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조원' 스페이스X·xAI 묶는 머스크의 노림수…"AI자금조달" '우주 데이터센터' 내세웠지만 현실은 "xAI 현금부족 문제 해결"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총 가치 1조2천500억달러(약 1천816조원)로 평가되는 자신의 두 기업 스페이스X와 xAI를 합치려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고 미 경제매체 CN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머스크는 전날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합병하는 주된 이유가 '우주궤도 데이터센터'를 더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먼 미래의 얘기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보다는 현재 xAI에 훨씬 시급한 문제인 '현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고 CNBC는 전했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AI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경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상장 시 1조5천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로 최대 50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었다. 위성·통신산업 시장조사업체 TMF어소시에이츠의 팀 패러 대표는 "xAI를 스페이스X에 통합함으로써 머스크는 AI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끝없는 열망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 기업의 누적 적자에도 재정적인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러 대표는 또 "현재 사람들은 AI 기업들에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6개월 뒤나 12개월 뒤에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며 "지금은 (xAI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xAI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은 이 회사가 조달한 자금을 빠르게 소진하고 있다. 전날 기술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xAI는 지난해(2025년) 9개월(1∼9월) 동안 약 95억달러(약 13조8천억원)를 소진했다고 투자자들에게 밝혔다. 지난 1월 초 xAI는 약 2천300억달러의 기업 가치로 추가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감했지만, 이는 오픈AI가 지난해 10월 5천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나 앤트로픽이 최근 기업가치를 3천500억달러로 평가받은 것에 비하면 아직 AI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현재 머스크가 이끄는 유일한 상장기업인 테슬라는 지난달 28일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xAI의 자금 조달 라운드에 참여해 2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우호적인 자본시장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경·반독점 및 기타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머스크의 기업들이 여러 혜택을 누리고 있으나, 이런 환경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3년 뒤에는 달라질 수 있으므로 스페이스X나 xAI의 자금 조달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다만 패러 대표는 머스크의 열성 팬들과 기관투자자들이 머스크를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거래망 '머스코노미'(Muskonomy)를 지지하는 이유가 머스크에 대한 신뢰 때문이지만, 그의 '제국' 중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거나 파산한다면 "그 모든 것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NBC는 이번 합병이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며, xAI 주식 1주가 스페이스X 주식 0.1433주로 전환된다고 전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xAI의 주당 가치는 75.46달러, 스페이스X의 주당 가치는 526.59달러로 평가됐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임미나
2026.02.03. 13:26
미 '유통공룡' 월마트 시총 첫 1조 달러 돌파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의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3일(현지시간)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천450조원)를 돌파했다. 뉴욕증시에서 이날 월마트는 미 동부시간 오후 2시 30분 기준 전장보다 2.5% 오른 127.16달러에 거래되며, 시가총액이 장중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월마트 주가는 지난해 약 24% 오른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이날까지 약 12% 오르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주 고평가 논란 속에 순환매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4거래일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유통망을 두고 있는 데다 식료품, 생활 필수용품은 물론 값비싼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미 최대 유통체인이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사업과 아울러 전자상거래 확대 전략을 펼치며 회사 성장을 지속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상장기업 가운데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를 제외하고 시총이 1조 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버크셔헤서웨이에 이어 월마트가 두 번째다. 월마트는 지난달 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6.02.03. 13:26
"스포츠에서 도전 정신 만큼 멋진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네 번의 올림픽을 출전을 통해 사랑과 화합, 인류애 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세요, 여러분!" 동·하계 올림픽의 명물이자, 스포츠계 유명 인사인 '통가 근육맨' 피타 타우파토푸아(42)가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중앙일보를 통해 한국 팬에게 전한 메시지다. 타우파토푸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한우를 먹은 게 벌써 8년 전"이라며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고 인사했다. 타우파토푸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세 차례 올림픽 개회식에서 웃통을 벗고 나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오륜기 기수로 나선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2일(한국시간) 타우파토푸아를 비롯해 총 10명의 개회식 오륜기 기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다."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설파한 올림픽 정신이다. 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 정신을 완벽히 구현한 인물이었다. 인구 10만 명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통가 출신인 그는 태권도 선수로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고 우람한 근육을 드러내며 통가 기수로 입장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후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땄고, 개회식에서 다시 상체를 드러낸 통가 전통 의상 투페누를 입고 개막식 기수로 등장했다. 키 1m90㎝ 체중 90㎏의 큰 체격에 코코넛 오일을 잔뜩 바른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당시 영국 데일리 메일은 "타우파토푸아가 몸에 바른 기름은 통닭을 튀기고도 남을 양"이라고 묘사했다. 국내 팬은 '통가 근육남', 해외에선 '웃통을 벗은 통가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타우파토푸아는 개회식을 앞두고 "추위 때문에 이번에는 벗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개회식 당일 영하 8도의 평창 강추위 속에 '깜짝 쇼'를 펼쳤다. 태권도 선수로 출전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변함없이 번쩍거리는 근육을 드러낸 채 기수로 나섰다. 타우파토푸아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출전하려 했으나 통가의 해저화산 폭발 피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선 태권도와 카누 종목에 도전했다가 예선 탈락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곤 전 세계 팬들에게 기부를 받아 훈련비를 마련했다. 평창 대회를 앞두곤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10세 어린이들과 스키를 배웠다.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도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다. 대회 직전 통가에선 대규모 해저 화산 폭발이 발생했다.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하파이 섬 인근에서 치솟은 화산재는 직경 300㎞에 달했다. 화산재와 정전으로 낮에도 밤처럼 어두웠다. 호주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타우파토푸아는 통가 통신이 두절되면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 도전을 멈췄다. 당시 그는 중앙일보에 "나는 위험한 상황을 면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사명은 단 한 가지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가의 상황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과 조국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통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세 차례 올림픽을 거치며 성숙해진 그는 이제 네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타우파토푸아는 7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에서 '마라톤 전설'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난민팀 역대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신디 은감바,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 필리포 그란디, 니콜로 고보니(이상 이탈리아), 마리암 부카 하산(니이지리아), 올림픽 6개 메달을 딴 체조 선수 레베카 안드라드(브라질), 핵 군축 활동을 펼친 아키바 다다토시(일본) 전 히로시마 시장과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다. 이탈리아 최초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올림픽 챔피언인 프란코 노네스, 이탈리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마르티나 발체피나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오륜기 기수로 나선다. 피주영([email protected])
2026.02.03. 13:05
