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리지 축소·디덕터블 확대 76% "수리비 과다 청구 경험" 인상분 상쇄 위해 소비·지출↓
소비자 10명 중 8명이 자동차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 인근 후버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박낙희 기자
#최근 알함브라에서 LA한인타운으로 이사한 S씨는 자동차 보험료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 1년 동안 사고는 커녕 교통 법규를 위반하지도 않았는데 보험료가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보험사에 문의하자 지역별로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씨는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다른 항목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부에나파크에 거주하는 K씨는 신차를 사면서 보험에 10대 자녀를 운전자로 추가했다. 이 때문에 보험료는 60% 이상 올랐다. 다른 보험사로 옮기려 했지만, 보험료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국 가족 외식을 좀 더 줄여서 보험료를 감당하기로 했다.
가주 자동차 보험료가 지난해 48% 급등하며 인상폭이 전국 3위를 기록한 가운데 보험료 상승이 운전자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 관련 앱 서비스업체 제리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운전자 10명 중 8명은 ‘일반 운전자가 자동차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답했다. 지난 3년간 전국의 자동차 보험료가 50% 넘게 오르면서 많은 소비자가 보험료 인상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료가 크게 오른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자동차 관련 비용 급등이 꼽힌다. 지난해보다 물가 상승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자동차 관련 비용의 인상폭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중고차 가격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30%가량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신차 가격도 같은 기간 20% 정도 올랐다.
특히 수리비는 50% 이상 올라 운전자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수리비 청구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비 과다 청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6%에 달했으며 불필요한 수리 비용을 지불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57%나 됐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은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응답자의 27%는 디덕터블을 높였다고 답했으며 보험 커버리지 범위를 축소했다는 답변도 26%에 달했다. 범위를 축소했다고 답한 운전자 중 63%는 보험 커버리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심지어 10%에 가까운 운전자들은 아예 무보험 상태로 운행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험료 인상을 상쇄하기 위해 일상 지출을 아끼는 사례도 늘었다. 가족여행(32%), 의류(30%), 식료품(26%) 등의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이 예년보다는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신차 가격이 안정되고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운전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미 높은 보험료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조사는 국내 운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와 최근 3년간의 자동차 보험·차량 유지비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