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파월 "관세 이어 에너지 충격까지…인플레이션 우려"(종합) "어려운 상황…경제 성과 없으면 금리 인하 없을 것"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은 아냐…수사 종료까지 연준 안떠나"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 "지난 5년간 우리는 관세 충격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고, 이제 상당한 규모와 지속 기간을 갖는 에너지 충격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그 충격이 실제로 어떨지 알 수 없다"며 "이런 상황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위험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기에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 시장의 위험이 하방 압력을 받고 있어 금리 인하가 필요하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어 금리 인상 또는 인하 상황에서 이 두가지 목표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그래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이는 관세 관련 진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연중 중반부터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전망은 경제 성과에 달려있으므로, 경제가 진전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와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중동 사태와 관련,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겠지만, 이것이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의 범위와 지속 기간을 파악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또 "미국 경제는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다"면서도 "이것(전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현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이라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1970년대와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 용어는 1970년대, 실업률이 두자릿수에 달하고 인플레이션 또한 매우 높았던 시기에 쓰였던 개념"이라며 "실업률은 장기적으로 정상 수준에 매우 근접해 있고 물가상승률 또한 정상 수준보다 불과 1%포인트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훨씬 더 심각하고 위중한 상황에 한정해 사용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파월 의장은 자신의 임기가 만료되는 5월 15일까지 후임자가 인선되지 않으면 5월 15일 이후에도 한시적으로 의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것이 법이 요구하는바"라며 "나를 포함해 여러 차례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의혹과 관련한 법무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연준 이사직을 사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회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파월의 연준 이사 임기는 2028년 1월말까지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연숙
2026.03.18. 13:26
[뉴욕증시-1보] '데드라인' 넘은 미군·매파 파월…하락 마감 (뉴욕=연합뉴스) 진정호 연합인포맥스 특파원 =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모두 1% 넘게 내려앉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를 폭격하면서 '데드라인'을 넘었다고 이란이 반응하자 확전 공포가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게다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 상황에 따라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하면서 투자 심리는 한 번 더 위축됐다. 18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무렵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8.11포인트(1.63%) 급락한 46,225.1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91.39포인트(1.36%) 떨어진 6,624.70, 나스닥종합지수는 327.11포인트(1.46%) 주저앉은 22,152.42에 장을 마쳤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제뉴스공용1
2026.03.18. 13:26
뉴욕증시, 유가급등·금리동결에 하락…다우 1.6%↓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중동 에너지 시설 피격 소식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68.11포인트(-1.63%) 내린 46,225.15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91.39포인트(-1.36%) 내린 6,624.7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327.11포인트(-1.46%) 내린 22,152.42에 각각 마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6.03.18. 13:26
[OSEN=이후광 기자] 타점 1위가 베스트9이 아니면 누가 베스트9이라는 걸까.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18일(이하 한국시간) 베네수엘라가 미국을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언더독 취급을 받은 베네수엘라는 사상 첫 결승 무대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을 제치고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미국은 2대회 연속 준우승 눈물을 흘리며 2017년 이후 9년 만에 왕좌 탈환이 좌절됐다. WBC 공식 홈페이지는 결승전 종료 후 대회 전체 베스트9 격인 WBC 올-토너먼트 팀을 발표했다. WBC 측은 “올 토너먼트 팀 투표에는 2026년 WBC를 취재한 전 세계 방송사와 언론 관계자들로 구성된 패널, 그리고 대회 공식 기록원들이 참가했다. 포지션 선수는 각 포지션별로 한 명씩 총 9명이 선정됐고, 투수 3명이 추가로 뽑혔다”라고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아쉽게도 한국은 17년 만에 8강 신화를 쓰고도 올-토너먼트 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조별예선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인 문보경이 유력 후보로 점쳐졌으나 WBC 측은 베스트 1루수로 베네수엘라의 우승을 이끈 루이스 아라에즈를 선정했다. WBC 공식 홈페이지는 “아라에즈는 이번 대회 내내 베네수엘라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평소와 다르게 장타력까지 터트렸다”라며 문보경이 아닌 타율 3할8리 OPS 1.059 10타점 활약한 아라에즈에게 베스트 1루수 타이틀을 부여했다. 문보경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16타수 7안타) 2홈런 11타점 출루율 .526 장타율 .938 OPS 1.464의 파괴력을 뽐내며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미니카공화국)와 함께 공동 타점왕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의 WBC 타점왕 수상은 2006년 이승엽(10타점), 2009년 김태균(11타점)에 이은 역대 3번째 사례. 그러나 베스트9 선정의 기쁨까지는 누릴 수 없었다. 올-토너먼트 팀 포수는 오스틴 웰스(도미니카공화국), 2루수는 브라이스 투랑(미국), 3루수는 WBC MVP를 거머쥔 마이켈 가르시아(베네수엘라), 유격수는 에제키엘 토바(베네수엘라)가 이름을 올렸다. 외야수는 앤서니 로만(미국), 타티스 주니어, 단테 노리(이탈리아)가 차지했고,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8강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신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는 베스트 지명타자로 선정됐다. 투수 부문은 폴 스킨스(미국), 로건 웹(미국), 애런 놀라(이탈리아)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email protected] 이후광([email protected])
2026.03.18. 13:01
‘K헤리티지’를 앞세우고 방탄소년단(BTS)이 돌아온다. 20일 공개하는 정규 4집 앨범 타이틀은 ‘아리랑(ARIRANG)’. 첫 무대(21일)는 조선왕조의 궁궐 경복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날 BTS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100여 명의 공연자 중엔 13명의 ‘아리랑 국악단’(가칭)이 포함됐다. 이번 컴백에 맞춰 내놓은 머리핀·치마 등 새 굿즈 5종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글로벌 ‘K’ 열풍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 이들이 3년9개월 만에 완전체로 컴백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한국 전통문화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특정 가수가 경복궁부터 세종대로로 이어지는 서울 도심 공간 전체를 무대와 객석으로 활용해 단독 대형 공연을 개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사례로는 폴 매카트니의 로마 콜로세움 공연(2003), 샤키라의 멕시코시티 중앙광장 소칼로 공연(올해 3월 1일) 등이 있다. 도시와 유산, 아티스트가 결합되는 공연은 세계 대중문화사에서도 중요한 장면으로 기록된다. 안현정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평론가)은 “역사적 장소에서 라이브 무대를 펼치고 타이틀 역시 아리랑으로 잡은 BTS의 이번 컴백은 K팝이 일종의 K헤리티지를 담는 플랫폼으로 확고히 자리했음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K팝 아티스트들이 전통을 유물이 아닌 유행으로 소비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층위가 뚜렷했던 대중문화와 전통문화가 같은 플랫폼 내에서 함께 소비되는 ‘플랫 컬처(flat cluture)’ 현상의 대표적 사례”고 말했다. 