미국과 이란이 오는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고위급 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의 인터넷 차단 조치가 정권 내부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대통령 아들 “인터넷 끊어도 해결 안 된다”…결정권 공방 영국 가디언은 최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아들이자 정부 자문 역할을 맡은 유세프 페제시키안이 얼마 전 텔레그램을 통해 인터넷 제한 해제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을 끊는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시위) 영상 유출은 어차피 언젠가 직면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던 지난달 8일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을 차단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가디언은 해당 발언을 정권 내부 논쟁과 연결해 분석했다. 대통령과 사타르 하셰미 통신장관은 “열어야 한다”는 쪽에 가깝지만,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 등 안보 라인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안보 라인'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18일 이란 국영TV가 해킹을 당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옛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가 국민에게 봉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송출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을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명분이다. 특정 이용자·기관에만 접속을 허용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정책을 추진하는 등 완화 조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이 점이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아닌 회색지대가 커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 하루 날아가는 518억원…경제가 균열 부추긴다 경제 문제는 내부 균열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가디언은 인터넷 셧다운 비용을 하루 2000만 달러(약 288억원)로 추정했다가 지난달 28일엔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하루 3600만 달러(약 518억원) 규모로 상향했다. 인터넷이 막힐 경우 하루에 사라지는 돈의 추정치다. 온라인 결제·송금 등 전자상거래, 수출입 전자문서, 플랫폼 기반 영업 등에서 이만큼 손해를 본단 얘기다. 사회적 불안과 불만을 키우는 것도 당연지사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NYT에 "짧게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것 같다"며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위의 참상이 부분적으로 드러날수록 사회적 동요가 커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갈팡질팡하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등 외국 개입으로 시위가 촉발됐다'는 식의 주장 역시 흠집이 났다. 틈새 접속이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사실, 그리고 당국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퍼뜨리는 데 촉매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개혁파의 하메네이 퇴진 공개 요구…완충지대마저 흔들리나 이런 상황에서 1989년부터 권좌를 지키고 있는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하는 흐름도 포착됐다. 유럽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이란의 개혁파 정당 이슬람이란인민정당연합(UIIPP)을 이끄는 정치인 아자르 만수리는 지난달 11일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하메네이에게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하메네이와 함께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유락티브는 이란 당국의 저지로 만수리의 구상이 실현되진 못했다면서도 개혁파가 그동안 체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개혁파와의 결별은 이란 지도부로선 중요한 기둥 하나를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매체는 이런 개혁파의 공개 반란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커진 시점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이란 측과 회담을 한다면서도, 항공모함 링컨함 등 주요 전력을 이란 인근에 집결시켰다. CNN은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에서 이란 국민만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CNN에 "미국과 이란 정부 모두 이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으로 서로 공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절망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추천! 더중플 - 다음에게 다음(next)은 있는가 1995년 한국 인터넷 시대의 문을 열었던 다음이 신생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매각될 전망입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사이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오늘의 추천! 더중플은 31년 다음의 흥망성쇠 스토리를 담았습니다. 이메일·카페·웹툰 등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인터넷 서비스들의 원형을 만든 곳입니다. 대표 포함 모든 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일정 기간 근속시 안식 휴가, 사내 카페 등 현재 많은 IT 기업들이 갖고 있는 회사 복지를 처음 도입하기도 했죠. 그렇게 다음은 인터넷 시대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모바일 시대에 뒤처졌고, 2014년 카카오에 운명을 위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10년 뒤, 이제는 AI의 파고 앞에 서 있는 다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이재웅·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부터 다음·카카오 전현직 임직원들이 들려준 비하인드 스토리, 매각 이후 다음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 등을 풍성하게 담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중앙플러스 구독 후 보실 수 있습니다. 2014년 어느 봄날.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와 다음(Daum) 대표 최세훈이 한 식당에 처음 마주 앉았다. 다음 공동창업자 이택경이 마련한 자리였다. 당시 네이버에 줄곧 포털 점유율을 내주고 있던 다음은 사람들을 끌어모을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트래픽은 모았지만, 이를 수익화 할 사업 경험이 없었다. 한참 고민을 털어놓던 두 수장에게 이택경이 말했다. “다음과 카카오가 힘을 한 번 합쳐보면 어떻겠습니까?” 이 만남 이후 김범수는 다음 공동창업자이자 대주주 이재웅에게 지분 교환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재웅은 “두 기업이 합병을 논의해보는 게 어떠냐”고 던졌다. 두 사람이 지분 교환을 하면 주주총회를 열어 동의를 얻는 등 복잡한 과정 없이도 신속하게 ‘딜’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재웅은 밀실에서 대주주끼리 지분 교환 하는 형태는 주주 전체 이익을 우선해야 할 자본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희 혼자서는 네이버 못 이겨요. 합치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음 경영진이 주주 동의를 얻고자 이재웅을 찾아왔다. 카카오와 다음은 2014년 10월 양사 주주들로부터 합병 승인을 얻어 ‘다음카카오’가 됐다. 그리고 10년여. 카카오는 지난달 29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카카오가 보유한 다음 운영사 에이엑스지(AXZ) 지분을 이전하기로 한 내용이 담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AXZ는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면 다음은 업스테이지라는 새 주인을 만나게 된다. 다음은 1995년 이재웅·이택경·박건희 공동창업자가 설립했다. 전체 인구 대비 인터넷 이용자가 1%도 채 되지 않던 그 해, 세 사람은 확신했다. “앞으로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거고, 컴퓨터는 커뮤니케이션 머신이 될 거야.” 이후 1997년 국내 최초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hanmail), 1999년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 등을 오픈하며 한국 인터넷 부흥기를 이끌었다. 포털 뉴스와 블로그, 웹툰 등 현재는 익숙한 한국 인터넷 서비스들의 첫 시작도 다음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포털 서비스의 트렌드가 커뮤니티에서 검색으로 이동하면서 검색 엔진에 투자를 집중한 후발주자 네이버에 점유율이 추월당하기 시작했다. 사용자들은 다음 대신 네이버 ID로 메일 주소를 만들고, 네이버 카페에 가입했다. 그렇게 주요 서비스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모바일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침체기는 길어졌고, 2014년 카카오와 합병했다. 카카오는 다음의 풍부한 경험과 인재 풀을 십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그러나 포털로서 다음의 존재감은 갈수록 흐릿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검색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은 2.94%로 4위에 그쳤다. AI라는 파고 앞에서 다음은 업스테이지를 만나 이전과 다른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영광을 묻어두고, 소멸의 길로 가게 될까. 이재웅·이택경 공동창업자부터 다음·카카오 전현직 임직원들이 들려준 비하인드 스토리와 업계 전문가들이 보는 다음의 미래 등을 담았다. ※더 자세한 기사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네이버 잡으려 ‘신의 악수’ 뒀다…2014년 다음·카카오 합병 비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635 더중앙플러스 : 팩플 AI 마스터 클래스 PDF북 챗GPT부터 제미나이, 클로드, 그록까지. 넘쳐나는 생성 AI 도구 주변에서 다 쓰는 것 같아 불안하다면. AI 배우기, 이제 더 미룰 수 없습니다. 최신 생성 AI 서비스의 핵심 기능을 기초부터 알려드립니다. 생성 AI를 심층 조사원, 일타 강사, 비서, 여행 가이드 등 업무, 학업, 일상에 쓸 수 있게 해주는 실전팁을 담았습니다.노션, 슬랙, 옵시디언 등 생산성 도구를 생성 AI와 연동해 업무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pdf/1019 구원투수는 카카오 구원했나…‘CA협의체’ 2년 실험 성적표 카카오의 구원투수 CA협의체를 둘러싼 잡음이 심상치 않다. 카카오의 성장 속도를 더디게 하는 옥상옥(屋上屋)이란 비판부터, 창업자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총괄대표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내부 목소리까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2년 전 위기의 카카오를 구하기 위해 등판한 CA협의체. 현재 스코어 카카오의 든든한 구원투수인지, 아니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엇을 개선해야할지, 하나하나 따져봤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6536 “피 섞어도 보통 섞는 게 아냐” 네이버·두나무 빅딜 속사정 “피를 섞어도 보통 섞는 게 아니다. 