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사, 여권의 DMZ 법안 추진에 이례적 반발 ━ 남북대화 조급증 대신 한·미 공조 원칙 다질 때 여당과 통일부가 비군사적인 목적의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한국 정부가 승인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자 유엔군사령부가 이례적으로 공식 성명까지 내며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사는 최근 성명을 통해 “DMZ 구역에 대한 출입 통제는 정전협정에 따른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정전협정 1조 10항을 근거로, DMZ 내 민사 행정과 구호 활동도 유엔군 사령관의 권한에 속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이 군사적 성격의 협정인 만큼 유엔사가 비군사적 민간 출입까지 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DMZ 출입을 영토주권 문제로까지 연결하면서 여당 법안을 지지하자 유엔사가 성명 발표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측 DMZ 출입은 유엔사가 일관되게 통제해 왔고, 이는 정전체제 유지의 핵심 축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엔사가 대북 제재 저촉을 이유로 DMZ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불발된 사례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문 정부는 ‘유엔사 흔들기’에 나섰고, 북한 어민 강제 북송 당시엔 유엔사를 패싱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금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 정전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듯한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통일부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협의를 ‘제2의 한·미 워킹그룹’이라며 보이콧한 것이나, 국방부가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는 북한군에 대해 경고사격을 해야 할 경우 “상황 평가를 면밀히 하라”며 사실상의 ‘자제’ 지시를 한 것도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정부의 DMZ 출입 승인권 법안은 ‘조약(정전협정)과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 6조에 위배될 소지도 다분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번 일이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정책 추진이라는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18개 회원국의 즉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안보 채널이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유엔사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한편, 정전협정 유지와 집행을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하기로 했다. 당정의 일방적인 유엔사 역할 변경 추진은 SCM 합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는 한국이 한반도의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라 ‘피스 메이커’로 아예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대두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발표 이후 이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북한은 현재 한국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당정은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조급증을 내려놓고, 한·미 공조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봐야 한다.
2025.12.18. 8:34
‘발레계 몬드리안’이라 불리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안무가 한스 판 마넨(사진)이 1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3세. 판 마넨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상임안무가로 1973년부터 활동하며 150편 이상의 아방가르드 작품을 남겼다. 국립발레단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발레단인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에서도 1987년부터 2003년까지 상임안무가로 활동했다. 네덜란드 양대 발레단의 상주 안무가를 모두 지낸 인물은 판 마넨이 유일하다. 그의 작품은 고전 발레 기법과 현대적 움직임을 결합한 춤으로 네덜란드 추상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에 비유됐다. 대표작은 ‘캄머발레’ ‘파이브 탱고스’ 등으로, 각각 지난해와 올해 서울시발레단이 공연한 바 있다. 최혜리([email protected])
2025.12.18. 8:32
━ 외국인 대표 “한국어 모른다” 청문회 희화화 ━ 시장 지배가 부른 오만…경쟁 묶는 법 고쳐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정부 대응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어제(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경찰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와 수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이용자 보호 대책과 쿠팡의 책임 강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는 영업정지까지 거론됐다. 제재 논의와 함께 유통산업 전반에서 쿠팡 독점체제를 완화할 방안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문제의 본질은 쿠팡의 태도다. 쿠팡은 34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된 초유의 사태 앞에서도 끝내 무성의로 일관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라 일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그를 대신해 취임 직후 청문회에 출석한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언어 장벽 탓에 원활한 질의응답조차 하지 못했고, “아는 한국어는 장모님 정도”라는 발언으로 청문회를 희화화했다. 국민의 화만 돋운 청문회였다. 미국이라면 이런 방식이 통했을 리 없다. 기업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의회에 출석해 해명하는 것이 상식이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 당시 마크 저커버그가 그랬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역시 청문회를 회피하지 않았다. 2010년 토요타 리콜 사태 때도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더구나 로저스 대표가 “이러한 유형의 정보 유출은 미국 법령 위반이 아니다”고 말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외면한 인식이다. 이런 태도가 지속되는 한 정부는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등 모든 법 체계를 동원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0년 10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청년 근로자가 심근경색으로 숨진 사건을 둘러싸고 사측이 고강도 노동 실태를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은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특히 최근 드러난 메신저 대화록은 당시 김 의장의 기만적 대응 정황을 뒷받침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쿠팡의 오만한 태도는 유통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휴일 영업 제한 등 각종 규제로 국내 토종 유통업체의 경쟁력을 약화했고, 그 결과 미국 기업인 쿠팡의 시장 지배력만 키워주는 역설을 초래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하는 등 쿠팡의 독점 폐해를 완화할 제도적 해법을 모색할 때다. 쿠팡에 의존하지 않고도 국민이 쇼핑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돼야 독점 기업의 횡포도 견제할 수 있다. 국민 신뢰를 잃은 기업은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제도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2025.12.18. 8:32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된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전 비서실장인 정원주씨를 불러 장시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 50분까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조사 시간은 13시간에 달했다.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 등을 지낸 인물로, 교단 내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교 자금 흐름 전반을 파악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로도 지목된다. 