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할 베리가 3주전 몰래 결혼식을 올렸다. 상대는 소울 가수 에릭 버넷. 두 사람은 베리가 출연한 HBO 케이블영화 ‘도로시 댄드리지 알리기(Introducing Dorothy Dandridge)’ 시사회에서 만나 99년 약혼했다. 시간과 장소 등 둘의 결혼식은 사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며 베리가 ‘엔터테인먼트 투나잇’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밝히면서 공개됐다. 비밀작전처럼 조용히 결혼식을 올린 것은 첫번째 결혼에 실패한 베리의 아픈 기억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베리는 뉴욕 양키스 외야수인 데이빗 저스티스와 결혼했으나 폭행에 시달리다 97년 이혼했다. 베리는 이혼 뒤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1.02.13. 3:03
공포영화 ‘하니발(Hannibal)’이 호주에서 등급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호주영화·문학등급사무실이 MA 등급판정을 내리면서부터. MA는 성인과 동반하면 15세 미만도 입장할 수 있는 등급이다. MA 등급 판정에는 개봉이전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호주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비평가 린든 바버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쓴 영화평에서 “아이들의 입장을 허용한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난을 퍼붓었다. “영화비평을 시작한 이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영화는 ‘하니발’이 처음”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하니발’의 등급이 성인에게만 관람을 허용하는 R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R은 호주에서 가장 엄격한 등급으로 R 등급 판정을 받은 영화는 중년남자와 10대 소녀의 사랑을 다룬 ‘롤리타(Lolita)’ 정도. 학부모 단체들도 공격에 나섰다. 호주국립학교위원회는 폭력보다는 섹스에 더 신경을 쓰는 등급사무실의 관행을 비난하면서 “전국의 학부모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등급사무실은 영화 흐름과 상관없는 폭력은 없었다고 등급판정을 옹호했다. 전체적으로 폭력적인 주제가 있긴 하지만 충격이 크지 않고 대부분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도 않았다고 변호했다. ‘하니발’에는 사람의 뇌를 요리해 아직 살아있는 본인에게 먹이고 이를 다시 어린 소녀에게 주는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
2001.02.13. 3:02
11년간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베이와치(Baywatch)’가 막을 내린다. 89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11년동안 무수한 섹시스타를 배출했던 ‘베이와치’는 5월 21일 고별방송을 끝으로 황혼 속으로 사라진다. 종영결정의 가장 큰 원인은 TV 드라마가 극심한 경쟁 속에 갈수록 작은 시장으로 세분화되면서 판매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 제작자 브라이언 해리스는 “여전히 인기는 있지만 끝낼 때가 됐다”며 “모든 것엔 생명의 사이클이 있고 우린 ‘베이와치’가 생명을 다 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말리부 해변을 배경으로 생명구조대들의 활약과 우정, 사랑을 다룬 드라마는 캘리포니아의 독특한 생활방식을 소재로 했다. 담요를 펴놓고 선탠을 하거나 비키니를 입고 바닷가를 활보하는 것이 일상생활인 문화를 드라마로 만들어 성공했다. 당연히 드라마의 핵심은 여자 주인공들. 다른 어느 곳보다 육체적 매력을 중시하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배우들은 하나 같이 깊게 파인 빨간색 비키니로 풍만한 가슴과 날씬한 몸매를 과시했다. 이 드라마가 배출한 여배우들은 파멜라 앤더슨을 비롯해 카멘 일렉트라, 야스민 블리스, 지나 리 놀린, 다나 데리코, 안젤리카 브리지스 등 섹시 스타 일색이었다. 출연시간의 대부분을 비키니 차림으로 연기해야 하는 탓에 몸매 하나로 승부해야 하는 여배우들에겐 최고의 등용문이었다. 학계에선 ‘베이와치’를 70년대말∼80년대 극성기를 이룬 눈요기 드라마의 마지막 후계자로 해석한다. ‘미녀 3총사(Charlie’s Angels)’, ‘사랑의 유람선(The Love Boat)’, ‘환상의 섬(Fantasy Island)’ 등으로 대표되는 눈요기 드라마는 90년대 들어와 쇠퇴의 길을 걸었다. NBC가 두번째 해부터 ‘베이와치’ 제작을 포기해 결국 신디케이트에 넘어갔던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베이와치’의 인기는 눈요기 드라마의 마지막 잔영으로 평가된다. 21세기의 초입에 들어와 결국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과거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눈요기 드라마의 특징은 졸면서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스토리와 보기에 즐거운 예쁜 배우와 화면. ‘베이와치’가 비평가들에게는 ‘바디 와치(Body Watch)’로, 팬들에게는 ‘베이브 와치(Babe Watch)’로 불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런 단순함은 100개국에 수출되는 인기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미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사인펠드(Seinfeld)’ 같은 드라마와 달리 미국을 알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베이와치’는 전세계에서 성공을 거둔 몇 안되는 드라마의 하나다. 전세계적 인기를 바탕으로 99년부터는 무대를 하와이로 옮겼고 호주와 일본 등 외국 로케이션 촬영을 시도했지만 인기하락을 되돌려 놓지는 못했다. 특히 하와이는 관광 홍보 등의 효과를 노려 ‘베이와치’ 촬영을 유치했지만 2년도 채우지 못하고 종영되면서 적지않은 실망과 손실을 경험해야 했다.