굉장한 신뢰 관계가 있단 얘기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사회 의장)와 송치형 두나무 창업자(회장)의 관계에 대해 네이버 C레벨급 핵심 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네이버-두나무 ‘빅딜’(주식 교환으로 두나무가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자회사로 편입) 추진 배경에 두 사람의 두터운 신뢰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도대체 네이버는 왜, 두나무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IT업계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온 빅딜 추진 소식의 함의를 이 의장·송 회장의 조언자 그룹, 양측 C 레벨급 핵심 관계자들을 밀착 취재해 낱낱이 파헤쳤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5205 “챗GPT처럼 인간에 아부 말라” 불친절 ‘제미나이’ 대세인 이유 챗GPT 천하였던 생성 AI 시장에 제미나이를 앞세운 구글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비상 단계인 코드 레드를 발령했을 정도. 그런데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상황은 정반대였다. 2023년 초 급하게 바드(Bard, 제미나이 전신)를 공개했지만 시연에서 할루시네이션(AI의 그럴싸한 거짓말)을 적나라하게 노출하며 체면을 구겼다. 주가는 당일 하루 만에 7% 넘게 하락했다. 그랬던 구글은 어떻게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을까. 모바일 시대를 넘어 AI를 ‘기본값’으로 만드는 싸움에서 구글은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시총 4조 달러 고지로 구글을 밀어 올린 AI 전략의 오늘과 내일이 궁금하다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289 홍상지([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동갑내기 엄정혜·김승훈(36)씨 부부는 8년간의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 맞벌이 무자녀 부부)’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첫째 아들 ‘호수’를 얻었다. 아내 정혜씨는 20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사실상 출산을 포기한 상태였다. “아이 기르는 건 여성에게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고, 본인은 석사 과정 2년을 마친 직후인데다 남편은 프리랜서로 일하던 상황이었다. 넉넉지 않은 경제 상황에 출산까지 감당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생각을 바꾼 건 30대 초반에 들어서고 주거가 안정되면서부터였다. 두 사람은 신혼 희망 타운 청약에 당첨돼 지난 2024년 아파트에 입주했고, 이후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 남편 승훈씨는 “임대아파트를 전전할 땐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다음엔 어디로 가야 하나’ 싶어 불안감이 컸다”며 “이 집에 들어온 뒤 단지 안에서 또래 신혼부부들이 아이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출산을 결심했다”고 했다. 정혜씨 역시 “막상 해보니, 인생을 한 단계 더 나아가게 하는 여러 선택지 중 아이를 낳는 일이 가장 해볼 만한 시도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 에코붐세대 여성 10인 "갖춰지면 낳는다” 8년 만에 반 토막(2015년 43만8420명→2023년 23만28명)이 난 국내 출생아 수는 2024년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지난해는 11월까지 23만3708명으로, 연간 총 25만명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흐름은 길었던 저출생의 터널 끝에 온 ‘상승 국면’의 시작점일까, 아니면 기저 효과나 반짝 착시에 불과할까. 중앙일보는 이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최근 2년간 아이 낳을 선택을 한 에코붐세대(1990년대 초중반 출생) 기혼 여성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극심한 출생률 하락 시기 동안 “아이 낳으면 무조건 손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이 갖춰질 경우 출산을 선택하거나 오히려 출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도 있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출산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는 ▶경제적 안정 ▶재택근무 확대 ▶배우자의 도움 ▶출산·육아를 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직장 문화 등을 주로 꼽았다. 3년간 딩크로 지내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황모(33)씨가 대표적이다. 대학 졸업 후 사기업에 근무하다 공공기관으로 이직한 것을 계기로 출산을 결심했다. 그는 “야근이 잦은 이전 회사에선 일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에 따라 결혼·출산은 항상 우선순위 밖에 뒀다”며 “이직 후 정시 퇴근이 보장되고, ‘애 둘 엄마’ 동료들도 주변에 많이 있는 환경에 놓이니 결혼·출산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음 달 출산을 앞둔 직장인 이모(30)씨도 업무 환경의 변화가 출산 결심으로 이어졌다. 2024년 결혼 이후 외국계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 들어간 그는 현재 부서로 온 뒤부터 경기도 이천에 있는 집에서 전면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이씨는 “온전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니 자연스레 임신을 계획하게 됐다”며 “주위에 반도체 회사 등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아파트 단지에 강아지는 안 보이고 아이들만 빽빽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결혼한 경찰 공무원 이승연(30)씨는 “공무원이라 상대적으로 육아 휴직을 원활하게 쓸 수 있어 자녀 계획에 큰 힘이 된다”며 “산전 검사 지원 등을 받으며 임신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꾸준히 추진해 온 저출생 대응 정책 효과가 일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거 지원 정책과 육아휴직 제도 확대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 제도의 혜택을 받은 수급자는 33만953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 “구조적 반등으로 보긴 일러” 결혼·출산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엔 누적 출생아 수가 늘었을 뿐 아니라, 출생의 선행 지표인 혼인 역시 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98건(2.7%) 늘어난 1만9079건으로 나타났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에코붐세대의 가임 기간 동안은 출생률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를 지속가능한, 구조적 반등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팬데믹 이후 유예된 결혼·출산이 재개된 데 따른 기저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에코붐세대 인구 증가 등의 통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시기에 지연됐던 결혼과 출산이 재개되고, 30대 여성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당분간 출생아 수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일자리·주거·교육 전반에서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 없이는 반등이 장기 흐름으로 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결혼과 출산을 많이 하면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소위 ‘이웃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의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 역시 “에코붐세대 이후엔 다시 ‘절벽’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관련 인센티브 정책은 지속해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아미.김예정.한찬우([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28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강동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 앞이 북적였다. 밖에서 대기하던 임신부와 보호자 등 10여명은 오전 8시 30분 진료 접수 대기실의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병원 1층 로비로 몰려들었다. 인근 주민 사이에서 ‘출산 전문 병원’으로 입소문을 탄 이곳에선 진료 전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일이 최근 몇 달간 계속되며 ‘오픈런 산부인과’로 알려졌다. 결혼 6년 차에 둘째를 임신한 이수민(38)씨는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아이를 가지니 임신 시기가 30대 후반으로 늦어지긴 했지만, 주변에 아이 가지려는 사람은 분명 많아진 것 같고 우리 부부 역시 자연스레 아이를 갖게 됐다”며 “둘째 몫까지 총 6년 육아 휴직을 쓸 수 있고, 남편도 1년을 이미 썼다. 휴직 제도가 전보단 좋아져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2024년부터 이어진 출생률 반등의 주역으로 꼽히는 에코붐세대(1990년대 초·중반 출생자)가 직전 세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출산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 출생아 수 반등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년 대비 늘어난 30대 출산 1만924건 중 여성 인구가 늘어난 것에 따른 영향은 3.2%(353건)에 그쳤다. 늘어난 출산 가운데 96.8%(1만571건)는 30대 여성이 기존 세대보다 더 많이 ‘출산을 선택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8420명에서 2023년(23만28명)까지 8년 연속 줄었다가 2024년 전년 대비 3.6% 늘어난 23만8317명으로 반등했고, 지난해엔 11월까지 23만3708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 ‘아이 낳을 결심’과 ‘0 아니면 2’가 출생률 반등 이끌어 그간 에코붐세대가 결혼 및 출산할 연령대가 된 것이 출생률 반등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지만, 연구팀은 이처럼 개인의 출산 의향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바꿔 말하면 출산을 손해로 인식하고 기피하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출산 시기에 도달한 인구만 증가한 게 아니라, 스스로 아이 낳을 의지를 갖고 실행에 옮긴 1990년대생 엄마가 늘었다는 뜻이다. 특히 둘째 출산이 전체 출생아 증가에 기여한 정도가 첫째 출산의 기여도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비붐세대의 자녀들인 이들은 인구 자체도 다른 세대보다 많다. 하지만 출산 인구 증가에 따른 영향보다는 이들이 생각을 바꿔 더 많이 ‘출산할 결심’을 하게 된 것, 그리고 기왕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하고 나선 둘째까지도 적극적으로 낳는 ‘0 아니면 2’ 트렌드가 출생률 반등에 있어 더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2024년 출산율 증가에 있어 30대의 둘째 출산 기여도(76.45%)가 첫째 출산 기여도(76.19%)를 넘어섰다. 이는 연령별 인구수 및 출산율, 혼인과 미혼 출산 등 다른 인구학적 요인은 전년 대비 바뀌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둘째 출신 증가로 인해 전체 출생아 수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 값이다. 연구팀은 “이전 시기에 대한 분석에서 둘째 출생률 변화가 출생아 수 변화의 중요한 요인이었던 때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 "지원 느니 둘째 출산 생각도” 2015년 16만6000명이었던 둘째 출산은 2023년 7만4000명으로 절반 아래까지 줄었다가, 2024년 7만6000명으로 증가 전환했다. 