조사를 마친 뒤 정씨는 ‘정치권 금품 전달이 한학자 총재의 지시였느냐’, ‘통일교 금고의 280억원 자금의 출처는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경찰청사를 떠났다. 경찰은 2018∼2020년 무렵 통일교 측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3명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전달한 정황을 중심으로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금품 전달 과정에서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통일교가 설립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이 2018년 개최한 해저터널 관련 행사에 이들 3명이 동시에 참석한 점, 전 전 장관이 지난 10월에도 통일교가 설립한 해저터널 관련 포럼과 교류를 이어간 정황 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또 전 전 장관의 통일교 행사 관련 축전 등을 확보해, 통일교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통일교 산하 재단이 2019년 전 전 장관의 출판기념회 직후 한 권당 2만원씩 책 500권을, 총 1000만원을 들여 구입한 과정 전반에 한 총재의 지시나 사후 보고가 있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전날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한 총재를 약 3시간 동안 접견 조사했다. 아울러 ‘금고지기’로 불리는 통일교 관계자도 참고인으로 불러 한 총재 개인금고에 보관된 280억원 상당 현금의 출처와 사용처를 조사했다. 이번 의혹의 출발점이 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대해서는 지난 11일 조사를 마쳤으며, 경찰은 관련 진술과 증거를 대조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5일 경기 가평 통일교 천정궁과 서울 용산구 통일교 서울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명품 구매 내역과 영수증도 분석 중이다. 전 전 장관에게 전달됐다는 불가리 또는 까르띠에 시계의 구매 흔적을 추적하고 있으며, 관련 매장에 대한 강제수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전재수 “차라리 시계 100점 받았다 해라” 전 전 장관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차라리 현금 200억과 시계 100점을 받았다고 하라”며 금품 수수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전 전 장관은 경찰이 금품의 대가로 지목한 한일 해저터널에 대해 “부산의 미래를 팔아먹는 것이라는 정치적 신념 때문에 일관되고 강력하게 반대해왔다”며 “제가 현금 2천만원과 시계 1점을 받고 부산의 미래를 팔아먹겠느냐”고 주장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
2025.12.18. 8:31
서울대 공대가 ‘관악이 배출한 서울공대 혁신 동문 50인’을 18일 발표했다. 1975년 관악캠퍼스 개교 이후 입학한 동문 중 산업·연구·학계에서 기술 혁신과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인물들이 선정됐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은 “과학기술 혁신의 중요성이 커진 시점에 공학인의 역할을 돌아보고, 후학에게 귀감이 될 인물상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선정자는 산업계 43명, 연구계 6명, 학계 3명 등 모두 52명이다. 공동 창업자 등 함께 업적을 이룬 경우 1명의 ‘혁신 동문’으로 묶어 선정했다. 명단엔 철강과 건설에서 출발해 반도체, 통신, 플랫폼, 금융,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진 한국 산업 구조 변화의 흐름이 담겨있다고 서울대 공대 측은 설명했다. 철강·건설 분야에선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조선공학·75학번)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건축·81) 등이 선정됐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선 국내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 꼽히는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CEO·회장(기계공학·80),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지구환경시스템공학·00)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배터리 분야에서는 핵심 기술 개발을 주도한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무기재료공학·84)과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사장(원자핵공학·85) 등이 대표적이다. 게임·웹툰·인공지능(AI)·플랫폼·디지털 금융 등 신산업 분야의 동문도 다수 선정했다. 송병준 컴투스 의장(전기공학·94), 김준구 네이버웹툰 CEO(응용화학·97), 안익진 몰로코 공동창업자 겸 CEO(컴퓨터공학·97), 송치형 두나무 주식회사 회장(컴퓨터공학·98) 등이 포함됐다. 가장 많은 ‘혁신 동문’을 배출한 학과는 컴퓨터공학부(5명)다. 여성은 이나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원자핵공학·91)과 최수연 대표 등 2명이다. 이후연([email protected])
2025.12.18. 8:30
2018년 4월 10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 의회 청문회장. 증인석에 앉은 이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8700만 명의 페이스북 고객 정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유용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열린 청문회였다. 의원들은 정중했지만 예리하게 저커버그를 추궁했다. 리처드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은 “어젯밤 묵은 호텔 이름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커버그가 잠시 머뭇거린 뒤 “아니오”라고 하자 “그게 바로 프라이버시”라는 일침을 놨다. 이후에도 “페이스북은 정보 통제 능력이 있는가”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등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또박또박 답변했지만 변명은 늘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우리는 충분히 예방하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회사를 설립한 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고 사과했고, 여러 차례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7년 뒤인 지난 17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청문회. 마찬가지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다루는 자리였다. 하지만 풍경은 사뭇 달랐다. 증인석은 실질적 지배주주인 김범석 의장 대신 미국인 경영진이 채웠다. 할 줄 아는 한국어가 ‘아내’와 ‘안녕하세요’ 정도라는 이들의 말에 청문회장 안팎에선 영어 듣기평가 같다는 냉소가 나왔다. 국민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거나 구체적인 사과를 내놓는 장면은 없었다. 두 청문회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 사고를 넘어 민주주의와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중대 사안으로 다뤄진다. 그래서 책임의 정점에 있는 오너가 직접 증인석에 앉는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술적 사고로 치부되고, 실질적 지배자는 월급 사장 뒤에 숨는다. 책임 경영은 안 보인다. 페이스북은 청문회 뒤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징벌적 책임을 이유로 50억 달러(약 7조3900억원)라는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받았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기업은 막중한 책임을 진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남겼다. 쿠팡 청문회가 남긴 것은 무엇인가. 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에 실패한 채 맹탕으로 흐른 청문회는, 미국에 상장한 외국계 회사라는 외피 뒤에 숨어 시간은 결국 기업 편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쿠팡 청문회를 다시 연다고 한다. 하지만 7년 전 저커버그가 했던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당연한 한마디 말을 들을 수는 있을까. 김형구([email protected])
2025.12.18. 8:30
