. 과징금 규모가 2조원으로 확정되면 위험가중자산은 12조~14조원 늘어나게 된다. 금융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 하한(15→20%)까지 높여가며 가계대출을 죄고 기업대출 여력을 확대해 생산적 금융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홍콩 H지수 ELS 과징금이 복병으로 떠오르자 부랴부랴 과징금을 줄이고, 규제 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홍콩 H지수 ELS 과징금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은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필요할 때는 정상 참작 같은 당근을 내걸고 유인하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채찍을 휘둘러대는 모습에 믿음은 사라졌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일관된 기준 없이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는 규제다. 플리 바겐(유죄 인정 후 형량 감경 협상)도 아닌데 금융사의 부실 관리를 위한 자본 규제를 생산적 금융이란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금융감독 당국의 행보는 위험천만이다. 금융 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응징해야 할 금융감독 당국이 규제를 불완전판매 하는 꼴 아닌가. 하현옥([email protected])
2025.12.07. 8:22
“토끼고기를 먹으면 아기 눈이 붉어지거나 언청이가 된다” “자라고기를 먹으면 목이 짧은 아기가 태어난다” “산달에 아궁이 혹은 굴뚝을 수리하지 않는다” 아기를 낳기 전 산모와 가족이 지켜야 할 ‘출산 금기’로 전해져 온 속설이다. 일부는 버젓이 책에도 실렸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이 농업기술과 일상생활에 대해 서술한 책 『산림경제』에는 정력에 좋아 자식을 갖게 하는 계육(닭고기)과 작육(참새고기), 임신 중 먹으면 언청이를 낳는다는 토육(토끼고기) 등이 언급돼 있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미신에 불과하지만 한 생명체를 기다리면서 산모는 물론 가족들이 얼마나 조심하며 처신했는지 엿볼 수 있다. 조선 후기부터 오늘날까지 출산을 둘러싼 풍속과 시대별 변천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에서 내년 5월 10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다.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100개의 옷감을 이어 만든 백일 저고리, 아빠가 쓴 육아일기, 아이를 위해 1000명의 글자를 받아 만든 천인천자문(千人千字文) 등 328건의 유물·자료가 소개된다. 출산율 세계 최저 수준인 나라이지만 전시 공간엔 ‘저출생’ ‘인구 위기’ 등의 메시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출산 장려 캠페인이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전시이길 원했다”는 박물관 측 기획의도가 깔렸다.
2025.12.07. 8:21
현대 문명의 역사를 좀 크게 본다면 인류는 항상 에너지에 굶주려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그 많은 인구가 옛날에는 없었던 물건들을 만들어 소비하고,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활동을 개발해서 즐기는데, 그것이 다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점점 많은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문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요건이 되고, 기존의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면 다른 종류의 자원을 개발해 왔다. 인간은 나무를 벌목하여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다음에는 화석연료를 대량 발굴하여 공해와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열 등 친환경적 에너지 자원은 아직 한계가 있고,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력은 큰 사고가 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방사능을 뿜어내는 부산물들을 처리할 해결책이 없다. 에너지 미래의 꿈 핵융합발전 프랑스에 거대 연구시설 건설 한국도 개발과 건설에 참여해 같이 누릴 국제협력의 결과물 핵융합, 이상적 에너지의 원천 이러한 상황에서 핵융합(nuclear fusion)은 원칙적으로는 더 바랄 것이 없는 이상적 에너지의 원천이다. 원료도 풍부하고, 부산물도 무해하기 때문이다. 핵분열 과정에서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의 무거운 원자가 쪼개지며 미미한 양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에너지로 변환되는데, 이상한 것은 아주 가벼운 원자들을 합치게 해도 그 과정에서 미미한 양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에너지로 변환된다. 수소원자들이 결합하여 헬륨을 생성하는 핵융합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나오는가는 너무나 명백하다. 그것이 수소폭탄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에너지를 쓰기 위하여 수소폭탄을 터뜨릴 수는 없고, 수소원자를 서로 조용히 결합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다.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핵융합에 의한 것인데, 태양의 내부는 엄청난 고온과 고압 상태이기 때문에 핵융합이 가능하다. 수소폭탄을 점화하는 데는 원자폭탄을 터뜨려야 한다. 그런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핵융합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시설을 토카막(tokamak)이라고 한다. 이것은 핵융합 연료를 플라스마로 만든 후에 강한 자기장을 사용하여 도넛 형태로 잡아놓은 상태에서 뜨겁게 만드는 장치이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얘기했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핵융합으로 조용히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것은 아직 꿈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꿈을 꾸준히 추구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모여서 현재 건설 중인 시설이 있는데,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시골에 있는 ITER이라고 한다.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라는 말의 약자이다. 1950년대부터 각국에서 각종 토카막을 지어서 연구하고 있지만 제대로 성과를 올린 곳은 아직 없다. 