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시니어들 하모니카로 ‘전국구 스타’…LA킹스 경기전 연주한 국가
관중 1만8000명 일어나 떼창
AP, 워싱턴포스트 등 집중조명
리무진 픽업에 팬 사인 요청도

LA 한인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 센터의 하모니카 연주팀이 최근 북미아이스하키리그 LA킹스팀 경기에서 미국 국가 연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인 시니어 연주팀이 하모니카를 불며 연습을 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1만 8000여 관중이 운집한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작은 하모니카 하나로 미국 국가를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하는 모습이 본지 보도〈본지 3월 25일자 A-2면〉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하모니카 연주팀은 순식간에 전국구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본지는 지난 2일 마더스데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시니어센터 하모니카 연주단을 만나 그들의 소감을 들어봤다.
하모니카 연주단원들은 대형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연주에 대해 이민 1세대로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고 강조했다.
연주단원인 이예자(80) 씨는 “평생 받아볼까 말까 하는 관심을 한 번에 다 받고 있다”며 “공연 이후 TV에서 나를 봤다는 말도 들어봤고, 교회나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을 줄 알았는데, 우리의 연주를 통해 모든 관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국가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주자 박증규(80) 씨는 “연습할 때는 서툴고 틀린 적도 많았는데, 무대에서 실수 없이 해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하모니카 연주단의 첫 NHL 경기 공연 당시 청일점이었다.
박 씨는 “친구는 물론 가족들도 방송을 보고 전화가 많이 와서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모니카 연주단은 지난 3월 23일 처음 경기장 무대에 올랐다. 당시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홈구장으로 둔 프로 아이스하키팀 LA 킹스가 한국 문화와 한인 사회를 기념하는 행사 ‘K-타운 나이트(K-Town Night)’를 위해 연주단과 시니어센터 소속 사물놀이반을 초청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연주단원 13명이 경기 시작 전 1만8145명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스타 스팽글드 배너’를 연주했다.
처음에는 연주단의 선율만 들리던 경기장이 이내 관중의 국가 떼창으로 가득 찼다. 이 장면은 대형 전광판과 생중계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졌다. 구단 관계자는 당시 본지에 “관중이 경기장에서 국가를 따라 부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정말 아름다운 연주였다”고 밝혔다.
하모니카 연주단의 인기는 곧바로 LA 킹스의 플레이오프 무대까지 이어졌다. 지난 4월 21일 펼쳐진 에드먼턴 오일러스와의 1차전 경기와 23일 열린 2차전 경기에서 연주단은 어김없이 하모니카를 연주했다.
특히 시니어센터가 무대에 선 날 LA 킹스가 두 경기 모두 승리하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하모니카 연주단이 승리 공식”이라는 말까지 돌았고,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ESPN 등 유력 매체들도 이들의 공연을 집중 조명했다.
플레이오프 무대에 참여했던 정양자(74) 씨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었다”며 “수십 대의 카메라와 미국인 팬들의 사인 요청도 이어졌다”며 “팀에서 리무진으로 픽업까지 해줬는데 완전히 스타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아이오와에서 왔다는 백인 남성이 우리에게 사인을 부탁했고, 캐나다에서 온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할 정도로 인기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강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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