대한민국 제헌국회의원유족회(회장 윤인구)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대의 얼굴들-제헌국회의원을 추억하다』(미래엔)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제헌의원 44명의 사진과 편지, 증언을 모아 엮은 책에는 후손들이 지켜본 선대의 기억이 입체적으로 담겼다. 제헌국회는 1948년 5월 31일 개원했다. 제헌의원 209명은 임기 2년 동안 ‘대한민국’을 국호로 정하고 국가 운영 체제인 헌법을 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출판기념회 축사를 통해 “헌법을 만들었다는 것은 나라의 근본을 만들었다는 말과 다름없다”며 “숭고한 유산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은 9차례 개정됐지만 제1조(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바뀌지 않았다. 제헌은 국민 모두의 염원을 담아낸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18일 제헌의원인 윤치영 선생의 손자이자 윤보선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윤인구 회장(KBS 아나운서)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윤 회장은 책을 펴낸 이유에 대해 “세월이 많이 흘러 아들 세대도 연로했고, 이제는 증손, 고손 세대로 내려왔다. 추억을 가진 후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선대의 마지막 기억을 기록하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6월부터 준비해 발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역사적인 부분을 넘어 제헌의원들은 이런 사람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담고 싶었다”며 “6·25 전쟁을 계기로 제헌의원 52명은 납북됐고 9명은 총살당했다. 역사의 비극 속에서 응어리진 후손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조부 윤치영 선생에 대해선 “늘 세대를 뛰어넘어 젊은 사람들과 토론하는 걸 즐기셨던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윤 회장은 “어렸을 적 ‘커서 정치할 거에요’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정치는 깡패들이나 하는 것이야’라고 만류하셨다”며 “힘든 환경에서 정치한 할아버지가 손자가 어려운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제헌헌법에 대해 “제헌의원이 미래 세대를 위해 정성껏 차려준 ‘어머니의 따뜻한 밥상’ 같은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제헌헌법이 있었던 덕분에 여러 차례의 헌정 위기 속에서 나라가 건재했고, 현재의 대한민국 위상을 누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어린아이들도 계엄을 계기로 헌법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헌법은 공기(空氣) 같이 당연한 것이라 평소에는 주목을 많이 못 받지만, 계엄을 통해 우리 사회가 헌법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 제헌 의원을 조명할 수 있는 새로운 콘텐트 제작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회장은 1997년 KBS 공채 24기로 입사한 29년차 베테랑 아나운서다. ‘아침마당’ ‘6시 내고향’ 등 KBS 간판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왔다. 김규태([email protected])
2025.12.18. 8:29
세관 마약 반입 의혹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동부지검 검경 합동수사단에서 벌어지는 일은 국가 수사 시스템의 규율 붕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 중간수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휘하는 합수단과 ‘의혹 폭로자’인 백해룡 경정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합수단은 “마약 반입 도움과 수사 외압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세관·경찰 공무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합수단 내 별도 수사팀을 이끄는 백 경정은 “검찰이 사건을 덮었다”며 서울중앙지검과 세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한쪽에선 무혐의, 다른 쪽에선 수사를 새로 하겠다고 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7일 “막연한 추측 외에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백 경정이 신청한 영장을 반려했다. 백 경정은 이번엔 영장 신청서와 검찰의 반려 처분서까지 공개하며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임은정 지시 무시, 수사 자료 공개 검찰 “위법”…경찰은 조치 없어 항소 포기 반발 검사 강등과 대조 지난 10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백 경정이 수사팀에 합류할 때부터 계속 잡음이 이어지는데 아무도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서울동부지검은 백 경정이 수사 서류 등을 공개하자 다시 자료를 내고 “서류에는 확인되지 않은 피의 사실과 공무상 비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엄중 조치를 관련 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이 있는 만큼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절제해서 행사해야 한다. 새로운 단서도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임 지검장은 백 경정이 수사팀에 합류할 때 폭로자가 외압 의혹을 직접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마약 유통 부분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백 경정은 마약 밀수범이나 유통책에 대한 수사를 통해 단서를 모아가기보다 외압 의혹에 집중했다. 그는 이번 의혹의 배후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 개인 심증이나 추측을 드러낸 상태에서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해 입증하겠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위험하다’는 말은 임 지검장이 백 경정을 비판하며 페이스북에 쓴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합수단의 수사 결과에 반발하면서 각종 수사 자료를 공개하는 행동은 단순한 공보규칙 위반을 넘어 위법 소지가 있다. 법무부는 대장동 항소 포기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검사장급인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했고, 다른 간부들도 한직으로 보냈다. 그런데 위법 소지가 있는 행동을 한 백 경정은 건재하다. 경찰 쪽에선 가시적인 조치가 없으니 너무나 대조된다. 백 경정을 이대로 둘 것인가. 나아가 합수단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합수단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과 검찰의 사건 무마 은폐 의혹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이 성립하려면 대통령실을 통해 검찰·경찰·세관에 압력을 넣어 밀수꾼을 봐줘야 한다. 그런데 합수단의 수사 결과로 이 가능성은 상당히 줄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대대적인 수사를 한 만큼 관련된 단서가 나올 법도 한데, 그런 소식도 없다. 검찰의 사건 무마 의혹 부분은 서울동부지검이 백 경정이 신청한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영장 등을 반려하면서 “수긍하기 어려운 추측 외에는 근거 자료가 없다”고 명시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백 경정의 자료 공개로 자연스럽게 드러난 내용이다. 그렇다면 합수단이 계속 수사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업무보고에서 마약 검색 인력 부족을 언급한 이명구 관세청장에게 “얘기한 지 몇 달이 됐는데 왜 인력 보강이 안 됐나”라고 질타했다. 그런데 서울동부지검엔 25명 정도로 알려진 마약 수사 인력이 상당 부분 무혐의로 결론난 사건에 매달려 있다. 이젠 백 경정을 그 자리로 보낸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때다. 김원배([email protected])
2025.12.18. 8:28
올해 고향사랑기부금 누적 모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사용처를 두고 전국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부산 사상구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동상을 설치하고 수국길을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18일 사상구에 따르면 고향사랑기부금에서 ‘재첩국 아지매 동상’ 제작과 설치에 1억2000만원, 낙동제방 오색 수국길 조성에 5000만원을 썼다. 유호영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조형물 설치와 경관 조성은 일반회계 예산으로 가능한 미관 사업으로 고향사랑기부금을 쓰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향사랑기부금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과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주민 문화예술 등 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등에 사용하도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 사상구 관계자는 “관광객을 유인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대전시가 고향사랑기부금 7억원으로 ‘과학자 시계탑’ 설치를 추진하자 지역 정치권에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전시 관계자는 “벨기에 등 외국에 과학자를 기리는 시계탑이 있는데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전 서구가 내년도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고엽제전우회 서구지회 차량 교체(7600만원)와 청년 자활근로사업장 꿈심당 푸드트럭 구매(8600만원) 사업을 추진하자 서구의회는 “고엽제전우회 차량은 임대하고, 푸드트럭 구매는 대전시 사업과 중복된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울산 중구가 내년도 고향사랑기금 운용계획안에 보건소 구급차 교체 7000만원, 공원녹지과 입화산 꽃길 조성 2000만원 등을 포함했다. 안영호 중구의원은 “기부금 용도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구 관계자는 “기금사업의 타당성과 성과분석 등 행정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형빈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는 “고향사랑기부금이 매년 늘고 있는 만큼 사용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조례로 정하고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지.김방현.김윤호([email protected])