2001.02.13. 3:01
“도대체 왜 헤어졌을까.” 탐 크루즈(38)와 니콜 키드먼(33)의 이혼이 발표되자 연예전문 기자들은 요즘 이 질문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톱스타의 이혼은 충격일 수도 있고 그럴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90년 ‘폭풍의 질주(Days of Thunder)’ 촬영장에서 만났을 때 크루즈는 여배우 미미 라저스와 결혼한 상태였고 키드먼은 호주배우 마커스 그레이엄과 동거중이었다. 얼마 뒤 두 사람은 결혼했다. 결혼 이후 둘의 관계는 큰 문제가 없었다. 시사회나 파티, 시상식 등 공식행사에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고 키드먼은 “80세가 되서도 함께 있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독일의 한 잡지는 크루즈가 게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숨기려 정략적으로 결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키드먼-크루즈가 ‘눈을 크게 감고(Eyes Wide Shut)’에서 섹스 연기가 서툴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부부관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이들의 이혼 배경으로 제기된 주장은 모두 5가지. 우선 키드먼이 ‘물랑 루즈(Moulin Rouge)’에 함께 출연한 영국배우 이원 맥그리거와 사랑에 빠졌다는 주장. 함께 연기한 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워낙 흔히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경우지만 맥그리거가 대변인을 통해 강력히 거부하면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두번째로 제기된 의혹은 키드먼이 동거했던 마커스 그레이엄이 배후에 있다는 것. US 위클리가 제기한 이 주장은 추가 증거를 대지 못하면서 슬며시 사라졌다. 세번째는 할리웃 스타들이 많이 믿는 사이언탈러지라는 종교.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키드먼이 입양한 두 아이의 장래를 걱정해 이혼을 결정했다는 것. 사이언탈러지가 기도를 통한 질병치료를 주장한다는 것이 그럴듯한 이유로 제기됐다. 하지만 진짜 배경은 키드먼이 98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종교에 대해 질문을 받자 “부분적으로 사이언탈러지와 불교지만 기본적으로 가톨릭”이라고 답한 것에서 유추된 것일 뿐이다. 네번째는 거주지 문제를 둘러싼 갈등. 키드먼은 호주, 크루즈는 미국을 고집했다는 것인데 설득력이 약하다. 네가지 설이 모두 그저 그렇자 마지막으로 제기된 것은 복합설. 한가지가 아니라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등장했다. 어쨌든 이혼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 때 둘은 따로 따로 시상식장에 도착해 떨어져 앉았다. 이 때 이미 균열이 표면화된 것이다. 둘 사이를 둘러싼 억측은 정답이 나올 때까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2001.02.13. 3:00
‘실버맨 구하기(Saving Silverman)’은 로맨틱 코미디의 여러 경향을 노골적이고 종합적으로 담는다. 훔쳐보기와 역겨움의 웃음, 액션에 70년대에 대한 향수까지 끼어넣는다. 주디스 역의 어맨다 피트는 노골적인 훔쳐보기의 대상이 된다. 클리비지를 훔쳐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밤무대 쇼처럼 홑옷인 블라우스에 맥주를 흘리고 가슴에 햄버거 소스를 떨어트린다. 역겨움을 웃음으로 연결시키는 화장실 코미디도 빼놓지 않는다. 토하고 대변을 보는 원초적 장면은 수녀와의 키스로 한 단계 강도를 높인다. 종합 선물세트 같은 섹스와 웃음 외에 특별한 것은 남녀의 역할 바꾸기. 여기선 여자가 남자를 휘두른다. 주디스는 대런 실버맨(제이슨 릭스)에게 오럴 서비스를 받고는 로션과 포르노 잡지를 던져준다. 주디스는 대런에게 친구 J. D.(잭 블랙)와 웨인(스티브 잔)과 만나지 말라고 요구한다. 대런은 한 술 더 떠 주디스에게 잘 보이려 엉덩이를 풍만하게 하는 수술까지 받는다. 주디스에 친구를 빼앗긴 J. D.와 웨인은 실버맨 구하기 작전에 들어간다. 하지만 남자들의 저항은 비참하게 무산된다. 남자들은 주디스에게 비참하게 얻어 맞거나 화술과 섹시함에 녹아난다. 남자들의 카우보이식 우월감은 풋볼코치가 주디스에게 무참히 굴복함으로 체면을 구긴다. 물론 코미디인 만큼 여자다운(?) 샌디(어맨다 뎃머)를 등장시켜 모든 것을 무난히 봉합하지만 주디스는 마지막 순간에도 난투극을 벌이며 고분고분한 여자 이미지를 거부한다. 9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개봉.