실패를 거듭하며 얻은 결론은 그 시설을 엄청난 규모로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한 국가에서 하기는 힘들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경제적으로 중요한 과업일수록 국가 간 경쟁과 견제가 심하기 때문에 협력이 힘들다. 이 상황을 바꾸어 준 것은 1980년대에 소련을 과감히 개혁하고 냉전 종식에 결정적 기여를 했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었다. 1985년도에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가졌던 정상회담 중 고르바초프는 미·소간 핵무기 경쟁을 자제하되, 평화적 과학기술 협력의 일환으로 핵융합 연구시설을 마련하자고 제의하였다. 소련에서 이 제안을 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컸다. 왜냐면 토카막이라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소련의 물리학자 사하로프(Sakharov)와 땀(Tamm)이었고, 실제로 토카막을 처음 지은 것도 소련이었다. 고르바초프의 획기적 제안 1년 후 소련·미국·유럽연합·일본이 머리를 맞대고 막강한 핵융합 연구 연맹을 형성하였다. 그 후 캐나다도 가세했고, 2003년에는 중국과 한국도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도 1995년에 시작했던 KSTAR 토카막 프로젝트를 통해 핵융합 연구의 상당한 역량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국제 협력은 쉽지 않았다. 협정을 체결하고 ITER시설의 설계까지 마친 후에 실제 비용을 투자하는 데 대해서 미국은 한동안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소련이 붕괴하고 ITER의 파트너로 남은 러시아는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을 겪으며 이런 큰 국제협력을 주도할 역량이 없었다. 미·러가 뒷전으로 물러나면서 주도권을 잡은 유럽과 일본이 서로 시설을 유치하려는 줄다리기가 벌어졌고, 결국 프랑스로 정하는 데까지 많은 진통이 있었다. 2010년에야 겨우 시작한 공사는 또 여러 가지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해 지연되고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총 34조원, 2033년 완공 예정 프로젝트 현재 계획은 2033년에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며, 총비용은 약 34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적 협력 체계는 안정이 되었으며, 궁극적 성과는 예측할 수 없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중요한 연구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나 기술의 혁신적 발달은 예기치 못했던 방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인공지능도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별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남달리 어떤 가능성을 감지한 선구자들은 계속 연구를 추구하였고, 그 결과 놀라운 성과를 이루게 되었다. 핵융합 에너지가 실용화하지 못한다는 보장도 없다. ITER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게 된다면, 대한민국도 당당히 참여하여 도왔던 지난한 국제 협력의 결과가 될 터이니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교수
2025.12.07. 8:20
두 달 넘게 1400원대를 맴돌던 원·달러 환율이 이제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위협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경험해 보지 못한 숫자다. 그러나 지금의 공포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과거의 위기가 예기치 못한 ‘급성 충격(블랙스완)’이었다면, 작금의 현실은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 저하와 미국의 구조적 호황이 맞물린 ‘만성 질환(회색 코뿔소)’이기 때문이다. 환율 방어용 ‘쌈짓돈’ 활용 안 돼 최근 원화가치 하락은 만성질환 경제체질 바꾸는 개혁해야 해소 이러한 고환율 고착화의 위기감 속에서 최근 기획재정부·한국은행·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 등 4대 기관이 모여 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뉴 프레임워크’ 구축을 발표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국민연금을 동원해 환율을 방어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이를 사실상 국민 노후자금의 외환 방어 투입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정부의 다급한 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현재 1322조원 규모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잔액은 약 5300억 달러(약 771조원)에 달해, 42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훌쩍 넘어섰다. 매년 해외투자를 위해 수백억 달러를 환전해 나가는 국민연금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거대한 ‘제2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정부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환율 방어용 쌈짓돈’이 아니다. 연금의 존재 이유는 기금 증식을 통해 국민의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정부가 논의 중인 환헤지 비율 상향은 당장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기금 운용 측면에서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강달러 기조가 지속할 때 환헤지 비율을 높이면(달러 매도), 추후 환율 상승 시 누릴 수 있는 환차익을 포기해야 하고 헤지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2200만 가입자의 수익률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의 환율 상승은 국민연금 탓만이 아니다. 올해 누적 순매수액이 301억 달러에 달하는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쏠림, 2020년 펜데믹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2배에 달하는 통화량(M2) 증가율(43.3%), 미국보다 1.5%포인트 높은 기준금리,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따른 향후 10년간 매년 200억 달러의 대미 현금투자, ‘트럼프 트레이드’ 확산 등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 변화로 인해 달러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보유한 달러를 선물환 시장에서 매도(환헤지)하거나, 신규 투자용 달러를 한국은행에서 빌려 쓰는 스와프 방식은 외환시장에 일시적으로 달러 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이는 진통제일 뿐 치료제가 아니다. 