2025.12.18. 8:27
<방송 시청 후 작성된 리뷰 기사입니다.> [OSEN=배송문 기자] ‘미스트롯4’에서 국악과 트롯의 경계를 허문 이색 무대가 탄생했다. 18일 방송된 TV CHOSUN ‘미스트롯4 여인천하: 세상을 홀리는 여자들’ 첫 방송에는 솔로지옥 시즌4 출신 유시은을 비롯해 소프라노 박홍주, 룰라 메인보컬 김지현, 가수 적우, 노사연의 친언니 노사봉 등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참가자들이 대거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날 타장르부 참가자로 무대에 오른 허새롬은 “국악 엘리트 코스 밟고 올하트 코스를 밟으로 온 생황 연구자 허새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허새롬이 손에 든 악기는 대중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통 관악기 ‘생황’이었다. 허새롬은 “생황은 우리나라 전통 악기고, 하모니카와 비슷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다. 관악기 중 유일하게 화음을 낼 수 있는 악기”라고 설명해 마스터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가 선택한 곡은 ‘서울탱고’. 반주가 시작되자 허새롬은 생황 연주를 곁들인 무대를 선보였고, 국악기로 재해석된 탱고 선율은 색다른 매력을 만들어냈다. 익숙한 트롯과 전혀 다른 결의 사운드에 심사석은 술렁였고, 무대가 끝나기도 전에 하트가 이어지며 올하트가 완성됐다. 박선주는 “생황이라는 악기를 음악책 그림으로만 보다가 연주는 처음 들었다”며 “타장르부에서 제가 바란 게 이런 무대다. 자기 분야에서 확실히 해본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정확히 보여주셨다”고 높이 평가했다. 전통 국악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트롯 무대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허새롬의 시도는 ‘미스트롯4’ 타장르부의 방향성을 또렷하게 보여준 순간이었다. 한편, ‘미스트롯4 여인천하: 세상을 홀리는 여자들’은 새로운 트롯 여제의 탄생을 예고하며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TV CHOSUN에서 방송된다. /[email protected] [사진] TV CHOSUN ‘미스트롯4’ 방송화면 캡처 배송문([email protected])
2025.12.18. 8:27
━ 강해영 백끼 〈4〉 남도 해물밥상 강해영 밥상은 갯것 천지다. 전남 강진·해남·영암 세 고장 모두 바다를 끼고 살아서다. 강해영에서 즐겨 먹는 갯것 중에는 물 빠진 펄을 뛰어다니는 괴이한 물고기도 있고, 다리가 8개 달린 물고기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흉한 것도 있다. 강해영의 해물식당 중에서 세 곳을 소개한다. 모두 TV 먹방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했던 지역의 대표 명소다. 강진과 영암은 갯것 식당이고, 해남은 생선 식당이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제철 생선회가 있어 넣었다. 내력이 오래된 집들이어서 저마다 사연이 곡진하다. “장어는 기는데 짱뚱어 날아댕겨” 강진만을 따라 드넓은 갯벌을 거느린 강진은 짱뚱어의 고장이다. 짱뚱어의 고장답게 강진에는 짱뚱어 장인이 산다. 강진읍시장 맞은편 ‘강진만 갯벌탕’의 이순임(75) 할머니다. 할머니는 열세 살부터 강진만 갯벌에 나가 짱뚱어를 잡아 왔다. 올해로 63년째다. 2019년 할머니가 짱뚱어 잡는 모습이 궁금해 따라나선 적이 있다. 뻘배 타고 갯벌로 나간 할머니는 짱뚱어가 나타나길 기다려 낚시를 던졌다. 낚싯줄이 허공을 때릴 때마다 짱뚱어가 올라왔다. 백발백중. 할머니의 낚시에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낚싯바늘이 1개가 아니라 4개였다. 바늘 4개를 꽁꽁 묶어 하나처럼 만들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맨손으로 짱뚱어를 잡았다고 한다. 짱뚱어 구멍을 알아내 짱뚱어가 올라올 때까지 진흙을 팠단다. 그렇게 잡은 짱뚱어는 갯마을 소녀의 밥이 되고 고무신이 되고 연필이 됐다. 세월이 흘러 월남 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은 뒤로는 짱뚱어를 팔아 자식들을 키웠다. 할머니는 손수 잡은 짱뚱어로 탕을 끓인다. 남도 갯마을에 짱뚱어 집이 허다하지만, 손수 잡은 짱뚱어를 쓰는 집은 거의 없다. 짱뚱어를 갈아 넣은 탕은 국물이 칼칼하고 묵직하다. 아침에 한 그릇 비우면 온종일 든든하다. 할머니의 짱뚱어 자랑은 끝이 없다. 가장 기억나는 한 마디. “짱뚱어만큼 몸에 좋은 것도 읍서. 장어는 기어 다니지? 짱뚱어는 날아댕겨.” 짱뚱어탕 1만2000원. 소갈비와 낙지가 만났다 영암은 낙지의 고장이다. 특정하면 영암군 학산면이, 더 들어가면 학산면 독천리가 낙지의 고장이다. 영암 낙지, 학산 낙지, 독천 낙지 다 똑같은 말이다. 독천 낙지는 일종의 브랜드다. ‘독천’ 내걸고 장사하는 낙지집이 팔도에 허다해서다. 앞서 말한대로 ‘독천’은 리(理) 이름이다. 리 단위의 향토 음식이 전국 브랜드가 된 사례는 흔치 않다. 독천 낙지의 유래를 짚은 까닭이 있다. 영암에선 더이상 낙지가 안 나온다. 1996년 금호방조제가 건설된 뒤 낙지가 뚝 끊겼다. 그래도 독천 낙지의 명성은 짱짱하다. 독천 낙지 거리에는 여전히 15개 식당이 낙지 요리를 한다. 인근 무안에서 받아오는 낙지로 독천 낙지 거리가 먹고 산다. 독천의 낙지집 중에 ‘독천식당’이 제일 유명하다. 영암 갈낙탕의 원조로 통하는 집이다. 1970년 문을 열었을 때는 백반집이었고, 이어 낙지 넣고 끓이는 연포탕을 주로 팔았다. 갈낙탕은 1980년대 소 값이 내려갔을 때 시작했다. 그 뒤로 갈낙탕은 영암 낙지를 대표하는 별미가 됐다. 현재 독천식당은 2대 대표 김지연(53)씨가 맡고 있다. 창업주 고(故) 서망월(1945∼2022) 대표가 가게를 며느리에 물려줬다. 아들 김건수(56)씨는 옆에서 “잡일”을 돕고 있다. 갈낙탕은 예전 방식 그대로 끓인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한우가 아니라 육우를 쓴다는 점. 갈비 한 짝에 갈낙탕 50그릇이 나오는데, 한우로는 도저히 가격에 맞출 수 없었단다. 갈낙탕은 갈비탕과 달리 국물이 깔끔하다. 약재를 일절 안 넣고 갈비만으로 육수를 내서다. 1인 2만8000원. 70㎝는 넘어야 ‘진짜 삼치’ 삼치는 대표적인 겨울 생선이다. 서울에선 방어가 대세지만, 남도 갯마을에선 예부터 삼치를 즐겨 먹었다. 남도 삼치는 먹는 방법도 서울과 다르다. 서울에선 기껏해야 한 뼘 만한 삼치 새끼를 구워 먹지만, 남도에서 그런 건 ‘고시’라는 딴 이름으로 부른다. 최소 일곱 자, 그러니까 70㎝는 넘어야 삼치로 친다. 그 거대한 생선을 남도에서는 회로 먹는다. 삼치를 회로도 먹느냐고? 저런, 삼치는 회부터 먹는다. 서울에서 삼치회를 구경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삼치는 성질이 몹시 급하다. 잡자마자 바로 죽는다. 신선하지 않으면 날로 먹기 힘들다. 하여 삼치회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경험하려면 남도로 가야 한다. 삼치회를 맛볼 수 있는 고장은 여수·고흥 같은 남도 갯마을과 제주도다. 남도 바다와 제주도 사이, 거문도와 추자도 바다가 겨울 삼치 어장이다. 삼치는 서해에서 살다가 추워지면 남도 바다로 내려와 겨울을 난다. 하여 남도 갯마을에서도 겨울에만 삼치회를 즐긴다. 해남에서도 겨울이면 삼치회를 먹는다. 생선구이 집으로 이름난 ‘이학식당’도 겨울에는 삼치회를 낸다. 상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아버지로부터 식당을 물려받기 전에 광주에서 일식을 배운 김광수(43) 대표의 솜씨다. 삼치회는 뭉텅이째 잡는다. 살이 연해 얇게 잡기 힘들단다. 김 대표는 “하루쯤 숙성해서 쓰는데, 신선하지 않은 삼치는 칼이 들어가면 뭉개진다”고 말했다. 해남에서는 회 한 점에 양념장 얹어 김에 싸 먹는다. 삼치회 대(7만5000원)를 주문하면 어른 4명이 삼치회로 배를 채운다. 손민호([email protected])
2025.12.18. 8:26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언했을 때 많은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금년도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그런 비관적 예상과는 달리 세계 경제와 미국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금년도 세계경제성장률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3.2%로 예측되고, 미국의 성장률도 지난해보다는 떨어졌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상당히 높은 약 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된 이유는 금년 상반기에 관세 인상에 대비해 기업들이 선 수출입과 생산을 늘렸고, 주요국들과의 관세율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타결되었으며, 무엇보다 AI 관련 막대한 투자, 주식시장의 큰 폭 상승과 견조한 소비에 기인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선전 내년 국내외 전망도 나쁘지 않아 그러나 이는 경기순환적 개선일 뿐 한국 경제의 조로 현상 고쳐나가야 한국 경제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정국 혼란으로 인한 소비위축, 미국의 관세정책, 통상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불확실성,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상반기에는 크게 침체하였으나 새 정부 출범, 소비쿠폰 발행,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 반도체 슈퍼사이클 본격화,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는 회복 조짐을 보여 당초 0%대 예측보다 높은 1%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해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내년도 국내외 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다. 