김민규 국가유산청 전문위원은 “BTS 공연의 배경이 되는 근정전 주변의 동물 조각, 광화문 천장에 그려진 단청 등은 우리의 민본사상과 전통미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그간 한국이 축적한 문화의 힘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라고 말했다. BTS는 꾸준히 한국 전통문화를 작품에 접목시켜왔다. 글로벌 팬덤이 형성된 후인 2018년 발표한 ‘아이돌(IDOL)’의 퍼포먼스가 대표적이다. 국악 장단을 기본 비트로 깔고 있는 이 음악은 가사에 ‘얼쑤 좋다’ 등의 추임새까지 포함시켰다. 뮤직비디오에는 탈춤과 사자놀음 등이 등장한다. 그해 MMA(멜론뮤직어워즈) 무대에서 지민이 보인 부채춤은 팬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블랙핑크·스트레이키즈 등 다양한 K팝 그룹이 ‘K헤리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BTS가 전통 문화를 전방위로 활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시장에서 잘 먹히기 때문”(대형 기획사 관계자)이다. 글로벌 K팝 그룹이 소속된 한 기획사 관계자는 “해외 음악 시장에서 수 많은 글로벌 팝 스타들과 경쟁하려면 나만이 가진 특별함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자신만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김도헌 평론가는 “글로벌 팝스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 일종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배드 버니가 지난달 수퍼볼 하프타임 공연에서 자신의 고향 푸에르토리코의 풍경을 옮겨놓은 듯한 무대를 배경으로 스페인어로만 노래한 것이나, 리한나가 자신의 고향인 바베이도스에서 열리는 전통 축제 ‘크롭 오버 카니발’에 화려한 카니발 의상을 입은 채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BTS 리더 RM도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 예고편에서 “우리가 여전히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사실”이라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냈다. 외신들도 이번 BTS의 앨범에 대해 “정체성을 명확히 보여주겠다는 신호탄이 될 것”(영국 가디언) 등 긍정적인 반응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BTS를 홍보대사 삼아 K헤리티지 확산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은 18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경복궁과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전통문화 상품 특별전을 운영하며 광화문 월대의 동물 조각상 서수상을 본뜬 키링, 아리랑 손수건 등을 판매한다. 서울 중구는 21일 BTS 공연에 맞춰 글로벌 팬들을 대상으로 전통 공예품 만들기, 식혜·약과 시식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K패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다만 K팝과 K헤리티지의 만남이 맥락 없는 물리적 결합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의 한 평론가는 “최근 블랙핑크와 국립중앙박물관이 협업해 리스닝 세션을 진행하며 비속어가 섞인 ‘에프 보이(fxxxboy)’가 대대적으로 울려 퍼졌다”며 “블랙핑크의 음악과 국중박 각각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이며 콜라보 이후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이런 식의 결합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는 “현재까지 공개된 바로만 보면 BTS의 앨범 타이틀은 아리랑인 반면 수록곡 제목들이나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은 딱히 한국적 정서와 관련이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깊은 숙고없이 이뤄진 결합이라든지, 공적 이미지 강화만을 위해 K헤리티지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으로 읽히면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지(choi.minji3)
2026.03.18. 13:00
" 옥체가 강물에 둥둥 떠서 빙빙 돌다가 다시 돌아오고는 했는데, 가냘프고 고운 열 손가락이 물 위에 떠 있었다. " 조선 후기 문헌 『연려실기술』은 단종의 마지막 모습을 이렇게 전합니다. 왕위를 빼앗긴 뒤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어린 임금. 열일곱 짧은 생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시신마저 강물에 던져져 그저 떠내려갈 뿐이었죠. 누구라도 그 시신에 손을 댔다간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테니까요. 그 서슬퍼런 위협에도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유일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월에 사는 백성, 엄흥도였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장항준 감독, 이하 왕사남)는 왕위와 목숨을 빼앗긴 어린 임금과 그 주검을 거두어 준 평범한 백성, 이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서사에 벌써 1300만이 넘는 관객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여운은 영화관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강원 영월 청령포엔 관광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의 무덤(광릉)엔 ‘세조, 네가 인간이냐’ 같은 악플과 별점 테러가 이어지고 있고요. 수백년 전의 인물들이 오늘날 사람들의 감정을 이토록 깊게 자극한 겁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단종의 비극은 소설과 영화·드라마 등으로 각색돼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모두가 단종에 열광하는 걸까요. 2026년을 사는 우리에게 단종의 슬픔이 더 깊게 다가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조선왕조사를 연구해 온 역사학자 신병주(62) 건국대 사학과 교수를 만나 이렇게 물었습니다. " 지금 전 국민이 ‘단종 앓이’에 빠진 이유, 대체 뭘까요? " 🫅광릉에 ‘별점 테러’…지금 우리가 ‘단종’에 빠진 이유 Q :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저도 개봉하자마자 봤습니다. 역사를 다룬 영화가 나오면 다들 저에게 내용의 진위를 물어보거든요. 얘기를 하려면 내용을 알아야 하니 사극이 나오면 항상 챙겨봅니다. 이번 영화에 대해 묻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것까지 묻더군요. ‘교수님도 울었냐’고요. (계속) 역사학자인 신 교수는 과연 왕사남을 보고 눈물을 흘렸을까요? 그는 “영화를 볼 때면 ‘고증이 잘 됐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피며, 스토리 흐름과는 거리를 두면서 감상한다”고 합니다. 그런 신 교수는 단종의 죽음을 그려낸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명했을까요? 오랫동안 조선 왕실의 역사를 연구해온 신 교수가 왕사남을 보며 탄복한 장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간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이 인물의 외모를 매우 비루하게 표현했는데 왕사남에선 달랐거든요. 신 교수는 역사적 기록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왕사남의 고증이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신 교수를 놀라게 한 영화 속 이 인물은 누구일까요. 신 교수는 “사극이 흥행하려면 사회의 공감대를 건드려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영화 왕사남은 바로 ‘이 사건’을 경험한 우리 국민의 공통된 정서를 자극하면서 흥행 열풍으로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밝힌 ‘단종앓이’의 배경, 대체 무슨 사건일까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광릉에 ‘별점 테러’…지금 우리가 ‘단종’에 빠진 이유 -관객 오열하게 한 영화 속 단종 죽음, 사실일까? -단종과 금성대군의 외모, 실제로도 출중했을까? -누구나 자신만의 ‘역사’가 있다 “한명회 오싹, 12·3 떠올렸다” 역사학자가 본 ‘왕사남 열풍’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1261 '더, 마음' 기사를 더 읽고 싶다면? “나쁜 남자 망치에 맞아보라” 허무한 중년, 유혹하는 니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4448 부친은 매독에 몸 썩어갔다, 그 아들이 그린 ‘섬뜩한 누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5699 “꾀병 일삼던 사마의가 승자” 제갈공명, 실패한 리더인 까닭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884 모두 좋아하는 인간 피해라…맹자가 싫어한 “짐승 같은 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71848 공자마저 못 참고 때렸다…논어가 알려준 ‘끊어낼 인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64323 선희연([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춘삼월. 서울 남산에도 노란 영춘화가 피었다. 며칠만 기다리면 목련 꽃봉오리가 터지고, 벚꽃과 개나리도 흐드러질 테다. 그러나 여행자는 마음이 다급하다. 달력이 넘어가길 기다리기보다는 몸을 부려 남도로 내려가는 게 되레 속 편하다. 남도에는 진즉에 봄이 와 있어서다. 목적지는 꽃축제가 한창인 전남 광양과 구례로 잡는 게 타당하다. ━ 꿈결 같은 꽃동산 광양시는 국내 최다 매실 생산지다. 지난해 매실 5100t을 생산했다. 매실은 5~6월에 수확한다. 그러나 매실나무는 과실만 안겨주는 식물이 아니다. 우리에게 꽃도 선물한다. 매혹적인 향기로, 눈부신 장관으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준다. 섬진강변에 자리한 광양시 다압면은 시방 매화 천지다. 새하얀 매화가 함박눈 퍼부은 것처럼 산과 밭을 하얗게 뒤덮고 있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매화축제(3월 13~22일)의 주무대인 청매실농원이다. 식품 명인 홍쌍리(84) 여사가 지리산 건너편 백운산 자락에 일군 16만㎡ 규모의 매실 밭이다. 지난 12일 청매실농원은 꽃동산이 다름없었다. 광양시에 따르면, 이날 매화 개화율은 약 60%였는데 매실나무 종류에 따라 개화율이 달랐다. 