2001.02.10. 6:38
△도시의 전설:마지막편(Urban Legend:Final Cut)=10대 공포영화 붐의 끝물에 나온 영화. 할리웃 진출기회가 주어지는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려는 영화학과 학생이 다큐멘터리식 공포물을 제작한다. 촬영현장에서는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현실과 가상 사이의 모호한 구분, 영화계의 치열한 경쟁이 깔려있다. 뛰어나진 않지만 볼만하다. 6일 VHS·DVD 출시. 등급 R. △닥터 T와 여인들(Dr. T and the Women)=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도시연작중 하나. 매끈하지만 조화같은 느낌이 드는 인공미를 강조한 화면은 배경도시 댈러스에 대한 감독의 시각. 여자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현실을 탈출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리처드 기어·헬렌 헌트·패라 파셋 등 출연진이 호화롭다. 6일 VHS·DVD 출시. 등급 R.
2001.02.09. 12:18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이 미국에서 개봉된 외국영화의 흥행신기록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개봉 9주째인 ‘와호장룡’의 총수입은 5,300만달러. 이번 주말이면 이 부문 1위인 이태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가 기록한 5,760만달러를 추월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리안)과 외국어 작품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흥행 신기록 수립 여세를 몰아 오스카에서도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13일로 예정된 오스카 후보작 발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르면 흥행 가속도를 얻게 된다. 배급사인 소니 픽처스 클래식스는 오스카 후보작이 발표되는 다음주 주말부터 상영관을 400개 추가해 1,600개로 늘릴 예정이다.
2001.02.09. 12:17
오늘(9일) 개봉되는 ‘남은 사람들(Left Behind)’이 풀뿌리 홍보에 나서 그 성공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동명의 베스트 셀러가 원작인 이 영화는 요한 계시록을 바탕으로 한 만큼 기독교 색채가 강하다. 홍보에서도 기독교 색채는 그대로 드러난다. 제작사 ‘클라우드 텐 프로덕션스’는 기독교 신자들을 영화 홍보의 전면에 내세우는 특이한 방법을 택했다. 이들은 집집마다 홍보전단을 돌리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관람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역할을 맡는다. 비디오로 먼저 출시한 다음 극장에서 개봉하는 역배급을 택한 것도 풀뿌리 홍보를 노린 아이디어다. 비디오를 본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퍼트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물론 웹 사이트 개설과 할인 쿠폰 등 전통적인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법은 편당 5,000만달러를 퍼붓는 메이저 영화사의 골리앗식 홍보와 비교해 다윗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차피 물량 홍보를 감당할 수 없을 바에는 기독교 색채가 강한 것에 착안해 풀뿌리 작전을 펴기로 한 것이다. 원작인 8부작 소설의 내용은 믿음이 있는 자들은 예수의 부름을 받고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성서의 구절에 바탕을 둔 스릴러로 지금까지 2,500만부가 팔렸다. 메이저 영화사는 기독교 색채가 너무 강해 흥행성공이 어렵다는 이유로 영화화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종교적 내용이 강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것은 영화는 ‘오메가 코드(The Omega Code)’로 개봉 첫 주 톱 10에 올랐다.