펀더멘털이 약화된 시장의 흐름 자체를 되돌릴 수는 없다. 자칫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신호를 줄 경우, 장기적으로는 연금 수익률을 갉아먹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마저 잃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수준에서 협력해야 한다. 기계적인 환헤지 비율 상향 등 인위적인 자산 배분 개입은 지양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매력적인 한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자본시장의 수익률과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노동과 기업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 외국인 자금이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환율 안정책이다. 환율 1500원 시대, 정부는 국민연금이라는 당장 손대기 쉬운 카드에 기대기보다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고통스러운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리셋코리아 경제분과장
2025.12.07. 8:18
극단의 편향적인 정치 성향을 띠는 소셜미디어의 병폐가 심각하다. 세상을 네 편 아니면 내 편의 적대적 이분법으로 나눠 우리가 함께 살아야 하는 공동체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극성 소셜미디어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 대표자, 정치인, 정부 고위 관료의 상시 출연은 이 바보 같은 싸움이 소모전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소셜미디어가 “주변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관심을 빼앗고 우리 내면에 자리한 최악의 것들을 부채질함으로써 분노와 종족주의로 우리를 몰아넣는”(『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행동대장이 되고 있다. 정치판 주무르는 소셜미디어 법치 무너뜨려 민주주의 파괴 이념에 물든 메시지 경계해야 편향 소셜미디어의 기승은 저널리즘 역사에 등장했던 ‘괴물 미디어’를 떠올리게 한다. 두 괴물(당파적 정론지 신문과 황색 저널리즘)은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한다는 저널리즘의 본질을 훼손한 어두운 존재였다. 정론지(政論紙·partisan press)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이 강력한 중앙 정부 수립을 놓고 격론을 벌이던 1783년부터 1860년에 횡행했다(『미국신문발달사』, 차배근). 독립한 13개 주를 일괄적으로 통제하자는 연방파와 반대하는 공화파의 싸움에 신문이 가세하여 이전투구를 벌인 것이다. 독립투쟁 시기에 프로파간다로서 신문의 힘을 체험한 정치인들이 선전매체, 대중조작, 여론 형성의 도구로 신문을 이용하려는 속셈도 가세했다. 정론지는 사회통합 대신 갈등을 유발하고 촉진하는 미디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았다. 황색(yellow) 저널리즘은 1892~ 1913년에 걸쳐 대중성을 빙자하여 부도덕, 범죄, 마약, 미스터리 사건, 청소년 자살, 범죄, 낙오자, 실패자, 희생자의 뉴스 가치를 과장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던 선정적 보도를 일컫는다. 감정적 제목, 사진의 남용, 컬러 만화, 조작 인터뷰와 기사, 거짓 정보와 지식을 발전된 제작 기술로 돋보이게 했다. 황색 저널리즘은 인쇄 기술의 혁신, 교통과 통신시설 증가, 산업화에 따른 소득 증대, 문맹률 감소, 도시화와 같은 시대변화와 정치 목적 위주, 소수 엘리트 집단 위주의 신문에서 익명적·이질적 다수의 대중에 대한 인식을 저널리즘에 구현하려는 시도도 했지만 상업성·선정성·폭력성 짙은 내용으로 부수 경쟁과 언론사의 이익 추구에 우선한 특징을 지닌다. 근래 대한민국의 편향 소셜미디어에서 재현되고 있는 두 괴물 미디어의 모습은 올바른 저널리즘에 대한 반동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론지와 황색 저널리즘의 행태를 넘어 권력과 상호 후원의 관계를 형성하고, 권력이 되고, 권력을 행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편향 정치 미디어가 미는 후보자가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대통령이 심중에 둔 후보를 물리치고, 국민의 힘 대표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특히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의 주장이 여당의 입장이 되고, 김씨의 미디어에 출연하여 보조를 맞추는 것이 공천과 국회의원 당선을 위한 첩경이라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8일 국회 운영위에서 고성을 지르고 화를 내는 자세를 취해 민주당 위원장으로부터 여기가 “화내는 곳인가”라는 호통을 들을 만큼 물의를 빚은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바로 다음 날 김씨 방송에 출연하고, “다음엔 더 세게 나가라”는 충고를 들었다. ‘용산 대통령’ ‘여의도 대통령’과 함께 ‘충정로 대통령’이 있다는 허망한 말이 도는 까닭일 것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미디어 현상으로서는 희귀한 사례이다. 현재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의 수감시설에서 반인도범죄 재판을 대기 중인 전 필리핀 괴물 대통령(두테르테) 정권을 비판하여 목숨을 위협받아온 언론인 마리아 레사(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소셜미디어의 역기능 체험을 밝힌다. “우리가 공유하는 현실을 파괴하고”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온라인에서의 면책이 오프라인에서의 면책으로 이어져 견제와 균형이 파괴되고” “거짓말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서로 싸우게 만들어” 민주주의를 죽인다.(『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정론지 시대를 마감하는 기폭제가 된 1860년 3월 22일 뉴욕타임스의 ‘모든 정파의 독자들이 진실과 정의를 위한 입장에서 서로 논의할 수 있도록 사실을 보도하고, 특정 정당의 이해를 대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반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은 어떤 제국보다도 크고 강하고 흥미로운 소셜미디어 제국을 가능하게 한다. 공동체를 불행하게 하는 정파성·선정성·상업성·폭력성으로 물든 메시지를 전하는 괴물 소셜 미디어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2025.12.07. 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