진분홍색 꽃을 피우는 홍매(紅梅)는 만개에 가까웠고, 가장 흔한 백매(白梅)는 개화가 늦은 편이었다. 그래도 백매와 홍매, 그리고 곳곳에 핀 청매(靑梅)까지 황홀한 꽃세상이 펼쳐졌다. 꽃나무 끼고 도는 돌담길에 한옥과 초가집까지 어우러져 옛 영화 속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영화 ‘취화선’ ‘흑수선’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청매실농원은 축제 개막 하루 전인데도 종일 북적였다. 차분하게 매실 밭을 걷고 싶다면 이른 아침이나 저물녘에 찾아가길 권한다. 오전 10시만 돼도 대형버스가 줄지어 몰려든다. 흥 넘치는 잔치 분위기를 즐기고 싶으면 섬진강 변 행사장에서 공연을 감상하고, 먹거리 장터를 즐기면 되겠다. 축제 기간에는 입장료(6000원)를 내야 한다. 대신 지역 상품권 6000원권을 돌려준다. ━ 수달 보고 홍매화 감상까지 청매실농원에서 차를 몰고 북쪽으로 약 1시간 거리인 구례 산수유마을을 찾아갔다. 산수유마을은 한 곳이 아니다. 광양 매화축제가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반면, 산수유꽃축제(3월 14~22일)는 구례 산동면에 뚝뚝 떨어진 5개 마을에서 진행된다. 하여 이 마을 저 마을 넘나들며 저마다 다른 풍광을 즐기는 재미가 남다르다. 광양 매화축제와 달리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산수유꽃이 가장 많이 피었다는 반곡마을을 찾았다. 구례군은 이날 개화율이 5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광양 매화마을보다 꽃이 덜 피어서인지 훨씬 한산했다. 반곡마을은 산수유꽃과 서시천 계곡물, 파노라마로 펼쳐진 지리산 서부 능선이 한눈에 담기는 풍광이 기막히다. 강변 산책로를 걸으며 샛노란 꽃을 감상하다가 계곡 너럭바위에 걸터앉아서 맑은 공기를 들이켜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전남 순천에서 온 정인옥(58)씨는 산수유 흐드러진 풍경을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었다. 정씨는 "직접 꽃을 보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 봄이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구례를 찾았다"고 말했다. 반곡마을의 산수유꽃은 이달 20일께 만개할 전망이다. 이어 서시천 상류에 자리한 상위마을과 하위마을의 산수유꽃이 절정으로 치닫고, 구례 산수유 시목지인 계척마을과 저수지에 반영된 꽃 풍광이 그윽한 현천마을도 노란색으로 뒤덮인다. 광양과 구례로 꽃놀이를 간다면, 신흥 명소도 놓치지 말길 권한다. 바로 구례에 자리한 ‘섬진강 수달생태공원’이다. 수달 다섯 마리와 1500그루 홍매화를 감상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에게 제격이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최승표([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같은 동료끼리 시방 ‘내란범’이네 뭐네 그 모양새가 참말로 거시기허잖애” 6·3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둔 지난 16일 전북 전주·익산·군산에서 만난 시민들은 민주당 경선 주자 간에 벌어진 ‘내란 방조’ 공방에 피로감을 토로했다. 군산에서 철물점을 하는 이성민(69)씨는 “요새 아주 동네가 시끄러와서 못 산다”라며 “같은 동료끼리 시방 내란범이네 뭐네 함스로 저격을 해대닝게 그 모양새가 참말로 거시기허다”고 말했다. 수산물 종합센터 상인인 이현익(59)씨는 “아직 나온 증거로는 김관영 전북지사가 내란 방조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같은 식구끼리 저러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전북지사 예비후보로 김 지사와 이원택(군산-김제-부안을)·안호영(완주-진안-무주) 의원을 확정했다. 김 지사는 현대차 새만금 9조원 투자, 2036년 전주하계올림픽 후보 도시 지정을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전북도의 청사 방호 조치와 언론 취재 제한이 내란 동조라고 공세를 폈고, 김 지사 측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논란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내란 논란보다 정책으로 검증하자”는 입장이다. 중앙일보가 둘러본 지역 민심은 “지방선거용 네거티브 싸움만 한다”(군산 택시기사 천지환씨), “김관영이 평타는 쳤다”(원광대생 이재성씨)로 엇갈렸다. 여론조사에선 김 지사가 치고 나가는 형국이다. 전북일보·JTV·전라일보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북도민 1029명을 휴대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김 지사 지지율은 39%, 이 의원 23%, 안 의원 9%였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다만 김 지사가 강조하는 올림픽 후보지 지정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잖았다. 군산에서 건어물을 판매하는 송지숙(44)씨는 “잼버리로 그 사달이 났는데 그 돈으로 복지를 했으면 한다”고 했고, 익산에서 농사를 짓는 박수현(54)씨는 “인프라도 없고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국정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전주 신 중앙시장 옷 가게 상인인 한진희(73)씨는 “대통령 흠잡을 게 없죠잉”이라고 말했다. 전주 시내 노점상인 최인희(71)씨도 “이번 대통령은 외교도 똑소리 나게 잘 허지, 경제도 영리허니 잘 끌고 가지, 행정도 빈틈없이 잘허잖애”라며 “참말로 사람 하나는 지대로 잘 뽑아서 맴이 아주 든든혀”라고 했다.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전북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92%, 부정 6%로 압도적이었다. 민주당 지지도도 75%로 조국혁신당(6%)·국민의힘(4%)보다 크게 앞섰다. 이를 반영하듯 현장 민심도 정부·여당에 대체로 호의적이었지만, 높은 지지율 속에 민생과 무관한 여권 내부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선 피로감도 적잖았다. 특히 혁신당과의 합당, 검찰개혁법안, 공소취소 거래설 등 최근 민주당을 휩쓴 이슈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다. 노점상 최씨는 “합당 허는 문제나 검찰 (개혁) 문제나 자꼬 요란시럽게 파열음이 난 게”라며 “시방 정청래 대표가 대통령 보기를 너무 우습게 아는 거 같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의 직장인 문소연(39)씨는 “정청래·김민석이 당권 두고 싸우지 말고 대통령을 도와 대한민국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공소취소 거래설’ 논란의 중심에 선 김어준씨를 향해선 “김어준이 방송서 ‘이거이맞소’하고 오더를 딱 내려부러봐. 그 담날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이 떠들어대잖애”(이성민씨)라고 했다. 행정통합에 성공한 광주·전남과 인접한 만큼 소외감도 상당했다. 박수현씨는 “전남은 수십조를 받는데, 우리는 못 받으니까 부럽다”고 했다. 전북지사 선거 못지않게 주목도가 높은 곳은 조국 혁신당 대표의 출마가 거론되는 군산-김제-부안갑이다. 조국 출마설에 대한 군산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건어물 판매업자 송씨는 “전국구 스타 조국이면 나이스”라고 했지만, 이현익씨는 “군산이 쉬워서 오는 거라면 우린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지역구에는 김의겸 전 새만금개발청장과 전수미 민주당 인권대변인, 문승우 전북도의회 의장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김나한.이찬규([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연면적 2만3915㎡(7246평) 규모의 복지문화공간이 18일 문을 열었다. 옛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로 조성된 이 시설은 수영장·헬스장·공연장·도서관 등 주민 편의시설과 복지시설을 갖춘 복합 공공건축물 ‘어울림플라자’다. 이 건물에는 ‘문턱’이 없다. 단차와 경계를 없앤 무장애(배리어 프리) 설계를 적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최초 무장애 복합단지다. 휠체어 이용자뿐 아니라 노인, 유아차 이용자 등 누구나 불편 없이 접근할 수 있으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예비인증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3년 부지를 매입했다. 2015년 처음 건립계획을 세웠고, 건물이 완공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총 사업비는 1278억원이다. 당초 장애인 복지시설로 추진됐으나 주민 반대가 적지 않았다. 지역 내 편의시설 부족과 장애인 시설에 대한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설과정에서 주민협의체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회의만 80회 넘게 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어울림 플라자’를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8년 국제설계공모전을 열었고, 보이드아키텍트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무소인터커드의 작품이 뽑혔다. 인근 학교와 주거환경을 고려해 건물 높이를 낮추고 지하 공간을 적극 활용한 설계다. 윤승현 인터커드 대표(중앙대 건축학부 교수)는 “다양한 이용자를 위한 시설과 수익시설까지 한 공간에 담아야 하는, 어렵고 복잡한 프로젝트였다”며 “주변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지상은 기존 건축물의 높이에 맞추고, 부족한 공간은 지하로 풀었다”고 말했다. 어울림플라자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용 시설에 구분이 없다. 윤 대표는 “모든 시설이 섞여서 함께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기존 건물에서 좁기만 한 내부 복도를 8m로 넓혔다. 이동하기 편안한 길이면서 만남의 장소나 장터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복도이자 길이 건물의 각 실을 계속 잇는 것이 어울림플라자의 특징이다. 지하 수영장에는 수중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고, 체력단련실에는 무장애 운동기구를 도입했다. 도서관 역시 점자도서와 휠체어석을 갖췄다. 5층에는 서부장애인치과병원이 들어선다. 성동구 서울시립 장애인치과병원에 이은 두 번째 장애인 전용 시립 치과병원이다. 1262㎡ 규모에 전용 진료의자 14대와 전문 장비, 전신마취 진료실 등을 갖췄다. 운영은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이 맡으며, 다음 달 1일부터 진료를 시작한다. 