2001.02.09. 12:17
‘에일리언(Alien)’ 5편이 제작된다. 주연은 여전히 시고니 위버(51)로 1편 개봉 25주년인 2004년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작자로도 참가하는 위버의 출연료는 2,200만달러로 알려졌다. 여자배우로는 처음으로 2,000만달러 벽을 넘은 줄리아 로버츠를 능가하는 개런티다. 위버의 출연료는 79년 1편에서 3만달러에 불과했으나 3편에서 500만달러, 4편에서 1,100만달러로 뛰어올랐다. 무대는 4편 때까지와는 달리 지구로 설정된다. 위버는 영국의 선데이 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1편에서 떠났던 지구로 돌아오고 싶었다”며 귀환을 반겼다. 위버가 맡았던 주연 리플리 준위가 92년에 개봉된 3편에서 사망하면서 ‘에일리언’ 시리즈는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4편인 ‘에일리언 레서렉션’은 DNA 복제를 통해 리플리를 살려냄으로써 영화를 부활시켰다. 5편에서 관심의 초점은 액션과 리플리의 섹스 어필. 시리즈는 3, 4편에 이르면서 처음의 신선함과 충격이 사라져 팬들을 실망시켰다. 액션과 특수효과 외에 영화를 이끌던 강하면서 섹시한 위버의 매력이 되살아날지도 궁금하다.
2001.02.09. 12:16
영화계에는 1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통념이 있다. 통념에는 속단의 폐해가 있긴 하지만 그만한 이유도 있기 마련이다. 91년작 ‘양들의 침묵(The Silence of the Lambs)’의 속편인 ‘하니발(Hannibal)’은 통념을 깨지 못한다. ‘양들의 침묵’은 동물적 공포와 심리적 공포가 잘 녹아있었다. 연쇄살인범 하니벌 렉터(앤소니 홉킨스)와 그를 쫓는 FBI 수사관 스탈링(조디 포스터)은 정신적 교감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공포를 만들어 냈다. 렉터가 인육을 먹는 동물적 엽기도 심리적 공포에 녹아들었다. 스타일리스트인 리들리 스캇(글레디에이터) 감독은 10년만의 속편 ‘하니발’에서 특유의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샌프란시스코 피어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스캇은 무대를 이태리 피렌체로 옮긴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그리스의 비극이나 오페라의 무대같은 장엄하고 어두운 스타일을 펼친다. 거대한 조각상이 굽어보는 어두운 골목과 광장, 중세건물의 묵직한 질감은 렉터의 악마성을 유화처럼 그려낸다. 오페라 공연 장면에 이어지는 이태리 경찰 파치(지안카를로 지안니)의 죽음은 연극과 오페라를 차용한 스타일을 절정으로 올려놓는다. 현상금 300만달러가 탐나 렉터 체포에 나선 파치가 발코니에서 교수당하는 장면은 비극의 한 장면처럼 장엄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스타일의 질감은 공포로 이어지지 못한다. FBI에 뇌물을 주고 렉터에 복수하려는 버거(개리 올드먼), 총격전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 렉터 체포 명령을 받은 스탈링(줄리앤 모어), 피렌체에서 큐레이터로 변신했지만 스탈링의 위기를 느끼고 미국으로 돌아온 렉터. 가지가 많아진 스토리와 인물은 스탈링-렉터의 애증관계가 빚어내는 공포를 약화시킨다. 심리적 공포가 허약해지면서 동물적 공포가 전체를 장악한다. 일그러진 버거의 얼굴과 인육먹는 돼지, 마지막 10분의 엽기가 물과 기름처럼 스타일과 분리돼 떠다닌다. 줄리앤 모어의 연기는 실망스럽다. 그의 연기에서 살인마와의 정신적 교감을 느낄만한 불안과 갈등을 느끼기 어렵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스탈링과 렉터의 관계. 동등한 관계로 설정됐던 1편과 달리 둘은 공포영화의 전형적인 종속적 남녀관계로 돌아간다. 무방비 상태로 렉터의 팔에 안기거나 가슴이 깊이 패인 드레스를 입고 흐느적 거리는 스탈링의 모습에서 공포의 섹슈앨러티는 잠깐 빛을 발한다. 올해 25편을 개봉하며 옛 영광재현에 나선 MGM의 야심이 ‘하니발’을 출발선으로 삼기는 어려울 듯하다. 9일 개봉. 등급 R. 와이드 개봉.
2001.02.09. 12:16
니콜 키드먼(사진)이 ‘물랑 루즈(Moulin Rouge)’ 촬영중 입은 무릎 부상으로 새영화에서 중도하차했다. ‘패닉 룸(The Panic Room)’에 출연중인 키드먼은 2주만에 사실상 출연을 포기했다. 집에 침입한 두 명의 강도를 피해 쫓고 쫓기는 게임을 벌이는 내용의 ‘패닉 룸’은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키드먼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키드먼은 대변인을 통해 부상이 완전히 회복될 시간여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주변에선 ‘물랑 루즈’ 에서 입은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거나 다른 쪽 무릎에 무리가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드먼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액션영화를 택한 것은 흥행대작이기 때문. 콜롬비아의 야심작인 이 영화는 대본에만 400만달러가 들었다. 최종결정은 주치의의 진단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제작사인 콜롬비아는 이미 키드먼을 대체할 여배우를 물색하고 있다. 물망에 오르는 배우는 앤젤리나 졸리와 조디 포스터, 로빈 라이트. 키드먼의 출연료는 1,050만달러였다.