일·가정 양립 정책, 늘어난 출산 지원 등으로 한동안 고려조차 하지 않던 둘째 출산이라는 선택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만나 본 30대 여성들 사이에서도 “예전에 비하면 둘째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일부 확산한 것이 느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둘째를 낳은 김모(33)씨는 “첫째 출산 때 ‘첫만남이용권’ 200만원 등 현금성 지원들을 받아보니 둘째를 낳아도 부담이 생각보다 크진 않겠다고 느꼈다”며 “첫째 때 어린이집 보내기가 어려웠는데, 둘째 임신하니 첫째 어린이집 입학도 좀 수월해지는 등 이점도 많다”고 했다. 더 근본적으로 출산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출생률 반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이 2024년 출산 경험 여성 1003명을 대상으로 출산 영향 요인(5점 만점)을 설문한 결과, 본인 의지(4.24), 배우자 의지(4.2), 본인 및 배우자의 연령(4.09)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단순히 인구가 많은 세대가 혼인 적령기에 진입했다는 것 때문에 출생률이 높아진 건 아니다”고 해석했다. 올해 여름 출산을 앞둔 한모(30)씨는 “예전과 비교하면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확실히 줄면서 주위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출산을 적극 고려하는 분위기다. 11월 결혼식을 앞두고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결혼박람회를 찾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계약을 마친 이한조(34)씨는 “예전엔 ‘욜로’나 ‘골드미스’ 같은 표현이 유행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가정을 꾸리는 게 일종의 유행이 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들 결혼이나 출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5월 결혼을 앞둔 30대 여성 전호진씨는 “요즘엔 주변에서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 맞벌이 무자녀 부부)’라는 말도 예전만큼 안 쓰는 것 같다”며 “우리도 아이를 최소한 한 명은 낳고 싶다”고 말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1일 공개한 미혼남녀 결혼의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결혼 의향은 전년 대비 2.3%포인트 오른 60.8%, 여성의 결혼 의향은 3%포인트 오른 47.6%로 나타났다. 출산 의향도 남성(62%)과 여성(42.6%) 모두 각각 전년 대비 3.6%포인트, 1.7%포인트 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에 대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정 부분 만들어졌다”며 “마음 맞는 누군가와 함께 자산을 형성해 삶을 꾸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고독이나 외로움 등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두려움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삼권.곽주영.한찬우([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 평범한 도민 이야기 수두룩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대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초등학생 김하준(13)군과 박지율(12)양이 만든 5~10분짜리 영상 자서전이 상영되자 참석자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초등학생이 만든 우수 영상 자서전을 소개하는 성과보고회였다. 충북도는 지난해 도내 22개교 2기 교육수료자 361명 중 김군 등 우수자 4명을 선발했다. 하준이는 좋아하는 가수와 자신의 꿈을 소개하고, 친할머니·친구를 인터뷰한 영상을 손수 제작했다. 지율양은 경찰관인 아빠에게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묻거나, 엄마에게 ‘내가 태어났을 때 어땠는지’ 등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선보였다. 지율양 아빠 박철희(46)씨는 “영상을 촬영하며 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가족과의 추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도민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충북도 디지털 영상자서전 사업이 참여기관과 대상을 확대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인생 기록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2022년 9월 ‘충북 영상자서전’ 유튜브 채널 개설을 시작으로, 첫해 127건을 시범 제작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누적 참여자가 3만3800명에 달한다. ━ 2022년부터 누적 3만3800건 기록 당초 충북노인종합복지관 중심이었던 콘텐트 제작을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등 31개 기관으로 늘리고, 참여 대상도 70~80대 위주에서 전 연령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영상 제작과 섭외를 돕는 촬영서포터즈는 2023년 20여 명에서 500여 명으로 대폭 늘었다. 충북 영상자서전 채널에는 평범한 도민의 사연이 수두룩하다. 세쌍둥이 아빠의 하루, 20대 수영강사·청원경찰·화가 이야기,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의 기억, 기업을 일군 경험, 살아오면서 겪은 시련 등이다. 영상에는 주인과 가족이나 친구·동창 등이 남긴 응원 댓글이 달린다. 최고령 참여자는 괴산군 청천면에 사는 유순애(99) 할머니다. 그는 백수(白壽)를 한 해 앞둔 지난해 7월 ‘대한민국 최고령 워킹우먼’이란 제목의 영상자서전 주인공으로 나왔다. 집 마당과 마을 정자 등 청소를 시작으로 아침을 해 먹고, 주민 20~30명과 어울려 콩 고르기 같은 소일거리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 촬영서포터즈만 500명…"콘텐트 2차 활용할 것" 18세에 중매로 시집온 이야기, 먼저 떠난 두 아들을 생각하며 “(아들의)망일엔 재미가 없고, 가슴이 아프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상품권을 모아 딸과 손주들을 챙기는 게 낙”이라는 말도 전했다. 딸 정상화(59)씨는 “영상 전문가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잘 편집해 주셨다”며 “어머니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300여 명을 인터뷰해 영상 제작을 도운 채수덕(65)씨는 “자서전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위대한 사람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민초들의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청년서포터 백승현(40)씨는 “옛일을 회고하는 자서전에서 벗어나 청년 귀농 귀촌인의 목소리와 MZ 세대의 꿈과 결혼·취업에 대한 고민을 담는 식으로 자서전 범위를 확장했다”며 “영상을 보는 사람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올해 영상자서전 제작과 함께 콘텐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주제·지역·직업·세대별 정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채승훈 충북영상자서전 총괄감독은 “지금까지 제작한 방대한 영상을 2차 예술 콘텐트나 학술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마을의 역사와 특징을 소개하는 ‘마을 자서전’ 제작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권([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3일 더불어민주당 충청지역 의원들의 시선은 일제히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쏠렸다. 인터넷 매체 뉴스토마토에 대전ㆍ충남 통합을 전제로 한 광역단체장 후보 적합도와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간 강 실장이 출마하면 “압도적 경쟁력을 보일 것”(민주당 재선 의원)이라는 전망은 많았지만 조사 결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실장은 민주당 내 대전ㆍ충남 통합 단체장 후보 적합도에서 24.4%로 잠재 후보군 중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양승조 전 충남지사(11.7%)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뉴스토마토 계열의 여론조사 업체 미디어토마토가 충남 거주자 808명과 대전 거주자 819명에게 얻은 답을 합산한 결과다. (충남ㆍ대전 통합 오차범위 ±2.4%포인트, 응답률 6.4%) 강 실장의 의원시절 지역구는 충남 아산을이지만, 대전 시민 대상 조사에서도 19.7%를 기록해 2위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15.1%)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내에서 가장 높은 후보 적합도(24.9%)를 보인 김태흠 충남지사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강실장(40.7%)은 김 지사(24%)를 크게 앞섰고, 상대가 이장우 대전시장일 경우 강훈식 41.7%, 이장우 21.7%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주당의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출마를 저울질해 온 한 의원은 “내 출마 선언 여부는 강 실장이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나온다면 경선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출마를 선언한 양승조 전 충남지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강 실장 출마여부와 상관없이 양 지사는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강 실장이 워낙 전국적 인물이 되어버린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에서 “훈식이형, 나와”를 외쳤던 장철민 의원은 통화에서 “잠재적 후보군들이 강 실장 출마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강 실장이 안 나오기로 정해지면 대거 출마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강 실장이 후보로 나설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강 실장과 가까운 민주당 의원은 “비서실장의 출마 여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마음에 달린 문제”라며 “결정의 시기가 다가온 건 맞지만, 어디로 기울었다는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 실장의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치는 살아있는 뭐라고 하던데,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변의 희망은 엇갈리고 있다. 강원지사 도전 의사를 밝힌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3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개인적으로는 강 실장 정도는 대전ㆍ충남이 통합되면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충청권 의원은 “강 실장에 대한 대통령이 신뢰가 강한 만큼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대통령 곁을 지키는 게 모두를 위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 포함된 충남ㆍ대전 행정통합의 찬성과 반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0.2%는 찬성했고, 40%는 반대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남·광주,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을 설 이전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이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특별법을 상정하고, 9일 입법 공청회를 한 뒤 10∼11일 법안소위를 열어 12일 상임위 의결 일정을 잡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2월 말까지 처리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합의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심새롬.