국제통상 환경 변화가 교역 신장률을 위축시키고, AI 거품론 등 불확실성이 높지만, 관세율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고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어 세계 경제는 금년보다는 다소 낮지만 3% 내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도 미 연준은 2.3%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관세 수입을 감안하더라도 감세로 인한 내년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GDP의 약 6%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그동안 AI 디지털 혁신 주도로 세계의 자본을 끌어들이며 연일 신고가를 갱신해왔던 증시 활황에 의한 자산 효과는 소비 증가세를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관론자로 널리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를 내년도 미국 경제의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관세 인상이 점차 물가 압력으로 전이되어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미 국채 발행이 순조롭지 않거나 AI 버블론이 힘을 받게 될 불확실성도 높은 편이다. 우리 경제의 전망은 더욱 낙관적이다. 금년 하반기 들어 일어나고 있는 회복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확장되고, 건설 경기가 오랜 침체에서 바닥을 치고 나아지며 소비 회복세가 성장률을 견인해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년 들어 집값이 크게 올랐고, 주요국 중 최고 상승률을 보인 국내 증시에서 비롯되는 자산 효과와 재정확장 기조는 내년도 소비 회복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기관에 따라서는 내년 성장률을 2% 이상으로 보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경기순환적 측면에서 본 개선이다. 금년도 우리 경제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내년도에 잠재성장률 정도로 성장한다고 해도 이는 세계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성장률로 향후 한국경제의 위치는 점점 내려갈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하향 추세가 지속된 지는 이미 오래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어느 경제나 당면하게 되는 현상이지만 우리 경제의 하강 속도는 과거 어떤 선진국의 경우에 비해서도 너무 가파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대에서 조로 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재정·통화정책에 기댄 경기 대책은 있었지만, 그보다 우리 경제에 훨씬 필요한 구조혁신 정책은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0여년 우리 경제를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준 가장 큰 요인은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를 모두 얻었기 때문이었다. 제2차 대전 후 부상한 자유무역질서란 국제환경(天時)이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제조업과 수출로 일어설 기회를 열어주었고, 한미동맹에 의한 막대한 경제·안보적 지원, 선진 이웃 일본으로부터의 기술이전과 자본 도입, 후진 이웃 중국과의 생산공급망 형성을 통한 지리(地利),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온 신분계급 질서의 빠르고 완전한 붕괴로 국민 모두에게 열리게 된 동등한 경쟁기회가 준 역동성과 인적 자본의 급성장, 시대가 요구한 적절한 정책 방향 도입과 강력한 행정적 추진이란 인화(人和)가 따라주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천시와 지리는 우리에게 이미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인화는 흔들리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인화에 매달리는 수밖에 없다. 그 길은 좁아진 계층 간, 기업 간 사다리를 넓혀 역동성을 높이고, 돈과 인재의 흐름을 개선하며, 정부의 기능과 관료의 역량을 바로 잡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경제·사회를 지배하는 제도와 보상유인체계를 혁신하는 것이다. 지금은 경기 회복보다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제대로 살아날 수 있다. 조윤제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 교수
2025.12.18. 8:26
美 "남아공의 美공무원 구금·여권정보 공개 행위 강력 규탄" 美-남아공 관계 악화일로…美 "책임 묻지 않으면 가혹한 결과"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정부가 이 나라에서 아프리카너스(Afrikaners·17세기 남아공에 이주한 네덜란드 정착민 집단)를 돕던 미국 공무원들을 구금했다며 맹비난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발표한 대변인실 명의 성명에서 "미국은 남아공 정부가 아프리카너스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직무를 수행 중이던 미국 공무원들을 최근 구금한 것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더해 우리 미국 공무원들의 여권 정보를 공개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형태의 괴롭힘"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그러면서 "이는 남아공에서 공무 중인 미국 정부 인원에 대한 위협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미국은 해외에서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활동하는 정부 공무원 또는 미국인에 대한 이러한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 식별 정보의 공개는 공무원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아공 정부가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한다면 가혹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남아공 정부가 이 상황을 통제하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즉각적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언급한 사건은 지난 16일 남아공 내무부가 현지에서 난민 프로그램 신청을 처리하는 기관을 현장 단속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단속으로 해당 기관에서 일하던 케냐인 7명이 붙잡혀 추방됐으며, 미국 공무원을 체포하지는 않았다고 남아공 내무부는 밝혔는데, 이는 '미국 공무원들이 구금'(detention of U.S. officials)됐다는 국무부의 이날 주장과 다르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남아공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정부는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등 소수의 백인 농민이 박해당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남아공 백인을 난민으로 인정하면서 미국 정착을 돕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남아공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보이콧했고, 이달 1일부로 2026년 G20 의장국을 맡은 이후에는 남아공을 G20 관련 회의에서 배제하고 대신 폴란드를 포함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성민
2025.12.18. 8:25
가톨릭 뉴욕대교구 수장에 무명의 개혁파…'친트럼프' 인사 교체 교황, 트럼프 이민정책에 비판적인 '닮은 꼴' 힉스 대주교 임명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뉴욕 대교구 수장에 개혁 성향의 무명 주교를 임명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대주교를 교체한 것으로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가톨릭교회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AFP·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일리노이주 졸리엣 교구장인 로널드 힉스 주교를 뉴욕의 차기 대주교로 임명했다. 뉴욕 대교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구로 맨해튼 등 7개 카운티의 가톨릭 신자 280만명이 속해있다. 힉스 대주교는 미국 가톨릭교회 내부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민 단속을 비판하며 이민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는 등 개혁 성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은 교황청이 관심을 기울이는 현안으로, 레오 14세는 여러 차례 그의 이민 정책을 비판해 왔다. 힉스 대주교는 시카고 남부 출신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닮은 꼴이다. 미국 교회 전문가인 데이비드 깁슨은 "힉스는 뉴욕뿐 아니라 미국 교회 전체에서도 새로운 장을 여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뉴욕 대주교 인사를 단행하면서 현직인 티머시 돌런 추기경은 사임하게 됐다. 돌런 추기경은 교회법에 따라 75세가 된 올해 2월 사임의 뜻을 밝혔다. 추기경들은 통상 사임 의사와 무관하게 의무 정년인 80세까지 봉직하는 경우가 많다. 돌런 추기경은 미국 가톨릭교회에서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서 기도 연설을 맡았고 총에 맞아 숨진 우익 청년 활동가 찰리 커크를 '현대의 성 바오로'로 칭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민경락