2001.02.06. 3:36
TV프로그램의 신구대결에서 ‘서바이버(Survivor:The Australian Outback)’가 ‘친구들(Friends)’을 눌렀다. 인터넷 시대를 대표하는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는 지난 1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드라마 ‘친구들’과의 첫 대결에서 우세를 보였다. ‘서바이버’의 시청률은 17.6%. 주 시청자층인 18∼49세 사이에서는 1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친구들’은 전체적으로 13.5%, 주시청자층에서 10.5%의 시청률을 보였다. 이로써 목요일밤 황금시간대를 장악했던 NBC의 절대적 지위는 무너졌다. 하지만 ‘친구들’의 시청률은 ‘서바이버’에는 뒤졌지만 평균보다는 높았다. 이는 ‘서바이버’와의 경쟁이 언론을 타면서 더 많은 관심을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NBC는 ‘서바이버’ 열풍에도 ‘친구들’의 고정 시청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해석했다.
2001.02.06. 3:35
6월로 예고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을 앞두고 할리웃에 영화제작 비상이 걸렸다. 할리웃은 작가와 배우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를 대비해 여름개봉 흥행대작의 제작을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 파업 장기화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 개봉할 모든 영화의 제작을 6월 전에 끝내야 한다. 업계의 전문잡지 데일리 버라이티에 따르면 현재 제작중인 흥행대작의 제작편수는 지난해에 비해 10∼20%까지 늘었다. 촬영 허가증을 발행하는 LA엔터테인먼트개발사도 폭발적인 허가 신청 처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각 영화사의 사운드스테이지는 예약이 겹쳐 이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고 편집회사의 경우 아예 작업실에 슬리핑 백을 갖고 놓고 작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벼락치기 제작 때문에 배우와 영화사, 제작자들은 쉴 틈이 없다. 배우들 가운데 특히 톱스타들은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사상 최대의 흥행 여배우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줄리아 로버츠는 4개월 사이에 6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멕시칸(The Mexican)’ 촬영을 끝내자 마자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독립전쟁 배경의 영화에 출연한 뒤 곧바로 ‘미국의 연인(American’s Sweethearts)’과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제작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이렇게 하고도 여전히 3편이 남아있다. 브루스 윌리스도 얼마전 ‘밴디츠(Bandits)’를 끝냈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하트의 전쟁(Hart’s War)’ 촬영현장인 체코로 날아갈 예정이다. 할리웃 스타들은 영화 한 편을 끝내면 여유있게 휴식을 갖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작품 사이의 휴식 기간이 길기로 유명한 탐 크루즈도 캐머론 크로 감독의 ‘바닐라 스카이(Vanilla Sky)’가 끝나면 곧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소수계 보고서(Minority Report)’ 작업에 들어간다. 영화사 중에는 유니버설 픽처스가 가장 분주하다. 후반작업에 들어간 작품만 10편. 5편은 촬영 중이고 7편은 전반작업 과정에 있다. 모두 22편을 6월 전에 끝내야 한다. 뉴 리전시의 경우도 기존의 5편에 3편을 추가해야 할 상황이다. 8편은 한 해 평균 제작편수의 2배 분량이다. ‘메이트릭스(Matrix)’ 속편 2편을 동시에 제작하고 있는 조얼 실버는 호주 촬영 계획을 백지화했다. 외국에서 촬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3월 중순 오클랜드에서 2편의 라이브 액션 신을 동시에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촬영이 끝나면 특수효과와 편집도 몰아서 동시에 작업할 예정이다. 이런 사전작업에도 혼란이 가라앉을 기미는 없다. 전문가들은 파업이 시작되면 최악의 사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기복이 심한 특수효과 회사는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노조가 없는 외국으로 촬영과 제작장소를 옮기는 경향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2001.02.06. 3:34