여성국([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다주택자를 향해 매각을 유도 또는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다주택 의원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 공개 때 2주택 이상을 신고한 의원(의원 본인, 배우자 기준)은 전체 162명 중 24명이었다. 이중 수도권에만 2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4명, 수도권과 지방에 각각 1채를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13명, 지방에만 다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4명이었다. 이 중 박민규·서영교·이재정 의원은 조정대상지역 내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버티는 것보다 파는 것이, 일찍 파는 것이 늦게 파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라고 3일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겨냥한 것이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 보유자다. 중앙일보가 2월 2일~3일 전원에게 매도 여부와 매도 의사를 확인한 결과 재산 공개 이후 일부 주택을 매도했거나 매도 절차가 진행 중인 의원이 5명(안규백·안태준·염태영·윤종군·황정아 의원), 집을 내놨지만 팔리지 않은 상태인 의원이 2명이었다. 6명은 이런 저런 이유로 팔 의사가 없거나, 현실적으로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11명은 응답하지 않았다.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남 여수에도 아파트 1채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김 장관은 “5형제가 뜻이 맞아야 하는 거라, (여수 아파트 매각이)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에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보유한 서영교 의원도 “상속을 받아 다주택자이고, 지역에만 56년째 살고 있다”며 “지난 공천에서도 문제없다고 판정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게 되면 거기 있는 세입자들이 주인이 바뀌면서 전세금이 높아질 게 아니냐”며 “매도할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지역구인 대전 대덕과 경기도 오산에 2주택을 보유한 박정현 의원은 “시아버지께서 경기 오산 단독주택을 물려주면서 팔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양천구에 아파트와 강원 원주에 단독주택을 소유한 송기헌 의원(원주을)은 “양천 아파트는 원래부터 살던 곳”이라며 “가족이 향후 거주 의사가 있어 세 부담이 있어도 감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민규 의원은 서울 관악구에 오피스텔과 서초구에 아파트 등을 보유중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가족 공동명의라 현실적 매도가 어렵다”며 “다주택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와 경기 성남에 아파트를 소유한 정일영 의원 측은 “가족과 매각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매도 의사가 있지만 팔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박선원 의원은 “아내의 상속지분 20%(경기 하남 단독주택)라서 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장철민 의원은 “세종 아파트를 내놓은 지 1년이 넘었는데 팔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응답하지 않은 의원 11명 중 5명은 지역구와 수도권에 집 한 채씩을 보유한 경우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구에 전세로 오면 전세로 온다고 비판받는다”며 “지역과 서울을 오가며 의정활동을 하다 보니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 대통령에 보조를 맞춰 다주택자들 매각 동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준병 의원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로소득을 쫓는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린 것도 사실”이라며 “다주택을 가진 고위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자칫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다주택 보유를 정무직 임명에 결격 사유로 삼거나, 선출직 공천에 불이익을 주는 근거로 삼는 촌극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찬규.오소영([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국내 대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내수시장 판매 1위였던 기아 ‘쏘렌토’는 올해 1월에도 왕좌를 지킨 반면, 현대차 ‘싼타페’는 톱10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3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쏘렌토로, 총 8388대 팔렸다. 쏘렌토는 2024년 국내 판매 1위에 오른 뒤, 지난해 내수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며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쏘렌토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출고 대기기간이 3~5개월 수준이라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싼타페 판매는 337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베스트셀링카 ‘톱10’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대차의 다른 SUV인 팰리세이드(4994대)·투싼(4269대)을 포함해, 세단인 아반떼(5244대)·쏘나타(5143대)·그랜저(5016대) 판매량에도 밀린다. 2023년 10월 쏘렌토(8777대)와 싼타페(8331대)의 판매량 차이는 446대에 불과했는데, 지난달엔 5009대까지 벌어졌다. 연간 판매량도 2023년 쏘렌토가 1만7337대 앞섰지만, 지난해엔 4만2113대 앞섰다.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출시 때부터 ‘쌍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고, 가솔린 2.5 터보와 1.6 터보 하이브리드 등 주요 파워트레인 구성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9월 현대차가 싼타페 완전 변경 5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명암이 갈렸다. 박스형 디자인을 채택한 5세대 싼타페에는 현대차의 ‘H’를 재해석한 아이콘 요소가 곳곳에 담겼다. 전면에는 H자 형태의 헤드램프와 이를 좌우로 수평 연결하는 램프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후면 리어램프에도 H 디자인이 적용됐다. 하지만 H 아이콘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뼈다귀 모양 같다” “도시락 가게 로고 같다”와 같은 혹평이 이어지며 ‘뼈타페’(뼈다귀+싼타페)란 별명까지 얻었다. 월 8000대가 넘던 싼타페의 판매량은 2024년 들어 5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현대차가 올해 싼타페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트림 등 상품성 개선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다시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차량 소비자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원한다고 하지만,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낯섦과 어색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싼타페가 그런 경우고, 쏘렌토는 다른 기아 차량들과 디자인 언어가 유사해 익숙함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마주하는 자동차처럼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제품일수록 그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완성차 회사들이 콘셉트카로 시장 반응을 볼 때 일시적 열광을 그대로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석현([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지난해 1월 27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0차 비서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포시 온천군 당 간부 40여명의 비위를 거론하며 “추호도 용서할 수 없는 특대형 범죄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연말에 술을 마시다 여성 봉사원을 데리고 온천에 들어가 집단으로 문란 행위를 벌였다고 한다. 고작 일개 지방 간부들의 일탈에 김정은이 “엄청한 처리”를 지시하며 예민하게 반응한 건 온천군이 자신의 역점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지방에 매해 경공업공장을 20개씩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 생활 개선을 목표로 함) 대상지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파면 뒤 처형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복수의 소식통의 이야기다. 김정은이 지방발전 20X10에 부여하는 의미는 지난 2024년 12월 북한 평안남도 성천군 공업공장 준공식 연설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연설 중 갑자기 북한이 반세기 넘게 지방 발전의 ‘강령적 지침’으로 떠받들어 온 김일성 주석의 ‘창성연석회의’(1962년)를 소환했다. “왜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방공업정책이 관철되지 못했는가. 똑똑한 기준과 원칙이 없기 때문”이라면서다. “창성이 변했다고 기록영화를 찍고 노래나 만들었지” 뭘 했느냐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백두혈통의 업적을 깎아내리는 금기를 건드리며 할아버지도 못해낸 일을 자신이 해내고 있다고 부각한 김정은. 외모와 말투까지 김일성을 닮으려 했던 어린 지도자가 이제 지방발전 20X10을 통해 수령의 업적을 넘어설 수 있을지 스스로를 시험대에 올린 것이다. 그가 “성스럽고 위대한 사업”으로 표현한 지방발전 20X10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위해 중앙일보는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도출한 2024년 사업 대상지 20곳의 야간 조도를 확인했다. 야간 조도는 실질적인 경제 활력의 척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2024년 사업 대상지 20곳에 한순간 빛이 몰려든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빛은 모든 곳에서 끝까지 머물지는 못했다. 빛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사라졌을까. ※김정은은 며칠 전에도 2026년도 대상지를 찾아 직접 첫 삽을 뜨고 발파 버튼을 누르는 등 지방발전 20X10에 진심인 모습입니다. 그의 진심은 과연 통했을까요. 그 답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김정은 사라지면 불도 꺼진다…北 지방 곳곳 ‘유령공장’ 실체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2070 “전력 살림 깐지게 해나가자” 김정은, 야경 26% 밝힌 비밀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301 유지혜.