2025.12.18. 8:25
伊주밀라노 총영사관, K문학 감상문 공모전 개최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이탈리아 주밀라노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K문학 감상문 공모전을 개최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공모전 1위에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고 쓴 감상문(페데리카 코촐리)이 선정됐다. 이 책은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이 소셜미디어(SNS)에 언급해 해외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총영사관은 이탈리아에서 번역·출판을 희망하는 한국 문학 작품 제안도 받았다. 접수 결과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체공녀 강주룡'(박서련), '붉은 칼'(정보라) 등의 작품을 번역·출판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총영사관은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민경락
2025.12.18. 8:25
젤렌스키 "러 자산활용한 EU 지원금 없으면 드론생산 큰 차질" "내년 재정 부족분 최대 87조원…더 명확한 美 안전보장 필요"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활용하려는 유럽연합(EU) 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재정이 부족해질 것이라며 조속한 결정 촉구했다. AFP·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우리 파트너들은 올해 말까지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자산은 러시아 침략에 대한 (우크라이나) 방어와 재건에 사용돼야 한다"며 "그것이 도덕적이고 공정하며 합법적"이라고 주장했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동결 자산 2천100억 유로(약 363조원) 가운데 900억 유로(155조원)를 초기 대출금으로 쓰는 방안을 논의하지만, 벨기에 등은 법적 책임 문제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 우크라이나 정부 재정이 450억∼500억 유로(78조∼87조원)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내년 봄까지 러시아 자산을 활용한 EU의 대출금을 받지 못한다면 "드론 생산이 몇분의 1로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하는 종전 협상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더 명확한 안전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의문이 있다.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다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안전 보장으로 무엇을 하고 그게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19∼20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 대표단과 종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과 우리의 대화에는 진전이 있다"면서도 "최근 우리의 (종전안) 진전사항에 대한 피드백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로선 전쟁을 멈추고 싶어 하지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압박하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면서 미국이 중재역에 머물지 말고 러시아를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지연
2025.12.18. 8:25
자산 불평등과 빈곤율을 줄이는 방법 최근 국가데이터처는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발표했다. 특징은 세 가지다. 첫째, 처분 가능한 소득의 불평등(이하 ‘소득 불평등’)이 확대됐다. 처분 가능한 소득이란 본인이 벌어들인 시장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복지혜택을 받은 이후의 소득이다. 가처분 소득 불평등 지수는 2011년 이후 최근까지 추세적으로 하락했다. 지니계수 기준으로 2024년은 0.323였는데 2025년은 0.325가 됐다. 0.002포인트 증가했다. 지니계수가 1에 가까워질수록 불평등이 심해진다. 지난해의 소득 불평등 확대는 수출 증가로 인한 ‘좋은 불평등’ 순자산 불평등 심화는 소득·연령·수도권-지방 간 격차 커진 탓 청년 주택담보대출 지원하고 ‘똘똘한 한 채 촉진법’은 폐지를 부자 노인도 받는 기초연금이 빈곤율 끌어올리는 부작용 커져 둘째, 순자산 불평등이 확대됐다. 2012년 자산 불평등 조사 이후 가장 크게 확대됐다. 셋째, 상대적 빈곤율(이하 ‘빈곤율’)이 상승했다. 빈곤율은 2008년 이후 약 15년 동안 꾸준히 하락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2022~2024년에 걸쳐 3년 연속으로 상승했는데, 2008년 이후 처음 나타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수출 좋아지면 소득 불평등은 확대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소득 불평등은 세 가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①임금 소득 ②세금 ③복지혜택이다. 이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소득은 임금소득이다. 약 70%를 차지한다. 임금소득을 변동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수출 실적’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기업들은 임금에서 상여금 비중이 크다. 상여금의 크기는 사실상 수출 실적에 의해 결정된다. ‘수출연동형’ 임금체계다. 대기업 수출이 좋아지면 대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고, 이들은 상위 10%에 해당하기에 상층의 소득 상승으로 결과적으로 불평등이 증가하게 된다. 즉,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대기업 수출 대박→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불평등 확대 구조를 갖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대기업 수출 저조→대기업 노동자 임금 하락→불평등 축소가 작동한다. 역대 정부 중 노무현 정부 때 불평등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그 이유는 ‘중국 수출 대박’ 때문이었다. ‘좋은 이유’로 인한 불평등 증가였기에, 나는 이를 ‘좋은 불평등’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사례로 이명박 정부가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출범 이후 종부세 환급과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임금 불평등이 축소된다. 왜 그랬을까?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전 세계 교역량이 반토막 났고 한국 수출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교역이 축소되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의 임금 불평등을 축소시킨다. 이명박 정부의 불평등 축소는 ‘나쁜 평등’의 대표 사례다. ②세금의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 여부다. 상위 10~20%의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소득세를 인상하면 소득 불평등은 줄어든다. 상위 10~20%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기업과 공기업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인 경우가 많다. 서울 거주자들도 많다. ③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는 ‘복지혜택’인데, 이는 후반부에 ‘빈곤율 증가’와 함께 설명하기로 하자. 세금과 복지혜택이 그대로라고 가정하면, 소득 불평등의 변동은 ‘수출의 등락’과 연동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출이 대박 나면 불평등은 커진다. 수출이 죽쑤면 불평등은 줄어든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시장소득 지니계수 상승은 수출 증가 때문이다. 불평등 증가이긴 하지만, ‘좋은’ 불평등인 셈이다. 순자산 불평등 줄이려면 둘째, 순자산 불평등 증가를 살펴보자. 먼저, 순자산 불평등은 2011년 조사 이후 역대 최고가 됐다. 순자산 불평등은 2016년에 최저점을 찍고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2016년은 0.584였고, 2024년은 0.625로 역대 최대가 됐다. 큰 틀로 볼 때, 그 이후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인 2021년과 직후인 2022년에는 순자산 불평등이 ‘살짝’ 줄어든다. 0.606에서 0.605가 된다. 