서울시 등록장애인은 장애 유형이나 등급, 연령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어울림플라자에서는 장애인 특화 예술프로그램부터 수어교실, 합창, 댄스, 인문학 강좌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칸막이 없는 공간에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잘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관식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며 “서로 다른 우리가 나란히 걸을 때 서울은 더 따뜻하고 강한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화([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예정인 공소청법을 놓고 검찰과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사이에서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삭제한 것은 수사 개시 단계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양 조직이 수십년간 유지·강화해 온 협업 구조를 뿌리째 뒤흔드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특사경은 수사 전문성 부족의 문제로 줄곧 검사의 수사 지휘를 한층 강화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민주당은 오히려 정반대로 수사지휘를 없애는 법안을 만들었다. 특사경 운영책임자 65명은 지난해 11월 대검찰청과 회의를 갖고 “특사경 제도 운용의 안정화를 위해 검사의 지휘·감독을 강화하고 수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는 대부분 강제수사 단계부터 이뤄지는데, 특사경이 특정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부터 검사가 지휘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 회의엔 고용노동부·관세청·국토교통부 등 20개 중앙행정기관 및 서울시·경기도 등 13개 지방자치단체 소속 특사경 운영 실무를 총괄하는 팀장·과장급 인사 65명이 참석했다. ━ "스크린하고 보완해 줄 수사지휘 필수적" 이들은 회의에서 특사경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수사 실무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을 꼽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특사경 운영책임자는 “특사경 자체적으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수사 초기부터 사건별 ‘전담 검사’를 지정해 유기적으로 협력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스크린하고 보완해줄 검사의 수사지휘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체 소속 특사경 운영책임자는 “검사의 지휘권을 삭제하는 민주당 검찰개혁안이 공개된 이후 내부적으로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라며 “입법 과정에서 검사의 수사지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조사가 있었는데 그때도 대부분 현행 지휘 제도가 유지되거나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음에도 현장의 의견을 아예 무시했다”고 말했다. 대검-특사경 회의에선 이외에도 “특사경과 각 지방검찰청 담당 검사의 신속한 의견 교환을 위해 핫라인을 구축해달라” “특사경 내부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수사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신임 특사경을 위해 검사 및 검찰 수사관에게 상담·자문을 구할 수 있는 멘토링을 실시해달라” 등 검찰의 지휘·감독을 강화해달라는 요청이 나왔다. ━ "지휘 없이 독자수사, 법왜곡죄 고소·고발까지" 특사경들이 수사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는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제수사다. 압수수색의 경우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는다 해도 해당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특사경은 수사 경험이 부족한 탓에 영장에 기재된 범위를 벗어난 증거를 위법하게 압수하거나, 영장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고지해야 할 정보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피의자가 기소된다 하더라도 재판부에서 위법수집 증거로 판단해 증거능력을 잃는다. 이와 관련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1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특사경은) 이제 검사 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해야 하는데 법왜곡죄로 고소·고발까지 받게 생겨서 일선의 어려움이 한층 가중되겠다”며 “구청에서 수백건씩 공소시효를 넘기고 방치해도 아무도 모르게 생겼고, 피해자가 수만 명인 대규모 방문판매 사건에서 압수수색 절차가 잘못돼 송치돼도 별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죄 반복될 것"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며 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이 특사경을 활용해 과잉 수사에 나서도 이를 통제하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문제는 2023년 금융감독원 특사경이 카카오를 상대로 사실상의 ‘사냥식 수사’를 벌이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사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SM엔터테이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최대한의 권한을 행사해 책임을 묻겠다”며 카카오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특사경은 2023년 8월 김범수 창업자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10월에는 이례적으로 직접 김 창업자를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웠다. 당시 금감원이 이같은 전방위 수사에 나선 배경엔 이 전 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카카오 때리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특사경의 수사권을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 전 원장의 취임 이후 특사경 규모를 2배 증원했고, 최근엔 자체적인 인지수사권을 확보하며 검찰의 사건 배정 없이도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각 기관이 수사에 대한 노하우나 전문성은 물론 제대로 된 인력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앞다퉈 특사경을 운영하려는 상황 역시 오히려 검사의 수사지휘를 비롯한 통제 장치를 늘려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사경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나 통제가 없으면 지자체장이나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기 쉽다"며 "금감원 특사경의 카카오 수사처럼 먼지털이식 수사와 무죄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법률 지식이나 수사 경험이 부족한 특사경 구조상 영장 집행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위법수집증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죄를 지은 사람은 처벌하지 못 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우.조수빈([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만 60세가 되면 국민연금에서 졸업한다. 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 그동안 세금처럼 떼갔는데, 이제 해방되니 좋을 수 있다. 대부분 ‘이미 10년 넘게 가입했고 63세, 64세에 연금이 나올 테니 견디면 되지’라고 여긴다. 그래도 34만여 명은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 낸다(임의계속가입자). 일부는 월 60만원 넘는 보험료를 낸다. 회사가 절반을 내주는 것도 아닌데도 그리한다. 이들은 왜 안 내도 되는 보험료를 스스로 낼까. 손해인 줄 알면서 그리할 리가 없다. 연금 고수의 선택 코너에서 따져봤다. 4년간 월 60만원가량을 부으면 20년 동안 1.6배를 연금으로 받게 된다. 60% 가까이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조금이라도 늘려놔야 한다. 임의계속가입(임계)을 해서라도 늘려야 한다. 64~68년생은 임계의 이득이 분명하다. 69년생 이후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지난해 연금개혁에 따라 보험료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이다. 방법은 임계기간을 2~4년으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승산이 있다. 아래 기사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낮은 구간일수록 낸 돈 대비 받는 돈(수익비)이 높게 설계돼 있다. 이렇게 해서 소득 재분배를 한다. 60세 이후에 임의계속가입(임계)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소득을 낮게 신고하고 보험료를 적게 내면 수익비가 커진다. 물론 절대 금액이 많은 건 아니다. 임계를 할 때 현재 소득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 보험료를 내지만, 소득이 없으면 본인소득을 신고해야 한다. 최소 100만원이다. 그러면 올해 9만 5000원의 보험료를 낸다. 이렇게 임계를 하면 낸 돈의 서너 배를 더 받는다. 올라가는 절대액수가 적다고 절대 무시할 일이 아니다. 6년 만에 본전을 되찾고, 기대여명까지 산다면 낸 돈의 세 배를 받는다. 이런 금융상품이 어디에 있을까. 월 소득 100만원, 최저임금, 가입자 전체 평균(약 319만원)의 예를 제시한다. 국민연금 소득재분배 기능의 마법을 확인할 수 있다. 