심석용([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여성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의 속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 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도록 한 심폐소생술 지침 개정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환자라도 여성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라며 반감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제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 韓 지침에 논란…개정 이유 보니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는 여성 심정지 환자의 경우 브래지어(속옷)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 가슴 부위를 피해 자동 심장충격기 패드(전극)를 부착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성 심정지 환자의 신체 노출과 접촉 우려를 고려한 문구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성 눈치를 본 지침", "사람을 살리면 성범죄자가 된다는 뜻이냐"는 반발이 나오며 성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질병청은 5년 만에 국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세계적인 가이드라인 변화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각국에서 여성 심정지 환자가 신체 노출·접촉에 대한 부담 등으로 남성 심정지 환자보다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을 받을 확률이 낮게 나타났고, 이런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응이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3년 7월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본의 병원 밖 심정지 환자 35만4409명을 분석한 결과 아동기부터 고령기까지 전 연령대에서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제세동을 받을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 개정에 참여했던 이창희 남서울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전문가 논의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성필 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위원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한국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0월 개정된 미국 가이드라인과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ILCOR)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신체 관련 우려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기보다 일단 제세동을 시도하는 편이 환자 생존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세동 효과가 속옷 착용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개정 지침은 오른쪽 가슴 패드를 부착할 때 브래지어 한쪽을 살짝 들어 올려 쇄골 바로 아래에 놓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희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브래지어 속 와이어(철사)가 전기 충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고됐다"라며 "속옷을 벗겼을 때와 벗기지 않았을 때 제세동 효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속옷을 벗기지 말라'는 식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있었지만, 핵심은 벗겨도 되고 안 벗겨도 된다는 것"이라며 "구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망설임을 줄여 구조를 신속하게 시도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지난달 30일 서울고법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뒤집은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직권)이 있다고 판단한 점이 주효했는데, ‘직권의 유무’를 판단할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직권 없으면 남용 없다” 판례 깬 서울고법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유죄 선고문에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의혹(직권남용 혐의)을 무죄로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일반적이고 확립된 판례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면 비판했다. 형법 123조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①직권을 ②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③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④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이 가운데 실무적 핵심은 ‘직권’의 유무다. 법 구조상 직권 없는 공무원의 권한행사나 직권과 전혀 관계없는 권한을 오용하는 행위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죄의 토대가 되는 ‘일반적 직무권한’(직권)에 대해 판례는 ‘법령상 근거가 있거나, 명문이 없더라도 법·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관찰해서 공무원의 직권에 속하는 경우’라고 정리하고 있다. 대법은 이런 법리에 근거해, 2022년 4월 임 전 부장판사가 속한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하거나 관여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직권이 없으면 남용도 없다”는 법리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의혹을 맡은 1심 재판부 역시 임 전 부장판사 관련 대법원 판례를 끌고 와서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남용할 직권이 없기 때문에 무죄”라는 논리 구조를 채택했다. 서울고법은 두 판결과 달리 대법원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의 범위를 넓힌 후 대법원장에게 직권이 있다고 보고 직권남용을 인정했다. 자세히 보면 1심과 서울고법은 모두 양 전 대법원장의 ‘일반적 직무권한’ 자체를 인정한 점에서는 같았다. 대법원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은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대외관계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관 등 관계 공무원을 상대로 필요한 정보의 제공 및 협조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다. 1심은 이런 정의를 바탕으로 ‘재판사무 핵심영역’에 개입할 직권은 대법원장에게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일반적 직무권한을 토대로 ‘형식적, 외형적으로 직권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면’ 직권이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장에게 재판사무 핵심영역의 직권은 없다는 점을 1심과 같이 하면서도, ‘외관’을 이유로 사법행정권자(양승태)로서 일반적 직무권한이 있다고 연결했다. 이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 중 2개 혐의에 대해 유죄(재판개입)를 인정하고 직권남용을 유죄로 뒤집었다. 서울고법은 논리 정당화를 위해 2022년 4월 임 전 부장판사 판결이 아니라, 외관상 일반적 직권이 있으면 관련 직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다른 판례를 끌고왔다. 서울고법은 그러면서 2021년 3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권양숙 여사 등에 대해 동향 파악을 지시한 혐의에 대해 직권남용 유죄 판단을 내린 대법 판결을 예로 들었다. 당시 대법원은 ‘형식적, 외형적으로 그 행위자들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직권’이라는 이유로 정치관여 행위를 직권남용으로 인정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서울고법의 판단에 대해 “임성근 부장판사와 관련한 대법 판결에는 맞섰지만, 다수의 대법 직권남용 판례에는 충실한 판결”이라고 했다. ━ 무리한 해석 비판도 법조계 일부에서는 서울고법의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직권남용죄 판결에 대해 “무리한 해석”이라고 비판한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에선 직권 유무가 애매한 경우가 많아 대법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며 “형벌권을 확장하는 해석보다는 형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형법 전문 변호사는 “직권남용죄에서 ‘직권’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서울고법의 판결은 대법에서 깨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김보름([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 7화. 나를 체포해주세요 」 “형샌ㅁ 오늘 가기힝든데 며칠 미뤼주시엱 안되기ㅣㅏ요.” 2023년 3월 30일, 경기도 용인 동부서 마약반 형사 D는 한 줄짜리 난해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일주일 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체포됐다가 불구속으로 풀려난 남주성(당시 32세)씨가 보낸 것이었다. 주성은 한 살 터울의 친동생 신고로 현장에서 붙잡혔다.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경찰에 출두할 예정이던 주성이 ‘날짜를 미뤄달라’며 보낸 내용은 오자투성이었다. (※오자 문자메시지는 주성의 기억을 토대로 재구성했음) 형사 D는 주성이 마약에 취해 있음을 직감했다. 아버지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이하 존칭 생략)에게 급히 연락했다. " 남주성씨 상태가 이상한데 필로폰을 한 것 같습니다. (형사 D) " 아버지는 주성이 있는 경기도 분당의 할머니 집으로 달려가 방문을 열었다. 주성의 눈이 이미 풀려 있었다. 말이 느렸고 발음은 어눌했다. 남경필은 솟구치는 화를 참으며 말했다. " 네 발로 갈래, 내가 신고할까. " 제 자식을 경찰에 체포해달라고 신고해야 하는 아버지의 심정은 참담했다. 주성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아버지가 신고해주세요. " 남경필은 말없이 밖으로 나가 형사 D에게 전화를 걸었다. " 내 아들이 마약에 취해 있으니 지금 체포해주세요. " 1주일 전 둘째 아들의 신고로 체포돼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닷새 만에 두 번째 신고를 아버지가 직접 했다. 주성은 스스로 ‘자수’를 하면 불구속으로 처리될 우려가 있어 아버지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되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주성이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 마약의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어요. ‘하자’는 갈망과 ‘하면 안 된다’는 자제력이 마음속에서 싸웠지만 ‘하자’에 항상 졌지요. 아버지가 ‘네 발로 갈래, 내가 신고할까’라고 하셨을 때 ‘더는 나 자신을 어떻게 통제할 수가 없다. 법의 처벌을 받아 강제로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 곧이어 경찰관 4명이 집에 들이닥쳤다. 주성이 머물던 방을 수색, 주사기와 필로폰·펜타닐을 압수했다. 아버지 남경필은 거실에서 그 광경을 처연히 목도했다. 자식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끌려나가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다. 2017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긴급체포돼 6개월간 구치소에 갇혔던 주성은 6년 만에 다시 감방으로 그렇게 향했다. 당시 주성의 중독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환시(幻視)와 환청에 수시로 시달렸다. “귀신을 본 적도 있다”며 그 증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 윗집과 우리 집 사이에 영화 ‘기생충’처럼 누군가 기생하듯 사는 게 보이고 저와 대화를 했어요. 예컨대, ‘너 뭐 잘못했어. 