8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근대화의 프리즘으로 바라보는 영화제가 9일∼18일까지 USC에서 열린다. 영화제의 주제는 ‘근대의 그늘:사회변화와 뉴 코리안 시네마(Shadows of the Modern:Social Change and the New Korean Cinema)’. 9일∼11일, 16일∼18일까지 3일씩 두차례로 나뉘어 열리는 영화제는 12편의 영화 상영과 컨퍼런스, 박광수 감독과의 대화로 이루어진다. 영화제는 최근 한국영화가 이룬 비약적인 발전와 학문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상영을 포함해 행사의 모든 프로그램에는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80년대 이후 개봉작에서 선정됐다. 굳이 근대라는 주제와 연결시키지 않아도 한국영화의 흐름을 주도한 대표작들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상영된다. 채윤정(연세대 교수·미디어아트) 영화제 디렉터는 “한국영화는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모를 활발하게 담았다”고 말한다. 할리웃 영화가 한국관객들에게 꿈과 희망, 환상을 보여주는 동안 한국영화는 어둡고 절망적인 부분에 카메라를 비췄다. 8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화두는 도시적 삶의 활기보다는 근대화의 어둠이었다. 근대화의 어둠은 흔히 영화에서 폭력을 통해 드러난다는 것이 채윤정 디렉터의 설명이다. 폭력은 군사정권 아래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이었고 주인공이 폭력의 희생물이 되는 것은 한국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근대화와 도시화의 어두운 측면을 응시함으로써 한국영화는 현실도피적인 희망과 꿈 대신 분노와 절망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한국영화는 활기와 강렬함을 얻는다. 한국영화와 근대의 문제는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초청 패널리스트는 각자 주제발표에 이어서 토론을 펼친다. 이 자리는 다각도의 깊이있는 시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패널리스트는 크리스토퍼 베리 UC버클리 교수, 최정무 UC어바인 교수, 임재철 영화전문 계간지 ‘필름컬처’ 편집인, 이용관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유지나 동국대 교수.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뉴 코리안 시네마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박광수 감독이 오후 3시∼5시까지 영화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다. 영화제는 USC 영화학과와 한국학연구소(김남길 소장)의 공동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한국학연구소는 기금확보와 필름대여를, 영화학과는 영화제 진행을 맡았다. 기금은 한국국제교류재단과 LA한국문화원(박종문 원장),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공했으며 상영영화는 영진위에서 무료로 대여했다. 김남길 소장은 영화제를 “한국 홍보와 학문적 연구를 결합한 행사”라고 밝혔다. 김소장은 4년전 임권택 영화제를 열면서 한국을 알리는 데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음을 확인했다. “임권택 영화제 때 호응이 너무 좋아 이번 행사도 기금 마련 등에서 어려움이 없었다”는 김소장은 영화제의 성공을 확신했다. <영화상영> △9일(금) 루카스 빌딩 108호 시사실(Lucas Building #108) ·오후7시=바보선언(Declaration of Fools) ·오후9시=깊고 푸른 밤(Deep Blue Night) △10일(토) 노리스 시어터(Norris Theater) ·오후7시=초록 물고기(Green Fish) ·오후9시=박하사탕(Peppermint Candy) △11일(일) 노리스 시어터 ·오후7시=서편제(Sepyonje) ·오후9시=아름다운 시절(Spring in My Hometown) △16일(금) 루카스 빌딩 108호 시사실 ·오후7시=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The Day a Pig Fell into the Well) ·오후9시=넘버.3(No.3) △17일(토) 노리스 시어터 ·오후7시=우묵배미의 사랑(Lovers in Woomukbaemi) ·오후9시=칠수와 만수(Chilsu and Mansu) △18일(일) 노리스 시어터 ·오후1시=아름다운 청년 전태일(A Single Spark) ·오후6시=그들도 우리처럼(Black Republic) <컨퍼런스> △17일 오전9시∼오후5시 사회과학대 건물 B40호(Social Science Building #B40) <박광수 감독과의 대화> △18일(일) 노리스 시어터 오후3시∼5시
2001.02.06. 3:32