이걸 보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당장 국민연금공단 지사로 달려가자. ※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URL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 넣으세요. “임계 4년만 하면 수익률 60%” 65~68년생, 연금 계속 부어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8803 “임계하니 고작 6만원 더 줘” 비웃던 김씨, 3배 불린 연금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0632 연금 고수의 선택, 노후 알려주는 '연금 내비' 돈 버는 재미 연금 고수의 선택 “임계 4년만 하면 수익률 60%” 65~68년생, 연금 계속 부어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8803 “임계 하니 고작 6만원 더 줘” 비웃던 김씨, 3배 불린 연금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0632 ‘무연금’ 59세 아직 안 늦었다…1392→5410만원 ‘연금 매직’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417 신성식([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공소청·중수청법 최종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하게 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의 당정협의안 보이콧 선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두 의원은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정부의 재입법예고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이 확정돼 국회에 제출되자 “(보완수사권 존폐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관련 내용이 정부에서 정리될 때까지 두 법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 재수정을 요구하며 사실상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두 의원은 당 지도부가 정한 본회의 처리 시점인 19일을 넘긴 오는 20일에 공소청법 공청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추·김 의원이 요구한 건 ▶중수청의 공소청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검사의 중수청에 대한 입건 요청 ▶검사의 특별사법경찰 관리 지휘·감독권 ▶검사의 영장 청구·집행 지휘권 등 삭제와 ▶검찰총장 명칭 폐지 ▶검사 전원 면직 후 선별 재임용 등이었다. 이 중 ▶특사경 지휘권 폐지 ▶검사 전원 면직은 1월 12일 정부의 1차 입법예고안이 민주당 내 반발로 막힌 뒤 이뤄진 당정협의 단계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 측은 물론 당 지도부에서도 “과한 요구”라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고, 강경파에서는 “당정협의 때 법사위가 소외됐다”고 맞섰다. 갈등의 뇌관은 재입법예고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꼬리표로 붙었던 “세부 내용은 원내 지도부가 법사위와 협의해서 결정한다”는 단서였다. 당 지도부는 “당론이 곧 최종안”이라는 입장이었지만, 추·김 의원은 이 단서를 고리로 줄기차게 재수정을 주장했다. 이에 국무총리실도 지난 11일 이례적으로 ‘검찰개혁법안 30문 30답’란 자료를 공개해 맞대응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정의 정면충돌로 비칠 수 있어 가장 아슬아슬했던 순간이었다”며 “애당초 당내 의견 수렴 때는 나오지 않았던 얘기를 (강경파가) 새로 꺼내기 시작하니까 이러다가는 정말 엉망진창 된다는 걱정이 당·정·청에 팽배했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내부 분열에 이재명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논의가 왜 이렇게 된 것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입법 과정에서 조율하면 될 일을 ‘개혁파 대 반(反)개혁파’로 나누는 게 맞느냐”는 취지였다. 당정협의안이 표류하자 이 대통령은 “유연한 협의”를 주문하며 지난 주말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을 긴급 투입했다. 홍 수석은 국회에서 정청래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 추·김 의원 등을 만나 쟁점별 의견을 하나하나 취합했다. 이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무·민정라인을 포함한 참모진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직접 검토한 뒤 ▶검찰총장 명칭 폐지 ▶검사 전원 면직 후 선별 임용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은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최종안이 도출된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갈등 의제일수록,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일수록 정말로 진지하게 터놓고 진짜 숙의를 해야 한다”며 “과정 관리가 조금 그랬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데 대해선 해석이 엇갈린다. 정 대표는 18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정부가 당과 충분하게 소통해야지, 왜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는 말씀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의 행간에는 당내 의견을 잘 취합했어야지, 언제부터 당·정·청 협의를 하는데 정책위안과 개별 상임위안도 따로 있느냐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했다. 검찰 제도 개편에 관한 숙의 지시 후 한발 물러서 있던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선 이유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언제까지 검찰 개혁 이슈에 매몰돼 국정 동력을 소모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스스로 떠안는 길을 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특사경 수사지휘권 폐지의 경우 이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여권 핵심 인사는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부터 특사경 제도가 굉장히 효용성이 있다고 봤고, 굳이 검찰의 지휘를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018년 경기지사 취임 후 특사경 인원을 기존 101명(1단 7팀)에서 173명(2단 13팀)으로 늘리고, 수사 범위도 6개에서 23개 분야로 대폭 확대했다. 경기도 특사경을 앞세운 강도 높은 권한 행사는 이 대통령을 차기 대선 주자로 만든 정치적 자산 중 하나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국무회의에서 특사경 확대 검토를 지시했고, 지난 1월 27일 국무회의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도 “특사경도 같은 사법경찰인데, 인지에 대해서만 검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금융감독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 부여를 지시했다. 다만, 특사경을 보유한 부처 장관 출신의 한 여권 인사는 “특사경은 훈련된 수사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증거 획득 단계에서부터 법조인의 조력이 필수”라며 “앞으로 특사경의 수사 결과를 각 기관장이 책임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갑갑하다”고 우려했다. 하준호([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국회 개헌특위 구성은 결국 무산됐고, 여야는 ‘공소취소 국정조사’ 시행 여부를 둘러싸고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6·3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의장실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특위 구성은 물 건너갔지만, 개헌은 가능하다”며 “제정당 간 개헌 논의를 위한 기구를 꾸려 4월 7일 안에 개헌안을 만들어 발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에 동의하는 정당을 중심으로 19일 간담회를 추진 중”이라 밝혔다. 우 의장도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정쟁과) 다른 트랙으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었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국민투표로 이어지기 위해선 의원 197명(재적 의원 295명 중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161석)과 범여 군소 정당 전체(18석)와 개혁신당(3석), 무소속 (6석)까지 포함하면 현재 의석수는 188석이다. 국민의힘에서 최소 9명이 이탈해 개헌안이 가결될 수 있다. 우 의장의 낙관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여권 내부의 분위기는 잡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개헌에) 관심을 갖고 진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힘을 실었고, 같은 날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법무부도 개헌 과제에 대한 법리 검토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썼다. 우 의장이 믿는 건 ‘합의 가능한 최소한’이라는 개헌안의 내용과 헌법개정안 본회의 표결은 기명투표로 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112조 4항)이다. 우 의장이 지난 10일 제안한 단계적 개헌안은 ▶비상계엄 국회 사후 승인권 ▶헌법 전문에 5·18 민주주의 정신 수록▶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명시가 골자다. 다른 의장실 관계자는 “국민의힘 내부에도 계엄 사과를 요구해온 집단이 있는 만큼 이름을 걸고 찬반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 찬성을 택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 전문 개정과 지방분권 명문화는 야당이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운 선언적 규정이라, 결국 개헌안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기권하면 공개적으로 불법 계엄 재발 방지를 반대하는 셈이 돼 국민의힘 의원들도 신중히 선택할 수밖에 없을 거란 얘기다. 국회 상황이 우 의장의 기대대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우 의장의 회견에 “한가하게 개헌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쏘아붙였고, 같은 날 페이스북에 “개헌이라는 국가적 의제가 자칫 지방선거 프레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적었다. 