다 자백해’라고 추궁하면 제가 무릎 꿇고 혼자 죄를 말했어요. ‘몇 동 몇 호로 가봐’라고 하면 제가 그 집을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기도 했고요. "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url을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으세요. 아파트 윗집 찾아가 “잘못했어요”…남주성 겪은 ‘기생충 환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2357 7화에는 이런 내용을 담았습니다. ㆍ마약 중독자가 겪는 환시와 환청의 실체 ㆍ직장에서 쫓겨나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 ㆍ정신병동에 입원한 주성, 치료가 됐을까 ㆍ어머니 장례식장에서 마약에 손을 댄 이유 ㆍ남경필은 왜 주성을 신고했나 ‘남경필 아들의 마약 고백’ 처음부터 보시려면 ① 엄마 장례식 때도 마약 취했다…남경필 아들 주성의 첫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2224 ② 남경필 아들 美유학 한달만에…16살 주성 덮친 ‘마리화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3950 ③中, 마약 무조건 사형이라고? 주성 홀린 ‘1만원 뽕’의 유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551 ④마약 아들 팔아 또 정치합니까…남경필에 직접 돌직구 던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218 ⑤“쪼그려앉아 항문에 카메라” 마약 수감 구치소 첫날 충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917 ⑥암환자 빈소 돌며 마약 구한 아들…“제정신이야!” 두들겨 팬 남경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0661 박성훈.최은경.이태윤([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 동계올림픽 분석 노트 - 안경선배 김은정의 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컬링 신드롬’ 주역 김은정(36·강릉시청)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중앙일보 특별 해설위원으로 변신한다. 평창에서 ‘팀 킴’을 이끌며 은메달 드라마를 쓴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안경선배’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난해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밀라노행 티켓을 놓쳤지만, 스톤 대신 마이크를 잡고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한다는 각오다. 김은정과 함께 들여다 볼 종목은 5일 예선 1차전을 치르는 믹스더블이다. 김선영(33·강릉시청)과 정영석(31·강원도청)이 호흡을 맞추는데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경기라 관심이 크다. 김은정을 3일 코르티나담페초의 컬링올림픽스타디움에서 만나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은정 시점의 분석과 예측.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 신분으로 이곳을 찾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어떤 역할로든 현장에서 올림픽을 맞이하는 기분은 특별하다. 경기를 뛰지 않는 나도 이런데, 하물며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출발을 알리는 첫 종목이니 그 부담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4년마다 큰 관심을 받는 종목이지만, 여전히 컬링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컬링은 20㎏ 무게의 원형 돌(스톤)을 손으로 밀어 하우스라고 부르는 둥근 표적에 놓이게 하는 경기다. 치열한 몸싸움은 없지만,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 4인제 경기는 10엔드로 펼쳐진다. 엔드당 8개의 스톤을 던져 점수를 많이 얻는 쪽이 승리한다. 남녀 2명이 한 팀을 이루는 믹스더블은 총 8엔드, 6개의 스톤으로 진행한다. 초구 스톤은 전략적으로 미리 배치한다는 점도 차이다. 경기 시간도 4인제보다 짧아 박진감이 있다. 인원이 적은 만큼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체력이 필요한 스위핑(브룸으로 빙판을 쓸어내는 플레이)을 남자 선수가 맡고, 여자 선수가 전략을 짠다. 그런데 ‘선영석(이름이 연결돼 생긴 별명)’ 조합은 다르다. (김)선영이가 브룸을 잡고, (정)영석이가 작전을 세운다. 둘의 장점과 성향을 고려한 구성이다. 선영이는 리드(4인제에서 스위핑을 주로 하는 선수) 출신 답게 스위핑 기술이 뛰어나다. 스톤의 방향과 빙판의 상태를 잘 읽어낸다. 구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다. 체력 역시 으뜸이다. 함께 훈련하며 지켜본 영석이는 흔들림이 없다. 경기 도중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냉정하다. 두 선수 모두 내겐 애틋한 후배들이다. 선영이는 팀 킴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다. 평소에도 경기 때처럼 우직하다. 영석이는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성격이라 믿음이 간다. 1차전 상대는 세계랭킹 4위의 스웨덴이다. 남매인 이사벨라 브라노(29)와 라스무스 브라노(32)가 짝을 이뤄 호흡이 좋다. 남매의 아버지 마츠 브라노(61)도 과거 국가대표 스킵으로 활약한 컬링 가족이다. 특히 오빠 라스무스는 남자 4인제 금메달과 은메달을 지닌 실력파다. 다음 상대는 개최국 이탈리아인데, 세계랭킹 2위로 역시 만만치 않다. 이따금씩 경험해 본 믹스더블은 4인제에 비해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경기 진행 속도가 빨라 당장의 플레이 뿐만 아니라 다음 스톤까지 예측해 놓아야 풀어가기 수월하다. 한국은 세계랭킹 12위라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4강까지만 올라간다면 선영이와 영석이가 또 하나의 멋진 드라마를 쓰리라 확신한다. 정리=고봉준 기자 고봉준([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순백의 옷을 입은 거대한 산맥은 마치 신이 직접 깎아낸 것 같았다. 가파르면서도 매끈하게 굴곡진 슬로프는 두려움 못지않은 도전정신을 불러일으켰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설상(雪上) 종목을 치를 코르티나담페초 지역의 대표적 산군 팔로리아와 크리스탈로를 지난 2일(현지시간) 찾았다. 전 세계 스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이 지역은 알프스산맥 지류를 끼고 있어 절경만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각종 국제대회가 수시로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무작정 체험기를 쓰고 싶었으나 플랜은 무계획이나 다름없었다. 인터넷으로 ‘개막 직전에도 운영하는 코스가 있는지’를 검색했고, 알파인 여자 경기가 열리는 토파네를 제외하면 나머지 슬로프는 이용할 수 있다는 답을 얻어냈다. 가장 큰 문제인 장비 대여도 폭풍 검색을 통해 해결했다. 가방 하나 덜렁 메고 밀라노에서 6시간 걸려 도착한 코르티나담페초. 솔직히, 알프스를 타고 내려온다는 자체만으로도 피곤함보다 설렘이 컸다. 그러나 2000m 고지에서 대자연과 마주하자 후회가 들었다. 가장 중요했던 요소, 내 실력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스키를 배우기는 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간간이 스키장을 찾았던 것이 전부. 실력이 늘 리는 만무하고, 30대부터는 올림픽처럼 4년 주기로 부츠를 신었던 지라 첫 발을 떼기조차 어려웠다. 이때 도움을 준 이가 있었으니, 이곳에서만 45년째 스키 강사로 일하고 있는 티지아노 치프리아노(68·이탈리아)였다. 국내와 현지 인맥을 통해 알게 된 코르티나담페초 스키장의 산증인이 현장 가이드이자 일일 코치로 나섰다. 솔직히, 알프스를 타고 내려온다는 자체만으로도 피곤함보다 설렘이 컸다. 그러나 2000m 고지에서 대자연과 마주하자 후회가 들었다. 가장 중요했던 요소, 내 실력을 깜빡했기 때문이다. 어릴 적 스키를 배우기는 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간간이 스키장을 찾았던 것이 전부. 실력이 늘 리는 만무하고, 30대부터는 올림픽처럼 4년 주기로 부츠를 신었던 지라 첫 발을 떼기조차 어려웠다. 정상 언저리 급경사 구간을 속도를 한껏 줄여 통과하자 ‘일일 스승님’이 마음을 읽은 듯 쉬운 코스 쪽으로 방향을 튼다. “시선을 저 멀리 산맥 쪽에 두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그제야 주변의 수려한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당초 목표로 삼은 설질 체크까진 무리였지만, 적설량이 충분하다는 사실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클리프 행어’ 촬영지로도 유명한 코르티나담페초는 70년 전인 1956년에 일찌감치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겨울스포츠 성지’다. 인구 60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 성수기엔 전 세계에서 수만명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바뀐다. 중심가에는 최고급 빌라와 온갖 명품 상점이 즐비하다. 지구촌의 급격한 기후 변화는 이곳에도 영향을 미쳤다. 눈의 양은 갈수록 줄고, 2월 평균 기온은 70년 전과 비교해 3.6도나 올라갔다. 여기저기서 인공 눈을 만드는 기계를 볼 수 있었다. 치프리아노는 “최근에 큰 눈이 내려 오늘은 설질이 최고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공 눈을 많이 뿌렸다”고 했다. 알프스산맥에 자리 잡은 천혜의 스키장에서 가짜 눈을 밟아야 하다니. 표정을 읽은 치프리아노가 너털웃음과 함께 “걱정스러운 상황은 아니다”며 팔을 내저었다. 천연설이 무려 7m 높이로 쌓여 고생한 4년 전 경험담을 들려주며 “눈 오는 시기가 뒤로 조금 미뤄졌을 뿐 스키장 운영엔 지장이 없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을 우려하는 외부 시선이 잘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다음날인 3일 코르티나담페초에는 오전 내내 함박눈이 내렸다. 팔로리아 코스를 타고 내려올 때 저 멀리 이번 올림픽 알파인 여자 경기를 치를 토파네 슬로프가 보였다. 며칠 뒤면 ‘스키 여제’라는 칭호를 나눠 쓰는 린지 본(43)과 미케일라 시프린(32·이상 미국)이 설원을 질주할 코스다. 치프리아노는 “본과 시프린은 이곳에서 거의 매년 보는 단골손님이다. 다만 대회 기간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가 나와 걱정”이라고 했다. 천신만고 끝에 단 한 차례도 넘어지지 않고 코르티나담페초의 스키 데뷔전을 마치려는 찰나, 스승의 뼈 있는 한마디가 귓가를 때렸다. “그렇게 느리게 내려오면 넘어질 수가 없지. 한국 청년, 연습 많이 해야겠어.” 코르티나담페초=고봉준 기자 고봉준([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3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27)이 링크 주위를 돌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가 스케이트 날을 닦으며 빙판을 빠져나온 지 2시간 쯤 뒤, 붉은 유니폼을 입은 린샤오쥔(30·한국명 임효준)이 중국 선수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두 선수의 동선은 정교하게 엇갈렸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혹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레나를 감도는 공기는 이미 8년 전 평창에서 시작된 ‘기구한 악연’의 재회를 예고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두 선수의 비극은 2019년 6월 17일, 진천선수촌 웨이트장에서 시작됐다. 공식 훈련 전 대기 시간, 남녀 선수 10여 명이 섞여 장난을 주고받던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파국으로 변했다. 황대헌이 한 여자 선수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쳤고, 해당 선수는 과장된 반응을 보이며 웃어 넘겼다. 이어 황대헌이 암벽 기구에 오르자 임효준이 뒤에서 그의 반바지를 잡아당겼다. 찰나의 순간 황대헌의 엉덩이 일부가 노출됐고, 임효준은 놀리듯 도망쳤다. 하지만 이 ‘가벼운 장난’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황대헌이 수치심을 느꼈다며 신고했고, ‘동성 간 성추행’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때마침 조재범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응이 극도로 예민해 있던 상황이었다. 