‘13일(Thirteen Days)’이 핵위협을 둘러싼 외교문제 교과서로 각광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일 백악관에서 취임 이후 첫 영화 시사회 작품으로 ‘13일’을 골랐다. 시사회에는 의원들과 대통령 부부의 친구들이 초대됐다. 백악관 시사회는 부시의 지도력 부족 의문에 대한 방어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13일’은 유약한 대통령으로 인식됐던 케네디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지도자로 영웅시했다. 시사회는 백악관을 시작으로 정계와 의회, 유엔으로 이어진다. 2일에는 의회도서관에서 하원과 상원 의원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로버트 맥나마라로부터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을 듣는다. 이 자리에서 맥나마라는 현재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견해를 개진한다. 유엔은 이달 중에 시사회를 갖고 케네디 대통령 자문위원이었던 테드 소렌슨 강연회를 가질 예정이다. ‘13일’이 각광을 받는 데는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미사일방위체제(NMD)’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회와 유엔에서 열리는 시사회 뒤에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공동제작자인 아미언 번스타인은 “현재도 핵확산과 핵위협은 62년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하고 “시사회가 공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영화는 학계의 연구성과를 반영해 62년의 핵미사일 위기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음을 소재로 하고 있다. 미국의 NMD가 불필요한 군비경쟁을 야기한다는 세계 각국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13일’은 핵위기에 대한 대중적인 경각심을 일깨우는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2001.02.02. 11:24
‘제임스 본드 보다는 인디애나 존스.’ 영국 영화잡지 ‘토털 필름(Total Film)’이 실시한 영화속 액션영웅 인기조사에서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인디애나 존스가 1위를 차지했다. 제임스 본드는 영국의 첩보원이면서 2위로 밀렸다. 지난해 극장가를 휩쓴 ‘글래디에이터(Gladiator)’의 맥시머스는 3위를 차지하면서 러셀 크로를 부동의 액션스타 자리에 올려놓았다. 4위는 ‘다이 하드(Die Hard)’ 주인공 잔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 5위는 시고니 위버가 열연한 ‘에일리언(Alien)’의 엘런 리플리. 리플리는 톱 10 안에 오른 유일한 여성 캐릭터다. 톱 10위 안에 두 명의 캐릭터를 올려놓은 배우는 포드. 1위에 오른 존스 외에도 ‘스타 워즈(Star Wars)’의 한 솔로가 6위를 차지했다.
2001.02.02. 11:23
△왓 라이스 비니스(What Lies Beneath)=중년여자의 빈둥지 증후군을 모티브로 한 공포영화. 딸의 대학 진학 이후 텅 빈 집에 남은 중년여자는 옆집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살인사건으로 착각한다. 오해가 풀린 뒤에도 이상한 일은 계속되고 여자는 남편의 추악한 비밀을 눈치챈다. 뛰어나진 않지만 볼만한 공포영화. 1월 30일 VHS·DVD 출시. 등급 PG-13. △공룡(Dinosaur)=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고 공룡들은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다. 컴퓨터로 재현한 공룡이 사실적이다. 액션이나 긴장감이 PG 등급보다 강렬하다. 1월 30일 VHS·DVD 출시. 등급 PG. △글로리(Glory)=89년 개봉작의 특별판. 남북전쟁 당시 해방 노예로 구성된 매사추세츠 54연대가 열악한 환경과 멸시 속에서 영웅적 활약을 펼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 덴즐 워싱턴과 모건 프리먼의 연기가 뛰어나며 전투 장면이 실감난다. 1월 30일 VHS·DVD 출시. 등급 R.
2001.02.02. 11:23
냇 킹 콜이 부른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Perhaps, Perhaps, Perhaps)’의 스패니시 버전이 느릿느릿 가슴을 파고들 때 그 여자는 어둡고 좁은 골목을 걸어간다. 표정 없는 얼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는 잘룩한 허리는 손 끝에 대롱대는 국수통처럼 애잔하다. 그 여자가 국수를 사러가는 골목길은 낮에도 어둑하게 가라앉고 벽에 붙은 낡은 광고지는 계단 끝에 달려있는 가로등의 빛을 받아 더욱 애잔하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In the Mood for Love)’는 쓸쓸하지만 환한 표정으로 60년대의 홍콩을 추억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의 ‘화양연화’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옛날을 고개돌려 바라보며 회한에 젖는다. 초우모완(양조위. 영어이름 토니 륭)과 수리젠(장만옥. 영어이름 매기 청)이 만나는 배경은 세월에 풍화돼 아련하다. 헤어짐을 예감한 수리젠은 색바랜 벽보가 휘장으로 드리운 골목에서 초우모완의 어깨 위로 고개를 떨군다. 카메라 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은 녹슨 쇠창살 뒤에서 두 사람의 이별을 바라본다. 퇴색한 배경과 달리 기억의 눈은 두 주인공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수리젠의 화려한 원피스와 기름을 발라 넘긴 초우모완의 단정한 머리는 쓸쓸한 배경과 대비되며 상실감과 애잔함을 키운다. 