그 이유는 러-우 전쟁으로 인해 폭등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을 포함 전 세계가 금리를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 국면이었다. 순자산 불평등이 증가하는 요인을 더 세분화해보면 무엇 때문일까? ①소득 ②연령 ③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은 저소득과 고소득의 격차가 커지고 있고, 연령은 20·30세대는 순자산이 감소하는 데 반해 50·60세대들은 순자산이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순자산 상승률이 비수도권에 비해 약 2.5배 정도 가파르다. 순자산 불평등을 실제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원인을 인수분해 했으니, 그 반대 방법으로 정책을 사용하면 된다. 두 가지 정책이 필요하다. 하나, ‘고소득+저자산’ 청년 직장인들의 자산 접근권을 높여야 한다. 쉽게 말해, ‘소득을 지렛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도록 도와줘야 한다. 20·30세대는 소득은 있지만 자산은 아예 없거나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자산을 매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상환능력의 범위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다. 소득 있는 청년세대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 자체가 자산 불평등을 축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다. 물론, 이 정책은 유동성을 줄여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는 역대 진보정부의 정책과 상충된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청년들의 자산접근권을 희생시키는 것이 정책적으로 가능한지, 혹은 바람직한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둘, ‘똘똘한 한 채 촉진법’을 폐지해야 한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본격화된 것은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지방 3채 20억원이 서울 1채 40억원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생각해서, 다주택자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1가구 1주택에게는 엄청난 혜택을 줬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인해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발생했고,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아파트 매수세가 더욱 강화됐다.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똘똘한 한 채 선호=수도권·비수도권의 격차 확대=강남 3구와 한강벨트 아파트 가격 급등=자산 불평등 확대다. 사실상 같은 내용의 다른 표현들이다. 다주택자 규제는 취득세,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양도소득세를 통해 작동하고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보유세는 다주택 여부와 무관하게 합산 금액으로 부과해야 한다. 취득세와 양도세도 비서울 다주택인 경우 폐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서울 쏠림을 완화하고 지방으로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동시에 자산 불평등 축소 효과가 있다. 빈곤율 상승의 진짜 원인 이제 빈곤율 상승 문제를 살펴보자.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내내 줄기만 하던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2022년 처음 상승 추세를 보였는데, 2023년, 2024년 3년 연속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이 상승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지점인데, 아쉽게도 비중 있게 보도한 언론을 접하지 못했다.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은 세금을 내고, 복지혜택을 받은 이후의 소득이다. ‘복지 투입 이후’의 빈곤율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분가능소득 빈곤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면 현행 복지정책에 뭔가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바로 ‘그걸’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빈곤율의 재상승을 주목해야 한다. 빈곤율의 상승원인을 찾아내려면, 2011~2021년 기간 빈곤율이 축소된 원인을 알아야 한다. 2011~2021년은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가 모두 걸쳐 있었다. 진보·보수 정부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럼 뭐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초연금 제도’ 때문이었다. 기초연금은 노무현 정부 때, 당시 박근혜 대표의 제안으로 제도화됐다. 2008년에 처음 지급됐다. 당시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국민연금 수급자는 약 30%에 불과했다. 노인 70%가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다. 2008년 기초연금 도입은 사각지대를 메꿔줬다. 2008년 이후 노인 빈곤율이 줄어들고, 심지어 노인 자살률도 급감하게 된다. 기초연금을 통한 빈곤율 축소와 가처분소득 불평등 축소는 노무현과 박근혜의 공동업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약 70%가 국민연금 수급자가 됐다. 그런데 기초연금은 여전히 하위 70%에게 지급한다. 기초연금을 받는 70%에 딱 걸리는 최고 소득자 노인의 소득은 얼마나 될까? 노인 1인 가구는 월 소득 438만원, 노인 2인 가구는 월 소득 745만원도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평균적인 청년세대보다 훨씬 소득이 많은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현행 기초연금은 ‘부자 노인’에게도 지급되고 있다. 상대적 빈곤율의 정의는 중위소득 대비 50% 미만 비율이다. 2022년 이후 빈곤율 상승은 기초연금을 받는 부자 노인들이 중위소득 자체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현행 기초연금은 빈곤 노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예산지출 그 자체를 위한 제도로 전락했다. 2008~2022년 기간은 순기능이 더 컸지만, 지금은 부작용이 압도적으로 크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2025.12.18. 8:24
지인은 미혼모다. 결혼식도 성대히 잘 치르고, 본인과 남편도 멀쩡한 직업이 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법적으로 ‘남’이어야 지금 집에 계속 살 수 있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현재 그네들이 거주하는 집은 법적으로 남편 명의다. 남편이 전세를 낀 갭투자로 집을 샀고, 그렇게 전세로 들어온 세입자가 법적으로 미혼모인 아내다. 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겨도 혼인신고를 할 수가 없다. 혼인신고를 통해 부부가 되는 순간 1인 가구 두 사람이 한 가구로 묶이면서, 가구 대출 총량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가격 급등이 만든 새로운 미혼모다. 아쉽게도 국가 통계는 이런 현상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국가데이터처에서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 통계’를 살펴보자. 초혼 신혼부부 기준 혼인 1년 차 부부의 주택 보유율은 2019년 이후 매년 상승해 2024년엔 35.8%로 고점을 경신했다. 전체 신혼부부 세 쌍 중 한 쌍은 혼인신고 시점에 이미 자택을 보유하고 있으니,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해당 통계를 단편적으로 인용한 이들은 2030의 부동산 실책 지적이 언론과 정치에 놀아난 가짜 이슈라는 극단적 주장까지도 내놓지만, 이 통계를 그대로 믿긴 곤란하다. 왜곡이 있어서다. 해당 통계는 공식적으로 혼인신고를 진행한 부부만 대상으로 삼는다. 앞서 소개한 부동산 미혼모 커플 혹은 사실혼 관계의 부부는 애초에 부부 통계에 집계되질 않는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당 통계는 신혼부부가 척척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집을 사는 데 성공한 이들만 혼인신고를 하니 생기는 착시다.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데 혜택을 주긴커녕 1인 가구라는 대안적 가구 단위를 각자 유지하는 게 훨씬 이득이니, 성평등가족부의 비혼 동거 커플 조사에서도 27.3%가 ‘상속’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룬다는 응답이 나온다. 국가가 혼인신고를 권장하기는커녕 기피하게 만드는 잘못된 유인 설계의 전형이다. 가구 단위의 대출 통제 정책은 외벌이 가장이 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시대에 자리 잡은 옛 유산에 가깝다. 이미 30대와 40대에서는 맞벌이 비중이 60%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각기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부부가 소득과 재산을 별산(別算)하는 경우도 흔해졌다. 외벌이 남편이 집안 경제권을 전업주부 아내에 맡겨 가구가 하나의 경제 주체로 굴러가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그런데도 제도가 따라 바뀌질 못하니, 법적으로 가족이 아닌 상태가 가족을 꾸리기엔 더 유리해졌다. 결혼이 경제적 징벌이 되는 기형적 구조를 방치한 채 저출산 극복을 논하는 건 기만이다. 국가가 가족 해체를 유도하는 나쁜 유인 설계부터 바로잡자. 박한슬([email protected])