같은 당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17일 “지방선거 이후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차분하고 책임 있게 추진하는 게 순리”라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개헌 반대를 당론화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 전망도 엇갈렸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이미 지방선거에서 뭉치자는 의미에서 ‘절윤 결의문’을 선언했는데, 개헌을 위해 또다시 내분을 만들 유인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헌안의 내용 자체가 여야 모두가 합의 가능한 수준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안 표결 방법이 기명투표로 명문화된 것은 4·19 혁명 이후 장면 정부 시절인 1957년이다. 당시 내각제 도입을 두고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첨예했지만, 기명 투표의 압박이 작용하면서 ‘내각제 반대=4.19 혁명 정신 위배’로 해석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는 개헌안 표결에 그대로 반영됐다.1960년 6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18인 중 총 투표자 211인, 찬성 208인, 반대 3인의 압도적 다수로 양원제와 내각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3차 개헌안이 가결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불법 계엄 재발은 막아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도 당시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보현([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첫째에 이어 둘째 입양을 준비 중인 예비 양부모 A씨는 몇 달째 답답하다. 지난해 7월 입양 체계가 변한 이후 곧바로 입양을 신청했지만, 아직 입양할 아이의 얼굴도 보지 못해서다. A씨는 “양부모 교육을 받고 절차를 다 밟았는데 위원회(보건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아동권리보장원에 몇 번을 연락해도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첫 아이를 입양하려는 예비 양부모 B씨도 “아이를 빨리 데려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집에 적응할 수 있게 도울 텐데, 시설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입양이 민간기관 중심에서 국가가 직접 심사·관리하는 체계(공적 입양 체계)로 전환된 뒤 국내 입양 승인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편에 맞춰 입양 신청이 늘어난 데다가 절차가 늘어나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예비 양부모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18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입양 승인 건수는 국내 102건, 해외 24건 등 총 126건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입양 아동은 2022년 324명, 2023년 229명, 2024년 212명으로 줄어왔는데, 지난해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 7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의 시행으로 공적 입양체계로 전환된 접수된 입양 신청 중 아동이 가정에 인도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승인된 입양 모두 이전 제도에서 진행된 건일 뿐, 개편 이후엔 한 건도 승인되지 못한 상태란 얘기다. 입양체제 전환에 따라 입양 업무를 전담하게 된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입양 대상 아동 279명이 시설·위탁가정에서 대기하고 있다. 원인은 입양 행정 절차의 병목이다. 제도 초기 신청이 몰린 데다 절차가 늘어나면서 대기 기간이 길어졌다. 입양정책위원회가 외부 전문가를 통해 예비 양부모의 자격을 심의하는 등 투명성은 강화됐지만,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양이 아동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아동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의 한 아동시설 관계자는 “국내에선 영아 입양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돌만 지나도 입양 기회가 희박해지는 게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입양 관련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등 12개 단체는 지난달 25일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공적체계 전환 뒤 발생한 입양 지연 문제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19일엔 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는 “정부가 입양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보연 입양정상화추진부모연대 대표는 “모든 아동이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자랄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입양은 신중해야 할 선택인 만큼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양부모 학대로 아동이 사망한 ‘정인이 사건’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절차가 다소 지연되더라도 충분한 심사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예전에는 민간 입양기관이 입양아동보다 입양부모 중심으로 절차를 진행한 측면이 있었다”며 “공적 입양체계는 국가가 아이를 책임지고 친가정보다 더 잘 키울 수 있는 가정을 찾겠다는 취지인 만큼 신중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지연 상황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민간 입양기관들은 수십 년간 입양을 진행해온 노하우가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해 행정적 병목을 줄이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정부가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간 입양기관이 70여년간 수행해온 업무를 섣불리 개편하면서 생긴 문제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지금이라도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예비 입양부모가 요건을 갖춘 경우 신속히 아동과 결연을 진행하고, 이후 가정법원 허가 절차에서 양육 태도와 환경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하는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남영([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기후 변화에 먹거리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하며 그간 수입해서 먹었던 필리핀산 바나나, 미국산 자몽, 스페인산 레몬 대신 국내산 아열대 과일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 국내산 바나나는 최근 생산 물량이 확 늘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2022년 연간 국내산 바나나 판매량은 제주도산 0.5톤(t)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t을 판매할 예정이다. 기후 변화로 날씨가 더워지면서 제주도에 이어 전남 신안까지 바나나 재배지역이 넓어져 생산량이 늘어난 덕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라남도의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은 2021년 988헥타르(㏊)에서 지난해 2400㏊로 증가했다. 국내산 아열대 과일을 찾는 수요도 늘고 있다. 충분히 익힌 후 수확해 당도나 신선도가 높고 농약 우려도 적어서다. 롯데마트에서 바나나를 비롯해 국내산 용과·패션후루츠 같은 열대과일 매출(전년 대비)은 2024년 13%, 2025년 15% 늘었다. 양혜원 롯데마트·슈퍼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예전엔 국내산 열대과일은 제주도산뿐이었는데 기온 상승으로 전남 신안·완도 등 남해안 지역으로 재배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며 “고품질·신선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아열대 과일도 국내산을 찾는다”고 전했다. 겨울철 대표 먹거리인 갈치·조기·방어 같은 회유성 어종은 맛보기 힘들어졌다. 수온이 오르며 겨울에도 남해로 오지 않아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따르면 지난 1월 갈치 생산량은 193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 줄었다. 지난 5년간 월평균 물량(4650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갈치가 좋아하는 수온이 21도 안팎인데 고수온 현상으로 겨울에도 25도를 웃도니 더 깊은 바다나 북쪽으로 흩어지면서 어장이 분산돼 어획량이 줄었다”며 “매입 산지 다변화, 대체 어종 등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1800만 배럴의 원유를 긴급 도입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특사로 UAE를 방문하고 돌아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UAE 측이) 한국은 원유 공급에서 최우선이라고 분명히 약속해줬다”고 말했다. 앞서 6일 확보한 600만 배럴을 포함하면 UAE로부터 원유 총 2400만 배럴을 들여오게 된다. 비상 상황 속에서 거둔 외교적 실적이지만, 역설적으로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이란은 믈라카해협, 수에즈운하와 함께 3대 초크포인트(해상 운송 요충지)로 꼽히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본격화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는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낚싯배로 위장한 드론 보트의 자살 공격이 시작됐고, 기뢰와 미사일 투입도 예고됐다. 지난해 하루 평균 1570만 배럴의 석유가 이 길을 지났다.