같은 날 같은 집으로 이사한 초우와 수는 아내와 남편이 바람피는 것을 눈치채면서 가까와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집과 사무실, 음식점, 다방, 호텔, 골목길, 택시 같은 좁은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들의 만남은 감독의 기억의 방에 남아있는 홍콩. 상하이에서 태어나 5세 때 부모를 따라 홍콩으로 온 왕감독은 자신을 키운 홍콩을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으로 회상한다. 중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닌 홍콩이라는 공간을 사랑으로 표현한다면 유부남과 유부녀의 만남쯤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사랑에는 중년의 노골적인 애욕이 없다. 오히려 택시 안에서 손을 잡으려 하거나 살짝 옷깃을 만지는 풋풋함을 풍긴다. 홍콩의 중국반환을 돌이킬 수 없듯이 두 사람의 사랑도 이루어질 수 없다. 대부분의 장면을 방콕에서 찍어야 했을 만큼 왕감독의 홍콩은 이제 지도에 없다. 영원히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뿐이다. 그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지만 자신을 키워준 홍콩에 ‘가장 아름다왔던 시절’이라는 제목의 헌시를 바친다. ‘화양연화’는 아마 이 도시에 바친 가장 아름다운 영화일 것이다. 왕감독의 기억 속에 남은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초우모완이 앙코르 와트의 거대한 돌벽에 난 구멍에 수리젠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고 이를 잡초로 봉인함으로써 둘의 사랑은 영원히 가슴에 묻힌다. 카메라는 세월의 버짐으로 뒤덮인 거대한 궁륭과 어두운 회랑, 그림자 길게 드리운 석벽을 마지막처럼 찬찬히 돌아본다. 앙코르 와트는 거대한 기억의 사원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이제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가슴에 묻힌 도시는 외롭게 잿빛으로 풍화할 뿐이다. “이제 그 날은 갔다. 옛날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의 전작처럼 ‘화양연화’도 상실감과 뿌리뽑힌 삶을 얘기하지만 아주 슬퍼하지는 않는다. 홍콩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흔들리고 집주인 수엔(레베카 팬)도 딸들이 있는 미국으로 떠날 채비를 하지만 수리젠은 홍콩에 남아있다. 수리젠이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외출하는 한 홍콩은 계속된다. 2일 개봉. 등급 PG. Landmark’s Westside Pavilion Cinemas(310-475-0202)·Laemmle’s Monica(310-394-9741) 상영.
2001.02.02. 11:22
명화 복원 전문가 어맨다(모니카 포터)는 남자보다 그림에 더 빠져있다. 남자는 변심하지만 그림은 영원하니까. 어맨다가 패션 모델 4명과 룸메이트가 되고 건너편 아파트에 사는 패션계의 젊은 실력자 짐(프레디 프린즈 주니어)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영화의 핵심이 아니다. ‘헤드 오버 힐스(Head Over Hills)’의 매력은 자극적인 웃음이다. 아무 생각없이 눈요기를 하면서 웃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것도 불사한다. 다만 그 범위는 PG-13 수준으로 한정된다. 어맨다의 뒤를 덮치고 치마를 들추는 개부터 모델 4명이 화장실에서 오물을 뒤집어쓰는 장면까지 웃음은 어떤 웃음이든 좋다. 어쨌든 웃기만 하면 괜찮다. 여기에 제이드·록샌·캔디·홀리 4명의 모델이 화면을 휘저으며 드러내는 적당한 노출이 가미된다. 2일 개봉. 등급 PG-13. 와이드 상영.
2001.02.02. 11:22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밀리언 달러 호텔(The Million Dollar Hotel)’은 여러가지로 혼란스럽다. 로드 무비의 거장 빔 벰더스 감독은 영화의 공간을 호텔과 주변으로 한정한다. LA 다운타운의 호텔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화가는 알고 보니 억만장자의 아들. FBI 수사관 스키너(멜 깁슨)는 호텔 거주자 전부를 용의자로 조사한다. 타락한 다운타운과 호텔 거주자의 환상이 교차하는 영화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지루해 대중적 재미를 주긴 어려워 보인다. 경계선이 모호한 영화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정신 박약자 탐탐(제러미 데이비스)과 창녀 일로이스(밀라 조보비치)는 마치 타락한 지상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나누는 천사들처럼 보인다. 맨발의 일로이스는 사랑의 화신인듯 “난 존재하지 않으니까 죽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영상과 연기로 이끌어가는 영화답게 화면과 연기는 독특하다. 특히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 통역병으로 출연했던 데이비스는 영화를 이끌고 간다. 2일 개봉. 등급 R. Beverly Center Cineplex(310-777-3456)·United Artists Marketplace(626-444-3456) 상영.
2001.02.02. 11:21