2025.12.18. 8:22
━ 2025 성탄 인터뷰-고진하 목사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의 시골마을에서 11일 고진하 목사를 만났다. 그는 등단한 시인이자 영성가다. ‘불편당’이란 당호를 걸어놓고, 낡은 한옥에서 불편을 벗삼아 일상의 시어와 영성을 일군다. 하루 중 사랑채 아궁이에 앉아서 불 때는 시간이 유독 좋다는 그에게 ‘성탄’을 물었다. 고 목사는 자신이 생애 처음으로 배운 영어 단어가 ‘메리(merry)’라고 했다. Q : 메리, 무슨 뜻인가. A : “‘메리 크리스마스’ 할 때 ‘메리’다. ‘즐겁다’는 뜻이지만, 좀 더 떠들썩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내가 기억하는 어릴 적 시골 교회의 성탄이 그랬다.” 고 목사의 고향은 영월군 주천면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동네 예배당을 들락거렸다. “시골에는 마땅한 놀이가 없으니까. 시골 교회 목사는 가난했다. 그 집에 아이들도 많았다. 딸 넷에 아들 둘.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겠나. 힘드니까 흰 염소를 키웠다. 그 젖을 짜서 그 댁 아이들이 팔러 다녔다. 이웃집에 산다는 이유로 나는 자주 그 집에 갔다. 그때 ‘예수’를 생각했다.” Q : 왜 예수를 생각했나. A : “그때는 시골에 분유도 없을 때다. 구경도 못 했다. 한 번은 내가 몸이 약해서 쓰러졌다. 목사님이 너 다리에 기운이 없어서 그렇다며, 내게 따뜻한 염소젖을 주셨다. 그리고 직접 내 발과 다리를 씻어주셨다. 그때 생각했다. 아, 예수라는 분은 나처럼 약하고, 가난하고, 낮은 자리에 있는 존재를 돌봐주는 분이구나.” 고 목사는 “그런 기억이 내가 목사로 살면서 나를 지켜냈다. 나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를 다시 꺼내서 읽었다며,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 이야기를 했다. “임상옥이 이런 말을 했다. ‘상즉인(商卽人)’.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사람이야말로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대의 이윤이란 뜻이다. 가뭄이 들거나 흉년이 오면 임상옥은 자기 창고를 열어서 백성을 살렸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재물도 고이면 썩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서 예수의 자비를 본다.” “예수의 자비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고 목사는 오래전에 읽었다는 한 원로시인의 시구를 짧게 읊었다. “자비란 흉한 이익이 아닌 것/그것은 찬란한 손해.” 고 목사는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건 무자비다. 자비는 그런 식의 흉한 이익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기 손해 보는 짓은 안 하려고 한다. 손해는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손해에도 ‘찬란한 손해’가 있다.” Q : 찬란한 손해, 어떤 건가. A : “내가 커지는 손해다. 좁은 박스 속에 갇혀 있던 에고가, 박스를 깨고 나와서 더 확장하게끔 하는 손해다. 인간은 그런 손해를 통해서 자란다. 더 깊어지고, 더 성숙해진다. 그러니 ‘찬란한 손해’는 내게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지 않나. 인간은 그런 손해를 통해서 더 확장되고, 그런 확장의 과정이 찬란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찬란한 손해’다.” Q : 그리 보면 십자가의 예수야말로 ‘찬란한 손해’ 아닌가. A : “그렇다. 요한복음을 보면 예수께서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떡이니 나를 먹어라’고 말했다. 예수는 먹는 존재가 아니라 먹히는 존재다. 우리는 어릴 적 엄마의 젖을 먹고 자란다. 아이는 엄마의 젖을 먹고 생명을 얻고, 그 생명을 유지한다. 어머니가 된다는 건 먹는 존재가 아니라 먹히는 존재가 되는 거다. 예수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청정한 먹거리다.” Q : 하늘에서 내려온 청정한 먹거리. 그걸 통해 예수께서 건네는 메시지는 뭔가. A : “그 음식을 먹고 너도 다른 사람을 살리는 예수가 돼라. 그 젖을 먹고 너도 다른 사람을 살리는 엄마가 돼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그 말 끝에 고 목사는 중세 독일의 신학자이자 영성가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1260~1328)의 어록을 꺼냈다. ‘신과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가 할 유일한 일은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덜어내는 거다.’ 고 목사는 “손해도 그렇다. 찬란한 손해는 나에게서 무언가를 덜어내는 일이다. 그걸 통해 우리는 예수에게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다.” Q : 그렇게 자꾸 덜어내면 우리는 점점 더 가난해지지 않나. A : “아니다. 거꾸로다. 덜어낼수록 점점 더 풍요로워진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본래 비단 포목상의 아들이다. 그걸 걷어차고 나왔다. 잘 지어진 교회나 건물도 걷어찼다. 그리고 들판으로 나갔다. 굶주린 사람들과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Q : 그게 왜 가능했나. A : “그의 내면이 풍요로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예수님도, 프란치스코도 우리에게 풍요로운 길을 일러주시고, 풍요롭게 살아라 말씀하신다. 풍요로운 삶. 그 과정에 찬란한 손해가 있다.” 백성호([email protected])
2025.12.18. 8:20
일본의 인기 판타지 만화 ‘주술회전’이 국내 최고층 전망대 ‘서울스카이’에 상륙했다. 전 세계에서 1억부 넘게 팔려나간 일본 만화와 한국의 랜드마크가 협업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스카이를 향했다. 서울스카이 옆 롯데월드는 마침 겨울 축제가 한창이었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로 분위기가 후끈했다. 서울스카이에 2.35m 만화 조형물 등장 지난 12일 오전 10시.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은 서울스카이 개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내년 2월 28일까지 운영하는 주술회전 체험 공간이 이날 처음 공개된 까닭이었다. 주술회전은 2018년 일본의 만화 주간지 ‘소년점프’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단행본 30권이 출간됐는데, 전 세계에서 1억부 이상 팔렸다. 올해 국내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두 편(회옥·옥절, 시부야 사변·사멸회유)은 50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서울스카이 입구로 가면 ‘이타도리 유지’ ‘고죠 사토루’ 등 주술회전 주요 등장인물의 등신대가 먼저 반겨준다. 지하 2층 미디어 체험존으로 이동하면, 2.35m 크기의 정육면체 주물(呪物) ‘옥문강’이 등장한다. 눈이 10여 개 달린 기괴한 모형이 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다. 이후 엘리베이터 탑승장까지 애니메이션 장면을 담은 대형 화면과 미디어 아트가 펼쳐진다. 서울스카이 전망대는 117~123층에 걸쳐 있다. 주술회전 전시는 120층에서 진행 중이다. 한강과 남산이 보이는 서쪽 창가에 주인공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을 마련했고, 성남비행장이 보이는 남쪽 창문에는 주요 캐릭터 스티커가 붙어 있다. 지하 1층과 121층 기프트숍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주술회전 기념품을 판다. 주요 전시 공간을 방문해 ‘스탬프 랠리’ 종이에 도장을 찍고 SNS에 인증하면 선물도 준다. 주술회전의 오랜 팬이라는 김연지(29)씨는 “서울 도심을 굽어보며 만화 캐릭터를 구경하고 기념품도 모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꼬마요정에 성탄 퍼레이드까지, 환호성 서울스카이는 해맞이 행사도 진행한다. 전망대에서 병오년(丙午年)의 첫 일출을 보는 패키지 상품을 판다. ‘기본 일출 패키지’는 서울스카이 입장권, 떡과 음료, 방문객이 직접 소원을 적는 ‘소원패’ 등으로 구성했다. 123층 프리미엄 라운지에서 떡국 반상을 먹는 ‘프라이빗 일출 패키지’도 선보인다. 서울스카이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서울스카이가 20~30대 팬층이 탄탄한 주술회전과 손을 잡았다면,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한국 애니메이션 ‘티니핑’의 세계를 구현했다. 늘 새로운 즐길 거리를 선보여야 하는 테마파크로서는 IP(지식재산권) 제휴만큼 효과적인 전략도 없다. 롯데월드 기명훈 홍보팀장은 “최근 ‘포켓몬’ ‘스누피’ 뿐 아니라 아이돌 ‘엔하이픈’을 모티브로 한 웹툰과도 협업해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진행하는 겨울 축제 ‘트윙클 미라클 윈터’의 주인공이 바로 꼬마 요정 티니핑이다. 어드벤처 1층을 순환하는 로티 트레인을 티니핑 캐릭터로 꾸몄고, 2층 바르셀로나 광장에 포토존과 기념품 자판기 존도 설치했다. 롯데월드는 축제 기간 순차적으로 티니핑 이벤트 공간을 늘릴 계획이다. 누가 뭐래도 롯데월드의 겨울 최대 볼거리는 퍼레이드다. 이달 31일까지 오후 2시와 8시에 크리스마스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인공 눈을 뿌리며 산타와 요정들이 행진하자 아이보다 부모가 더 열광했다. 최승표([email protected])
2025.12.18. 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