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3분의 1이 넘는다. 약 6500㎞ 떨어진 한국도 위기에 직면했다. 수입 원유의 70%는 중동에서 오고, 그중 90%가 호르무즈해협을 거친다. 지난 3주가 치솟는 유가와의 싸움이었다면 이젠 수급과의 전쟁이다. 비싼 건 비용의 문제지만 없어지는 건 다른 차원이다. 현장에선 4~5월 위기설이 돌 정도다. 실제로 정유사가 비축한 물량은 이르면 4월부터 소진된다. 추가로 확보한 물량으로도 한계다. 현재 석유 비축 물량은 약 1억9000만 배럴. 정부는 비축유로 208일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수출을 뺀 계산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수출 물량은 4억8535만 배럴로 전체 원유 도입량(9억3506만 배럴)의 51.9%다. 수출을 포함한 하루 석유 소비량은 280만 배럴. 1억9000만 배럴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68일이다. 한 정유업계 전문가는 “실제 비축유 방출을 시작했는데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 매일 시장은 패닉에 빠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4월이든, 5월이든 위기설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원유만 문제가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동 및 인근 국가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즉각 관리 대상 품목은 총 41개다. 반도체·정밀화학 원료로 쓰이는 헬륨이나 건설업에 필수인 석고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미 국내 산업 현장에선 이란 사태로 인한 ‘나프타 쇼크’가 라면부터 화장품, 패션 등 전방위로 엄습하고 있다. ━ 봉지 없어 라면 못 만들고…자동차 시트 부족해 공장 설 수도 라면·과자 등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폴리에틸렌(PE)은 원유로 추출해 만드는 나프타를 주원료로 한다. 여천NCC 등은 고객사에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계속될 경우를 가정하면 일부 업체는 이달 말부터 셧다운될 수 있다”고 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재 재고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며 “앞으로 한 달 이상 이란전쟁이 장기화할 땐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화장품 업계로도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석화업체에서 공급받은 나프타를 활용해 용기 제조에 필요한 소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가구와 침대, 자동차 산업도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침대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가다간 조만간 매트리스·침대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트리스 폼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인 폴리올 수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트에 들어가는 폴리올 수급도 악화하면서 자칫 자동차 생산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석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베네수엘라 등에서 대체 물량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산 원유는 25일이면 한국에 도착하지만 북미산은 35~40일이 걸린다. 게다가 미국 등의 원유는 대부분 경질유다. 중동산 중질유 중심의 설비를 갖춘 국내 정유사 입장에서는 정제 효율이 떨어진다. 설비 조정 등의 방법이 있지만 역시 시간이 문제다. 김형건 강원대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는 “초기부터 공급 리스크를 제대로 반영했다면 수요 또한 제어해야 하는데 정작 정부가 꺼낸 카드가 최고가격제였다”며 “한마디로 기름값 걱정하지 말고 차를 타라는 건데 현 상황과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고가격제를 하면서 5부제도 시행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싱가포르에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153.24달러로 2월 말(71.24달러) 대비 두 배가 넘는다. 17일 기준 중동과 중국을 오가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의 하루 운임도 47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20일까지만 해도 15만7000달러였는데 3배가 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과거 사례를 고려할 경우 봉쇄가 해제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봉쇄 기간의 2배 이상이 소요된다”고 내다봤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원유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기존 ‘관심’에서 2단계인 ‘주의’로 격상했다. 또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나프타는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장원석.안효성.임선영([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스포츠는 힘이 세다. 집단을 포섭하는 폭발력을 갖는다.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싸우는 구도는 민족과 국가를 눈앞에 불러낸다. 그래서 스포츠의 승리는 쉽게 민족의 영광으로 치환된다. 근대올림픽 이후 정치는 이 휘발성 강한 내셔널리즘을 국민 단합의 동력으로 가동해 왔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패전국의 트라우마를 지우고 세계 무대의 복귀를 알렸다. 여자 배구의 금메달은 그 상징적 세러머니였다. 소련과의 결승전 순간 시청률 80%는 스포츠가 민족적 프라이드의 심리적 자양분이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은 스포츠 민족주의의 끝판왕이었다. 길거리 응원을 본 외신이 ‘동원된 집단주의의 광기’로 오해할 정도였다. 그때 “대~한민국”으로 대동단결했던 우리 스포츠의 집단 서사는 찬란하고 장엄했다. 하지만 민족주의만큼 쉽게 휘발되는 것도 없다. 국가가 개인의 구체적인 일상을 보듬어주지 못할 때 내셔널리즘은 허구가 된다. 태극기와 함께 울려 퍼지는 애국가가 ‘금메달 연금’이라는 보상 체계에 기대고 있음이 드러나면서 집단 서사에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거둔 처참한 성적이 오히려 일본 엘리트 스포츠를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2001년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일본 스포츠 진흥 센터(JSC)가 발족했다. 행정은 거대한 캔버스를 펼쳐줄 뿐, 붓놀림은 전적으로 현장 전문가에게 맡겨진다. 그 결과가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27개였다. 최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성적도 그 연장선에 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메달 경쟁이라는 낡은 틀을 걷어내고 ‘개인의 서사’를 말하는 새로운 문법을 낳았다. 일본 대중은 이제 메달리스트에게서 ‘닛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타니 쇼헤이의 퍼포먼스를 모닝커피처럼 즐긴다. 스포츠가 그려내는 삶의 다양한 무늬를 찾아내고, 순수한 몰입의 아름다움에서 일상의 위안을 찾는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백혈병을 물리치고 수영장으로 돌아온 이케에 리카코(池江璃花子)는 예선 탈락에도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스포츠는 이처럼 개인 서사의 텃밭이다. 우리의 스포츠에서 부족한 게 바로 이 개인 서사다. 메달 색깔로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너무 제한적이고 뻔하다. 그래서 선수는 적당히 안주하고 만족해 왔다. 전성기를 뒤로하고 유튜브 예능으로 빠져나가는 레전드들의 행보가 그 단면이다. 화면 속 웃음은 상업적 엔터테인먼트일 뿐, 시민에게 스포츠의 영감을 전하지는 못한다. 연봉이라는 눈앞의 성과와 에이스라는 호칭에 만족한 우리 엘리트 스포츠는 성장과 도전 대신 좁은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대단한 줄 알았다. 최근 국제대회의 부진으로 자기만족의 거울이 산산이 깨지는 소리에 시민은 불쾌함을 느꼈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고,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격차를 줄이는 제도적 혁신도 필요하다. 그러나 스포츠는 결국 시민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를 통해 즐거워야 하고, 선수의 퍼포먼스가 삶의 자극과 영감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시민은 스포츠를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어 간다. 왜 달리는지를 말하고, 야구장에서 왜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는지 말하게 된다. 다양한 개인의 서사를 만들자. 삐약이 신유빈이 2020 도쿄올림픽을 거쳐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보여준 성장의 드라마는 ‘헝그리 정신’이나 비장한 태극전사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 세련된 이야기를 전하지 않는가. 우리가 일본의 약진에서 배워야 할 것은 메달의 숫자가 아니라, 스포츠를 개인의 도전과 성취의 이야기로 만드는 힘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김정효 서울대 연구교수
2026.03.18. 13:00