평소 훈련장에서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던 동료 사이였음에도,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오기 전 여론의 법정이 먼저 단죄를 시작했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임효준의 이름 앞에는 ‘성추행범’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임효준 징계, 빙상팀 악재 맞물려 더 세져 그러나 ‘시기적 불운’이 다가 아니었다. 쇼트트랙은 특별한 종목이다.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는 “동계올림픽은 예외적 개인, 다시 말해 천재적인 선수의 경이적인 활약에 의존했다. 김연아가 그랬고, 이상화가 그랬다. 쇼트트랙은 압도적 개인이 탄생하기 어려운 구조다. 워낙 좁은 선수 풀이어서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하던 친구는 국가대표 팀 선발 때까지 만나게 된다. 때로는 매우 끈끈한 팀 정신으로 발현되기도 하나,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동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빙상연맹에선 수많은 잡음이 터졌다. 게다가 쇼트트랙은 스케이트의 칼날처럼 간발의 차이로 순위가 결정되는 극도의 긴장감과 코너를 둘러싼 신경전, 몸싸움 등이 생긴다. 패배를 수긍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기 외적인 요소가 그만큼 많은 종목이 쇼트트랙이다. 결국 임효준은 빙상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고,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며 한국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훗날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는 이미 선수생명을 위해 중국 귀화를 선택해 ‘린샤오쥔’이 된 뒤였다. 김정효 교수는 “그가 선택한 국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빙상연맹이 가장 뼈아파할 나라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면서 “그렇더라도 그에게 ‘매국노’라는 프레임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가 가졌을 피해 의식과 분노, 연맹에 대한 악감정 등을 생각하면 그런 결정을 한 것도 이해가 간다는 의미다. 체육계 전반이 폭력과 인권 문제로 들끓던 시기, 구조적 문제를 해체하는 대신 대중이 쉽게 분노할 수 있는 ‘얼굴 하나’가 필요했고 임효준은 그 손쉬운 표적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린샤오쥔은 올림픽을 위해 태극마크까지 포기했지만,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나가려면 국제대회 출전 이후 3년이 지나야 했는데 착오가 있었다. 그리고 황대헌은 린샤오쥔이 못 뛴 베이징 올림픽에서 1500m 금메달을 땄다. 그날 린샤오쥔은 SNS에 중국어로 이런 글을 올렸다. ‘내가 돌아오길 기다려. 너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울 것.’ 누가 봐도 황대헌을 겨냥한 글이었다. 황대헌은 2023년 임효준 관련 질문에 “린샤오쥔 말씀하시는거죠? 특정 선수 신경쓰기 보다는 내 경기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임효준’ 대신 ‘린샤오쥔’이라고 불렀다. “매국노 프레임은 옳지 않아, 선택일 뿐” 이제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두 선수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다시 만난다. 월드투어 등에서 스친 적은 있지만,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른 줄에 접어든 린샤오쥔과 20대 후반의 황대헌에게 나이로 볼 때 이번 대회는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 중국이라는 각기 다른 국적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두 사나이 모두 지난 8년의 세월 동안 짊어졌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두 선수가 우승 후보 1순위는 아니다. 한국의 임종언이나 현 세계랭킹 1위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더 젊고 금메달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쇼트트랙계는 이들의 대결에 숨을 죽인다. 기록 너머에 존재하는 두 인간의 명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경쟁과 파벌, 그리고 내셔널리즘에 휘말려 고국을 등져야 했던 ‘스포츠 노마드(유목민)’의 기구한 운명이 이 대결에 투영되어 있다. 김정효 교수는 “임효준의 선택을 내셔널리즘 시각으로 배신이라 재단하기보다, 얄궂은 운명이 빚어낸 대결의 드라마로 즐기는 성숙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밀라노 빙판 위에서 두 사나이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부딪칠 것이다. 찰나의 순간을 다투는 추월과 견제 속에서 양보 없는 전쟁이 치러진 뒤, 우리 앞에는 무거운 질문 하나가 남는다. 과연 올림픽은 인류의 화해와 우정이라는 해묵은 이상을 구현하는 무대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잔인한 승부의 끝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더 깊은 감정의 골을 남긴 채 돌아설 것인가. 한솥밥을 먹으며 서로의 엉덩이를 치며 장난을 치던 동료는 이제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적수가 됐다. 밀라노의 차가운 링크가 이들의 해묵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용광로가 될지, 아니면 비극적 서사의 마침표가 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박린.김효경([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6일(한국시간 7일)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은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트랜스젠더는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글의 엘리스 룬드홀름(24·스웨덴)이 유일하다. 여성으로 태어나 5년 전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그는 이번 대회에 생물학적 성별인 여성 종목으로 나선다. 그동안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자격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수술과 호르몬 치료 등 엄격한 조건을 요구했으나, 2015년 이후 IOC가 남성호르몬 수치만 따지는 완화된 지침을 내놓으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에는 선수의 인권과 성별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불공정성에 대한 여성 선수들의 반발은 거셌다. 대표적으로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역도 종목에 출전한 트랜스젠더 로렐 허버드를 두고 경쟁 선수들은 “생물학적 남성의 골격과 근력을 가진 선수와 경쟁하는 것은 명백히 불공평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영에서도 트랜스젠더 리아 토마스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하자 동료 선수들이 “여성 선수들의 자리가 빼앗기고 있다”며 단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불만은 2024년 파리 올림픽 복싱 종목에서 폭발했다. 남성 염색체(XY)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이만 칼리프(알제리)의 펀치에 이탈리아 선수가 46초 만에 기권하며 눈물을 흘리자, 스포츠계는 “인권보다 생물학적 여성 선수의 안전과 공정성이 우선”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결국 IOC는 지난해 11월 성전환자나 성발달차이(DSD) 선수의 여성 종목 출전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에 착수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올림픽이 느슨한 기존 규정을 적용받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가는 엄격히 제한되겠지만, 성소수자 선수 전체의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 나서는 성소수자 선수는 44명 이상으로 역대 동계올림픽 중 최대 규모다. 송지훈([email protected])
2026.02.03. 13:00
美, 항모에 접근한 이란 드론 격추…"대화는 예정대로 진행"(종합) 이란, 美유조선 나포 위협도…고위급 회담 앞두고 긴장 고조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김동현 특파원 = 충돌 기로에 선 미국과 이란이 외교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고위급 회담을 앞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 미군이 이란 드론을 격추하고, 이란군이 미국 유조선을 위협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3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 공격적으로 접근한 이란 드론을 격추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당시 에이브러햄 링컨호는 이란 남부 해안에서 약 500마일(800㎞) 떨어진 해상을 항해 중이었다. 미군 F-35 전투기가 격추한 해당 드론은 이란의 샤헤드-139 드론으로, '의도가 불분명한 상태'로 항공모함을 향해 비행 중이었다고 미군은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군 병사와 미군 장비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몇시간 뒤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병력이 미국 국적 선박을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고 미 중부사령부는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선박 두 척과 이란의 모하제르 드론 1대가 고속으로 유조선 '스테나 임페러티브'에 접근, 승선 및 나포를 위협했다고 미군은 전했다. 미국은 최근 이란에 핵 협상 재개를 요구하며 중동에 항공모함 전단 등 주요 군사적 자산을 전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외교를 통한 합의가 여의찮으면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태세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군사작전 여부에 대해 "무엇을 할지 말할 수 없다"며 "어떻게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압박 속에 이란도 일단 대화에 응하기로 하면서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오는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 예정이라고 보도된 바 있다. 이 회담은 미국이 작년 6월 이란의 핵시설을 기습 타격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양국 간 불신이 깊어 작은 마찰도 회담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드론 격추로 인한 긴장 고조가 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질문받고서는 "난 방금 윗코프 특사와 대화했는데 현재로서 이란과의 대화는 여전히 계획대로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외교가 성공하려면 그럴 의향이 있는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게 윗코프 특사가 (이란과의 고위급 회담에서) 모색하고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이란과 관련해 여러 선택지를 테이블에 두고 있다"면서 "이란이 '미드나잇 해머' 작전의 공습을 통해 그런 점을 잘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레빗 대변인은 러시아가 혹한기 우크라이나 공격을 자제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잠시 멈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재개한 것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에 "놀라지 않았다"고 답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현
2026.02.03.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