“미국은 단 한 번도 홀로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 한국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나토 회원국은 미국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웠다.”(2024년 2월, 옌스 스톨텐베르그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나토 무용론에 반박하기 위해 꺼냈던 나토 수장의 ‘집단방위권’ 강조가 2년여 뒤 역설로 돌아왔다. 트럼프의 호르무즈해협 전투함 파견 요청을 나토 동맹 대부분이 거부, 사실상 미국 홀로 싸우라는 뜻을 밝히면서다. 트럼프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한국과 일본까지 거론하며 “누구의 도움도 필요없다”고 토로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연합 좌초와 관련, “그(트럼프)가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소셜미디어 X).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글에서 나토 회원국에 “더는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호주, 혹은 한국도 마찬가지”라면서다. 이는 나토 동맹이 현대 국제안보 체제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 조항(5조) 발동에 선을 긋는 데 대한 분노로 읽힌다. 핵심은 나토 회원국 중 한 나라가 공격당하면 모두가 공격당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다만 5조는 집단방위권의 발동 전제를 ‘북미와 유럽’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 해당 조약은 ‘무력 공격이 발생했을 때’를 상정한다. 이와 관련,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이날 “이란의 즉각적 위협이 없었음에도 이스라엘의 압박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다”며 사임했다. 나토 역시 유사한 판단을 한 것일 수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도 개입 근거 조항이 있지만, 전제를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무력 공격으로 한정하고 있다. 미·일 상호방위조약도 ‘일본의 관할 영토’로 명시하고 있다. 한·일은 더더욱 중동 사태에 관여할 ‘계약서상’ 의무는 없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나토의 전투함 파견 거부에 정치적 의지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건 이란의 튀르키예 공격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개전 초반부터 이란은 미국의 전력이 모여 있는 튀르키예 남부 공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수 차례 발사했다. 나토 일원인 튀르키예에 대한 공격은 집단자위권 발동 여부를 협의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튀르키예를 비롯, 나토 어느 나라도 명확히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이는 나토 회원국도 아닌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했을 때 미국을 필두로 앞다퉈 지원에 나선 것과도 비교된다. 이번에는 미국의 전쟁도 아닌 ‘트럼프의 전쟁’은 지원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일 수 있다. 미국이 전쟁 개시 전 다른 동맹과 사전 협의 없이 이스라엘과 독단적으로 움직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은 동맹을 경시해 온 트럼프식 고립주의가 역으로 미국을 고립시키는 자업자득으로 이어진 측면이 있다. 문제는 나토의 ‘합법적 거부’가 향후 동맹을 향한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 인식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당장 주한미군을 포함한 전 세계 주둔 미군 자산의 차출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관세 보복도 항상 유효한 카드다. 이유정.김형구([email protected])
2026.03.18. 13:00
지난 17일 실시된 2026 일리노이 예비선거를 통해 오는 11월 본선거에 나설 연방 상원과 하원, 그리고 쿡 카운티 핵심 선출직의 정당별 후보군이 확정됐다. 이번 예비선거는 딕 더빈 연방 상원과 잰 샤코우스키 연방 하원 등 오랫동안 일리노이 주를 대표해온 이들의 잇단 은퇴로 정치권의 연쇄 이동이 이뤄졌고 ‘새 얼굴들’이 다수 전면에 등장했다. 또 쿡 카운티 의장 선거는 현직의 압승으로 정리된 반면 조세사정관(Assessor) 경선에서는 현직이 패배하면서 큰 변화가 예고됐다. 이번 예비선거서 가장 주목 받은 연방 상원 민주당 경선에서는 줄리아나 스트래튼 부지사가 득표율 40.11%로 승리했다. JB 프리츠커 주지사의 지지를 받은 스트래튼은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연방하원 의원(33.21%), 로빈 켈리 연방하원 의원(18.07%)을 제쳤다. 연방 상원 공화당 경선에서는 전 일리노이 공화당 의장 돈 트레이시가 39.80%로 1위를 차지, 11월 본선에서 스트래튼과 맞붙게 됐다. 시카고 서버브 유권자들이 체감할 변화는 연방 하원 선거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로빈 켈리가 상원 도전을 선택하면서 비게 된 일리노이 연방 하원 2지구서는 쿡 카운티 커미셔너 도나 밀러가 40.43%로 제시 잭슨(29%)를 꺾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밀러는 공화당서 무투표로 당선된 마이클 노액과 맞붙는다. 대니 데이비스가 은퇴한 7지구(시카고 서•남서부 중심)는 주 하원의원 라숀 포드가 23.90%로 1위에 올랐다. 포드는 시카고 재무관 멜리사 콘이어스-어빈(20.49%)을 근소하게 따돌렸고 11월 본선에서 공화당 후보 채드 코피와 경쟁하게 됐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가 상원에 도전하면서 공석이 된 8지구서는 전 연방하원의원 멜리사 빈(31.82%)이 주나이드 아흐메드(26.7%)를 꺾고 민주당 후보가 됐다. 공화당에서는 제니퍼 데이비스가 후보로 확정됐다. 샤코우스키의 은퇴로 무려 15명이 출마한 일리노이 연방하원 9지구(시카고 노스사이드•노스쇼어 일대)서는 에반스톤 시장 대니얼 비스가 득표율 29.37%로 승리했다. Z세대 인플루언서 캣 아부가잘레(26.13%)와 로라 파인(20.28%)은 각각 2, 3위에 그쳤다. 비스는 공화당 후보 존 엘리슨과 11월 본선에서 맞붙는다. 쿡 카운티 선출직서는 토니 프렉윈클 쿡 카운티 이사회 의장이 브렌던 라일리를 득표율 68.53% 대 31.47%로 따돌리고 민주당 후보가 되면서 5선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쿡 카운티 조세사정관(Assessor) 민주당 경선에서는 팻 하인스가 득표율 52.48%로 현직 프리츠 케이기(47.52%)를 따돌렸다. 남•서부 일부 지역에서 재산세가 급등한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케이기는 ‘평가 시스템 개혁’ 성과를 내세웠지만 과세표준 산정 방식과 상업용•주거용 평가 형평성 논쟁을 주도한 하인스가 승리했다. 주정부 선출직의 본선 대진표도 윤곽도 드러났다. 공화당 주지사 경선에서는 대런 베일리가 득표율 53.50%로 승리, 민주당 후보인 JB 프리츠커와 2022년에 이어 다시 재대결을 치르게 됐다.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주 회계감사관(Comptroller) 민주당 경선에서는 마가렛 크로크가 34.55%의 득표율로 카리나 빌라(32.24%), 할리 김(24.4%) 후보를 앞섰다. 공화당 총무처장관 예비선거서는 다이앤 해리스가 득표율 52.93%로 1위를 기록해 오는 11월 민주당 후보인 현직 알렉시 지어눌리어스와 대결한다. 한인 다수 거주 지역인 일리노이 주 상원 9지구서는 패트릭 헨리가 51.6%의 득표율로 경쟁자 레이첼 루텐버그(48.4%)에 신승했다. 헨리는 오는 11월 3일 본선거서 공화당 후보 톰 랠리와 대결한다. 한인들 가운데는 판사직에 나선 Sam Bae, 주하원 샤론 정, 쿡카운티 15지구 커미셔너 공화당 대니얼 리, 듀페이지 카운티 재무관 유이나 등이 후보로 확정돼 오는 11월 본선거에 출마한다. 이번 일리노이 주 예비선거의 핵심은 단순히 ‘승자’가 아니라 ‘후임’의 연쇄 이동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1997년부터 30년 가깝게 연방 상원을 역임한 더빈의 은퇴로 촉발된 상원 경선이 켈리•크리슈나무르티의 하원 공석을 만들었다. 또 데이비스•샤코우스키의 은퇴는 연방 하원 지형을 재편했다. 여기에다 쿡 카운티 조세사정관까지 교체 수순에 들어가면서 시카고 일원 주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체감하는 ‘재산세•예산•치안•이민정책’ 이슈들은 11월 본선까지 더 거세게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카고 #일리노이 #선거 Nathan Park•Kevin Rho 기자일리노이 정당별 일리노이 예비선거 일리노이 공화당 공화당 후보
2026.03.18. 12:52
17일 치러진 일리노이 예비선거는 주 정치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세대 교체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비선거는 현역 의원의 은퇴, 불출마 선언 등으로 인해 연방 하원 일리노이 9지구 등 5개 지역구가 공석이 되면서 일리노이 주의 새로운 정치 세대가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는 시카고 서버브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쿡 카운티 서버브 지역에서는 2022년 같은 시점보다 조기투표와 우편투표가 약 5만4천 표 더 많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선관위에 따르면 쿡 카운티 서버브와 인근 카운티 전체를 기준으로 올해 조기•우편투표는 4년 전보다 11만3천 표 이상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일리노이 정계의 본격적인 세대교체 신호로 해석한다. 장기간 자리를 지켜온 인사들이 물러나고 새 후보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밀면서 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방하원 제 9선거구는 은퇴를 선언한 잰 샤코우스키 의원 자리를 놓고 로라 파인(좌), 대니얼 비스(우) 등 무려 15명이 출마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시카고 북 서버브 에반스톤의 로버트 크라운 커뮤니티 센터 조기투표소를 찾은 한 유권자는 “현 정치 환경과 연방 하원 선거가 투표 참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주간 이 투표소에서만 6100여명이 조기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현장 관계자들은 “후보가 난립한 9지구서 유권자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연방 의회서 제대로 반영될 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반면 헤수스 ‘츄이’ 가르시아 의원 지역구인 일리노이 4지구서는 민주•공화 양당에서 각각 한 명씩만 출마해 비교적 조용한 선거가 치러졌다. 한 전문가는 “현역이 없는 선거는 결과가 장기간 고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인물들이 향후 수 십 년간 의석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리노이 #예비선거 #세대교체 Kevin Rho 기자예비선거 세대교체 일리노이 예비선거 이번 예비선거 세대교체 신호
2026.03.18. 1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